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독재와 기술 선택권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거래 구조가 개편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전통적 통신판매를 전제로 설계돼 시장 변화에 따른 다양화된 거래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기존 전자상거래법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주요 개정 사항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술 선택권 조항이다. 즉 온라인판매 사업자가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의 기호·연령·성별·소비습관·구매내역 등 특징에 따라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이른바 추천 알고리즘 이용 여부를 소비자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어제와 똑같은 순서대로 음악을 재생하고 있고, 그래서 어제 들은 음악을 오늘도 그 순서대로 듣고 있다. 주도적으로 음악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도 귀찮음과 노력·시간 투자의 문제 때문에 그냥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에서 정치 뉴스나 정치 토크를 선택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진다. 똑같은 논평이나 의견들이 화면 오른쪽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몇 번의 동영상 선택으로 세상에 이런 논평이나 의견들만 있는 줄로 착각하게 된다. 알고리즘의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나름대로 생각해서 동영상을 선택하고 시청하려 노력하지만 알고리즘 인식이 낮은 청소년이나 노년층의 경우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추측된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크게 선택한 콘텐츠와 유사한 것을 추천하는 콘텐츠 기반의 필터링 방식, 이용자의 취향 또는 과거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서 그 이용자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협업 필터링 방식이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방식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를 피하는 방법은 별개의 문제다.

'알고리즘을 피하는 방법' 또는 '필터버블 피하는 방법'으로 구글 검색을 해봤다. 물론 구글 검색 결과도 역시 알고리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시청 기록이나 검색 기록을 삭제하는 방법, 분야마다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는 방법, 카테고리를 구체화해서 검색하는 방법 등 다양한 검색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검색된다.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있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고민을 규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추천 알고리즘이 필요할 때는 그걸 쓰고, 쓰고 싶지 않을 때는 단순 검색 결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완전한 해결은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기여는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기술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공항에서 얼굴인식을 통해 입출국 수속을 밟더라도 이를 거부하거나 반감을 품은 사람을 위해 전통적인 입출국 수속 방식을 열어 두는 방법, 인공지능 판사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 제도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판을 받을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공공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기술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또는 추천 방식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나 방식 등을 선행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기술 투명성과 기술 선택권은 반드시 동시에 가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 제18조 제3항과 제4항은 이러한 내용(기술 투명성과 기술 선택권)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버튼 하나로 쉽게 선택을 전환할 수 있는 방식 등을 추가했으면 더 바람직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도 한다.

소비자 또는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알고리즘은 독재일 뿐이다. 사업자 편의성이나 비용 절감 취지가 소비자 또는 사용자 의지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본성이나 자유의지를 침해하지 않는 기술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 경우 기술 선택권은 필수 요소가 돼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입법이나 정책 역시 소비자나 사용자의 기술 선택권 보장을 기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1. 4. 6.)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