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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


지난 토요일 밤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서 유족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위로와 추모의 시간이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과 더불어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에 과거 사례나 판례를 바탕으로 과연 법적 책임이 발생했는지, 누가 그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인파를 밀었던 사람, 주변 상가 운영자, 국가나 지자체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인파를 밀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밀었던 행위와 사상(死傷)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한 규명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밀집도로 보아 밀집된 인파의 한쪽을 밀면 그 여파는 밀집된 다른 인파까지 미친다는 점은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있어 인과관계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파를 밀었던 당시 사상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가 있다고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과실은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될 수 있어 과실치사상죄는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 상가 운영자에 대하여 논해 보건대, 이들은 당일 축제 등에 대한 주최자도 아니며 당시 상황으로 보아 상가를 벗어나 공중이 통행하는 도로까지 관리 의무를 지거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 있으나 밀집된 인파를 피해 상가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고의적으로 막은 경우는 달리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나 지자체의 형사책임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5년 11명이 숨진 경북 상주 콘서트 압사 사고에서는 상주시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됐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당시 국가나 지자체가 축제 주최자나 관리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곧바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일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되는데, 중대산업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해서 사망·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이번 사고는 그 적용이 어렵다.

반면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로써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여기서 공중교통수단이란 도시철도차량, 승합자동차, 여객선, 항공기인데 이러한 공중교통수단은 이번 사고와 큰 관련이 없으므로 결국 문제되는 것은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인지 여부다.

무엇이 공중이용시설인지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련 규정이 존재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4호는 ①실내공기질관리법상의 시설 ②시설물안전법상의 시설물 ③다중이용업소안전관리법상의 영업장 ④기타 재해 발생 시 생명·신체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장소 등 네 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은 ①실내공기질 유지와 무관한 곳이고 또는 실내가 아니므로 실내공기질관리법상의 시설로 볼 수 없고, ③다중이용업소 또는 영업장과 무관하므로 다중이용업소안전관리법상의 영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이 통행하는 골목을 ④재해 발생 시 생명·신체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장소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남은 ②시설물안전법상의 시설물인지 여부만 검토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물안전법상의 시설물은 건설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교량, 터널, 항만, 댐 등을 의미하고 시설물안전법의 하위 규정인 대통령령이나 고시를 보더라도 시설물에 대해 도로교량, 철도교량, 도로터널, 철도터널, 항만의 갑문 등, 댐, 공동주택, 지하도상가, 철도역시설, 관람장, 하천의 하구둑 등, 상하수도, 옹벽, 절토사면, 공동구로 열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결국 도로나 골목은 시설물안전법상의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의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따질 필요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민사적인 국가배상책임은 달리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찾아야 하는데 헌법 제34조 제6항 외에 재난안전기본법 제4조는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인정하고 있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의무'까지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할 수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공무원의 법령위반에 대해 '엄격한 의미의 법령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 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해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경찰이 출소한 범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한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인파가 많이 몰린다는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가 국가배상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축제 등에 대해 재난 대비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장래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이번 기회에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의무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의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2. 11. 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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