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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자동차의 법률적 쟁점 (1)


◆ 자율주행자동차와 안전

자동차는 인류 문명에 많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인명 피해를 부수적으로 가져왔다. 인류의 필수품이었지만 ‘위험한 물건’으로 인식되었기에 인류는 더 안전한 자동차 개발에 주력을 다하였고,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개발 배경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자동차가 인류에게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만으로 안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기술적인 고려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고려까지 해야 할 것이며, 특히 법제도면에서 안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아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정리한 표이다.

차량 측면에서 보면, 자율주행 기술상의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상의 결함이 있어 안전을 침해할 수 있고, 해킹 또는 보안 사고로 인하여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제조사와 운전자 측면에서 보면, 제조사의 과장 광고로 인하여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운전자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맹신으로 인하여 사고가 유발될 수도 있다.

교통환경 측면에서 보면, 교통체계나 ITS 등의 인프라의 미비로 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수 있고, 과도기에 자율주행자동차와 비자율주행자동차의 혼재로 인하여 오히려 사고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피해자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가 자율주행을 하는 자동차로 인하여 막상 사고를 입었더라도 책임주체를 확정하기 어려워서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고, 기술적인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사고 규명 노력이 쉽지 않은데 사고 규명 절차가 정비되어 있지 않으면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해 피해배상을 받지 못할 염려도 있으며, 피해배상 절차나 보험의 미비로 인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원래 취지인 안전을 안전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에 열거된 요소들이 달성되거나 정비되어야 함에 의문이 없다. 각각이 쟁점인 것은 틀림이 없으나, 여기서는 법제도 측면에서 난제라 할 수 있는 3가지, 즉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 사고 책임자의 결정, 피해배상과 보험에 한하여 다루고자 한다.

◆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

우리 법(‘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2항)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에 대하여 ‘자율주행자동차는 시스템우선모드에서도 「도로법」, 「도로교통법」을 포함한 모든 공공도로 주행 관련 제반 법령을 준수하도록 제작되어야 한다’라고 간단하게 기술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현대차ㆍ기아차 등의 제조사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율주행 모드(= 시스템 우선 모드)에서도 인공지능이 정상의 운전자들처럼 「도로법」, 「도로교통법」을 포함한 모든 공공도로 주행 관련 제반 법령을 준수하도록 프로그래밍하여야 한다.

얼핏 보면 굉장히 간단한 문제처럼 보이나,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제조사들이 「도로법」, 「도로교통법」을 포함한 모든 공공도로 주행 관련 제반 법령을 준수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예컨대 법령대로 횡단보도 정지선에 맞추어 자율주행자동차가 정지한다면 뒤에서 뒤따라오던 자동차가 정지선에 정지한 차를 받아 사고가 날 것이 명백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제조사는 이러한 경우를 과연 어떻게 고려하여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예로,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저히 정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대로 직진하면 10사람이 다치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게 되면 1사람만 다칠 경우(이른바 트롤리 케이스), 제조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트롤리 케이스에 대하여, 최근 Jean-Francois Bonnefon 등이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사이언스지)라는 논문에서 밝힌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Bonnefon 등은 트롤리 케이스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응답자 중 76%가 10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1사람이 다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공리주의적 또는 결과론적 윤리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자동차를 일응 공리주의적 또는 결과론적 윤리론에 따라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Bonnefon 등의 논문에서 나오고 있는데, 응답자 자신이 직접 운전자 등으로 관여되었음을 전제로 공리주의적 또는 결과론적 윤리론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차량을 구매하겠냐는 질문에 대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확신하지 못하였다.

덧붙여 피해자들이나 운전자의 사회적 평가가 개입된 경우, 예컨대 10명은 적군이고 1명은 아군일 때에는 1명이 아닌 10명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으며, 보험업자의 경우에는 비록 10명이라도 지불할 보험금이 적다면 1명이 아닌 10명을 선택할 것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험적 논리에 따라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과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 결정이 매우 복잡하고 굉장히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 상황과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동시에 고려하여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는 법적으로는 사고결과에 대한 면책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디지털데일리(2017. 6. 2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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