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특허의 대상(앨리스 v. CLS 은행 판결)


소프트웨어(SW) 특허는 1981년 미국연방대법원의 Diamond v. Diehr 판결에서 특허대상성을 인정받으면서 출발하여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범위의 모호함과 광범위성은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 특허괴물들은 소프트웨어 특허의 권리범위의 모호함과 광범위성을 이윤추구에 활용하고자 소프트웨어 특허를 지속적으로 매집하여 관련업종의 기업들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이러한 특허의 탈법적 이용은 특허의 원래목적인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양산하였다.

이러한 사회현상과 소프트웨어 특허의 문제점을 인식해서인지 미국 연방대법원은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의 권리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일련의 판례를 생산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영업방법(BM) 발명에 관한 2010년 6월경의 Bilski v. Kappos 판결, 2012년도의 Mayo v. Prometheus 판결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Bilski v. Kappos 판결에서 "상용품 시장거래 과정에서 가격 변동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영업방법은 추상적 아이디어여서 특허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4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Alice Corporation v. CLS Bank 사건에서 추상적 아이디어를 컴퓨터 시스템에 연계한 것에 불과한 소프트웨어(SW) 발명은 특허대상이 될 수 없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그 내용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 소송은 2007년 CLS 은행이, 앨리스사의 특허가 특허대상이 아니라서 무효라는 내용의 소송을 DC 지방법원(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에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하여 앨리스사는 CLS 은행의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문제가 된 앨리스사의 특허는 사기나 미지급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두 거래 당사자가 안전하게 현금이나 금융증서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에스크로(escrow) 시스템에 관한 것으로서, 중재하는 제3자로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하여 두 거래 당사자의 금융거래의 위험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에 도달하게끔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특허의 유형은 이 내용을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방법(method) 발명, 방법 발명을 실행하기 위한 컴퓨터 시스템(computer system) 발명, 방법 발명을 실현하기 위한 소스코드가 포함된 기록매체(computer-readable medium) 발명으로 되어 있다.

제1심 법원인 DC 지방법원은 선례인 Bilski 판결의 취지에 따라, 앨리스사의 발명은 사업 컨셉이라 볼 수 있어 추상적 아이디어와 연계되어 있고, 추상적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컴퓨터 시스템은 추상적 아이디어를 단지 전기적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특허법 제101조(35 U. S. C. §101)의 특허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무효인 특허라고 판시하였다.

패소한 앨리스사는 항소하였고, 사건은 연방항소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으로 이관되었다. 하지만 2012년 7월 있었던 연방항소법원의 결론은 제1심 법원과는 상이하였는바, "앨리스사의 발명처럼 컴퓨터로 구현되는 발명은 `명백하게` 특허의 청구항이 추상적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 아니면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볼 없다"고 판시하여 제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CLS 은행은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같은 법원에 전원합의체 재심사(en banc rehearing) 신청을 하였고, 연방항소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사를 개시하였다. 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중 다수의 판사들은 (비록 정족수 미달로 법적인 선례가 되지는 못하였지만) 앨리스사의 특허에 대하여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면서 특허무효를 인정하였다. 더불어 연방항소법원은 컴퓨터 구현 발명의 추상적 아이디어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정하고자 시도하였으나, 이 시도는 다양한 의견만 제시되고 결론이 나지 않았었다.

앨리스사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이관되었고, 마침내 2014년 6월 19일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이 선고에서 대법관들은 만장일치로 앨리스사의 특허에 대하여 무효를 선언하였다. 빌스키(Bilski)사의 위험 회피 컨셉이나 앨리스사의 위험 감소 컨셉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법원은 자연법칙(laws of nature), 자연현상(natural phenomena), 추상적 아이디어(abstract ideas)는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 포섭할 수 없어 특허대상이 아닌데, 앨리스사의 발명은 위 3개 중 추상적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무효이며, 인간의 재능이나 창작성을 단순히 구현하는 무효인 출원발명과 인간의 재능이나 창작성에다 그 이상을 가미ㆍ변환한 유효인 발명을 구별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컴퓨터로 구현된 발명의 특허대상성을 판단할 때 미국 대법원은 영업방법 발명에 관한 Mayo v. Prometheus 판결에서 언급된 2단계 판단법을 제시하였다.

1단계는, 문제되는 청구항이 특허대상이 아닌 자연법칙, 자연현상, 추상적 아이디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판단한다. 만일 자연법칙, 자연현상, 추상적 아이디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자연법칙, 자연현상, 추상적 아이디어를 유효한 특허대상이 되는 발명으로 변환할 수 있는 추가적 구성요소가 있는지 고려하여야 한다.

2단계는,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방법에 관한 발명을 단순히 컴퓨터 구현 발명으로 구현하였다면 이는 특허로서 성립할 수 없는바, 방법 발명에 대한 진보적 특징의 존재 여부를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앨리스의 발명의 경우, 1단계로 제3자 개입에 의한 합의라는 것은 추상적 아이디어에 포섭될 수 있으며, 2단계로 제3자 개입을 통합 합의 방법은 전통적으로 존재하였던 방법이며, 그 과정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 역시 전통적인 방법인바, 결론적으로 앨리스의 특허는 특허대상이 될 수 없는 발명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더불어 대법원은, 추상적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방법발명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구현한 시스템 발명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에 대한 찬반이 뜨겁지만, 앞으로 기업들이 단순한 업무처리방법이나 영업방법의 자동화에 대한 특허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해져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특허의 품질이 향상될 것은 긍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특허를 애용하는 특허괴물에 대한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방법에 대한 발명이 컴퓨터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판단방법에 대하여는 언급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판단방법을 침묵하고 있어, 그에 대한 논의나 연구는 향후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지털타임스(2014. 6. 2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