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영업비밀 등 기업정보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기업들은 물적 대상인 영업비밀 관리를 통해 기업정보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영업비밀 보유자 등에 대한 전직금지약정으로 기업정보를 보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로자 퇴사 이후 수년 동안 동종 업종에 취업을 못하게 하는 전직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해 법적인 무효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라고 판시하여 그 무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상황에서 전직금지약정이 무효가 되는가?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라고 판시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어떤 상황에서 전직금지약정이 무효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려면 전직금지약정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란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위 대법원 판결)’. 단순히 영업비밀에 한정하지 않기 때문에 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정보 또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않은 정보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전직금지약정은 무효가 된다.
또한 회사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측면이 강한 정보 역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가 영업비밀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위였다면 전직금직약정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 노무직에 종사한 자, 하위직에 있는 근로자 등에게는 전직금지약정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전직금지 기간이나 장소적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경우는 전직금지약정이 무효가 된다. 통상 법원은 전직금지 기간을 1년 정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년을 초과하거나 기간의 제한이 없는 경우는 1년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전직금지약정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장소적 범위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넷째,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도 참조되어야 한다.
퇴사 이후의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려면 퇴사 전의 특별한 대우나 처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반드시 특별한 대우나 처우가 있어야만 전직금지약정이 유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근로자의 퇴직 경위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가 해고를 했거나 사용자가 폐업을 해서 부득이하게 퇴직한 경우에도 전직금지약정을 관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최근 대부분의 회사는 근로자에 대하여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그 유효성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계약 자체로는 부족하고 여기서 언급한 요소들을 같이 고려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10. 23.), IT조선(2018. 10. 3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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