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 관리 또는 저작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SW 라이선스 감사 요청 공문에 대해서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법무법인이 형사처벌을 운운하며,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은 기업은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게다가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 불법 사용 SW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그 초조함은 배가된다. SW 저작권 기업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초조함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SW 감사, 약관상 의무에 불과
실제 SW 감사 공문을 받은 기업들이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감사에 꼭 응해야 하냐는 것인데, 여기에서 알아둘 것이 SW 감사를 받을 의무는 계약(약관)상 의무이지, 저작권법상 의무는 아니다.
계약상 의무라는 것은 감사에 불응한다고 해서 바로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감사 공문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응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SW 감사란 저작권사가 사용자가 SW를 사용기준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용기준에 벗어난 내용이 있을 경우 올바른 사용기준 준수 이행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저작권사의 감사 요청은 일정한 기한 내에, 사용 내역 등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감사를 통보 및 협조를 요청하는 순서로 이루어지곤 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에 조정신청을 접수하는 등 강수를 두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 형사고소를 진행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기업의 SW 사용 실태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기도 한다.
직원들의 이용 실태, 면밀히 점검해야
위와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감사 대상 기업은 우선, 문제가 된 SW의 이용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SW를 구입할 때부터 약관이나 이용허락 조건을 숙지하고, 구입절차부터 폐기절차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의 SW 사용범위 등을 체크한 뒤, 사용범위에 벗어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한다.
설령 자체조사 결과 불법 사용 SW가 발견되었다 해도, 너무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저작권사가 공문 발송 후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형사고소로 나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단, 무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해당 내역을 회신하고 라이선스 구매 수량 등에 관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통상 SW의 풀모듈을 구매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진행하거나, 실제 사용한 SW에 대해서만 구매를 해도 된다.
만약 조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사용 내역을 간략하게 기재해 공문 또는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회신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 경우 저작권사가 회신 내역에 대해 의문이 있다 해도 실제로 감사인력을 대동하고 감사를 강요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용약관을 들어 막무가내 식으로 회사를 방문해 사옥에 침입할 경우,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SW 감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침착한 대응으로 리스크 줄이는 것이 필요
결국은 침착한 기업의 대응이 관건이다. 일부 기업들 가운데에는 감사 요청 공문을 수령하고 나서,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불필요한 요청에 응하거나 협상에서 저자세로 일관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라이선스 회사들의 감사 요청이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한 것이라면, 계약 당사자인 기업으로서는 ‘동등한 위치’에서 이를 거부하거나, 필요한 경우 협상에 나서면 될 일이다.
상대방의 공문 발송 근거, 계약 내용, 관련 법규를 숙지하고 침착하게 대응에 나선다면 당장 회사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거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지나친 염려는 금물이다. 감사 대응에 있어서 관련 분야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음으로써 불필요한 리스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허준범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9. 2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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