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비밀유지성의 ‘합리적 노력’

2020년 12월 21일 업데이트됨


영업비밀(trade secret)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즉 영업비밀이란, 비공지성, 경제적유용성, 비밀유지(관리)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된다.

비공지성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함을 의미하고, 영업비밀 보유자 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 정보를 획득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 등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제적 유용성은, 영업비밀을 취득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경제적 효용이 다른 경우를 의미한다. 즉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그렇지 않을 때보다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보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영업비밀의 핵심적 요건은 비밀유지성이다. 영업비밀은 비밀유지 노력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영업비밀로 법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그동안 판례는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등 참조).”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기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러한 비밀유지 노력에 대하여 ‘상당한 노력’의 정도를 유지해야 비로소 영업비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 1월 28일부터는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 노력’으로 그 요구 수준이 하향하였다.

이는 그동안 영업비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고, 이처럼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비밀유지 노력을 요구한 것에 있다는 점에 대한 반성에서, 그 요구 수준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합리적 노력’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의정부지법(2016노1670)은 비밀 침해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사건에 대하여, 2016. 10.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인정하면서 ‘합리적 노력’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즉, “피해 회사가 전시회 등 행사 정보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면서도 고객들의 성명과 소속업체 등 이 사건 고객정보는 별도로 관리하며 직원들만 볼 수 있도록 했고, 회사 계정을 모두 피해 회사 대표가 관리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사건은 여행전문업체의 이사로 근무하던 가해자가 이직하면서 고객정보를 USB로 옮겨 저장한 사안인데, 종전의 ‘상당한 노력’ 기준으로 보았다면 무죄가 되었을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의정부지법은 ‘고객정보의 별도 관리, 회사 계정의 관리 등’에 대하여 ‘합리적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2016. 7.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2012가합4573) 역시 비밀유지성에 대하여 완화된 해석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민사사건으로서 위 의정부지법 사건이 형사사건이라는 점과는 차이가 있지만 법리 해석에서는 큰 차이점은 없다.

향후 비밀유지성에 대한 판시가 더 쌓여야 법리가 정립되겠지만, 그 동안 비밀유지성 때문에 피해구제를 받지 못했던 많은 중소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디지털데일리(2016. 10. 25.), 리걸인사이트(2016. 10. 31.), 블로그(2016. 11. 4.)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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