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지식글만 게재합니다.

'회피연아 고법판결'의 의미와 파장 (2)

6월 28일 업데이트됨


위와 같이 서울고등법원이 포털에 대해 이익형량 및 제공가부의 심사의무를 부여한 것은 과도한 수사기관의 개인정보제공 요청에 제동을 걸고(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 요청건수는 2009년 56만1476건, 2010년 59만1049건, 2011년 65만1185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것으로 타당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포털에게 과중한 의무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피해자가 공인인지 아닌지에 대해 법조인도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도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포털이 심사한 다음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특히 영세한 포털에게는 지나치게 큰 부담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포털에게 부여된 과중한 심사의무로 인해, 대부분의 포털은 개인정보제공을 아예 포기하고 수사에 비협조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최근의 뉴스에 의하면 포털은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차후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의해 포털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수사기관에 대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경우는 없어져서 이 조문이 갖는 취지가 완전히 사문화될 수도 있을 것이며, 결국 포털은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수사기관의 수사상의 부담, 법원의 영장발부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경미한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이버명예훼손 피해자의 권리 구제이다. 수사기관의 포털 등에 대한 가해자 정보 제공요청이 번번히 막히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이버명예훼손 사건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지도 못하거나 또는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피해는 명예훼손사건의 피해자가 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선 경찰관서는 사이버명예훼손의 수사에 대해 대단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서울고등법원 판결로 인해 이러한 경향은 더 커질 것이기에, 사이버 공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범죄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 구제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안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참고로 관련 사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1년 7월경, 국세청이 파워블로거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네이버 등의 포털에 탈세혐의가 있는 파워블로거 1300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구했으나, 법무부는 “국세청이 경찰권이 있는 사법경찰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결국 국세청의 포털에 대한 개인정보 요구가 좌절된 적이 있었다.

둘째, 포털의 개인정보 제공 요건에 관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돼 있지만, 그 절차에 관해 규정돼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24조의2 제1항, 제22조 제2항도 같이 알아둬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제24조의2 제1항, 제22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제24조의2(개인정보의 제공 동의 등)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제22조 제2항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다음 각 호의 모든 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2.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3.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4.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제22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동의 등)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동의 없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다.

1.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로서 경제적·기술적인 사유로 통상적인 동의를 받는 것이 뚜렷하게 곤란한 경우 2.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따른 요금정산을 위해 필요한 경우 3.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우선 포털은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부가통신사업자이자 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이므로 전기통신사업법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도 적용된다.

한편 정보통신망법 제24조의2 제1항, 제22조 제2항은 개인정보 제공에 관해 ‘다른 법률(예컨대 전기통신사업법,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고지하고 동의를 받을 의무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고지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개인정보 제공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이든지, 그렇지 않은 경우이든지 사후적으로 포털의 정보주체에 대한 ‘고지’를 의무화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고양하고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2. 11. 25.), 로앤비(2012. 11. 26.), 디지털데일리(2012. 12. 14.) 기고.

TODAY NEPLA's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