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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로서의 안무(안무저작권, 무용저작물)


최근 여성 댄서 크루들의 댄스 대결을 방영한 Mnet(엠넷)사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인기가 뜨겁다. 방송에 출연했던 댄서들은 각종 인기 프로그램과 광고에까지 진출하고 있는데, 이들이 방송을 통하여 보여준 안무 또한 연일 유튜브 채널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기 유튜브 채널 목록에는 이처럼 댄서들의 안무 영상만이 아니라 이들의 안무를 따라하는 학생들의 영상은 물론, 높아진 KPOP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 세계 각지에서 재현한 국내 아이돌의 안무 영상이 즐비하다. 이처럼, 인기 아이돌이나 전문 댄서의 안무를 재현한 영상은 유튜브 채널과 각종 SNS를 통하여 게시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저작물로서의 안무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제2장 제1절을 통하여 저작물에 관한 예시를 상세하게 들고 있고, 동법 제4조 제1항 제3호는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을 저작물의 예시로 들고 있다. 안무와 같은 무용저작물은 연극저작물에 포섭되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데, 이러한 무용저작물이 저작물로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저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참조).

그러나, 안무와 같은 무용저작물의 창작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무용저작물은 음악에 맞추어 인간의 몸동작을 통하여 감정이나 의사 등을 표현하는 종합예술인 동시에 안무를 창작한 안무가와 이를 실연하는 무용수가 창작자와 실연자로서 구분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인기 아이돌의 안무와 관련한 저작권침해금지사건에서, 분쟁이 된 안무에 사용된 각종 동작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볼 때, 각종 댄스장르의 전형적인 춤 동작, 그리고 이미 공개된 여러 춤에서 발견되는 특징들과 유사한 측면이 있더라도 해당 안무가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 분위기, 가사 진행에 맞게 종합적으로 재구성되어 악곡의 느낌에 맞게 상당한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져 각 춤 동작들이 곡의 흐름에 맞게 완결됨으로써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된다는 점에 비추어 해당 안무가 전문 안무가가 안무를 출 가수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으로서 안무가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안무 역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안무가의 안무를 사용한 침해자의 강습행위를 비롯하여 타인에 의하여 해당 안무를 재현한 것을 촬영하거나 녹화하는 행위 등에 대한 안무가의 금지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2. 10. 24. 선고 2011나104668판결 참조).

이와 같이, 우리 법원은 기존의 댄스장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요소가 있다하더라도 안무가의 창조적 변형이 있고 춤이 실연될 음악과 어우러져 해당 음악의 흐름에 맞게 완결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안무가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창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안무가의 안무를 재현하는 방법을 통하여 영리적·비영리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인 안무가에게 이용허락을 구하여야 한다.

한편, 일본의 동경지방법원은 1998. 11. 20. 안무동작에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발레의 안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 바 있고, 후쿠오카고등법원은 2002. 12. 26. 판결을 통하여 일본무용의 안무동작에 저작권을 인정하였다. 또한, 동경지방법원은 일본에서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Shall we dance'와 관련한 저작권사건에서, 사교댄스의 경우, 기존의 스텝을 조합한 것만으로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나 그것을 넘는 현저한 특징을 갖는 등 독창성을 갖춘 경우에는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문제된 사교댄스의 저작권을 부정한 바 있다(동경지방재판소판결 평성24년 2월 28일 평성20년(ワ)제9300호 참조).

앞서 소개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댄스장르의 안무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 안무 역시 저작물로서 보호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무용저작물은 실연가가 누구인가에 따른 감각적인 차이가 크고, 안무의 재구성과 변형이 여러 방향으로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데, 이로 인하여 무용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논쟁의 소지는 여전하다.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 '호두까기 인형'의 경우,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여, 차이코프스키(1840~1893)의 음악과 함께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의 안무로 구성되어 1892년경 초연이 이루어져 이미 저작권의 보호 기간이 경과하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표적인 안무가이자 볼쇼이 발레단의 전설적인 안무가인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재구성한 '호두까기 인형’은 소위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여전히 저작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릴 때, 티켓을 판매하는 판매처들은 해당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것임을 분명하게 표기하였다.

국내에서는 유명아이돌 방탄소년단이 2018.경 한 음악 시상식에서 선보인 '삼고무' 퍼포먼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삼고무'는 고(故) 이매방선생이 창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이매방삼고무'라는 이름으로 저작권등록이 마쳐진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삼고무'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해당 퍼포먼스가 고(故) 이매방선생의 '이매방삼고무'라는 점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하여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한편에서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이 지나치게 강하게 보호되는 경우, 그로부터 파생되는 창작에 한계를 가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무에 대한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안무를 비롯한 무용저작물 역시 이를 창작하는데 깃든 창작자의 권리가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저작권법의 보호 영역 아래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보호되는 것과 달리, 무용저작물은 해당 저작권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음악의 경우, mp3플레이어의 대중화로 음반 시장이 급변하면서 불법 다운로드에 관한 인식 제고를 위한 관련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음악저작물의 창작성 판단을 위한 체계화가 비교적 용이한 반면, 안무를 비롯한 무용저작물은 전체적인 안무가 안무에 사용된 음악과 결합하여 느껴지는 종합예술의 한 장르로 고정화될 수 없어 그 창작성 판단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저작권에 관한 소극적인 태도 역시 무용저작물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제고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을 위하여

일본에서는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가 기사를 통하여 알려졌다. 일본의 한 안무가가 자신의 안무를 NFT작품으로 판매했다는 소식이 그것인데, 해당 안무가는 COVID-19의 영향으로 불황을 맞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수익창출로 NFT를 주목하며, '댄스퍼포먼스 아트작품의 NFT화'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해당 아트작품을 NFT마켓 플레이스 'OpenSea'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NFT가 예술 작품의 결합은 물론, 국내 굴지의 가상자산 거래소와 유명 엔터테이먼트사의 협업 소식이 쏟아지는 지금 안무에 대한 저작권법 보호 영역의 필요성이 한층 더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안무를 비롯한 무용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판단은 전문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섬세하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안무 사례에서 보듯이 강렬한 인상의 안무는 짐작조차 어려운 파급력을 갖고,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의 영향력은 굳이 그 사례를 언급하지 않아도 세계시장에서 그 입지가 공고해졌다. 최근, 넷플릭스가 방영한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인기에 비추어 볼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은 기정사실화되었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국내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길이라도 그 고비를 넘겨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높아진 우리 문화 콘텐츠의 힘만큼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다 견고하고 널리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법무법인 민후 박가람 변호사 작성, 한국저작권보호원 블로그(2021. 11. 1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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