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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과 저작권의 충돌 [팍스헤드사건 대법원 판례]

6월 14일 업데이트됨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상표권 등록이 된 상표여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상표 사용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 사건의 개요

'팍스헤드'는 미국에서 스포츠 장비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으로 여우의 머리를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1976년 로고의 초기 도안을 창작 공표한 이후 1990년 중반부터 이를 변형한 후기 도안을 만들어 카탈로그 등에 사용해왔다.

한편 국내 의류판매업체인 '폭스코리아'는 2007년 '팍스헤드'의 로고와 유사한 여우머리를 형상화한 표장을 국내 상표권으로 등록한 뒤 자사의 제품, 현수막, 홍보물 등에 사용하고 있었다.

2. 법원의 판단

2011년 2월, 미국의 팍스헤드는 특허심판원에 폭스코리아가 등록한 상표에 대한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제기했지만 특허심판원은 "팍스헤드의 도안이 국내에서 저명하거나 특정인의 상표라고 인식될 정도로 알려진 상표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신청을 기각했다.

팍스헤드는 특허심판권에 이어 법원에 '저작권침해금지청구소송'을 제기하였지만, 1심 재판부는 "등록된 상표들이 원고의 도안에 의거해 작성된 점을 인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판시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12년 8월, 팍스헤드는 항소하여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팍스헤드 측의 초기 도안은 1976년, 후기 도안은 1990년 6월 미국에서 창작 공표된 업무상 저작물"이고, "저작권법 제41조와 제44조에 따라 저작권자가 공표한 해의 다음해부터 50년간 존속하므로 초기도안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후기 도안은 2040년 12월 31일까지 보호받는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불복한 피고 폭스코리아는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결은 2심과 같은 팍스헤드의 승소를 확정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76829 판결).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작권과 상표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은 "저작물과 상표는 배타적 택일적인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상표법상 상표를 구성할 수 있는 도형 등이라도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고, 그것이 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될 수 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상표권과 저작권이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으며, 등록상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더라도 저작권법상의 보호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둘째, 저작물의 요건에 관하여, 저작권법 제2조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하여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나,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2003. 10. 23. 선고 2002도446 판결)."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본 사건에서, 여우 머리 모양의 로고는 독특한 여우 머리로 도안화된 여우 머리 형상을 포함하고 있어, 다른 저작자와의 작품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이며, 따라서 해당 로고의 도안은 저작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았다.

셋째, 저작권 침해의 근거에 관하여, 기존 판례에서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침해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고,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898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위 법리를 이번 사건을 대입해볼 때, 폭스코리아의 도안은 팍스헤드의 도안에 의거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2심 판결이 해당 도안이 그려진 제품, 카탈로그, 간판 등의 저작물은 폐기할 의무가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 등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현 저작권법상의 보호기간과 본 사안에 적용된 저작권법의 보호기간에는 기간 차이가 있다. 2011년 개정된 저작권법 제41조에서는 저작물의 보호기간을 저작권자 사망 이후 50년에서 70년으로 확대한 바 있다. 다만 부칙 제1조(시행일)에서는 '이 법은 「대한민국과 유렵연합 및 그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하는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39조부터 제42조까지의 개정규정은 「대한민국과 유럽연합 및 그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한 후 2년이 되는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개정 저작권법 제41조의 시행이 늦추어졌다. 따라서 위 판결 당시에는 70년 개정 조항이 아직 시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기존의 50년 조항이 적용된 것이다.

3. 결론

상표권은 상표등록을 해야만 권리가 발생하지만, 저작권은 별도의 등록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고 저작물이 창작된 순간에 저작권이 발생한다. 본 사안의 경우, 이러한 상표권과 저작권이 충돌한 사안이었다.

미국의 팍스헤드는 자사의 로고를 1990년 6월부터 창작해 저작물로 사용했으며, 국내 회사 폭스코리아는 2007년 팍스헤드의 로고와 유사한 로고를 국내에서 상표등록 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상표권과 저작권은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으며, 상표등록이 된 표장이라 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등록상표가 먼저 발생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사용이 금지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지털타임스(2015. 1. 2.)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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