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이사의 수이다. 누가 이사회를 장악하냐에 따라 유불리가 많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쟁점은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결의를 한 경우, 그 이사는 언제부터 이사가 되는지이다. (감사도 같다)
예를 들어서, 회사와 임용계약을 체결한 때로 볼 수도 있고(계약설), 반대로 주주총회에서 선임 결의가 있을 때(비계약설)로 볼 수도 있다. 양자는 경영권 분쟁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전자(계약설)의 경우는 회사의 승인으로 이사가 되기 때문에 주주총회 선임 결의가 있어도 이사회에서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회사에 유리하고, 후자(비계약설)의 경우는 회사의 승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회사에 불리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의 태도는 종래 회사와 임용계약을 체결한 때로 보았다(계약설).
대법원 2005. 11. 8.자 2005마541 결정 [감사지위확인가처분]
감사의 선임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는 피선임자를 회사의 기관인 감사로 한다는 취지의 회사 내부의 결정에 불과한 것이므로,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결의가 있었다고 하여 바로 피선임자가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에 따라 회사의 대표기관이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고 피선임자가 이에 승낙을 함으로써 비로소 피선임자가 감사의 지위에 취임하여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의 결의만 있었을 뿐 회사와 임용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아직 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즉 주주총회에서 선임 결의가 있다고 하여 이사의 지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고, 회사 또는 대표이사와 임용계약을 체결한 때 이사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변경되었는바, 이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 결의가 있으면 임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이사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았다(비계약설).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6다251215 전원합의체 판결 [이사 및 감사 지위 확인]
주주총회에서 이사나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만 있으면, 피선임자는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이사나 감사의 지위를 취득한다.
그 이유에 대하여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래와 같이 설시하고 있다.
1. 이사·감사의 지위가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별도로 대표이사와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되어야만 비로소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이사·감사의 선임을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으로 규정하여 주주들의 단체적 의사결정 사항으로 정한 상법의 취지에 배치된다.
2. 상법상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며, 회사의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나(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이사·감사의 선임이 여기에 속하지 아니함은 법문상 분명하다.
3. 상법상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가진다(제393조 제1항). 상법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제382조 제2항), 이사에 대하여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제382조의3),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388조), 위 각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이사의 지위는 단체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이사로 선임된 사람과 대표이사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에 기초한 것은 아니다.
4.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교체하는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사선임결의에도 불구하고 퇴임하는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지 아니한 이상 이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보게 되면 주주로서는 효과적인 구제책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5. 감사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사하는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이며(제412조 제1항), 회사와 감사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사에 관한 상법 규정이 다수 준용된다(제415조, 제382조 제2항, 제388조). 이사의 선임과 달리 특히 감사의 선임에 대하여 상법은 제409조 제2항에서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감사선임결의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지 아니하여 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하면 위 조항에서 감사 선임에 관하여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취지가 몰각되어 부당하다.
6.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사를 임무로 하는 감사의 취임 여부를 감사의 대상인 대표이사에게 맡기는 것이 단체법의 성격에 비추어 보아도 적절하지 아니함은 말할 것도 없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1. 1. 3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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