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근로자의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경업금지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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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근로자의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경업금지약정


규모를 떠나 회사 또는 한 영업장의 개인 사업주는 해당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몸소 부딪치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영업 경쟁력을 터득하게 된다. 동시에 회사나 개인 사업주는 사업을 영위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나 개인 사업주는 고용과 동시에 고용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익혀 유사한 사업을 하거나 근로 조건을 개선하여 동종 업체로 이직할 수 있다는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회사나 개인 사업주는 그 피고용자의 인생을 영원히 책임져 줄 수 없기에 그의 이직이나 퇴사 후 사업의 시작을 무조건 방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회사 또는 개인 사업주가 자신의 영업 경쟁력을 지키면서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무엇일까.

(1) 본건 사안

대치동 소재 A외국어학원은 2016. 11.경 B와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계약기간을 2017. 1. 1.부터 2017. 12. 31.까지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강사인 B는 근로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17. 11.경 더 이상 일하기 어렵다고 A학원에게 통보하고 퇴사한 다음, 2018. 1. 1.부터 A학원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다가 2018. 9.경 퇴직하였다. 이때 A학원과 B강사 간에는 'B는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A학원이 위치한 대치동 또는 인근의 학원 등에서 강사로 근무하거나 개원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이 있었다. 과연 이러한 내용의 약정은 유효한 것일까.

약정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대법원이 다수의 판결에서 정리한 기준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2) 근로자와의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 여부 판단의 요소

회사는 영업노하우 보호를 위하여 근로자와 일정 조건의 동종 사업 영위 금지나 동종 사업의 경쟁업체 취업 금지(경업금지)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다. 이때 그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가 되어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에 관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①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③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④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⑤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등 참조).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학원과 강사 간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문제된 최근 판결에서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근로자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하여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었으며, 위 원고에 대하여 일정기간 특정지역에서 경업을 금지하지 않으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면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며 사용자의 이익과 근로자의 이익이 합리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염두 해야 할 것은 실제 소송에서는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위의 제반 사정은 그 유효성을 주장하는 당사자나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는 점이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 2015다221910 판결 참조). 따라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위의 각 요소의 주장 및 개별 요소를 충족하는 사실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영업을 존속하고, 근로자도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경업금지 약정이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의 약정을 해야 하고, 어떤 상황이 전제되어야 할까.

(3) 구체적인 적용

다시 사안으로 돌아가보자. 본건 사안의 대상 규정은 위 기준을 적용했을 때 학원의 영업비밀·노하우·고객보호 등에 관한 회사측의 이익과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이직의 자유를 조화롭게 실현하여 유효하다 인정되었을까.

본 사안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서울고등법원 2017. 2. 17. 선고 2016라21261 결정)으로, 해당 사건의 담당 재판부는 이 사건 경업금지 약정의 내용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기는 하지만 아래와 같이 위 ① 내지 ⑤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인정하며 유효함을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7. 2. 17. 선고 2016라21261 결정).

①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담당 재판부는 학원강사가 근로계약을 통해 업무 수행 중 취득하게 되는 모든 정보와 노하우는 학원의 영업상 중요사항 및 기밀사항임을 인정했고, 동일 상권에 있는 다른 학원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피고가 동종 학원을 개설하거나 이직하여 학생들이 피고를 따라 학원을 옮길 경우 원고 입장에서는 매출액 감소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학원을 그만 둘 가능성도 있어 학원 원장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인정하였다.

② 퇴직 전 학원강사의 지위

이러한 관점에서 담당 재판부는 근로계약을 통해 학원강사인 피고는 학원인 원고가 형성한 유형의 시설과 무형의 서비스를 활용해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의 강의능력, 노하우, 경력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수강생들이 피고의 강의를 다른 강사들의 강의에 비해 선호하게 되는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노력과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다.

③경업 제한의 지역·기간·대상 직종

특히, 약정의 내용에서는 경업금지 기간을 1년으로, 경업금지지역 역시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나머지 지역에서는 제한 없이 영어강의를 하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점다는 점이 있어 지나친 직업의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 보았다,

④대가 제공의 유무

무엇보다도 피고가 경업금지약정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한 약정은 없지만,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해 통상의 비율제 단과학원과 달리 최소 월급 400만원을 보장받았는데 이는 위 경업금지약정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 지나친 직업의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 보았다,

⑤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마지막으로 담당 재판부는 경업금지약정을 두지 않으면 경쟁학원에서 유명강사를 빼내는 일이 빈번해 학원업계의 거래질서 유지 및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적정한 대가, 경업금지에 따른 공공의 이익이 존재를 인정하며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함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를 적용하여 현실에서도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개별적 사안마다 ①내지 ⑤의 각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섭되어야 하는 사실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방적으로 경업금지 약정의 구비, 실제 운용단계에서의 지속적인 계약 문언의 타당성 및 실제 준수 여부 점검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예방적으로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각 회사 등의 업계 현황이나 지리적 특성, 영업 특성, 해당 근로자의 권한, 통상적인 시각에서 정당한 보상의 존재 등을 고려하여 경업금지약정 조항 내용을 구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근로계약 진행 중인 사실관계 발생 지점에서도 해당 조문이 실제 운영과 동떨어지는 점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더하여 근로자가 현재 계약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 것인지 그 행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예방적인 단계와 실제 운용에서의 점검까지 진행하였음에도 실제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기업의 영업 노하우를 보호하고 영업의 계속을 위해 대법원이 제시한 각 요건과 발생 사실이 적절하게 포섭될 수 있도록 법률적 해석과 이를 뒷받침할 증거들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이와 같이 영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고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할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경업금지 약정을 충분히 활용하여 회사나 개인 사업주는 건전한 기업 문화와 경쟁력을 갖춘 튼튼한 기업으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고, 근로자는 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제 활동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한지윤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1. 8. 2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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