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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영업비밀 소송 (2)

7월 16일 업데이트됨


도시바 vs SK 하이닉스, 샌디스크 vs SK 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와의 사이에 1조원대 영업비밀 유출을 원인으로 한 생산·판매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다.

도시바와 NAND 플래시 메모리 공동 개발로 제휴해 온 미국 샌디스크(SanDisk)의 일본 법인에 근무하고 있던 스키타 요시타카가 2007년 4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의 관리 서버에 저장되어 있던 NAND플래시 메모리의 연구 데이터를 USB메모리에 무단으로 복사하여 반출한 다음, 2008년 7월에 전직한 SK하이닉스(당시는 하이닉스 반도체)에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였다는 혐의 때문이다.

도시바와의 소송은 현재 일본 동경지방법원에서 진행중이고 샌디스크와의 소송은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슈피리어 법원에서 진행중이다.

이 소송의 계기는 2014년 2월, 도시바의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절연막 연구 데이터를 SK하이닉스에 제공하였음을 시인한 스키타를 일본 경시청이 체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수사과정에서 스키타는 혐의를 대부분 ㅇ니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도시바의 주장에 따르면 스키타가 하이닉스 직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공유 파일에 연구 데이터를 올려놓았다고 한다.

도시바 및 샌디스크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소송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길고 긴 지루한 소송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바의 이번 소송의 의도는 손해의 전보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과 함께 잘 나가고 있는 SK하이닉스라는 경쟁업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는게 중론이다.

시사점

앞서 3개의 1조원대 소송을 보면, 공통적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소송이 진행중이고, 외국회사의 퇴사 직원이 연루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에서 발생했다. 특히 퇴사 직원의 도움을 받은 이후 외국 기업의 공격이 구체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우리 기업의 대비책이라 할 수 있는 것들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외국의 우수 인력을 스카웃할 때에는 불법적인 목적의 영업비밀 유출 시도로 보이지 않도록 채용과정에서 절차적으로 잘 갖추어야 할 것이며, 물적 자료를 수반하지 않도록 주의하되 만일 물적자료가 수반되면 철저하게 주의하여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3개의 1조원대 소송이 외국의 채용인력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며, 특히 영업비밀 유출이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외국의 채용인력은 우리 기업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편에서 행동하였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내용이다.

둘째, 현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을 때는 현지 컨설턴트의 범죄 이력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기술 유출의 읫미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지 컨설턴트가 보유한 자료가 실제로 불법자료임에도 이를 모르고 구매하거나 이용한 경우에는 같이 공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1989년, 일진은 미국계 중국인인 성친민 박사로부터 기술자문을 받다가 미국의 GE에 의해 기술 유출의 공범으로 몰린 바 있다.

셋째, 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때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 예컨대 이디스커버리 제도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소송에 임하여야 한다. 이디스커버리 제도에 따르면 함부로 회사의 자료를 삭제하거나 파기하는 경우에는 소송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코오롱은 듀폰과의 소송 중 이메일을 함부로 폐기하였다가 의제자백의 불이익까지 받을 뻔 하였으며, 삼성도 애플과의 소송 중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소송의 관할은 우리나라 법원으로 하면 바람직하겠지만,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 안으로 들어와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영업비밀 사건은 더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외국법원에서 소송절차가 진행될 때에는 무리한 행동이나 부당한 행동으로 소송 자체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넷째, 소송을 손해배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쟁사 견제나 시장 주도, 이미지 악화 등의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글로벌 기업의 전략이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계열을 견제하고자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애플도 그러한 예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송을 당하였다고하여 비관하거나 소송자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소송을 당하였다고 하여 무리하게 합의를 시도할 필요도 없다.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사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데 얼마든지 소송을 활용할 수 있기에,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전략에 인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송의 계기가 소송의 본래 목적인 손해의 전보에 있다기보다는 그 개시나 진행면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송은 경쟁사 견제, 보호무역주의, 정치적 이유 등에서 말미암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송은 국가적인 지원아래 이루어지는 것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을 당한 한 기업이 대규모·정략적 소송을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영업비밀 소송이 경쟁사 견제, 보호무역주의,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에 관한 대응을 기업에만 맡겨 두기보다는 범국가적 대응 체제를 준비하고 가동시키는 것이 국부 보존차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4. 6. 16.), 보안뉴스(2014. 7. 30.), 블로그(2014. 7. 3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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