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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노력’의 의미


기업에서 지식재산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고 기술이 기업의 핵심적 가치가 되어 감에 따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유출 사건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 단순히 기업간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이러한 경향은 발생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미국, 일본, EU 등 많은 국가들이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유출을 규제하는 핵심적 입법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줄여서 '영업비밀보호법)'이다. 하지만 영업비밀보호법은 영업비밀 인정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판단함에 따라 오히려 이 법에 따라 기술유출이 조장된다는 비판도 존재하였다.

예컨대 영업비밀보호법 제2조 제2호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바, 여기서 '상당한 노력'의 기준을 너무 높게 봄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에 대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태가 많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오랬동안 지적되었고, 심지어 100명의 추정 가해자 중에 오로지 16명 정도만 처벌받는다는 통계까지 나오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격심하게 드러내었다. 통상의 소송에서의 승소율을 1/2 정도로 보면, 영업비밀 침해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매우 유리한 결론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인 2015. 1. 28.부터 영업비밀의 성립요건 중 '상당한 노력'이 '합리적 노력'으로 개정되었다. 영업비밀 성립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기술유출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 취지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합리적 노력'은 불확정적 개념으로서 법원의 판례가 쌓여야만 구체적인 의미가 확정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하였다.

결국 최근 법원 판례가 구체적으로 '합리적 노력'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표적으로 의정부지법(2016노1670)이 존재하고 있다.

형사 항소심 판결에서 의정부지법은 1) 피해 회사가 전시회 등 행사 정보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면서도 고객들의 성명과 소속업체 등 이 사건 고객정보는 별도로 관리하며 직원들만 볼 수 있도록 했고, 2) 회사 계정을 모두 피해 회사 대표가 관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1심에서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만일 기존 '상당한 노력'의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면 여전히 무죄가 나왔을 사안이었다. 약간의 접근통제나 관리자 존재 등만으로는 영업비밀 유지노력으로 보지 않은 게 기존 판례의 태도였기 때문이다.

이 판결에서 피해기업은 직원 4명, 연간매출 2억원 정도의 소규모 기업이었는바, 피해기업은 변경된 개정법에 의하여 혜택을 본 것이다. 종전에는 이 정도 소규모 기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비밀 유지가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의정부지법의 전향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노력'의 구체적인 기준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개정된 '합리적 노력'에서 어느 정도의 접근통제를 필요로 하는지가 핵심적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블로그(2017. 2. 26.)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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