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8일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례가 없는 매우 특이한 기술보호 입법을 가지는데, 그게 바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다.
당시 쌍용자동차의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갔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우리의 국가핵심기술이 중국 등에 대책없이 유출되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고려에서 나온 입법이 바로 산업기술유출 방지법이다. 굳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영향을 준 입법을 고르라면 그것은 미국의 FINSA 입법이다.
당시에서 영업비밀보호법이 존재했는데, 왜 새로운 입법까지 해 가면서 기술보호에 신경을 썼을까? 그 이유는 영업비밀의 한계 때문이다.
영업비밀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등을 필요하는 하는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 인정되는 기술보호 수단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영업비밀 요건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기술유출에 대하여 속수무책 보호가 되지 않았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영업비밀과는 별개의 '산업기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산업기술은 산업발전법 등에 의하여 지정, 고시, 공고, 인증만 되면, 바로 산업기술로 인정되기 때문에,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등의 복잡하고 엄격한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
산업기술 중에서 국민경제,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바,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의 한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산업기술은 영업비밀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첫째, 산업기술은 영업비밀의 비공지성, 경제적유용성, 비밀관리성을 요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차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산업기술은 산업발전법의 첨단기술 등으로 지정, 고시, 공고,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이것 정도는 갖추어야 비로소 산업기술로 인정된다.
이 중에서 비밀관리성을 갖추지 않아도 법적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영업비밀에 의한 보호를 찾았다가 많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비밀관리의 노력을 하지 못하여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였는데, 산업기술에 해당한다면 이제 이러한 문제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
둘째, 영업비밀은 경영상 정보나 기술상 정보를 모두 보호하지만, 산업기술은 기술상 정보만 보호한다. 즉 경영상 정보는 산업기술의 보호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컨대 고객명부 등은 산업기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영업비밀에는 해당할 수 있다.
셋째, 산업기술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적용되지만, 영업비밀은 영업비밀보호법이 적용된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두 법은 비슷한 듯하면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산업부의 관할 법령인 반면, 영업비밀보호법은 특허청의 관할 법령인 점 외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보호수단이나 처벌수위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유 기술을 산업기술로 보호받을 것인가 아니면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서 기술보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이 정책이 수립된다면 그 다음에는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 한 방향으로만 노력하면 된다.
다만 영업비밀로 보호받는다고 하여 산업기술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므로 바람직하게는 두 가지의 요건을 모두 갖추는 게 좋다. 둘 중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산업기술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7. 16.)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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