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위헌에 따른 해결과제

2020년 12월 22일 업데이트됨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터넷게시판을 설치ㆍ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2.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 (처음에는 30만명 이상이었다가 10만명 이상으로 규제가 강화됨)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하여 과거 악플로 인하여 자살한 여자배우를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실명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인터넷실명제는 넘쳐나는 인터넷 악플을 제어함으로써 건전한 사이버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 하에 도입된 제도이지만 익명에 의한 표현이 제한됨으로써 민주주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주민번호 등의 수집ㆍ보관으로 인하여 상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안고 있었으며, 인터넷 악플의 차단 효과도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차에, 헌법재판소는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포털 등에 적용되었던 인터넷실명제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하여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포털 등은 더 이상 의무적으로 인터넷실명제를 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미만인 포털 등과 동일한 법적용을 받게 되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직 인터넷실명제를 요구하는 다른 법령의 합리적인 정리이며, 또 다른 하나가 인터넷 악플에 대한 대체방안의 강구이다.

정보통신망법의 인터넷실명제에 대하여 위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몇 개의 개별 법령은 주민번호의 수집을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공직선거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청소년보호법,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등급에 관한 법률 등'에서 여전히 실명인증을 요구하거나 또는 주민등록번호의 활용을 규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거래기록의 보존 등) ① 사업자는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에서의 표시·광고, 계약내용 및 그 이행 등 거래에 관한 기록을 상당한 기간 보존하여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가 쉽게 거래기록을 열람·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사업자가 보존하여야 할 거래기록 및 그와 관련된 개인정보(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 거래의 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한정한다)는 소비자가 개인정보의 이용에 관한 동의를 철회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존할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제12조의3(게임과몰입·중독 예방조치 등) ① 게임물 관련사업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통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자에 한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이하 "예방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

헌법재판소의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 전자상거래나 게임이용에서 요구하는 실명확인제도를 현실적으로 고려하여 법령상 개인정보의 요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2010년에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가 사전검열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인터넷 악플러에 대한 대책은 건전한 인터넷 발전 및 인터넷 저변 확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에도 많은 대책이 있었지만, 인터넷실명제 폐지와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대책을 내고 있다.

우선,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인증수단인 아이핀(I-PIN)의 활성화가 있다. 아이핀(Internet -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이란 대면확인이 불가능한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하여 본인임을 확인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식별번호를 가리킨다. 주민등록번호를 검증된 제3의 인증기관에 통합·보관하고 개인에게 발급된 번호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사한 대체 인증수단으로는 휴대폰 인증, 공인인증서 인증, 신용카드 인증이 있다.

한편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 이후 후속대책으로서 사업자의 자율규제 활성화와 게시중단 등의 임시조치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수도 있다.

인터넷실명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청소년 보호의 정신은 유지되어야 한다. 성인의 악플로 인하여 청소년의 인격권의 심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청소년 사이의 욕설이나 악플 등의 자제나 정화를 위한 조치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용자가 실명 확인이 된 글과 익명의 글을 구분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며, 게시글 관리자인 포털의 책임 강화, 수사기관의 인터넷 주소(ip address) 등의 추적 강화 등도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실명제의 폐지가 책임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면 더 많은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보다 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블로그(2012. 10. 17.), 디지털데일리(2012. 10. 17.)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