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문학상 파동'… 쉽게 봐선 안될 '저작권 양도'


이문열, 신경숙, 한강 등 당대 최고 작가를 배출한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의 하나인 ‘이상 문학상’ 수상 후보로 선정된 젊은 작가들이 저작권 문제로 수상을 거부한 사태로 문학계가 시끄럽다.

이상 문학상의 주관회사인 ‘문학사상사’가 최근 수상작을 발표하면서 작가들에게 계약서를 보냈는데, 그 계약서 내용에 3년간 저작권을 양도해야만 수상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수상을 했다는 이유로 3년 동안 젊은 작가들의 저작권이 박탈돼 자기 작품을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하거나 또는 영화화 제안이 들어와도 이를 거절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작권 양도 가볍게 생각해선 안돼

위 젊은 작가들과 달리 일반적으로 많은 저작자들이나 이용자들이 저작권 양도를 가볍게 보고 있으며, 아예 이런 의식 없이 저작권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고자 한다.

[사례1] 캐릭터를 디자인하여 단돈 20만원에 저작권을 양도했는데, 나중에 캐릭터가 대박이 나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캐릭터 디자이너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사례2] 아기의 돌 사진을 찍고 사진을 받은 후 편집을 위해서 원본을 달라고 했더니, 사진사는 창작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되고 양도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원본을 넘겨줄 수 없고 원본을 받으려면 수백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저작권 양도를 가볍기 봤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만일 캐릭터 디자이너가 저작권을 양도하지 않고 다른 식으로 이용허락을 했더라면 저작권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고, 사진 고객이 저작권을 양도받았다면 원하는대로 편집을 해서 오래도록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것이 가능했다.

저작권 특정하지 않고 양도하면 모든 권리 상실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분되는데,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 권리를 의미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과 달리 양도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도는 저작재산권에 한정된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물의 이용에 대한 권리로서,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내용으로 한다.

더불어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저작권의 양도와 저작권의 이용허락의 2가지 있는데, 이것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저작권 계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의 양도란 저작재산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넘기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은 권리의 다발인 바, 저작권 양도 계약서에 일부 권리에 대해 특정이 되어 않으면 저작재산권 전체가 넘어간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 원치 않는 경우 반드시 저작권 중 어떤 권리가 양도되는지 특정해 줄 필요가 있다.

저작권이 양도되면 그 양도인은 양도된 권리에 대하여 권리를 상실한다. [사례1]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는 저작권을 20만원 받고 양도하는 순간에 저작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사례2]에서 사진 고객은 저작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의 소유권만을 취득했을 뿐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취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작권 넘기지 않고 타인에게 ‘이용 허락’ 가능

저작권을 양도하지 않고 타인에게 저작물을 이용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당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이라 한다.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은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그대로 보유하면서, 타인에게 저작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용을 허락하는 계약이다. 저작권 양도 계약과 달리 저작권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사례1]에서 캐릭터 디자이너가 저작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했다면, 저작권은 여전히 캐릭터 디자이너가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캐릭터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에게 일부 권리를 양도할 수도 있고, 일부 권리를 이용허락 하는 등 캐릭터에 대한 이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거래에 비유하자면 저작권 양도 계약은 매매계약과 유사하고,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은 임대차 계약과 유사하다고 보면 대충은 맞는 이야기이다.

경우에 따라 저작권 양도와 이용허락 효용 달라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저작권 양도 계약은 항상 악(惡)이고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이 항상 정답인가? 그렇지는 않다. 저작권 양도 계약이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고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이 더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다. 양자는 각각 그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작자가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 대신에 저작권을 양도함으로써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저작권자의 의사가 저작권 양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부주의해서 또는 힘의 논리에 의해 저작권 양도가 되는 경우가 문제인 것이다. 특히 경제적·사회적 강자가 약자에게 과도한 저작권 양도를 강요할 경우 문제가 된다.

이상 문학상 사례에서도 문학사상사가 제시한 저작권 양도 조항이 젊은 작가에게 과도한 강요로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관행이라고 하지만, 저작권자의 권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관행에 구속되지 않고 오히려 불합리한 관행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젊은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1. 11.)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