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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의 ‘자율주행자동차’ 개념에 대한 검토

7월 6일 업데이트됨


2016년 3월 7일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무인자율자동차 1호가 국토교통부의 5년간 유효한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번호판을 달고 시행운행 구간을 달렸다. 뒤쪽에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 표식을 부착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시험운행 구간을 달렸는데, 앞으로 우리나라 자율주행자동차 산업도 같이 쌩쌩 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vehicle)의 세계제패를 꿈꾸면서, 제1호 자율주행자동차의 시험주행에 관련된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상의 자율주행자동차 정의규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사고발생시 그 법적 책임(liability)에 가장 관심이 많지만, 그 법적 책임을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 바로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규정이므로, 정의규정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하여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의3호). 극히 간단한 정의규정인데 사실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입법태도는 크게 2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자율(autonomous)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라는 식으로 규정하여 ‘기술’ 중심으로 기술하는 경우가 있고, 두 번째로는 자율적으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라는 식으로 ‘운행’ 중심으로 기술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입법의 특징은 자율기술을 먼저 규정하고 자율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를 자율주행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는바, 자율기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또는 어느 범위까지 보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에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운행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어 자율기술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단지 자율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면 자율주행자동차로 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다수의 입법례는 첫 번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자율기술’을 정의하고 그 다음에 ‘자율주행자동차’는 ‘자율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라는 식으로 점층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점층적 구조를 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입법례에 따라서는 ‘조작’을 한정해 ‘물리적’ 조작이라 하든지 아니면 ‘적극적’ 조작으로 표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입법은 단순히 ‘조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의규정대로 하면 ‘수동적’ 조작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즉 수동적 조작의 대표적인 예인 차량에 타서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까지 조작에 포함시킬 수 있는데, 그렇다면 레벨4의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자동차도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의3호의 자율주행자동차에 포섭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나아가 다른 입법례는 사람의 ‘조종(control)’과 ‘주시(monitoring)’를 구별하여 양자 중 하나만 결여되어 있어도 자율주행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은 이를 구별하지 않고 단순히 ‘조작’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의 ‘주시’는 빼고 단순히 ‘물리적 조종’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차이점은 큰데, 예컨대 운전자가 물리적 조종을 하지 않고 주시만 하고 있다면 자율주행자동차에 해당하게 되지만, 반대의 상황인 지도를 보면서 물리적 조종은 하는데 주시를 하지 않는다면 자율주행자동차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법의 ‘스스로’란 표현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자율(autonomy)’이란 ‘auto + norm’의 결합으로서 사람의 지시 없이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동작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스스로’란 문언은 너무 광범위해 이러한 ‘자율’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다른 입법례에서는 ‘자율기술’을 규정하고 그 다음에 ‘자율주행자동차’를 점층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이렇게 점층적 구조를 취한 이유는 어떤 기술이 자율기술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법은 자율기술에 대한 고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관리법의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 규정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외국의 경우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 규정이 최초로 나온 것이 2011년이었다. 그간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은 외국의 이런 논의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규정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신중한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디지털데일리(2016. 3. 30.), 리걸인사이트(2016. 3. 3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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