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사와 잊혀질 권리 (3)

2020년 12월 22일 업데이트됨


2014년 5월경에 있었던 유럽사법재판소의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다시 유발했다. 이 판결은 최초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로 소개되고 있는바, 검색엔진인 구글에 대해 잊혀질 권리의 실행을 명령한 판결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권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럽사법재판소의 고민보다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겠고 더 많은 법적·기술적 검토와 여론 수렴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IT 환경은 유럽과 다르며,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환경 역시 유럽과 상이하다.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에서 볼 수 있는 유럽과 구글의 관계는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예컨대 유럽의 개인정보 당국은 견제의 대상으로 구글을 대했지만,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당국은 우리나라 포털인 네이버나 다음 등을 오직 견제의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유럽 사법재판소나 GDPR의 잊혀질 권리를 우리나라에 도입함에 있어 그 이념과 아이디어는 반영하되 그대로 카피해서는 아니 되고 우리 실정에 맞추어 적응시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형 잊혀질 권리로서 ‘정보갱신권’에 대해 제안한 바 있다.

잊혀질 권리라고 하면 오직 정보를 삭제할 권리로 이해되고 있고 또 사실 그것이 정확한 이해이지만, 극단적인 정보의 삭제(erasure)가 아닌 완화된 형태의 정보 업데이트(update)를 기본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 현 시점에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하게 하는 권리로 보는 것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잊혀질 권리는 과거에 정확했고 적법했던 정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적절해졌을 때, 삭제의 방법으로 디지털 시대의 망각을 실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 시점에서의 정확성을 도모해 보자는 것인데, 단순한 삭제 대신 업데이트를 원칙으로 삼게 되면 망각의 지점은 거치지 못하더라도 그 궁극적 목적인 현 시점에서의 정확성 도모는 놓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잊혀질 권리의 가장 큰 비판점인 표현의 자유 침해나 알권리 침해의 문제점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삭제를 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의 변천과정을 밝혀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 침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기록으로서 인터넷의 기능을 그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인터넷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언론의 경우에는 더더욱 부적절하거나 부적절하게 된 기사 등에 대해 극단적인 삭제를 하는 대신에 완화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검색엔진의 중립성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의 잊혀질 권리는 원 소스에 대해는 삭제나 수정을 요청하지 못하고 단지 검색엔진의 검색결과 삭제만을 요구하고 있는데, 원 소스의 내용은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둔 채 이렇게 검색엔진의 검색결과를 삭제하는 것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온전한 실현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더 큰 문제는 검색엔진의 검색결과를 인위적으로 왜곡시켜 검색엔진의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검색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나아가 앞으로 권력자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악용이나 남용에 대한 합법적인 길을 열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결론적으로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그 복제글, 링크(④)에 대해는 잊혀질 권리의 변형인 ‘갱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갱신이라는 것은 업데이트 내용이나 링크를 원 기사에 삽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갱신청구 인용 여부를 판단할 때는, 기사에 대한 공중·언론기관의 이익과 피해자의 이익을 이익형량해 결정해야 한다.

갱신시 삽입되는 업데이트 내용이나 링크는 관할 기관에서 정해주어야 하는데, 이 역시 언론기사에 관한 것이기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 부적절한 기사나 그 복제글, 링크(②)에 대한 새로운 구제수단

최근 대법원은 부적절한 기사에 대한 삭제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다. 즉 대법원은 “명예는 생명, 신체와 함께 매우 중대한 보호법익이고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물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가지는 권리라고 할 것이므로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인 명예를 위법하게 침해당한 자는 손해배상(민법 제751조) 또는 명예회복을 위한 처분(민법 제764조)을 구할 수 있는 이외에 인격권으로서 명예권에 기초해 가해자에 대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도 있다.

한편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기사삭제청구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기사로 인해 현재 원고의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형량하면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고, 피고가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형사상 명예훼손죄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사유는 될지언정 기사삭제를 구하는 방해배제청구권을 저지하는 사유로는 될 수 없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고 판시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부적절한 기사는 인격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해 삭제를 할 수 있으며, ‘상당성’의 법리에 의해 삭제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언론중재 제도에도 도입해 피해자가 부적절한 기사에 대해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 또는 ② 부적절한 기사나 정보(= 그 복제글, 링크)를 허위정보로 보아 불법정보와 같이 취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언론중재 제도에서는 사후에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정보에 준해 다루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여기에 대해는 가정하건대 3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첫째, 판례의 태도에 따라 삭제청구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인격권을 중시하는 견해로서, 관련 정보가 삭제되지 않는 한 언론기관의 주관적인 사정에 상관없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고, 인터넷 공간에서 존재하는 허위 정보는 결과론적으로 불법정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갱신청구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견해로서, 언론기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그 당시에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실제 진실이 수십년 후에 밝혀진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 기자가 사실로 믿어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 충분히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셋째, 원칙적으로 삭제청구를 인정하고 다만 공인 또는 공적사안에 대한 기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갱신청구만 인정하는 견해이다.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를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서, 부적절한 기사는 결국 허위정보이므로 인터넷 공간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하지만, 만일 공인 또는 공적사안에 대한 기사라면 의혹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고 그것도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인에 대한 기사의 경우에는 삭제를 하지 말고 갱신청구를 인정해 히스토리를 남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견해를 지지한다.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은 대체로 사후에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공인 또는 공적사안에 대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 결어

지금까지 쌓인 잊혀질 권리에 대한 판결은 거의 대부분이 언론기사에 관한 것이다. 그만큼 잊혀질 권리에 있어 고려의 핵심은 언론기사가 돼야 한다.

나아가 인터넷 공간에 있는 기사나 정보가 그 당시 적법했고 적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질 권리를 통해 삭제를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갱신권’은 잊혀질 권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많은 비판점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글은 2014년 12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책심포지엄 '인터넷 공간의 잘못된 기사와 새로운 피해구제 방안'에서 발제한 내용을 요약 및 보완한 것이다>

<끝>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4. 12. 9.)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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