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사례로 보는 산업기술보호법 과제


2004년에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한 뒤 현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드라이버구동칩(DDIC) 분야 세계 2위의 한국 매그나칩반도체의 모회사격인 미국 본사의 주식 전량이 지난 3월 25일 중국계 사모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털에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로 매각되는 계약이 체결됐다.

단순한 투자나 주식 인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중 무역 갈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이나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반도체 품귀 현상 때문에 단순한 주식 인수가 아니라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시도로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와이즈로드캐피털의 매수대금이 SK하이닉스나 DB하이텍 등이 제시한 금액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점도 이러한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중국 BOE그룹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 인수 사건, 2004년 중국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사건 등 해외자본의 투자로 인해 핵심 기술이 유출된 경험이 몇 번 있다. 이 같은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기술 유출 목적의 외국인 투자나 인수합병(M&A)을 막을 수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이 태동했다. 그러나 2015년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의 동부하이텍 인수 추진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같은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투자 차단을 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예컨대 무역·투자·개발 이슈를 다루는 정부 간 협의체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의 12%가 국가안보 우려 때문에 투자가 차단됐다.

특히 미국은 2017년 중국계 사모펀드 캐니언브리지의 미국 반도체 회사 래티스의 인수를 금지하더니 2018년에는 5G 기술 유출을 우려해 싱가포르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미국 반도체·통신 회사 퀄컴의 인수를 금지했다. 기술 유출로 인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2018년 3월에는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비지배적 투자까지도 심사할 수 있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위험심사선진화법(FIRRMA: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까지 통과시키는 등 자국의 핵심 기술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캐나다는 2018년 중국 국유기업 중국교통건설의 건축 및 발전설비업체 에이콘 인수계획을 불허했으며, 독일은 2018년 독일 기업의 직간접 인수에 대한 의결권 심사 문턱을 25%에서 10%로 낮춰 외국 기업의 거래 차단 확률을 높이기도 했다. 프랑스도 외국인 투자를 동결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추가하는 등 외국인투자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예외 없이 외상투자법을 제정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외상 투자에 대해 심사를 강화했다.

이미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에는 산업기술보호법에 근거해 외국인 투자 심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특히 매그나칩반도체 사건에서 이러한 문제는 두드러지고 있다.

열거된 국가 핵심 기술 규정으로 인해 매그나칩 사례의 OLED용 DDIC 기술이 외국인 투자 심사 대상인 국가 핵심 기술인지부터 판단해야 하는 문제, 매그나칩 사례와 같이 한국 매그나칩에 대한 직접적인 주식 취득이 아니라 미국 본사를 통한 간접적인 주식 취득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전 승인을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또 국가안보 사유에만 해외 M&A 등에 대해 중지·금지·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할 수 있지만 본 사안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 산업부가 주식 인수에 대해 원상회복 처분을 내린 경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 가기에는 현재 산업기술보호법 규정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지분율이라는 숫자에 치중해 지배적 투자만 규제하는 입법 태도도 낡은 접근이라 본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해야 하지만 국가안보나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는 과감하게 분별해서 차단해야 비로소 국가안보, 국민경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낡은 산업기술보호법의 선진화를 통한 촘촘한 망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1. 6. 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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