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의 현출물
컴퓨터 프로그램은 아이디어와 이를 표현한 소스코드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결과는 스크린을 통하여 우리 눈에 현출되어진다. 전통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의 보호대상은 소스코드이고, 소스코드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소스코드 표현에 대한 저작권 보호로는 권리보호 한계를 느껴 도입한 것이 기능적 요소를 고려한 소프트웨어(SW) 특허이고, 이후 컴퓨터 프로그램에 내재된 아이디어는 특허로도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미국 1980년 Diamond v. Chakrabarty 사건, 1981년 Diamond v. Diehr 사건 참조).
한편 아이디어 및 이를 표현한 소스코드로 인하여 최종적으로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결과물은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 스크린을 통하여 보여지는 결과물은 전통적으로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 현출물은 소스코드와의 관계에서 중복적인 보호가 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었고, 대부분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능 구현을 위한 것이어서 표현적 요소보다는 아이디어적 요소가 매우 강하여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였다.
이러한 한계는 스크린 현출물에 대한 디자인권 인정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게 되었다. 스크린 현출물은 근본적으로 물품성이 결여되어 있어 물품성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권과 어떻게 잘 융화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지만 이를 입법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현출물에 대한 디자인권 인정이 확대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글자체(typeface)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 등이다.
글씨체 디자인
컴퓨터 내에 저장되어 있는 폰트는, 그것이 비록 다른 응용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바로 실행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컴퓨터 내에서 특정한 모양의 서체의 윤곽선을 크기, 장평, 굵기, 기울기 등을 조절하여 반복적이고 편리하게 출력하도록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언어로 제작된 표현물이고, 서체파일 제작 프로그램에서 마우스의 조작으로 서체의 모양을 가감하거나 수정하여 좌표값을 지정하고 이를 이동하거나 연결하여 저장함으로써, 제작자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의 알고리즘(algorithm)에 따라 프로그래밍 언어로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보통의 프로그램 제작과정과는 다르다 하여도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작성되어 사람에게 이해될 수 있고 그 내용도 좌표값과 좌표값을 연결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컴퓨터 프로그램에 해당한다(대법원 2001.06.29. 선고 99다23246 판결). 따라서 폰트 프로그램의 소스코드에 대하여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법적으로 폰트를 다운로드받아 사용하였다면 이는 폰트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한편 폰트 프로그램과 달리 그 현출물인 글자체(typeface)는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즉 대법원은 “'산돌체모음', '안상수체모음', '윤체B', '공한체 및 한체모음' 등 서체도안들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야 할 문자인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한다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고 판시하였다. 글자체에 대해서 저작권적 보호는 하지 않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글자체에 대하여 디자인적 보호를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종래 컴퓨터 프로그램의 현출물에 대하여는 물품성의 결여로 디자인 보호를 거부해 왔다. 그러던 중 2004년 디자인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물품성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글자체에 대한 디자인권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디자인권 등록이 가능한 글자체는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기록이나 표지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글자들 간에 통일과 조화를 이룬 한 벌의 글자꼴(a set of letters)이어야 한다. 더불어 등록된 글자체 디자인이더라도 타자ㆍ조판 또는 인쇄 등의 통상적인 과정에서 글자체를 사용 및 그 사용으로 생산된 결과물을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디자인권의 효력은 미치지는 아니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란 사용자가 컴퓨터 등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하며, 문자 기반과 그래픽 기반이 있는데, 디자인권 등록이 가능한 것은 그래픽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이러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는 아이콘, 메뉴, 메뉴구조, 프롬프트, 커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저작권적 보호는 가능하나, 기능적 요소가 강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는 창작성을 발휘하거나 설사 발휘하여도 인정받기가 어렵고, 특히 소재나 그 배열에 있어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저작권법의 태도, 협소한 보호범위 때문에 똑같지 베끼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법원의 관행(Apple computer v. Microsoft corp.) 때문에 현실적인 보호는 어려웠다.
디자인권 보호에 대하여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과거에는 물품성을 전제로 하는 디자인권의 특성상 그 보호에 있어 일정한 한계가 있었지만, 이후 부분디자인 제도의 도입으로 디자인권에의 포섭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현재는 법의 개정 없이 심사기준을 통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보호되고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아이콘, 그래픽 이미지와 함께 화상디자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서 화상디자인이란 휴대폰, 전자기기, 컴퓨터, 정보화기기 등의 물품의 화면 등 표시부에 표시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로는 웹사이트 UI(예, 특허청 홈페이지), 응용프로그램 소프트웨어 UI(예: 한글프로그램), 모바일 UI(예 : 휴대전화기), 정보가전 UI(예 : 디지털 TV) 등이 있다.
다만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체로는 디자인권을 획득할 수 없고, 반드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휴대폰, 전자기기, 컴퓨터, 정보화기기 등의 물품의 화면에 표시된 채로 출원이 되어야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동일ㆍ유사 판단 기준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담긴 물품이 동일ㆍ유사하여야 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체의 모양도 동일ㆍ유사하여야만 하는 것이므로, 양자를 모두 만족하여야만 원칙적으로 동일ㆍ유사성이 인정되거나 침해가 인정된다.
마치면서
최근 지적재산권의 트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보호에 많이 편중되어 있으며, 이 분야에서 많은 쟁점을 쏟아내고 있다. 위에서 살핀 폰트 프로그램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종래 저작권적 보호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컴퓨터 프로그램의 보호가 문제되는 이유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능 복제가 점점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위 설명을 참조하여 소스코드의 저작권 등록 단계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특허 출원, 디자인권 등록, 상표 등록 등을 통하여 총체적으로 보호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자인맵(2013. 12. 3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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