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의 정의,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의 유형, 민형사적 구제수단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의 인정요건이 엄격하여 실제로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되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미 회사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대기업만 보호받고, 경제적 요인, 시스템의 미비 등 여러가지 문제로 영업비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 못한 중소기업, 영세기업은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합리가 있었다.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인정기준 중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완화하여 더 많은 기업의 영업비밀이 보호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였다. 그렇다면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요구하는 비밀관리성의 요건이 어떻게 완화되었을까.
◇ 개정 전 비밀관리성의 요건-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완화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의 요건으로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세가지를 요구하며, 위 세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영업비밀로 보호하지 않는다.
2015년 개정되기 이전 부정경쟁방지법은 비밀관리성의 기준으로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였다. 판례는 “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ㆍ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고 판시하였다.
즉,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물리적인 영업비밀의 표시, 접근방법 또는 접근대상자의 제한, 비밀준수의무의 부과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만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당한 노력의 요건이 너무나 엄격하여 영업비밀 침해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부작용이 있자, 부정경쟁방지법은 위와 같은 상당한 노력의 요건을 합리적인 노력으로 완화하였다.
2015년 개정 이후 판례는,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ㆍ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 접근 제한 + 객관적 인식가능성)를, 해당 정보에 대한 ① 물리적,기술적 관리,② 인적,법적 관리,③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각 조치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의 성질과 가치,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노1670 판결).”라고 하여,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를 고려하여 비밀관리의 정도를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하였다.
위와 같이 비밀관리성의 요건이 객관적인 기준에서 기업의 규모를 고려한 탄력적인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이전보다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인정 사례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며,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개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 개정된 비밀관리성의 요건-합리적인 노력에서 비밀관리로 완화
그러나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2호의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만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즉, 합리적인 노력이 없더라도 비밀로 유지되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이 영업비밀의 요건이 완화된 이후 개정조문을 해석, 적용한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아, 법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비밀관리의 기준을 완화하여 해석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영업비밀 관련 형사사건에서 비밀관리를 엄격하게 판단하지 아니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 요건이 대폭 완화되어, 영업비밀 침해사건의 피해기업은 앞으로 법적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다만, 합리적인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 단지 비밀로 관리되었다는 기준이 전무한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19. 7. 2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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