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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와 저작권


MBC의 간판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11월의 마지막 주에 유명 웹툰 작가 기안84가 웹툰 작가에서 팝 아트 장르로 작가로서의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을 방영하면서, 기안84와 일러스트레이터 김세동과의 만남을 비롯해 작가 김세동의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세동은 국내 유명 팝아티스트 중의 한 명으로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이자 해외 유명 음식점을 소개하는 가이드로 유명한 미쉘린, Michelin의 마스코트 '비벤덤, Bibesdum'을 패러디한 그림으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다.

최근 MZ세대의 높아진 문화적 취향과 맞물려 그림 소장에 따르는 투자 열기에 그림과 같은 문화 작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도 많아졌는데, 그 가운데 패러디 기법을 적용한 팝 아트 시장도 크게 성장하였다.

프로그램 중 패러디 기법을 적용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패러디의 원작 회사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작가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웹툰 작가 기안84의 이 같은 염려는 패러디 기법을 사용하는 많은 작가가 작품활동을 함에 있어 늘 고민하게 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작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순수 예술을 포함한 상업 예술 시장에서 저작권 침해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서, 아래에서는 팝 아트 시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패러디와 저작권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패러디 작품과 저작권 침해

저작권에 있어 패러디는 원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등과 같은 저작인격권을 비롯하여 패러디 작품이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는지에 따른 2차적저작물 작성권 침해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패러디와 관련하여, 패러디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면책은 해석상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을 뿐, 이를 저작권법에서 명문화하여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해외 사례를 통틀어 매우 드물다. 이는 법률적으로도 어떤 근거에 의하여 면책된다고 볼 것인지, 어디까지를 패러디의 영역으로 인정하여 면책할 것인지에 관하여 분명하게 정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패러디 작품의 경우, 패러디 작품을 통하여 원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고, 패러디 작품 그 자체가 독립된 창작적 가치 즉, 독립된 별개의 저작물에 해당할 때, 해당 패러디 작품은 '성공한 패러디'로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면책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패러디 작품이 독립된 별개의 저작물에 해당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 패러디 작품은 2차적저작물로 판단되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패러디 작품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및 동법 제35조의 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가 정하고 있는 요건들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으나, 패러디 작품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다른 저작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때문에, 패러디 작품의 저작권 침해 여부의 판단에는 원저작물과 패러디 작품, 사안별 특성,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일명 '서태지, 컴백홈 패러디 사건'에서 '이 사건 개사곡은 원곡에 나타난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 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일 뿐,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 사건의 원곡을 이용하였으며, 원곡을 인용한 정도가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바를 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해당 개사곡이 공정한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11. 1.선고 2001카합1837 결정 참조).

다시 말해, 패러디 작품이 패러디 작품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거나 원저작물과 다른 기능을 하지 않고,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거나 원저작물을 연상시켜 관심을 끌기 위하는 것에 그치는 패러디는 공정한 인용에 해당하지 않아 원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단이다.

이외에도 패러디 작품이 상업적인 성격을 갖는지 아니면 비상업적인 성격을 갖는지 여부가 패러디 작품의 저작권 침해의 면책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또한, 패러디 작품이 원저작물을 차용하는 정도와 관련하여, 종래의 미국 판례 및 학설이 차용의 정도를 '원작을 떠올리는 정도'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패러디 작품이 원저작물을 차용하는 정도나 원저작물이 패러디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수록 면책이 될 여지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패러디 작품으로 인하여 원저작물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원저작물이 거래되는 시장을 패러디 작품이 잠식할 우려가 작을수록 면책이 될 여지도 높다.

당면한 과제, 패러디 작품과 NFT

저작권의 영역에서 패러디를 어떻게 다룰 것일지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이다. 패러디로 인한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원저작권자에게 이용허락을 받는 등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이 보다 편리한 방편일 것이지만, 패러디 작품을 구상·제작하면서 저작권 침해의 소지를 벗어나기 위해 원저작자에게 매번 사전 이용허락을 받아야만 한다면 비평을 위한 제대로 된 패러디 작품은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패러디를 저작권의 엄격한 잣대에 비추어 평가할 경우 창작자들의 창작 욕구를 감소시키는 결과가 도출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

패러디 기법을 통하여 창작자들이 더 다양한 범위와 허물어진 경계 사이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은 물론, 작품을 향유하는 대중으로서도 보다 친근하고, 심리적인 허들 없이 쉽게 문화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패러디 기법을 사용한 저작물 제작은 장려될 필요가 있다.​

저작권 영역에서 패러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숙제로 미뤄두기에는 업계·시장의 흐름과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패러디 작품은 결국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와 같은 블록체인산업과 연계되어 그 파생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시장이 커질수록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들이 쉴새 없이 쏟아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향후의 분쟁을 방지하고, 원저작자와 패러디 작품 저작권자의 저작권 보호는 물론, 창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라도 저작권 영역에서의 패러디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박가람 변호사 작성, 한국저작권보호원 블로그(2021. 12. 2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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