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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쓰고 있던 기술,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를 받는다면?


1876년 2월 14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를 발명하여 미국 특허사무국에 발명 특허를 신청하였고, 같은 해 3. 7. ‘전기 진동을 일으켜 목소리나 그 밖의 소리를 전신으로 전달하는 방법과 기구’라는 특허가 등록되었다. 그런데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는 벨이 아니라 안토니오 무치라는 이탈리아의 발명가로, 전화기 발명에 관한 특허는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벨보다 21년 앞서 전화기를 발명하였다는 사실이 2002. 6. 미국 의회에 의하여 인정되기도 하였다.

즉, 안토니오 무치는 특허권자인 벨보다 먼저 전화기를 발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만일 그레이엄 벨이 이탈리아에서 전화기 발명에 관한 특허를 받아 안토니오 무치에게 자신의 특허권 침해금지를 구한다면 안토니오 무치는 더 이상 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 적어도 국내의 특허법을 기준으로 안토니오 무치는 계속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 특허법 제103조에는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법 제103조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

특허법 제103조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규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특허출원 시에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 발명을 하거나 그 발명을 한 사람으로부터 알게 되어 국내에서 그 발명의 실시사업을 하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는 자는 그 실시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발명 및 사업목적의 범위에서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특허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위 규정의 취지는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는 특허법 아래에서 선발명자의 보호가 도외시되는 점을 보완하고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한 제도적 장치이다(조영선, 특허법 3.0 제7판, 412면).

위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 즉,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의 성립요건은 ① 선의의 이중 발명, ② 출원 시 국내에서 실시사업이나 그 준비를 하고 있을 것, ③ 특허발명의 실시이다.

요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 선의의 이중 발명은 기술 또는 발명의 사용자가 특허출원이 있을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선의인 채) 별개로 동일한 내용의 발명을 하거나 그 발명의 내용을 정당하게 전수받은 경우(이중 발명)를 의미한다.

② 출원 시 국내에서 실시사업이나 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은 그 발명과 동일한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거나, 즉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만 실제 사용하였다거나 사용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③ 특허발명의 실시는 먼저 쓰고 있던 기술 또는 발명이 특허발명의 보호 범위의 전부 또는 일부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요건에 해당하면 발명의 선사용자는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갖게 되므로 특허침해금지 청구를 받더라도 통상실시권을 주장하여 금지 청구를 피할 수 있다. 참고로 통상실시권은 특허권자가 아니어도 특허권의 보호 범위에 해당하는 발명을 사용할 권리인데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하여 무상사용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① 선의의 이중 발명, ② 출원 시 국내에서 실시사업이나 그 준비를 하고 있을 것, ③ 특허발명의 실시가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는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특허법원에서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이 인정된 사례

해당 사례에서 원고는 자동 엑스레이 검사 장비의 연구 개발, 제조, 판매 등의 업을 영위하고 있는 주식회사로 ‘배터리 자동연속검사장치’의 특허권자이고, 피고는 엑스레이 검사 장비 개발, 제조 및 공급 등의 업을 영위하고 있는 주식회사이다. 원고는 피고가 제조, 판매하는 피고 실시제품이 원고의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특허권에 기초한 손해배상 및 금지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손해배상 및 금지 청구를 구하였다(특허법원 2023. 2. 2. 선고 2021나1220 판결).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특허발명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특허발명 출원 이전에 제3자로부터 특허발명에 해당하는 기술의 발주를 받아 그 실시제품의 설계도면을 완성하여 국내에서 이미 그 실시사업을 하고 있었고, 이 점을 근거로 특허법 제103조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인정하여 법원은 이를 인정하였다.

위 사례에서 원고의 특허발명은 2013. 2. 28. 출원되었는데, 피고와 제3자들이 2006. 1.경부터 2013. 2. 1.경까지 주고받은 납입 사양서, 설계도, 견적서를 보면 피고의 실시제품은 원고의 특허발명은 동일한 기술이면서, 피고가 원고의 특허발명을 모른 채 출원 이전에 실시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다만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이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아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만일 내가 먼저 쓰고 있던 기술에 대해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를 받는다면 관련 법령과 유사 사례를 살펴보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 법무법인 민후 조윤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7. 2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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