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불법복제물 단속, 피해사실 특정해야

1월 25일 업데이트됨


최근 소프트웨어(SW) 저작권 단속 및 조사 관행에 있어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선고됐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한 종업원들과 종업원들이 취득한 소프트웨어 복제물이 특정되지 아니한 공소제기는 무효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회사 업무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은 매우 크다. 수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쓰든지 아니면 오피스와 같은 대중적인 소프트웨어를 쓰든지 가격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프트웨어 없는 회사 업무는 꿈도 꿀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기업을 향한 소프트웨어 저작권자의 단속은 지속적으로 진행됐고, 이를 통해서 1년에 수백개의 회사들이 공문을 받고,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 소프트웨어 저작권자의 단속 관행은 실제 불법 소프트웨어를 복제한 종업원이나 그 행위 등을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고 단지 회사 내 컴퓨터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저장돼 있다는 이유로 회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실제 불법 소프트웨어를 복제한 종업원 특정이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특정하지 않아도 처벌된 사례가 쌓이다 보니 어느새 관행이 돼 버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소프트웨어 복제를 하지 않은 회사 대표가 복제한 사람으로 공소장에 기재돼 처벌된 예도 적지 않다.

본 판결의 사안에서 검사는 공소장에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회사의 종업원인 성명불상의 직원이 저작권자의 프로그램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후 이를 업무에 사용함으로써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기재했다.

실제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침해한 직원의 인적사항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 직원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에는 결과만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 직원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복제했는지(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아니면 복제한 소프트웨어의 복제물(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해 이를 업무상 이용했는지(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4호)도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검사의 공소장 기재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달 아래와 같이 판시(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했다.

“공소사실 자체에 종업원들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취득한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취득한 것인지, 그 복제물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그 취득 방법 또한 명확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 행위자인 종업원들이 성명불상자로만 기재되어 있고 누구인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피고인들로서는 그 종업원이 해당 컴퓨터프로그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직접 복제한 사람인지,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취득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전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정리하면, 종업원에 대해 성명불상자라는 기재와 그 종업원의 저작권 침해 행위 또는 그 종업원이 취득한 복제물에 대해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기에 공소제기가 무효(공소기각)가 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소프트웨어 저작권자의 단속 관행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특사경이나 일선 경찰의 조사 관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는바, 소프트웨어 저작권 사건에서도 이러한 취지가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이데일리(2020. 1. 4.)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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