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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이 향후 50년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5년간 규제개혁 열기가 가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산업이나 신기술 출현이 빈번해지고 저성장 시대에 장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산업이나 신기술 수용의 요구가 더 거세진 관계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그 어떤 정권보다 규제개혁의 노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규제란 일정한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사항 등을 의미하는데 다양한 욕망이 혼재하는 사회에서 규제는 불가피하다. 한마디로 규제가 없는 국가나 사회는 없다.

따라서 규제개혁을 단순히 규제 수를 줄이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규제개혁이란 적절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규제를 솎아 내는 과정이다. 즉 좋은 규제를 살려 두거나 보완하고 나쁜 규제, 무용한 규제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규제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규제개혁의 선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따뜻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똑같이 원하는 규제는 없다. 예컨대 파이를 키우기 위한 혁신이 규제개혁의 목표라고 할 경우 이른바 혁신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불이익을 받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이 등장할 수 있다. 그 피해에 대해 미리 검토하고 부당한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규제개혁과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개혁의 선의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분쟁과 다툼이 대신할 것이다.

둘째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해관계인에 따라 좋다, 나쁘다 선택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대 상황이나 경제 현황에 따라 그 판단이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규제개혁이 어려운 이유이면서 동시에 규제개혁에서 이해관계인의 설정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다. 이해관계인 설정에서 최대한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취하지 않으면 규제개혁이 아닌 정치적 거래 또는 이권 보장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규제개혁 논의를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규제의 가장 큰 이해관계인으로 담당 부처가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막상 민간에서는 합의가 됐지만 규제가 없어지면 조직과 예산이 없어지게 되는 담당 부처가 소극적으로 규제개혁에 임하거나 일부러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규제의 존립이 조직과 예산 존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담당 부처에 뭔가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큰 규제의 개혁은 손도 대지 못할 수도 있다. 규제개혁을 진행할 때는 이런 현실도 미리 직시해야 한다.

셋째 규제개혁이 단순히 규제 수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서 규제 수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규제 수도 줄여 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쉽게, 가장 바람직하게 규제를 줄일 방법은 비슷비슷하고 유사한 사항의, 유사한 행정 목적의 유사규제를 통합하는 방법이다. 규제의 M&A를 함으로써 규제의 취지는 살리면서 규제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흡수되는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조직과 예산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넷째 규제의 모호성을 제거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업의 규제비용을 줄이는 데도 목적이 있다. 그런데 규제비용은 모호한 법령 조문에서도 발생한다. 법령의 모호성은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이 경우 기업은 아예 포기하거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대비하기 때문에 모호성을 명확성으로, 불확실성을 예측가능성으로 바꾸는 노력을 규제개혁에서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국민은 영역을 초월하는 융합기술 시대에 살고 있는데 정부 조직은 이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은 융합되어 가지만 정부 조직의 후진성 때문에 규제는 곳곳(다수의 부처와 다수의 법령)에 산일해 있다. 정부 조직의 후진성 때문에 규제의 융합이 불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입법 공급자 중심의 입법체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입법 수요자 중심 입법체계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하며, 부처를 초월하는 '다수부처 입법'을 과감하게 늘려 가야 하고, 부처를 초월하는 법령 M&A를 통한 규제개혁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여섯째 규제에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간의 경험상 규제는 계속 늘고 있고, 규제 개혁 노력에도 규제는 계속 증가할 수 있다. 규제를 상시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행정규제기본법이 있기는 하지만 더욱 적극적이고 더욱 초부처적이며 더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 입법이 필요하다.

수백억원의 예산 지원보다 하나의 규제개혁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조문 하나 수정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더 많은 국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점에서 가성비가 최고인 정책이 바로 규제개혁이라 생각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면서 향후 50년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길은 슬기로운 규제 개혁에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2. 3. 1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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