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소프트웨어 판매는 위법한가?

1월 25일 업데이트됨


어떤 사람이 구매해 사용한 중고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경우, 이러한 중고 소프트웨어의 판매는 법적으로 허용되는가?

이 문제는 저작권의 권리소진이론(doctrine of copyright exhaustion) 또는 최초판매이론(first sale doctrine)과 관련이 있는데, 권리소진이론 또는 최초판매이론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을 판매한 경우 그 저작물의 구매자는 당해 저작물을 자유롭게 배포·재판매하더라도 저작자는 배포권 침해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즉, 책을 구매한 사람은 그 책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 또는 배포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왜 양도시 저작자의 저작권이 소멸하는지에 관해 그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저작자가 저작물을 양도하면 그 저작물에 관한 권리를 행사했기 때문에 저작자는 그 저작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든지, 저작자는 양도시에 정당한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익을 누리는 것은 부당하다든지, 또는 저작자의 저작권과 구매자의 소유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매자의 소유권은 저작자의 저작권에 의해 제한될 수 없다든지 등의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권리소진이론은 1908년 미국 Bobbs Merill v. Straus 판결에서부터 인정되면서, 1909년 미국 저작권법에 도입됐고, 지금까지 중고 저작물의 판매나 진정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설명할 때 반드시 필요한 매우 중요한 이론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은 2006년 제20조를 개정하면서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단서 규정으로서 권리소진이론을 도입했다.

저작권의 권리소진이론이 인정되면 저작자의 배포권(distribution right)만이 소멸한다. 특허나 상표권의 경우에는 권리소진이론이 인정되면 전시·대여·수리 등이 모두 자유라는 점과 구별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방법을 매체 기준으로 구분하면 CD, DVD로 담아 판매(배포)하는 방법과 인터넷망을 통해 프로그램 등을 전송하는 방법이 있으며, 양도되는 권리 기준으로 구분하면 소프트웨어의 소유권 자체를 넘기는 방법과 대여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이용권만을 허락하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4가지의 경우의 수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첫째, CD, DVD로 담아 판매(배포)하는 방법 및 소유권을 넘기는 방법을 검토하면, 이 경우에는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는 매우 전형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중고 CD나 중고 DVD를 판매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들어온 저작물에 대해도 권리소진이론(이를 ‘국제적 권리소진이론’이라 함)이 적용돼, 우리나라의 저작자가 권리주장을 못하는 것인가?

미국의 사례로서, 태국 출신 수팝 커트생(Supap Kirtsaeng)은 미국보다 태국이 교재값이 싼 것을 알고, 태국에서 구입한 영문 교재를 미국에서 사용하다가 출판사인 존윌리앤선즈(John Wiley & Sons)에 의해 소제기를 당했다. 이 교재에는 허락 없이 미국으로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사안에서 미국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국제적 권리소진이론을 부정했던 종래 Omega 판결, CBS 판결, Denbicare 판결을 폐기하면서, 저작권의 권리소진이론은 지역적 차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제적 권리소진이론을 인정했고, 그 결과 수팝 커트생의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Kirtsaeng v. John Wiley & Sons).

이를 이 사안에 적용해보면, 외국에서 사온 소프트웨어의 CD, DVD 등을 우리나라에서 중고로 판매하는 것은 허용된다.

둘째, CD, DVD로 담아 판매(배포)하는 방법 및 대여하거나 이용권만을 허락하는 방법을 검토하면, 이 경우에는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가지 않고 이용권만을 허락한 경우로서 CD, DVD 등의 반환이 예정돼 있기에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소프트웨어가 담긴 중고 CD, DVD 등의 중고 판매는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대표적인 사건이 오토캐드(Vernor v. Autodesk) 사건이다. 자영업자인 원고 티모시 버너(Timothy Vernor)는 피고의 오토캐드 프로그램 패키지를 시애틀에 있는 건축회사로부터 구매한 후 이를 이베이(eBay) 경매 사이트에 내놓았는데, 이것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은 2010년 9월경, 오토캐트 패키지 구매는 매매가 아니라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셋째, 인터넷망을 통해 전송하는 방법 및 소유권을 넘기거나 이용권만을 허락하는 방법을 검토하면, 우리법의 해석상 이 경우에는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법은 복제물에 대한 유체물의 점유이전을 수반하는 배포와 온라인상의 데이터 이동을 의미하는 전송을 구별하고 있고, 저작권법 제20조는 배포권에 관한 조문으로서 같은 조 단서는 배포권의 예외로서 권리소진이론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망을 통해 전송받은 소프트웨어의 중고 판매는 허용되지 않고, 같은 이유로 저작물을 소유하지 않고 서비스로서 빌려 사용하는 SaaS 형태의 거래에서도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정책적 이유로서 인터넷망을 통해 전송받은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더라도 여전히 최초의 구매자가 그 소프트웨어를 지우지 않고 계속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중고 판매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복제물이라도 기술적 보호조치 등으로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결론으로서, 프로그램과 같은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 디지털 권리소진이론을 도입할 만큼 기술적 보호조치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온라인 전송과 관련된 권리소진의 원칙을 도입하는 입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Capital Records v. ReDigi 사건이다.

리디지사는 디지털 중고 음원 유통 회사로서 애플의 아이튠즈(iTunes)에서 구입한 음원을 중고로 판매·구입 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캐피탈 레코드사는 위 음원 중에 자사의 음원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고, 이에 뉴욕남부지방법원은 2012년 디지털 권리소진이론을 부정하고 리디지사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다만 유럽의 경우에는 결론이 미국과는 반대이다. 오라클(Oracle)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저렴하게 구매한 후 이를 고객에게 판매해 오라클 웹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게끔 해 주는 유즈드소프트(UsedSoft)사에 대해 오라클사가 저작권침해를 주장했던 UsedSoft v Oracle International 사건에서, 유럽사법재판소 및 독일연방대법원은 각 2012년, 2013년에 인터넷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는 경우에도 오프라인 판매와 같이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된다고 판시해 유즈드소프트사의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다만 유럽사법재판소는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저작자가 시간적 제한 없이 라이선스를 허락해야 하고, 유즈드소프트사가 판매 이후 해당 프로그램을 삭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독일연방대법원도 이 조건을 지지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디지털데일리(2014. 1. 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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