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상화폐, 암호화폐, ICO 디지털토큰, 코인(이하 가상화폐 등)에 관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전부터 악명을 떨쳤던 투자사기나 폰지스킴, 다단계 판매 등도 당연히 문제지만, 최근에는 정상적인 거래임에도 가상화폐 등의 반환이나 이전 등을 두고 다툼이 많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용자가 맡겨 두었던 가상화폐 등을 이전해 주지 않는 경우, 가상화폐를 잘못 이전했는데 이를 받은 자가 반환을 해주지 않는 경우, 코인을 판매하였는데 코인만 받고 그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가 임의로 이용자가 맡겨 두었던 가상화폐 등을 소비하고 반환하지 않은 경우 등등
이 중에서, 여기서는 가상화폐 등을 반환하지 않은 경우 즉 가상화폐 등의 반환 거부나 소비 등에 한정하여 다뤄 보기로 한다.
가상화폐에 대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코인에 대하여 반환 거부하는 것, 그거 횡령죄로 고소할 수 있는가요?"
통상 피해액이 적지 않아서, 금전이었다면 구속까지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렵다고 생각된다.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즉 횡령죄는 '재물'에 대하여만 성립하고, 여기 '재물'에 대하여는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유체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고, 그렇다면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관리는 사무적 관리를 포함하지 않은 물리적 관리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판례를 살펴보면, 우리 대법원은 타인의 전화기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전화통신을 한 사건에서 KT 등의 역무는 무형적인 이익에 불과하고 물리적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적이 있고(98도700),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로 볼 수 없고 물질성을 가진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2002도745).
따라서 우리 판례에 의하면 가상화폐는 유체물도 아니고,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 아니어서 결국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가상화폐 등의 반환 거부가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단지 횡령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가상화폐 등이 재물에 해당하지 않아도 재산상 이익에는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산상 이익은 재물 이외의 일체의 재산상 가치 있는 이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이익으로서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최근 법무법인 민후에서는 코인에 대한 청구권을 근거로 가압류 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법원은 가압류 결정을 인용해 준 적이 있으며, 일본 법원의 경우도 금전 채권자가 한 채무자의 거래소에 대한 반환청구권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인용해 준 적이 있다.
더불어 최근 대법원(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은 재산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압수된 비트코인의 몰수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 등의 재물성이 부정된다고 하여도, 그 재산상 이익의 존재에 대하여는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법적 조치를 강구할 때 재산상 이익이 있는 가상화폐 등의 성질에 맞추어 적절한 조치를 설계하면 충분히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7. 2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