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 직원 A가 회사 업무 차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때에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2) B 회사가 회사 직원이 아닌 C 개발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을 때 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저작권자란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저작물을 실제로 창작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힌트나 동인을 준 사람은 저작권자가 아니고, 완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검증한 사람 역시 저작권자가 아니다.
저작권자의 개념은 간단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작권자를 구분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지 않고 의뢰받아 개발한 경우가 그렇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 의뢰는 회사 내에서 그 회사 직원에게 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회사 외의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의뢰한 경우도 있다. 이를 차례로 살펴보자.
회사가 기획해 회사 내의 직원에게 개발을 의뢰한 경우 이를 ‘업무상 저작물’이라고 하는데, 우리 저작권법 제 9조는 저작권의 귀속에 관해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법인)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따라서 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회사에 속하게 돼 있다. 다만 회사가 기획한 다음 그 회사 내의 직원에게 개발을 의뢰해 업무상 저작물이 창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 귀속에 관해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서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에 따라 저작권자가 결정되므로, 종국적으로 회사가 아닌 직원에게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편 회사가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의 제작을 의뢰한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첫째, 컴퓨터 프로그램의 제작을 단순히 의뢰한 경우(단순도급)인데, 이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정의에 의해 의뢰한 사람(도급인)이 아닌 개발한 사람(수급인)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
창작의 과정이 주도적으로 개발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제작을 의뢰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계약으로써 종국적으로 저작권의 귀속이 의뢰한 사람에게 속함을 정해 둬야 할 것이다.
둘째,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자에게 자세한 주문이나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자기 의도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케 한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그 지시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한 두 가지 판례를 소개한다. 먼저 일본의 판례다. X가 화가 Y에게 지도 제작을 의뢰했는데, X는 지도의 도안·색채·도형뿐만 아니라 지도에 들어갈 주요 도로, 건물, 시설 등까지 상세히 지시한 경우 동경지방법원은 화가 Y가 화가로서의 예술적인 감각이나 기술을 구사해 스스로의 창의와 수단에 따라 제작한 것이므로 화가 Y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우리나라 대법원은 ‘주문자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을 하고 자금을 투자하면서 개발업자의 인력만을 빌어 개발을 위탁하고 개발업자는 당해 프로그램을 오로지 주문자만을 위해서 개발·납품한 경우’에 개발자가 아닌 의뢰자를 저작권자로 보았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60590 판결).
두 가지 예를 정리하면, 지시의 정도가 구체적이거나 개발자의 재량이 적어질수록 의뢰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를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저작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이 의외로 많은 바, 복잡한 다툼을 피하고 간단하게 법률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 계약 시 반드시 저작권의 귀속을 정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100만 원을 투자해 만든 제대로 된 계약서는 100억 원의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2. 12. 18.),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2. 28.)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