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 몇 가지 오해

2020년 12월 22일 업데이트됨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매일 잊혀질 권리에 관한 글이 기사로 올라오고, TV 프로그램도 잊혀질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디지털 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현상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려다니지 않고, 인터넷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평가하고 싶다.

이렇게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인간’에 맞추어 가는 과정이 쌓이면, 종국에는 인터넷 세상을 그 어떤 공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더 긍정적이며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몇 가지 오해는 풀고 잊혀질 권리를 논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 몇 가지 오해에 대하여 논해보고자 한다.

잊혀질 권리의 핵심은 명예훼손적 게시글이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글은 한결같이 ‘명예훼손적 글’을 잊혀질 권리의 대표적인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의 핵심은 불법정보인 명예훼손적 게시글의 삭제가 아니고 적법한 정보의 삭제이다.

적법한 정보라면, 예컨대 A가 스스로 올린 게시글이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지자 서둘러 A가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의 A가 올린 게시글, B라는 사람이 이혼한 이후 다시 재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혼 정보가 인터넷에 유포되어 있는 경우 B의 이혼에 관한 정보, 옛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C의 옛 연인이 자꾸 C의 연관검색어로 부각되는 경우에 있어 그 연관검색어, D가 뇌물죄로 기소되었다가 나중에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퍼져 있는 D의 뇌물죄 기소 게시글 등이 있다.

유럽에서 잊혀질 권리가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도 그러하고 일본도 그러하지만, 명예훼손적 글에 대하여는 불법행위로 규정하여 피해자의 삭제요청이 가능하게끔 애초부터 법제화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민법 불법행위 규정에 의하여 피해자는 가해자 및 포털에게 삭제요청을 할 수 있고(제751조, 제760조), 대법원 판례 역시 가해자 및 포털의 삭제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9.4.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즉 명예훼손적 글의 삭제는 굳이 잊혀질 권리가 새로이 제정되지 않아도 가능한 것이며, 포털은 명예훼손 범죄자의 방조범으로서 마찬가지로 삭제의무가 있는 것이기에, 굳이 명예훼손적 글의 삭제를 잊혀질 권리의 핵심 과제로 삼지 않아야 한다.

잊혀질 권리를 명예훼손적 불법정보에 대하여 집중ㆍ부각하여 논의하는 것은 자칫 주제의 핵심을 벗어나게 하고,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킬 여지가 있다. 잊혀질 권리의 핵심 논의는 명예훼손적 게시글이 아닌 적법한 정보에 대하여 존재하여야 하고, 이 정보의 삭제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가 이끌어져야 한다.

덧붙여, 잊혀질 권리의 대상이 ‘명예훼손적 게시글 및 적법정보’인지, 아니면 ‘명예훼손적 게시글을 제외한 적법정보’에 한정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후자로의 범위 설정이 전체적인 법체계에도 더 잘 부합되며, 유럽의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제17조 제1항의 해석에도 부합하고, 더불어 각 정보 취급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잊혀질 권리는 글게시자에 대한 권리이다?

잊혀질 권리의 행사 대상은 원하지 않은 정보를 올린 게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시자에 대한 권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잊혀질 권리는 게시자에 대한 권리가 아니고 포털, 검색엔진, SNS 등과 같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한 권리이다.

포털, 검색엔진, SNS 등을 상대로, 처리를 원하지 않은 정보가 있거나 그 수집ㆍ처리 목적을 다한 정보, 그리고 합법적인 보유 근거를 상실한 정보가 있는 경우, 정보주체가 그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잊혀질 권리이다.

따라서 잊혀질 권리가 게시글 ‘전체’의 삭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A가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홈페이지에 ‘개인적인 목적으로’ B에 대한 정보가 담긴 게시글을 쓴 경우, 이 게시글의 정보처리를 원하지 않은 B는 포털, 검색엔진, SNS 등에 대하여 링크 삭제, 복사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직접 A에 대하여 삭제요청을 할 수는 없다.

A에 대하여 삭제요청을 할 수 있으려면, A가 올린 글이 명예훼손적 게시글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여야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B는 A에 대하여는 삭제 요청을 할 수 없고, 잊혀질 권리 행사로서 단지 포털 등에 대하여만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즉 잊혀질 권리의 본질은 정보주체가 원하지 않은 정보 등이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포털, 검색엔진, SNS 등의 고유한 기능에 의하여 확산되는 것을 막는 권리이다.

이노근 의원 법안으로 잊혀질 권리가 실현될 것이다?

금년 2월경 이노근 의원은 아래와 같은 잊혀질 권리 법안을 제안한바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7항 이용자가 자신의 저작물로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한 정보에 대하여 해당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확인 절차를 거쳐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 즉시 신청인에게 알려야 한다.

<저작권법> 제103조의4(저작물의 삭제요청) ①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자신의 저작물을 게시한 자는 언제든지 해당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된 저작물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저작물의 삭제 요청을 받으면 지체없이 해당 저작물을 삭제하고 즉시 신청인에게 알려야 한다.

위 법안은 국민들에게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인터넷 세상에서의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각인시켰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잊혀질 권리’로서 몇 가지 개선하여야 할 사항도 보이고 있다.

첫째, 위 법안 중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7항의 주체는 ‘이용자’이고, 저작권법 제103조의4의 주체 역시 ‘게시한 자’라고 되어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상의 이용자는 반드시 개인에 한정하지 않고 있으며(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4호), 저작권법상의 저작권자 역시 개인에 한정하지 않는다(저작권법 제2조 제2호).

그런데, 잊혀질 권리를 포함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살아 있는 개인(자연인)’의 권리이지 ‘법인’의 권리는 아니다. 유럽의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는 살아 있는 자연인에 한하여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망법ㆍ개인정보보호법 역시 모두 살아 있는 자연인에 대한 권리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법인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위 법안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까지도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상장기업이나 국가,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바, 이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다.

둘째, 위 법안은 ‘저작물’로 한정하여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저작물’이란 창작성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게시글에 대하여는 저작물 인정이 쉽지 않고, 따라서 위 법안에 의하여서는 잊혀질 권리로 삭제할 수 있는 대상이 거의 없다.

더불어 단순 게시글이 많은 인터넷 현황을 고려하건대, 위 법안의 ‘저작물’이라는 규정은, 삭제를 요구하는 이용자와 저작물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포털 사이에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셋째, 위 법안은 예외 사유가 없기 때문에 ‘알 권리’를 심히 침해할 소지가 크다. 유럽의 잊혀질 권리 법안은 몇 가지 사유와 몇 가지 예외 구조로 되어 있기에 운용에 따라서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위 법안은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주체의 의지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 보인다.

예컨대 위 법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선거에 임박한 정치인이 몇 가지 선거공약을 인터넷상에 올렸다가 선거가 끝나면 바로 포털에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고, 국가가 국정자료를 올렸다가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 바로 포털에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

넷째, 위 법안은 “현행법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를 이용한 저작물의 복제ㆍ전송에 따라 자신의 권리가 침해될 경우 이에 대한 중단의 요구권한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권리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상에 게시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삭제권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여 제안되었다고 한다. 저작권 침해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자신의 저작물을 삭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권리 주장에 대하여 바로 삭제를 시키지 않고 임시적으로 게시중단을 시키는 이유는, 침해 여부에 관하여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려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저작권 분쟁에 있어 포털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자가 명확하게 밝혀진 경우를 가정한다면, 어느 정도 위 법안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저작물이 복제, 인용, 전송 등이 되는 중에 저작물을 복제받은 자, 인용한 자, 전송받은 자 등은 저작권자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저작권자에게 대가를 주었을 경우도 있었을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는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있기에, 저작물을 복제받은 자, 인용한 자, 전송받은 자 등은 영문도 모르고 포털에 의하여 저작물의 이용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제103조 제2항 참조).

이 밖에 다섯째, 같은 내용을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의 양 법에 규정한 점은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강화하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문제이지 저작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법리 및 법체계상의 혼란이 생길 수 있으며, 여섯째, 잊혀질 권리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반드시 게시글을 삭제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 ‘비공개’의 설정으로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게 하는 방법도 있는바, 정보주체에게 삭제와 아이디 비공개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기록으로서의 인터넷 기능을 상실시키지 않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몇 가지 오해점을 짚어 보았다.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잊혀질 권리에 관한 논의는 불가피하게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인류에게, 올바른 인터넷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3. 3. 19.), 블로그(2013. 5. 8.)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