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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포스트휴먼의 역습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 게임에서 이세돌을 이겼다. 작은 승리이지만 언론은 인공지능을 찬양하고 상대적으로 인간을 비하하기 시작하였다.

알파고의 능력에 대하여는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인간을 비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번 알파고의 승리로 인하여 다가올 포스트휴먼 사회에 대비하여 인간 존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자리매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술문명의 혜택은 오래 전부터 받아왔다. 단적인 예로 대학 시절 그래프까지 그려주던 샤프의 공학계산기를 사서 가슴이 뿌듯했던 생각이 난다.

첨단의 샤프 공학계산기가 아닌 단순한 계산기라도 몇 시간 걸릴 수 있는 연산을 짧은 시간에 그것도 정확히 처리하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다. 기계의 연산능력은 수십년 전에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고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 알파고는 샤프 공학계산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지나친 알파고에 대한 칭송은 무엇인가 본질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는 뜻이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인간은 인공지능 이상이다. 알파고가 이겼다고 하여 인간이 소프트웨어보다 저능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계산기가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말과 차이가 없다.

인간이 가지는 능력, 특히 판단력은 단순한 연산능력에 비할 것은 아니다. 알파고는 경험을 학습하고 연산을 잘하여 이세돌을 이겼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세상 안의 구성원인 우리들이 언제나 누구나 체험하는 현상이다.

기계나 SW의 한 단면을 보면서 인간을 비하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기계나 SW는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 또한 그렇게 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포스트휴먼 사회가 도래할 것이고, 그 도래의 단서가 된 날이 바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3월 9일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에서의 인간은 발전하는 기술문명에 대하여 도취하지 말아야 하고 감정이입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냉철한 관찰자로서 어떻게 이 문명을 조정하고 이 문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왜나하면 기술문명은 인간의 피조물이고, 인간이 바로 기술문명의 운용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은 칭찬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위대한 기술문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민을 해야 한다. 기술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욱 더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떤 식으로 위대한 기술문명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등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가올 포스트휴먼 사회에서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대단하고 앞으로 더 대단한 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에 대한 인간의 철학적 지위는 알파고의 능력과 전혀 별개로 보아야 한다. 인간보다 계산을 잘하는 샤프 계산기를 숭상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인간의 존엄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다가올 포스트휴먼 사회를 준비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미래를 준비하고 알파고를 다스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6. 3. 1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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