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가치평가, 숨겨진 부(富)를 발견하는 창의적 과정


기술기업이 탄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단 출자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서 사무실, 집기, 인력 등을 구비한 다음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들어간다. 기술개발 비용은 컴퓨터, 실험장비 등에 투입되기도 하지만 인력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 등에도 투입되기도 한다.

기술개발에 대한 결과물은 그냥 '정보' 덩어리이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가치를 알 수 없는 상태가 태반이다. 하지만 기술기업에 있어 기술은 전체 투입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술기업이 자금을 차입하거나 회사를 양도하거나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기술기업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기술과 부동산의 경제적 취급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떤 기업이 부동산을 양수할 경우 그 부동산은 담보대출을 통해 곧바로 현금화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부동산 = 현금'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기업의 경우 기술의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그 기술에 대한 담보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술 = 현금'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이런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의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은 부동산이나 동산과 달리, 반론을 제기할 수 없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기술가치평가의 적절성이나 정확성에 대한 회의 때문에 기업이 갖는 자산 중 기술이나 IP(지적재산권), 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가치평가는 이미 법에 나와 있는 개념이고 법에서 장려 · 진흥하는 주제이다. 예컨대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기술평가'를 사업화된 기술이 그 사업을 통하여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기술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가치평가 원칙과 방법론에 입각하여 평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령과 달리 기술평가 내지 기술가치평가는 업계나 현실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작업이 없다.

이처럼 기술가치평가의 보편화는 아직 요원해보이나 그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기술이전 · 거래에 있어 매각가격이나 기술료 · 실시료 결정을 하는 데 쓰일 수 있고, 기술의 담보권 설정시 담보가치의 결정 또는 투자 유치시 기술가치의 결정에도 이용될 수 있다. 투자의 한 면으로 기술의 현물출자의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다. 파산이나 청산 과정에서 자산평가 · 채무상환계획의 수립에서도 활용될 수 있고, 기술의 증여나 처분에 따른 조세 부과에서도 활용될 수 있으며,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에서도 유용한 개념이다.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술을 토대로 담보대출을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투자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심사방식이나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는바, 이런 과정의 핵심적인 원동력 역시 적절한 기술가치평가 제도라 할 수 있다.

소송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컨대 기술의 유출에 따른 가해자의 '이득액' 산정, 대표이사의 기술 · IP 처분의 배임성 판단,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적절한 손해배상액 산정, 지식재산권 계약시의 적절한 실시료 산정 등 기술가치평가는 소송에서도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기술가치평가의 용도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기술가치평가 실무가이드, 5면)

위와 같은 기술가치평가의 유용성과 중요성으로 인해, 기술가치평가에는 고도의 윤리성이 필요하다. 기술가치평가 과정은 모든 이해관계에서 독립되어야 하며(독립성), 공정한 자세가 견지되어야 하고(공정성), 신뢰와 성실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바, 특히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다만 단순한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만 가지고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 회계에 대한 지식이나 금융 · 법률에 대한 소양과 지식도 갖추어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산출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기술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들의 경험이나 지식까지도 총체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기술가치평가들의 방법들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먼저 기술가치평가의 평가요인은 기술성(기술적 유용성 및 경쟁력 평가), 권리성(기술의 권리 강도 평가), 시장성(기술이 속한 시장의 특성 및 환경 분석), 사업성(기술사업의 경제성 분석) 등이고, 기술가치평가의 핵심변수로는 기술의 경제적 수명, 현금흐름, 할인율, 기술 기여도 등이 있다. 또한 기술가치의 기본적인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4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시장(시장비교사례)접근법, 수익(이익)접근법, 원가(비용)접근법, 로얄티공제법이 그것이다.

시장접근법이란 평가대상 기술과 동일 또는 유사한 기술이 활성시장에서 거래된 가치에 근거하여 비교 · 분석함으로써 해당 기술의 상대적인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을 의미하고(「기술평가기준 운영지침」 제19조 제1항), 수익접근법이란 평가대상 기술의 경제적 수명 동안 기술사업화로 인하여 발생될 경제적 이익을 추정한 후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기술평가기준 운영지침」 제20조 제1항).

원가접근법이란 대체의 경제원리에 기초를 두고 동일한 경제적 효익을 가지고 있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구입하는 원가를 추정하여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며(「기술평가기준 운영지침) 제21조 제1항), 로얄티공제법은 제3자로부터 라이센스되었다면 지급하여야 하는 로열티를 기술소유자가 부담하지 않음으로써 절감된 로열티 지불액을 추정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다(「기술평가기준 운영지침」 제22조 제1항). 다만 로열티공제법은 위 3가지 기본적인 방법과 혼용되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기술가치평가 제도를 바라봄에 있어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법원이 이러한 기술가치평가의 결과를 입증자료 내지 소송자료로서 인정할 수 있는 조건이다.

오래전 사건이지만 과거 기술유출사건에서 검찰은 유출된 액화천연가스(LNG)선 기술에 대하여 기술평가 전문기관인 한국기술거래소의 기술가치평가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를 근거로 50억원 이상의 이득액을 주장하고 더불어 업무상배임죄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가중처벌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배임액수 이상으로 선정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적이 있다. 법원은 외부 기술평가 전문기관인 한국기술거래소의 기술가치평가 결과 및 검찰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기술가치평가 제도를 산업적 · 경제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위 사례에 있다. 법적인 인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 투입되는 우리나라 정부 R&D 예산은 19조원(2016년 기준)에 달하고 있지만 이를 성과로 연결시키는 데는 부족하다는 게 통계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5년도 과학기술 혁신 역량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예산 · 인력 등 양적인 투입과 특허 산출은 강점으로 나타났지만, 질적 성과인 기업간 기술협력, 지식재산권 보호, SCI 논문 피인용도,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 등은 20위권 밖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 마디로, 기술개발은 잘 하지만 기술의 현금화 · 사업화에 대하여는 문맹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적절한 기술평가제도의 정착으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를 근거로 이전 · 매각 · 담보설정 등의 사업화가 활성화되며, 민형사상 각종 소송에서 기술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다면 국민 세금 19조원의 투입은 190조원 이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가치평가는 국부의 양과 질을 상승시키는 데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인바, 법조인 역시 숨겨진 부(富)를 발견하는 창의적 과정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6. 1. 1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