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금지가처분 VS 이직의 자유


영업비밀 보호 수단으로 가장 강력한 것 중의 하나가 직원의 전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전직금지가처분’이다. 이는 직원의 전직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으로 영업비밀 정보를 보호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2012년 실제 반도체업체의 사례(서울고법 2012.5.16.자 2011라1853 결정)를 통해 법원은 전직금지가처분 사건에서 무엇을 고려하고 어떤 식으로 판단을 내리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사례의 주인공인 회사는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 반도체 설계, 반도체 레이아웃(LAYOUT)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반도체 기본설계, 제작, 관리 등의 공정을 거쳐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해 S전자 등의 용역을 수행하거나 S전자에 납품을 하고 있는 회사다.

신청인은 2008년 5월 15일 광운대학교 산학협력단과 2008년도 고용계약형 소프트웨어 석사과정 지원 사업 협약을 체결해 전문 인력 수급 및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광운대학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공학과 대학원생이던 피신청인은 2008년 10월 2일 위 석사과정 지원 사업 협약에 따라 대학원 과정을 졸업한 후 신청인 회사에 최소 3년 동안 근무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신청인은 피신청인과 2010년 9월 1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피신청인은 입사한 후 영업비밀 등에 관해 보호계약을 체결했다.

직업선택의 자유 VS. 기업비밀 보호

이 계약에는 ‘피신청인은 피신청인의 업무가 신청인의 영업비밀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청인의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적어도 퇴직일로부터 1년 동안 신청인의 사전 동의 없이 퇴직일에 신청인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과 동일·유사 제품 생산 업체를 스스로 창업하거나 이러한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라는 전직금지약정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피신청인은 신청인 회사의 시스템 반도체 회로배치(LAYOUT) 중 ‘BACKEND’ 업무를 담당하던 중 2011년 5월 경 S전자의 2011년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이에 피신청인은 2011년 6월 30일 신청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해 신청인은 2011년 7월 1일 피신청인을 퇴직 처리했다. 그 후 피신청인은 2012년 2월 27일 반도체를 생산하는 S전자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자신의 영업범위와 같거나 유사한 S전자에 취직함으로써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했다며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전직금지약정에서 정한 전직금지기간인 1년 동안은 신청인과 동일·유사 업체로의 전직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신청인은 신청인 회사에 입사한 후, 주로 신입사원 기초교육을 받아 실제 ‘BACKEND’ 업무를 수행한 것은 5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영업비밀을 알 수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기에 알지 못하고 ‘FRONTEND CHECKLIST’, ‘BACKEND CHECKLIST’ 등 영업비밀을 출력해 소지했거나 유출하지 않았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신청인이 보유하고 있는 회로배치 기술이 충분히 일반화된 정보여서 보호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으며, 전직금지약정의 대가로 상당한 연봉이나 특별한 대가를 받은 바 없는 점 등을 들어 신청인의 신청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피신청인은 이 전직금지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기에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여섯 가지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이 퇴사 후 1년 동안 전직금지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첫째, 법원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고려했다

이 사건에서 전직금지약정은 피신청인이 퇴직 후 동종·유사 영업 분야에서 일함으로써 근무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신청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기업 간의 건전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이루어 낸 연구개발의 성과가 직원의 전직으로 다른 경쟁업체에 함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ASIC’ 팀에서 설계 프로그램 언어를 설계·작성해 이를 변환시키는 코딩작업을 했다. 작업내용을 ‘LAYOUT’ 팀에 넘기면 ‘LAYOUT’ 팀에서 회로배치 업무를 진행해 반도체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S전자에 생산을 주문·위탁한다.

그 중 회로배치 공정은 시행착오가 많아 검토와 보완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특히 ‘FRONTEND CHECKLIST’, ‘BACKEND CHECKLIST’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신청인이 만든 사실과 피신청인은 각종 사내 교육, 세미나, 간담회, 사내망(Intranet), 개인 컴퓨터에 보관한 컴퓨터 파일 등을 통해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된다. 이처럼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회사 소속 근로자로 일하면서 알게 된 정보는 이번 전직금지약정을 통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

둘째, 법원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와 직무 내용’을 고려했다

피신청인은 산학협력 과정을 통해 광운대학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공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해 이에 관한 상당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 법원은 피신청인이 입사 후 각종 교육, 세미나, 회의 등에 참가하고 사내망에 있는 각종 자료를 열람하는 등 신청인의 회로배치 업무와 관련된 기술적 정보를 익힐 수 있었으며, 실제 회로배치 업무에 투입돼 약 5개월 동안 ‘BACKEND’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신청인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지위와 업무에 종사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법원은 ‘전직금지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을 고려했다

전직금지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은 근로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고 사용자 이익 보호를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여야 한다. 이에 대한 합리성 여부는 궁극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및 공공 이익의 비교 형량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은 협약에 따라 신청인이 자금을 지원한 기간, 피신청인이 약정한 의무 근무 기간, ‘FRONTEND CHECKLIST’, ‘BACKEND CHECKLIST’ 등을 만들기 위해 신청인이 투여한 비용과 노력 정도, 신청인이 이 사건 협약으로 지원한 자금 규모, 피신청인이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다른 반도체 업체에 취업할 가능성 등을 종합해 보면, 퇴직일로부터 1년이라는 이 사건의 전직금지약정 기간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까지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유사한 제품’의 범위가 불명확하므로 대상 직종의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를 고려했다

신청인이 협약에 따라 광운대학교 산학협력단에 3,600만 원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피신청인에게 29,991,000원이 전달된 사실이 인정됐다. 신청인이 피신청인의 고용을 보장해 실제 사원으로 고용했다면 급여와 복지수준에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1년 동안 전직을 금지하는 대가는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법원은 ‘근로자의 퇴직 경위’를 고려했다

사용자 측의 귀책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라면 이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다고 보기 힘들겠지만 피신청인이 S전자에 취업하기 위해 신청인과의 3년 의무 근무계약을 위반하고 스스로 퇴직한 것이기에 이번 사건의 전직금지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여섯째, 법원은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을 고려했다

전직금지약정이 비록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피신청인이 대학원 졸업 전 취업이 보장된 업체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해당 업체에 일정 기간 근무하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중소기업이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산학협력을 체결해 대학원에 연구비를 제공하고 기술적 지원을 했음에도 근로자가 계약기간을 위반하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경쟁기업으로 쉽게 전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사용자, 대학교,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산학 협동 과정이 부실하게 될 염려가 있다.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신청인 회사에 고용된 대학원생 중 피신청인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현재까지 계속 신청인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직금지약정이 체결된 경우고, 그 기간이 1년이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①전직금지약정 자체의 유효성 ②기간의 적절성, ③전직금지의 대상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와 직무 내용, 전직금지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의 6가지 요소를 고려했다.

이번 사안은 전직금지약정이 있는 경우지만 전직금지약정이 없는 경우라면 법원의 고려 사유가 더 엄격해 질 수 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 이후 법원의 판단 기간이 통상 5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되기에 퇴사 직후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해야만 가처분 신청의 실효성이 보장될 수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5. 2. 3.), Security World 2015년 2월호(217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