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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133개 검색됨

  • 법정화폐가 아닌 코인을 받았는데, 사기죄가 되나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루나·테라 코인으로 떠들썩하다. 루나·테라 코인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은 위 코인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등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코인을 둘러싼 재산범죄 관련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기나 횡령, 배임과 같은 재산범죄의 경우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 코인이 과연 재산범죄의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다툼이 존재해왔다. 일반적으로 코인은 현실에서 담보물이 되기도 하고, 변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재산적 가치를 가진 채 유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하고 일정한 발행기관이나 감독기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므로 정의나 법적 성질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역시 ‘가상화폐는 아직까지 명확한 개념정의는 없으며, 그 법정성격이 화폐, 유가증권, 상품, 금융투자상품 등 중에서 무엇에 해당하는지 여전히 논의 중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 가상화폐도 사기죄의 객체에 해당할까 그러나 최근 사기 및 배임죄에서 코인의 객체로서의 법적 성질을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나와 해당 부분에 대한 다툼은 한동안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었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피해회사는 ○코인을 개발하여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개최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6,902BTC를 모집하였고, 모집된 BTC는 어느 한 명이 임의로 출금·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명 중 2명이 동의해야 출금이 가능한 다중서명계좌로 이동시켜 보관하였다. 피해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피고인은 3인 다중서명계좌에 보관하고 있던 위 비트코인을 코인 관련 이벤트에 참가한 뒤 돌려주겠다고 속여 비트코인을 단독 명의 계좌로 이체받았고, 이에 사기죄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에서 피의자는 '비트코인의 전송이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하여 이를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의 경우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사기죄의 객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를 실제 담보, 변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 가상화폐도 형법상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가상화폐는 여전히 재산범죄에 있어 법리가 확립되어 가는 중이고, 검토가 까다로워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아래 배임죄 판례는 가상자산을 위 사기죄 판례처럼 재산상 이익으로 보면서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면서도,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으며,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례에서 가상자산이 형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되면서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 재산범죄 관련 판례들이 그대로 코인 사건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기에 코인 관련 혐의들은 기존 판례들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객체 해당성 외에 다른 구성요건 및 제반사정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강다영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6. 13.) 기고.

  •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때 유의할 점

    카페, 학원 등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어, 프랜차이즈 계약과 기타 계약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현명하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Francise)란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사업”을 의미하며, 프랜차이즈 계약이란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계약”을 의미한다. 즉, 가맹계약은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만, 가맹계약이 아닌 경우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 경우 1) 정보공개서 등록 및 제공, 2) 허위·과장된 정보제공 금지, 3)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점포환경개선 강요 및 영업지역 침해 등 금지, 4)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등 사업자가 준수하여야 하는 사항이 많다. 그렇다면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이란 무엇일까? 1. 가맹사업의 정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양 당사자간 체결한 계약의 형식 및 명칭이 가맹계약이 아닌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계약의 내용이 가맹사업법상의 가맹사업 요건을 충족하는 등 그 실질이 가맹계약에 해당한다면 이는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 가맹계약이라고 보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2021. 5. 6. 의결 제2021-124호 등 참조). 그렇다면 가맹사업법상 사맹 사업에 해당하는지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 2.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의 요건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사업이라 함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ㆍ서비스표ㆍ상호ㆍ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원재료 및 부재료를 포함)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함과 아울러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ㆍ교육과 통제를 하며, 가맹점사업자는 영업표지의 사용과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ㆍ교육의 대가로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하는 계속적인 거래 관계(가맹사업법 제2조 제1호 참고)를 의미한다. 즉, ①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영업표지 사용 허가 및 운영권을 부여하고, ② 가맹본부의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하고, ③ 가맹본부가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을 하고, ④ 영업표지사용 및 경영ᆞ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ᆞ교육에 대한 대가로 가맹금 지급하고, ⑤ 가맹본부 및 가맹점사업자는 모두 독립된 사업자로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경우, 계약의 명칭 및 형식이 다른 계약이라 하더라도 가맹계약으로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공정거래위원회 2021. 5. 6. 의결 제2021-124호 등 참고). 그렇다면 이미 가맹사업으로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는데 알고 보니 가맹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3.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 가맹계약이 아닌데도 가맹사업으로 오해하여 정보공개서를 이미 등록했다면 가맹사업법 제6조의4 제1항 제5호에 따라 정보공개서의 등록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정보공개서 등록이 취소된 이후에는 가맹점을 모집한 경우 미등록 정보공개서 제공행위에 해당하여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또는 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여 진행하여야 한다. 또한 기존에 가맹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주들과 계약을 종료·해지하고 가맹금을 반환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니 사전에 필요한 법적 절차 및 쟁점을 확인한 후에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하는 것이 좋다. * 법무법인 민후 오슬기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8. 16.) 기고.

  • 초상권 침해소송의 법적 쟁점

    관련 판례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초상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인지 : 긍정​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 [동의를 받고 촬영한 경우]​ 2. 동의를 받고 촬영해야 하는지 : 긍정​ 타인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진을 촬영하거나 공표하고자 하는 사람은 피촬영자로부터 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고 사진을 촬영하여야 한다. ​ 3. 동의를 받은 경우 사용범위의 결정​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진촬영에 동의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사진의 공표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관행, 당사자의 지식, 경험 및 경제적 지위, 수수된 급부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사진촬영 당시 당해 공표방법이 예견 가능하였는지 및 그러한 공표방법을 알았더라면 당사자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 다른 내용의 약정을 하였을 것이라고 예상되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에 피촬영자가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상 허용하였다고 보이는 범위를 벗어나 이를 공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도 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례 : 모델 갑이 장신구의 온라인 판매업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와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을 회사에 있고 을 회사는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및 출판할 수 있으나, 사진의 초상권은 갑에게 있다. 촬영본의 제3자에 대한 상업적인 제공 및 2차 가공은 불가능하며, 상업적 활용 및 제3자에 대한 제공이 필요할 경우 갑과 을 회사가 상호 협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촬영계약을 체결하면서 촬영한 사진의 사용 기간에 대하여는 정하지 않았는데, 을 회사가 자신이 판매하는 장신구를 착용한 갑의 사진을 촬영한 후 위 사진을 제3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 게재하여 사용한 사안에서, 위 촬영계약 문언의 내용과 체계,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하면, 갑이 을 회사에 위 사진을 을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광고하는 목적을 위하여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다. ​ 4. 입증책임 : 촬영자나 공표자​ 피촬영자로부터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나, 촬영된 사진의 공표가 사진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에 피촬영자가 허용한 범위 내의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그 촬영자나 공표자에게 있다.​ 5. 동의를 받으면 사용기간에 제한이 없는지 : 부정​ *사례 : 촬영계약의 내용이 기간의 제한 없이 을 회사에 사진의 사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추어 갑의 사진에 관한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인 점, 촬영 동기 및 경위, 경제적 지위, 원고의 식별 정도, 사진의 내용과 양 등까지 고려하면, 사용 기간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위 사진의 사용 기간은 거래상 상당한 범위 내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진의 촬영자이자 공표자인 을 회사가 갑으로부터 사진에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면 기간의 제한 없이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개된 장소 등에서 동의 없이 촬영된 경우]​ 6.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 초상권의 침해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 부정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위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7. 침해가 안 되는 경우 즉 위법성 조각사유의 판단요소​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ㆍ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사례 : 아파트 입주자 갑이 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을 게시하던 중 다른 입주자 을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을에게 욕설을 하였는데, 위 아파트의 부녀회장 병이 말다툼을 하고 있는 갑의 동영상을 촬영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정에게 전송하였고, 정이 다시 이를 아파트 관리소장과 동대표들에게 전송한 사안에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입주자는 공동주택에 광고물ㆍ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를 하려는 경우에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갑은 그러한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하였던 점, 갑이 게시한 현수막의 내용은 관리주체의 아파트 관리방법에 관한 반대의 의사표시로서 자신의 주장을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사람은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갑에 대한 동영상이 관리주체의 구성원에 해당하는 관리소장과 동대표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전송된 점을 고려하면 갑의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초상권 침해행위이지만, 행위 목적의 정당성, 수단ㆍ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참작할 때 갑이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8. 위법성 조각사유의 입증책임 : 주장하는 사람 즉 촬영자 또는 공표자 ​ 일단 권리의 보호영역을 침범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2. 10. 14.) 기고.

  • 영업비밀원본증명제도의 효력

    민형사 관련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해당 영업비밀 정보를 피해자가 보유하고 있었는지 또는 특정 시점에 해당 영업비밀 정보가 피해자의 소유였는지 등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법제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영업비밀원본증명제도'이다. 영업비밀원본제도의 법적 근거는 영업비밀보호법 제9조의2에 나와 있다. 즉 영업비밀 보유자는 영업비밀이 포함된 전자문서의원본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서 영업비밀 원본증명기관에 그 전자문서로부터 추출된 고유의 식별값을 등록할 수 있는데, 그 전자문서로부터 추출한 고유의 식별값을 법에서는 '전자지문'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A라는 파일에 제품 설계도가 담겨 있는 경우 이 A라는 파일의 고유 식별값을 추출하면 이를 전자지문이라 하고, 나중에 영업비밀 보유자가 보관하고 있는 A라는 파일로부터 추출한 고유식별값이 전자지문하고 동일하다면, 이 영업비밀 보유자가 A라는 파일의 보유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영업비밀원본증명제도는 영업비밀침해 사건(형사사건, 민사사건 등)에서 영업비밀 보유자의 입증부담을 완화시키고, 고유의 식별값으로 입증을 하므로 자료의 외부 유출 없이도 영업비밀의 입증을 도울 수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영업비밀원본증명제도의 법적 효력 즉 실제 사건에서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어느 정도 효력을 미치는지가 제일 중요한데, 이에 대하여 영업비밀보호법 제9조의2 제3항은 '원본증명을 발급받은 자는 전자지문의 등록 당시에 해당 전자문서의 기재 내용대로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문 내용을 분석해 보면, 영업비밀원본 즉 전자지문의 법적 효력을 알 수 있다. 일단 추정의 내용은 2가지인데, 1) 영업비밀원본 등록 당시 즉 전자지문의 등록 당시 등록자가 해당 영업비밀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2) 등록자가 해당 전자문서 기재 내용대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정의 대상은 시점과 보유 내용이라 정리할 수 있다. 추정의 효력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전자지문의 등록 당시 심사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보유자가 정당한 권리가 있는지 등에 대하여 이해관계인이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이나 수사기관은 하나의 참작 요소로 활용할 여지가 있을지언정, 영업비밀원본 등록을 기초로 보유자가 특정 영업비밀 정보의 정당한 권리자라는 점을 확신에 찰 정도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할 지라도, 실제 영업비밀침해 분쟁에서는 없는 것보다는 보유자의 권리 보호에 많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7. 14.) 기고.

  • 가상자산 착오송금에 대해 반환하지 않으면 처벌되는지

    가상자산 시장 규모와 이용자 증대로 말미암아 예금과 같이 가상자산을 원하는 주소가 아니라 다른 주소로 보내는 이른바 착오송금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가상자산 주소가 이해하기 어려운 긴 문자·숫자 조합열로 돼 있고, 국내가 아닌 외국 거래소 등으로의 전송도 적지 않아서 가상자산의 착오송금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데는 예금보다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가 관여한 최근 가상자산의 착오송금과 관련한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2021년 12월 16일 선고 2020도9789 판결은 가상자산 착오송금에 대해 반환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배임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가상자산 착오송금에 대해 이를 반환하지 않더라도 형사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가상자산을 착오송금한 경우 전송받은 사람이 임의로 돌려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도 있고 형사적으로는 횡령죄 고소, 배임죄 고소 등이 있다. 우선 횡령죄 성부를 보면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성립한다.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신임관계에 따라 보관하는 자에게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경우 문제되는 것은 재물성이다. 결론적으로 가상자산을 재물로 보기는 어렵다. 비록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가상자산 자체를 재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횡령죄로 의율하기는 어렵다. 이런 취지로 원심 역시 피고인에 대해 횡령죄 적용을 하지 않고 배임죄를 적용한 것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예금의 착오송금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우리 대법원은 금전 특성을 고려해 예금계좌에 송금된 금원을 '재물'로 보고, 착오로 예금계좌에 송금된 금원은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 별도의 거래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수취인에게 그 금원을 보관해야 할 신임관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예금계좌에 착오로 송금된 금원을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6년 10월 12일 선고 2006도3929 판결 등) 배임죄 성부를 보면 원심은 예금의 착오송금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유추해서 피고인에게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 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해 송금 받거나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배임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이유로는 첫째 가상자산 착오송금의 경우 피고인이 부당이득반환의무라는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해서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둘째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해서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에(대법원 2020년 2월 20일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피고인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에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셋째 가상자산은 보관됐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돼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법정 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형법 적용 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가상자산 착오송금의 경우 피고인을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예금의 착오송금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한 판례를 유추해서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았다.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은 별개이기 때문에 대법원 2021년 12월 16일 선고 2020도9789 판결은 가상자산과 법정화폐 차이를 전제로 신임관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고 죄형법정주의 정신을 투영한 결과로, 타당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다만 전송 받은 가상자산에 대한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의무 등은 인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투자와 기술 활용이 일반화하면서 가상자산으로 말미암은 분쟁이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제도화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뒷짐을 지고 있다가 급기야 최근 루나 사태와 같은 대형 분쟁까지 발생하는 것을 묵과한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가상자산 당사자 간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2. 6. 14.) 기고.

  •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인가

    올해 5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타다’의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으며 이는 플랫폼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부당해고 등을 다툴 때 전제가 되는 조건으로 사업 운영시 매우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흔히 사람들은 일을 하는 사람은 전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판례는 근로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사용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시 및 감독을 하는지와 근무장소, 시간 등을 지정하는지 여부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위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지만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플랫폼 내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자이다. ‘플랫폼 노동’의 등장…법률상 개념 아냐 우선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면, ‘플랫폼 노동’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 발생한 개념으로 법률상 용어는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며, 단속적 일거리 1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고,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면서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형태를 플랫폼 노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인 유형은 음식배달 라이더, 쇼핑대행 서비스, 타다 등 배차서비스로 대표되는 온디멘드(on-demand) 플랫폼 노동과 발주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을 발주하고 다수의 서비스 등록자가 응모해 업무위탁·도급계약을 맺고 성과물을 납품하는 형태인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노동이다. 위 모든 유형을 포괄해 플랫폼 노동은 원칙적으로 고용이 전속적이지 않고, 수행 업무 또는 서비스가 초단기로 이루어지며, 업무 수행의 장소 및 시기도 특정되지 않고, 업무 또는 서비스 선택의 자율성 등이 보장되므로 앞서 말한 전통적인 종속노동의 범주에 포섭시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법원 및 노동위원회는 온디멘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서는 전속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일례로 대법원은 배달대행업체의 배달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종사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할 정도의 전속성은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 역시 ‘요기요’ 배달앱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단, 위 배달앱 라이더 사건의 경우 출근일, 출퇴근 시간, 그리고 식사 시간 등이 정해져 있었으며 보수를 시간당 계산하는 등 다른 배달 대행기사의 업무 실태와 다소 차이가 있었고 고용노동부 역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기존 판례가 설시한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부합하는 형태로 근로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플랫폼 노동자, 전통적인 근로자로 볼 수 없어 기존 근로자성에 관한 판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형태이든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근로자’ 범주에 포섭되기 어렵다고 본다. 우선 전속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개별 서비스가 초단기로 제공되며 서비스 단위로만 업무지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종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는 플랫폼 사업이 전에 존재하지 않던 종류의 사업이기에 발생하는 입법의 공백이라고 보인다. 즉, 플랫폼 노동에는 해당 사업의 특징에 맞게 입법적 해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입법적 해결 역시 업무 지시 등이 이루어지는 온디멘드 플랫폼 노동자와 실질적으로는 개별 도급계약의 성질이 보다 강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노동자를 다르게 취급해 이뤄져야 한다. 크라우드소싱은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교부하면 그에 대한 보수로 대금이 지급되는 형태이며, 이는 근로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전형적인 도급계약에 가깝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분야별 별도의 입법적 보호방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도 앞으로의 동향을 살펴 입법적 판단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임한결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11. 15.) 기고.

  • 비선형 미디어 시대, 피해구제 어떻게 해야 하나

    비선형 미디어가 제공한 뉴스에 의한 피해는 영구적이며 계속적인 복제로 인해 피해의 영역이 끝없이 확산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비선형 미디어로 인한 피해는 선형 미디어에 의 한 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으며 그 피해의 구제 역시 쉽지 않다. 시작하면서 이공계 학생들은 통상 학부 과정에서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을 배우는데, 수학에서 말하는 선형성이란 아래의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를 가리킨다. Y(cu) = cY(u), Y(u + v) = Y(u) + Y(v) 위 수식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대표적으로 y=cx와 같은 일차함수가 위 조건을 만족시키는 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뉴스를 공급하는 미디어도 선형 미디어와 비선형 미디어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선형 미디어란 지상파 TV와 같이 생산자가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제공하면 이용자는 그 시간에 뉴스를 소비하는 형태를 말한다. 생산자의 x값(뉴스 제공시간)에 의하여 이용자의 y값(뉴스 소비시간)이 ‘일차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이다. 반면 비선형 미디어의 대표적인 예로는 IPTV의 VOD가 있다. 지상파 TV와 달리 이용자는 생산자의 공급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IPTV에서 VOD로 제공되는 뉴스를 소비할 수 있다. 소비 형태만 비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공급 형태도 비선형적이다. 지상파 TV와 달리, VOD로 공급되는 하나의 뉴스를 이용자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통해 소비한다. 생산자의 x값에 의하여 이용자의 y값이 ‘일차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구조이다. 비선형 미디어의 확산은 분산 미디어 환경과도 연결된다. 분산 미디어 환경이란, 뉴스의 이용자가 뉴스 생산자의 플랫폼 안에서만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 검색엔진, 소셜 미디어 등 여러 곳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비선형 미디어 시대의 특징 비선형 미디어의 출현 및 뉴스의 비선형 소비는 방송·통신의 융·복합 현상, 인터넷의 확산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 그리고 모바일 등 이동형 미디어의 보급 등을 배경으로 한다. 로이터 연구소의 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포털과 같은 온라인 매체(86%)를 통한 뉴스 소비가 전통적인 뉴스 소비 매체인 TV(71%)나 라디오(12%)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비선형 미디어가 이미 선형 미디어를 추월하여 뉴스의 주된 소비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의 콘텐츠 공급 시간이나 공급 장소에 종속되지 않는 비선형 미디어의 확산은 이용자의 뉴스 소비 행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뉴스 소비 과정에서 이용자가 주도권을 갖는 비선형 소비(non-linear consumption)를 촉발시킨 것이다. 선형 미디어에서 중요시되었던 뉴스의 순서나 지면에서의 위치 등 편집 또는 ‘주제화’에 따라 매겨졌던 뉴스 가치가 비선형 미디어 환경을 맞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뉴스의 가치사슬에서 생산자의 편집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TV 뉴스 프로그램의 보도 순서나 신문의 기사 배치는 이용자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이용자는 검색엔진이나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클릭을 통해 자신의 뉴스 선호를 표현한다. 비선형 뉴스 소비는 뉴스 생태계에서 유통자와 이용자의 역할을 극대화시켜 뉴스 소비 과정에서 유통자 또는 이용자가 소비의 주도권을 갖게 하였다. 온라인에서 비선형 소비의 주된 통로로 거론되는 것이 검색엔진과 소셜 미디어다. 위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온라인 뉴스 소비는 소셜 미디어보다 검색엔진이나 뉴스스탠드와 같은 집합뉴스(aggregator) 서비스를 통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한국에서는 소셜 미디어 보다 검색엔진이나 집합뉴스가 뉴스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선형 미디어의 확산은 뉴스의 파편화에 기초하는 한편, 파편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정치나 경제 등 시사 문제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개성 강한 젊은 세대는 생산자가 매기는 순위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이고 주관적이며 개성있는 뉴스 소비를 고집하고 있다. 비선형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하여 젊은 세대의 욕구는 보다 손쉽게 채워질 수 있게 되었다. 비선형 뉴스 소비 환경에서 미디어는 뉴스 공급자의 역할보다는 상시적인 저장소(repository)로서 ‘중간자’ 또는 ‘매개체’의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한다. 즉, 이용자에게 미디어는 일방적·일시적인 콘텐츠의 공급이나 전달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저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비선형 미디어의 시간 독립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의 저장 기능이 중요시되는 비선형 미디어 환경에서는 검색엔진의 기능이 막강해지게 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검색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뉴스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은 소비자와 다양한 비선형 미디어 사이에서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TV나 신문을 통해 제공되는 전통적인 언론기사와 달리 비선형 미디어의 뉴스는 다른 일반 디지털 콘텐츠와 다를 바 없이 취급된다. 예컨대 검색엔진이나 소셜 미디어는 검색 결과의 제공 등에 있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론기사와 일반 정보를 달리 취급하지 않는다. 게다가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사실상 뉴스와 일반 정보를 구분할 기준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비선형 미디어는 단순한 저장소 역할에 그치지 않고 무한 자기복제를 통한 정보의 화수분이 되기도 한다. 저장소에 쌓여 있는 뉴스의 검색, 그 뉴스에 대한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클릭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그 뉴스의 무한 복제를 의미한다. 정보의 끊임없는 복제창고가 되는 것이 비선형 미디어의 본질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비선형 미디어 시대의 언론 피해 양상 및 구제 방법 비선형 미디어의 확산은 뉴스 소비의 주도권을 공급자가 아닌 유통자나 이용자에게 넘겨주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비선형 미디어가 정보의 무한 복제·전파 공간으로서 기능함에 따라 뉴스에 의한 피해의 정도가 선형 미디어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지게 되었다. 특히 검색엔진은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러한 피해를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 TV 뉴스나 신문 기사는 1회 제공과 소비에 한정되었으므로 그 피해 역시 시간이 지나면 봉합이 가능했다. 반면, 비선형 미디어가 제공한 뉴스에 의한 피해는 영구적이며 계속적인 복제로 인해 피해의 영역이 끝없이 확산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비선형 미디어로 인한 피해는 선형 미디어에 의한 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으며 그 피해의 구제 역시 쉽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헌법재판소 2016. 2. 15.자 선고 2013헌바105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는 비선형 미디어에 의한 피해의 양상이 특수하며 그 구제가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명예훼손 사건에서 포털의 책임에 관한 판결(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 53812 판결)에서 비선형 미디어 환경이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선형 미디어 환경에서의 피해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2012년 막스 모슬리(Max Mosley) 사건을 살펴보자. 막스 모슬리(Max Mosley)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Formula 1(F1)의 수장이었던 사람으로 해외에서는 저명인사에 속한다. 하지만 2008년 5월경, 막스 모슬리가 다섯 명의 창녀와 함께 나치 복장으로 가학성 음란 파티를 하는 장면을 찍은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이 영국 타블로이드 잡지 『News of the World』에 실리면서 그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 『News of the World』는 “F1 BOSS HAS SICK NAZI ORGY WITH 5 HOOKERS”라는 제목으로 막스 모슬리에 대해 ‘히틀러를 동경하는 파시스트의 자손’이라고 표현했다. 이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점령하게 되었고, 수억 회 이상 조회되었다. 당황하고 화가 난 막스 모슬리는 잡지 『News of the World』를 상대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막스 모슬리가 공인이라는 점, 『News of the World』가 언론매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막스 모슬리에게 불리한 법정 공방으로 보였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영국 법원(High court)은 막스 모슬리가 나치를 숭배한 것은 아니며 그에 대한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은 일반인의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News of the World』에 60,000파운드의 배상을 명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가학성 동영상과 사진들이 광범위하게 배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승소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에 불과했다. 막스 모슬리는 손해배상 승소에 만족하지 않고 동영상과 사진들이 실려 있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상대로 그 삭제를 요청하는 또 다른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구글의 존재로 인해 번번이 좌절됐다. 누군가 구글이나 유튜브 검색을 통해 막스 모슬리에 대한 동영상 또는 사진을 찾는 순간, 그 동영상과 사진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막스 모슬리는 ‘Google 검색을 막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구글에 자신에 관한 동영상과 사진은 불법적인 것이므로 검색 필터링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막스 모슬리에 관한 동영상과 사진은 기꺼이 삭제해 주었지만, 검색 필터링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구글은 막스 모슬리의 요구가 일종의 인터넷에 대한 모니터링 즉, 검열이고 검색되어야 할 다른 정보가 검색 필터링으로 인해 검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막스 모슬리에 관한 동영상과 사진은 불법적인 것이지만 그에 관한 검색 자체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문제가 된 동영상과 사진의 복사본이나 유사본을 자동으로 검색하여 지우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막스 모슬리는 불가피하게 구글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시작하게 되었고 독일 함부르크 법원 등 현재 유럽의 각 국가에서 막스 모슬리와 구글의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적 당위성이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막스 모슬리는 끝까지 가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 언론은 막스 모슬리와 구글의 소송이 잊혀질 권리에 관한 ‘Landmark Case’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1) 1) 『보안뉴스』, 2015. 5. 15. 김경환, “[정보보호법바로알기 26] 잊혀질 권리 : 전 세계는 소송중!”, 막스 모슬리가 구글과 비밀리에 화해에 도달하였다는 내용은 『The Telegraph』, 2015. 5. 15. Tom Whitehead, “Max Mosley agrees settlement with Google in row over sexorgy images”, http://www.telegraph.co.uk/news/uknews/law-and-order/11609190/Max-Mosley-agrees-settlementwith-Google-in-row-over-sex-orgy-images.html(검색일: 2016. 6. 25.) 참조. 억만장자인 막스 모슬리는 황색 언론에 의해 나치 숭배자, 가학성 성행위자로 묘사되어 지금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 문제는 그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 황색 언론의 ‘기사’가 아니라 황색 언론이 올린 후 ‘무한히 복제·검색되고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막스 모슬리 케이스를 우리 법에 대입하면 비선형 미디어 환경에서의 법적 피해구제에 대해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일단 우리의 법적 구제수단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막스 모슬리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정정보도청구, 손해배상청구, 형사고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선형 미디어에는 적절할 수도 있지만, 비선형 미디어 환경에서는 각주구검(刻舟求劍)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막스 모슬리가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황색 언론의 기사뿐만 아니라 무제한 복제되고 저장되며 검색(접근)가능한 가학적 성행위 사진과 동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법은 막스 모슬리가 생각하는 피해의 주된 원인을 차단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비선형 미디어 시대의 적절한 피해 구제수단의 제안 비선형 미디어는 뉴스를 일반 정보와 다르지 않은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무한 복제와 배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검색엔진은 방대한 저장소에서 뉴스를 꺼내 소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언론피해 구제수단은 선형 미디어를 기준으로 마련되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언론피해 구제수단은 비선형 미디어 환경에서 그 역할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적절히 활용되기도 어렵다. 비선형 미디어 시대에 맞는 적절한 구제수단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임시조치’를 언론피해 구제에 도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는 ‘블라인드 조치’라고도 부르는데, 소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검색을 막고 무한 복제를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다만 언론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보다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뉴스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큰 피해자가 해당 뉴스에 대한 블라인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게 하되, 블라인드 조치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요구만이 아닌 언론기관이나 제3자 기관의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보다 엄격한 적용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EU의 곤잘레스 사건에서 최초로 인정된 ‘잊혀질 권리’의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잊혀질 권리’는 뉴스 및 그 복제물을 검색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임시조치가 소스 자체에 대한 조치라면, 잊혀질 권리는 저장소에 있는 소스에의 접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언론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인격권이 침해당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경우,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경우에는 기사의 삭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관련 기사 또는 복제물에 대한 검색을 배제시킬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는 취지이다. 셋째, 막스 모슬리 사건과 같은 피해 예방을 위해 사진이나 동영상에 대한 검색 필터링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막스 모슬리 사건에서 무한재생산을 부추긴 가장 큰 요소는 언론기사가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이었다. 막스 모슬리와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진이나 동영상에 대한 검색 필터링 조치까지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대, 빅데이터 분석 활성화 그리고 인공지능의 도움 등으로 뉴스 공급은 더 지능적으로, 더 이용자 친화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비선형 미디어가 저장소로서의 기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용자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눈앞에 원하는 뉴스를 가져다주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 이용자가 원하면 특정 사안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기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줄 수도 있으며 나아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공개된 정보 또는 특정 사안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선호도 등을 연결시켜 그야말로 백과사전보다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비선형 미디어에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이 융합된다면 향후 뉴스에 의한 피해의 파급력이나 전파력은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다. 따라서 선형 미디어에 의한 구제수단이 할 수 있는 영역은 한없이 줄어들고 뉴스에 의한 피해는 눈사태(avalanche)처럼 우리를 덮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현실에 맞는 언론피해 구제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표현의 자유를 진정으로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언론중재(2016년 여름호), 블로그(2016. 7. 14.) 기고.

  •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청구항이 복수의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이 보호되는 것이지, 각 구성요소가 독립하여 보호되는 것은 아니므로,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침해제품이 특허발명의 청구항에 기재된 필수적 구성요소들 중 일부만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 구성요소가 결여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침해제품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특허침해여부의 판단의 기본원리로서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 Element Rule)'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같은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게 되면, 복수의 주체가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복수의 주체 각각의 실시는 모두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건발명의 경우 최종적으로 특허에 해당하는 물건을 조립하는 자는 특허발명의 일부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요소를 단독으로 실시하는 것이 되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방법발명의 경우에는 특허발명의 구성요소가 모두 실시되었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게 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행위자 각각이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모두 실시하지는 않는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유형에 따라 특허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검토하도록 한다.​ 1.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행위를 특정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경우​ 하나의 실시행위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실시하는 경우, 예를 들어 결제시스템을 포함하는 특허발명에서 결제시스템과 나머지 부분이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해 운용된다면, 이러한 실시행위 전체를 특정인에게 귀속시켜 하나의 침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실시행위를 특정인에게 귀속시킨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에서 다루어진 특허발명은 CD를 제작하기 위해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필수적인 공정에 관한 것이었는데, CD 제작을 위한 스탬퍼를 제작함에 있어서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가 특정 CD 제작을 위해 제3자에게 스탬퍼를 제작하게 하고, 그에 따라 제3자가 스탬퍼를 제작하기 위해 특허발명을 실시한 것은 결국 피고가 실시하는 것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제3자에게 특허발명을 실시하게 한 것이어서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제3자의 실시행위를 피고의 행위로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참조할만하다.​ 서울고등법원 2006. 7. 10. 선고 2005라726 결정은 BM특허에 관한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 사건에 대한 것으로, 확인대상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피신청인이 실시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피신청인이 일부 구성요소를 실시하는 자들에게 수수료 등 명목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료를 수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신청인은 확인대상발명을 주도적으로 기획, 구성하여 이를 제공하면서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사업의 성패에 관한 위험부담을 지고 있으므로 결국 확인대상발명을 실시하고 있는 주체는 피신청인이라고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5. 10. 8. 선고 2015나2014387 판결은 BM특허에 관한 특허권침해금지청구에 대한 것으로, 원고의 특허발명의 단계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실시하는 것은 피고가 아닌 사용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는 복수로 이루어진 특허발명의 단계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채 피고의 그와 같은 의도를 모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로 하여금 그 단계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실시하게 하였고, 따라서 피고는 형식적으로는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 또는 전부를 스스로 실시하지 아니하였으나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도구처럼 이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발명의 구성요소 전부를 실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113414 판결은 피고가 제3자에게 특정 기계를 제작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를 생산함으로써 원고의 특허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여 제3자로부터 기계를 양수하였을 뿐 이를 생산한 바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사례들에서는 개별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었을 뿐 일반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는 않았는데, 서울고등법원 2017. 1. 24. 선고 2016라20312 결정은 '복수 주체 중 어느 한 단일 주체가 다른 주체의 실시를 지배‧관리하고 그 다른 주체의 실시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다른 주체의 실시를 지배‧관리하면서 영업상의 이익을 얻는 어느 한 단일 주체가 특허침해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실시행위의 귀속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이후 특허법원 2019. 2. 19. 선고 2018나1220 판결에서는 위와 동일한 법리를 물건 발명에 적용하여 피고D에 대하여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에 해당하는 각 제품의 제작을 지배‧관리하고 이를 납품받아 수출함으로써 영업상 이익을 얻었으므로 각 제품을 단독으로 생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실시행위의 귀속에 대하여 명확한 법리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위 사례들을 종합하면, ①실시행위를 지배·관리하고, ②영업상 이익을 취득하는 자에게는 실시행위를 귀속시켜 단일의 주체에 의한 특허권 침해와 동일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BM특허의 경우 일부 실시행위를 통신 서비스 제공자,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제공자, 결제 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분담시키면서 수수료만을 지급하는 경우 또는 실시행위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사용자에게 분담시키는 경우, 물건발명의 경우 특허의 일부 구성요소에 해당하는 제품의 제작을 다른 업체에 요청하여 납품받는 경우에도 단일 주체에 의한 침해행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기준에 따라 복수 주체의 실시행위를 특정한 단일 주체의 실시행위로 귀속할 수 있는 경우, 단일 주체의 실시에 의한 실시행위와 결국 동일하게 되는바, 특허법 제126조에 따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허법 제128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공동의 특허침해로 볼 수 있는 경우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에 있어서, 위 경우와 같이 전체 실시행위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실시행위를 개인에게 귀속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우 결국 특허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실시하는 자들에 대하여 특허침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법의 공동불법행위와 같이 특허침해에 있어서도 공동의 특허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실시자들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이러한 행위들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인정된다는 견해(객관적 공동설), 실시자들 사이에 특허침해에 관한 공모나 공동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주관적 공동설), 주관적인 공모나 공동의 인식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나 긴밀한 객관적 관련성이 요구된다는 견해(절충설) 등이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7. 1. 24. 선고 2016라20312 결정은 특허권의 공동침해의 성립요건에 대하여 '복수 주체가 각각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 즉 서로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사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서 특허발명의 전체 구성요소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들 복수주체가 공동으로 특허침해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주관적 공동설의 입장을 취하였다.​ 특허법원 2019. 2. 19. 선고 2018나1220 판결은 '복수의 주체가 단일한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를 각각 분담하여 실시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복수의 주체가 각각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 즉 서로 다른 주체의 실시행위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사를 가지고, 전체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함께 또는 서로 나누어서 유기적인 관계에서 특허발명의 전체 구성요소를 실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들 복수 주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체로 보아 복수 주체가 실시한 구성요소 전부를 기준으로 당해 특허발명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여 단순히 실시자들이 구성요소를 나누어 실시하는 것을 넘어 유기적인 관계에 있을 것 까지 요구하였는데, 이는 특허권 공동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모 등 주관적 공동뿐만 아니라 객관적 행위공동에 있어서도 일반 공동불법행위에서 요구되는 수준을 넘어 긴밀한 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허법원은 위 판결에서 피고C는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에 해당하는 각 제품의 제작을 피고H에게 의뢰하였고, 피고H로부터 각 제품을 납품받아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회사에서 이를 수출하였으며, 피고H는 위 각 제품을 생산하여 납품하였는바, 피고C,H는 공동의 의사아래 유기적으로 분담하여 위 각 제품의 생산에 관여하였으므로 이들 복수 주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일반적인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주관적인 공모나 공동의 인식을 요하지는 않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지만, 이 경우에도 개별 행위자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특허권 공동침해의 경우에는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에 따라 일부 구성요소만 실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실시자들의 주관적인 공모 또는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을 경우에만 공동침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위 기준에 따라 특허권 공동침해가 인정될 경우 복수 주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체로 판단하므로 단일 주체의 실시에 의한 실시행위와 결국 동일하게 되는바, 특허법 제126조에 따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허법 제128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여기서 금지 또는 예방청구는 복수 주체 모두에게 할 수 있고, 손해배상책임은 공동불법행위와 같이 복수의 주체가 부진정연대책임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허권의 공동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명문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 대법원에서 명백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점, 특허법원의 경우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공동 침해의 성립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특허권의 공동침해는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인바, 특허권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특허권의 공동침해를 인정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는 입법적 해결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3. 일부 실시가 간접침해에 해당하는 경우​ 특허법 127조는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방법의 발명의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업으로서 생산, 양도, 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도 간접침해로서 특허침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발명의 일부만을 실시하더라도 위와 같이 간접침해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실시자에게 침해행위의 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물건발명에 대한 간접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간접침해제품이 그 물건의 생산에 사용되어야 한다. 이때 생산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판단기준이 요구된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법 제2조 제3호의 가목에서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개별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전체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하였다. 특허법원 2019. 2. 19. 선고 2018나1220 판결은 여기에서 나아가, 복수의 개별 물건을 구성요소로 하는 물건 발명의 경우 그 구성요소인 개별 물건을 모두 만들어낸 것만으로 바로 발명의 대상인 전체 물건을 생산하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발명에서 이들 개별 물건이 추가적으로 가공, 조립 또는 결합되는 것까지 기술 구성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하고, 또한 이들 개별 물건이 단일 주체의 지배‧관리 아래에서 일체로 처분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추가적인 생산과정 없이도 그 발명의 기술 구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물건 발명의 대상인 전체 물건을 생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개별 물건을 모두 납품받아 취합하기만 한 경우에도, 개별 물건을 생산한 것이 간접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특허발명의 실시가 직접침해에 해당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특허발명의 실시에 전용되는 반제품을 외국에 수출하여 물건의 생산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사안에서 속지주의의 원칙상 간접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방법 발명의 특허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그 방법 발명에만 사용되는 물건의 제작을 의뢰한 사안에서 제3자의 물건 생산은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이와 반대되는 사례도 존재하여 판례의 입장이 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특허권의 부당 확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간접침해의 경우 해당 특허발명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용성도 요구되는데, 전용성의 입증책임은 특허권자에게 있으며(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0다27602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에서 '특허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는 경제적, 상업적 내지 실용적인 다른 용도가 없어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단순히 특허 물건 이외의 물건에 사용될 이론적, 실험적 또는 일시적인 사용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간접침해의 성립을 부정할 만한 다른 용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전용성의 존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4. 침해행위의 교사, 방조자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특허 침해행위의 관여자에 대하여 침해행위의 교사·방조자로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침해 주체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특히 범용품을 생산·판매한 경우 특허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견해, 구성용소를 모두 수행해야 침해가 성립하고 구성요소 일부의 실시는 전용품에 한하여 예외적인 경우 간접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3자의 분담행위가 곧 침해자의 행위와 동일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위법성을 띄어야 공동의 침해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금지청구는 할 수 없다는 견해 등이 있다.​ 간접침해에도 해당하지 않는 침해행위의 교사, 방조자의 행위는 특허법에 이에 대한 규정이 없는 이상 특허권 침해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한 청구만이 가능할 것인바, 민법 제760조 제3항의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교사, 방조자로서 책임을 지며, 이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나 금지청구는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형사책임의 성립여부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도3350 판결에서 '간접침해가 성립하는 경우, 특허권 침해의 민사책임을 부과하는 외에 형사처벌까지 가능한가가 문제될 수 있는데, 확장해석을 금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나, 특허권 침해의 미수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특허권 직접침해의 미수범은 처벌되지 아니함에도 특허권 직접침해의 예비단계행위에 불과한 간접침해행위를 특허권 직접침해의 기수범과 같은 벌칙에 의하여 처벌할 때 초래되는 형벌의 불균형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제64조의 규정은 특허권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허권의 간접침해자에게도 민사책임을 부과시키는 정책적 규정일 뿐 이를 특허권 침해행위를 처벌하는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서까지 규정한 취지는 아니다'라고 하여 간접침해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특허침해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복수의 주체에 대한 실시에서 실시행위가 특정인에게 귀속될 수 있는 경우 또는 특허권 공동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특허법 제225조 제1항에 따른 특허법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간접침해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특허침해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위 판례의 태도와 같이, 특허발명의 공동침해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특허침해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 형법의 일반이론에 따라 공동정범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는 견해 등이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복수 주체의 실시로 인한 특허침해의 경우 민사상 책임소재를 판단함에 있어서 실시행위 전체를 특정한 행위자의 행위로 귀속시킬 수 있는 기준 또는 복수 주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체로 보고 특허권의 공동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관한 것이지 형사상 특허침해죄의 구성요건인 특허침해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수 주체의 실시에 따른 특허침해를 처벌하는 명문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형법상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바, 복수 주체에 의한 실시에 있어서 실시행위가 특정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또는 공동침해가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특허침해죄가 바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6. 결어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가 있을 때에도 단일 주체에 의한 실시와 동일하게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실시행위를 지배·관리하면서 영업상 이익을 취득하는 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이에 해당하는 자가 없다면 실시자들이 서로의 실시행위를 이용할 의사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서 특허발명의 전체 구성요소를 유기적으로 실시하여 이들을 하나의 주체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복수의 주체에 의한 실시행위를 단일 주체에 의한 실시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 다음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간접침해 해당여부일 것이다. 다만, 간접침해의 경우 특허침해로 간주하는 예외규정으로서 그 성립요건이 엄격하므로 검토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개별 행위자의 실시행위가 간접침해에도 해당하지 않을 경우라 하더라도 공동불법행위의 교사, 방조자로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특허권 침해와 달리 금지청구를 할 수 없고, 손해배상액 추정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점은 유의하여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장지현 변호사 작성, 민후 로인사이드(2021. 1. 9.) 기고.

  •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된 특허법 위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특허법은 특허법위반죄를 기존의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됐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 개정이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친고죄는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수 있는 범죄이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이다. 결국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모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고소취소나 처벌불원 의사를 받기 위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규정의 취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차이 그렇다면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친고죄에서는 고소,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는 적극적 의사표시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의사표시가 있기 전까지는 수사와 공판이 유지될 수 있다. 얼핏 보면 크게 다르지 않으나, 이러한 차이점은 실무에서 몇 가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킨다. 먼저 수사개시 요건에 차이가 있다. 수사기관에는 수사의 의무가 있는데, 이때에는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수사권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수사에 나아갔다면 이는 위법한 것이 된다. 즉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다면 수사할 수 없다. 반면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의지가 불명확하더라도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다음으로는 고소기간의 유무를 들 수 있다. 만약 국가형벌권을 좌우할 수 있는 기간을 무제한으로 허용한다면 가해자를 오랫동안 불안한 지위에 방치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친고죄는 범죄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만 고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이 수사 및 공판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기간 제한이 없다. 특허법위반죄가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되었다는 점은 위 두 가지 면에서 기업의 특허권분쟁 대응방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인다. 타인의 특허권이라도 침해 발생하면 제재할 수 있어 수사개시가 반드시 고소를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으로서는 경쟁업체가 침해하는 특허권이 자신의 특허권 아닌 타인의 특허권이라 하더라도 고발로써 이를 제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요한 변화라고 보인다. 경쟁업체가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해 영업하고 있는 경우 그 특허권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은 당연하며, 더 나아가 그 경쟁업체는 위법한 영업방법을 통해 적법한 영업을 하고 있는 모든 기업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특허권자 아닌 다른 기업들에도 피해를 주고 있음은 동일하다고 볼 것이다. 자신의 기업이 타인의 특허권을 존중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그 특허와는 다른 방법을 고안해 영업을 하고 있는데, 경쟁기업이 타인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 더 유리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 경쟁기업은 특허권자 아닌 기업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허법위반죄가 친고죄로 규정돼 있던 구법 시절에는 특허권자 아닌 기업이 특허권자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해 고발하는 것이 어렵기에 사실상 침해상황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된 현재에는 특허권자의 의사 확인 이전에도 얼마든지 고발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은 그 수사의무에 따라 가해업체의 수사해야만 한다. 따라서 고발제도의 적극 활용이 기대된다. 고소기간 제한 없이 제재할 수 있어 또한 특허권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소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가해업체가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알게 된 경우에도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해 적극적으로 고소하지 않다가, 후에 이를 문제 삼으려 하면 고소기간의 제한을 받게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특허법위반죄가 친고죄로 규정돼 있던 구법 시절에는 고소기간이 지난 후의 범행은 죄를 묻기 곤란했으나,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현재에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아닌 이상 가해업체에게 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개정은 특허법위반죄가 특허권자들에게 좀 더 실효적인 구제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는 면이 있다.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변화를 영업전략에 적절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11. 22.) 기고.

  • EU 인공지능규칙안에 대한 해설서

    2021. 4. 21. EU 집행위원회는 최초의 법적 강제력을 가진 인공지능규칙안을 발표되었고, EU 의회와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발효할 예정이다. EU 인공지능규칙안은 위험기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바, 즉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고, 단계에 따라 법적 의무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EU의 GDPR, 플랫폼 규칙이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도 규정된 역사를 보았을 때, EU 인공지능규칙도 우리나라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나온 해설서를 모아보았다.​ 지능정보원(NIA)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 보험연구원(KIRI)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21. 7. 20.) 기고.

  • 프로그램 소스코드의 법적 보호 방안

    기술 중심적으로 발전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특성상, 프로그램 소스코드는 스타트업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그러므로 안전하게 스타트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소스코드에 대한 법률적 보호 방안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하에서는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 및 그 한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법률적 보호 근거: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이하 ‘컴퓨터‘)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이라고 정의한다.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하여는 종래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라는 독자적인 법에서 보호를 하여 왔으나, 2009년 저작권법 개정에 따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저작권법에 흡수통합되어 현재에는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고 있다. 법률적 보호 요건: 창작성 저작권법은 컴퓨터프로그램 중 창작성이 있는 경우만을 보호하고 있다. 판례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아 일반적인 창작성 판단 기준을 넓게 보고 있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다2238 판결 등). 그러나 프로그램은 기능적 저작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문예적 창작물과는 달리 그 창작성의 유무를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이에 관하여 독일에서는 과학적·기술적 성격을 가진 저작물의 경우에는 공중에 의하여 널리 이용됨으로써 교육·연구 및 개발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창작성이 낮은 평범한 수준의 저작물에 대하여는 저작권의 성립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의 창작성의 경우 ①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비교하여 문제된 프로그램의 새로운 요소들을 찾아내서 그 새로운 요소들만을 판단의 대상으로 하고, ② 그러한 새로운 요소들이 일반적인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판정하는 식의 2단계 판단방법을 거치도록 하여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법률적 보호 한계: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한편, 저작권법에 의한 컴퓨터프로그램의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 저작권법은 하나의 저작물을 구성하는 요소를 '아이디어'와 '표현'으로 나누어, 저작권의 보호는 '표현'에만 미치고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을 따른다. 따라서 컴퓨터프로그램의 구성요소 중 알고리즘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보호받을 수가 없다. 판례는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 방식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어 아이디어가 표현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마련인데,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한 결과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표현의 다양성이 축소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침해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A프로그램이 B프로그램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는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살펴야 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은 기능성과 논리성으로 인해 표현의 독창성 및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낮아 이를 강하게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므로 실질적 유사성의 범위를 다른 저작물에 비해 좁게 봐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특허법에 의한 보호 필요성 실제 컴퓨터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지시·명령의 구체적인 표현보다 그 프로그램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가 하는 점이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컴퓨터프로그램을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하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다. 특허법은 보호대상을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하고 있으므로 아이디어에 대한 보호 여지가 존재하는바, 추후 특허법에 의한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참고 -Inkasso-Programm 판결 등: 이기수 외 6인, 지적소유권법, 한빛지적소유권센터, 1135, 1136면 참조 -서울고등법원 2012. 12. 12. 선고 2012나16348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침해금지 등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5. 14.자 2007카합1672 결정 * 법무법인 민후 강주현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0. 9. 16.) 기고.

  • SW라이선스 감사, 침착한 대응이 관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 관리 또는 저작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SW 라이선스 감사 요청 공문에 대해서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법무법인이 형사처벌을 운운하며,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은 기업은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게다가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 불법 사용 SW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그 초조함은 배가된다. SW 저작권 기업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초조함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SW 감사, 약관상 의무에 불과 실제 SW 감사 공문을 받은 기업들이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감사에 꼭 응해야 하냐는 것인데, 여기에서 알아둘 것이 SW 감사를 받을 의무는 계약(약관)상 의무이지, 저작권법상 의무는 아니다. 계약상 의무라는 것은 감사에 불응한다고 해서 바로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감사 공문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응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SW 감사란 저작권사가 사용자가 SW를 사용기준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용기준에 벗어난 내용이 있을 경우 올바른 사용기준 준수 이행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저작권사의 감사 요청은 일정한 기한 내에, 사용 내역 등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감사를 통보 및 협조를 요청하는 순서로 이루어지곤 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에 조정신청을 접수하는 등 강수를 두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 형사고소를 진행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기업의 SW 사용 실태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기도 한다. 직원들의 이용 실태, 면밀히 점검해야 위와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감사 대상 기업은 우선, 문제가 된 SW의 이용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SW를 구입할 때부터 약관이나 이용허락 조건을 숙지하고, 구입절차부터 폐기절차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의 SW 사용범위 등을 체크한 뒤, 사용범위에 벗어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한다. 설령 자체조사 결과 불법 사용 SW가 발견되었다 해도, 너무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저작권사가 공문 발송 후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형사고소로 나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단, 무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해당 내역을 회신하고 라이선스 구매 수량 등에 관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통상 SW의 풀모듈을 구매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진행하거나, 실제 사용한 SW에 대해서만 구매를 해도 된다. 만약 조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사용 내역을 간략하게 기재해 공문 또는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회신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 경우 저작권사가 회신 내역에 대해 의문이 있다 해도 실제로 감사인력을 대동하고 감사를 강요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용약관을 들어 막무가내 식으로 회사를 방문해 사옥에 침입할 경우,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SW 감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침착한 대응으로 리스크 줄이는 것이 필요 결국은 침착한 기업의 대응이 관건이다. 일부 기업들 가운데에는 감사 요청 공문을 수령하고 나서,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불필요한 요청에 응하거나 협상에서 저자세로 일관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라이선스 회사들의 감사 요청이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한 것이라면, 계약 당사자인 기업으로서는 ‘동등한 위치’에서 이를 거부하거나, 필요한 경우 협상에 나서면 될 일이다. 상대방의 공문 발송 근거, 계약 내용, 관련 법규를 숙지하고 침착하게 대응에 나선다면 당장 회사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거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지나친 염려는 금물이다. 감사 대응에 있어서 관련 분야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음으로써 불필요한 리스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허준범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9. 27.) 기고.

  • 특허권침해 확인대상발명 특정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이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의 판단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실시태양을 의미한다. 이는 설명서 또는 도면에 의하여 특정되고, 비록 '발명'이라는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기술적 사상은 아니고 기술적 사상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구체적인 실시형태를 의미한다. 더불어 확인대상발명은 현실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실시제품(방법)과는 개념적으로 구별될 수 있다. 특허법 제140조(심판청구방식) ① 심판을 청구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심판청구서를 특허심판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제출된 심판청구서의 보정은 그 요지를 변경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제135조제1항에 따른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심판청구서의 확인대상 발명(청구인이 주장하는 피청구인의 발명을 말한다)의 설명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자신이 실제로 실시하고 있는 발명과 비교하여 다르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청구인이 피청구인의 실시 발명과 동일하게 하기 위하여 심판청구서의 확인대상 발명의 설명서 또는 도면을 보정하는 경우 ③ 제135조제1항ㆍ제2항에 따른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할 때에는 특허발명과 대비할 수 있는 설명서 및 필요한 도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의 특정은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으로 분류하고 있는바, 그 특정 여부에 대하여 의심이 있을 때는 당사자의 명확한 주장이 없더라도 특허심판원이나 특허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특허심판원은 확인대상발명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기간을 정하여 보정을 명할 수 있고(특허법 제141조 제1항), 만일 기간 내에 보정을 하지 않은 경우는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제2항).​ 그렇다면 확인대상발명은 어느 정도로 특정해야 하는가?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때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확인대상발명은 당해 특허발명과 서로 대비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바, 그 특정을 위해서 대상물의 구체적인 구성을 전부 기재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특허발명의 구성요건과 대비하여 그 차이점을 판단함에 필요할 정도로 특허발명의 구성요건에 대응하는 부분의 구체적인 구성을 기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에 특허발명의 구성요소와 대응하는 구체적인 구성이 일부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구성만으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확인대상발명은 특정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후296 판결) 특허발명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함에 있어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확인대상발명은 당해 특허발명과 서로 대비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인바, 그 특정을 위하여 대상물의 구체적인 구성을 전부 기재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구성요건에 대응하는 부분의 구체적인 구성을 기재하여야 하며, 그 구체적인 구성의 기재는 특허발명의 구성요건에 대비하여 그 차이점을 판단함에 필요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확인대상발명이 불명확하여 특허발명과 대비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면, 특허심판원으로서는 요지변경이 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및 도면에 대한 보정을 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정에 미흡함이 있다면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할 것인바, 확인대상발명이 적법하게 특정되었는지 여부는 특허심판의 적법요건으로서 당사자의 명확한 주장이 없더라도 의심이 있을 때에는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밝혀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후85 판결)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때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확인대상발명은 당해 특허발명과 서로 대비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사회통념상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확인하는 대상으로서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만약 확인대상발명의 일부 구성이 불명확하여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면, 특허심판원은 요지변경이 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및 도면에 대한 보정을 명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럼에도 그와 같은 특정에 미흡함이 있다면 심판의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나머지 구성만으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후3356 판결) 정리하면, 확인대상발명의 특정은 '당해 특허발명과 대비할 수 있을 만큼' 하면 된다. 여기서 대비할 수 있을 만큼의 의미는, 권리범위의 속부 여부 또는 특허발명의 구성요건과 대비하여 차이점을 판단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따라서 확인대상발명과 특허발명을 대비하여 확인대상발명의 특허발명에 대한 속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 즉 권리범위에 속하는 것으로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없게 에매하게 기재되어 있다면 특정되지 않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다만 확인대상발명의 구성 일부가 특정되지 않았다면 비록 나머지 구성만으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부적법한 특정으로 볼 수 있다. ​ 확인대상발명의 특정은 확인대상발명의 실시와는 구별해야 한다. 확인대상발명은 설명서 및 도면에 기재된 실시형태 그 자체로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것과는 개념적으로 구분된다. 만일 실시하지 않는 것을 특정하였다면 이는 특정의 문제는 아니고 실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특정된 확인대상발명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본다(이해관계인이 아님). 권리범위확인심판은 권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대상물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이어서 특허권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의 심판대상은 심판청구인이 그 청구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구체적인 발명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심판청구인이 현실적으로 실시하는 기술이 심판청구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구체적인 발명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심판청구인이 특정한 발명이 실시가능성이 없을 경우 그 청구의 적법 여부가 문제로 될 수 있을 뿐이고, 여전히 심판의 대상은 심판청구인이 특정한 확인대상발명을 기준으로 특허발명과 대비하여 그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7후2735 판결)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9. 5. 4.) 기고.

  • 개정 디자인보호법, 실용신안법 시행에 따른 산업재산권 보호

    기업이 창의성에 기반하여 보유하는 지적재산권은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의 원천이기에 많은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과 디자인, 상표 등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기 위해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의 산업재산권을 취득하여 경쟁 기업 또는 후발 주자로부터 산업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인공지능, IoT, 증강현실,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과 데이터가 중요한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 또한 활성화되고 있는데, 산업 및 경제활동과 관련된 창작물이나 발명 등에 관한 권리를 규정한 산업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그 보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바, 최근 개정되어 2022. 6. 10.부터 시행된 디자인보호법, 실용신안법의 개정 내용과 의미에 대해서 알아본다. 개정 내용 :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침해죄의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전환 기존에 디자인권자 또는 실용신안권자가 그 디자인권 또는 실용신안권을 침해당할 때 적용되는 침해죄는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해당 죄를 범한 자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친고죄는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한 후에는 고소하지 못하도록 고소 기간이 제한되어 있어 디자인권 또는 실용신안권이 침해되었는데 고소기간이 도과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형사구제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고, 반대로 제한된 고소기간으로 인해 침해가 불분명하더라도 고소 기간이 도과하기 전 고소를 남발하는 문제도 발생하였다. 또한 고소권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친고죄의 특성상 수사기관이 침해 사실을 인지하여도 디자인권자 또는 실용신안권자의 고소 의사를 확인하기 전에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했다. 이에 이번 법 개정으로 디자인권·실용신안권 침해죄가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전환되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경우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을 때 처벌할 수 없는 죄이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모두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반의사불벌죄는 권리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고소 기간의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실효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 법률 개정의 시사점 특허법은 이미 2020년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되었음에도 디자인권, 실용신안권에 대한 침해죄는 여전히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어 디자인권과 실용신안권에 대한 보호에 한계가 존재하였는데, 최근의 법률 개정으로 디자인권과 실용신안권도 모두 반의사불벌죄로 전환됨으로써 국내에서 모든 산업재산권 침해죄는 고소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어 산업재산권의 실효성 있는 보호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게 되었다. 기존에는 기업이 디자인권이나 실용신안권 침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적극적으로 고소에 나아가지 않다가 나중에 이를 문제 삼고 싶더라도 고소 기간이 도과하면 권리구제가 불가능했는데, 앞으로는 공소시효가 도과하지 않은 이상 침해 업체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어 경쟁업체나 후발 주자의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침해행위로부터 보다 실효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침해에 대한 수사 개시가 반드시 고소를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의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침해뿐만 아니라 타 기업에 대한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고발로 제재할 수 있다. 권리자인 피해업체가 법적 지식 부족 등으로 인해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제3자의 고발을 통해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피해의 예방 및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산업재산권 사건이 형사소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종전보다 증가함에 따라 각 기업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분쟁 발생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산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진보적인 기술, 상표, 디자인 등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사전에 확보하는 한편, 반대로 새로운 기술 및 상표, 디자인 고안 과정에서 다른 기업의 산업재산권에 대한 침해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하여 각별한 주의 및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정원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8. 26.) 기고.

  • 전통춤에 저작권이 발생하는가: 이매방 사례

    전통춤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국무(國舞), 한국춤의 뿌리라고 일컬어지는 이매방의 이름은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삼고무를 최초로 창작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80년의 삶 동안 전통춤 외길을 걸어 온 전통춤의 거목으로, 생존 안무가 가운데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두 분야의 예능보유자가 되기도 했다. 1992년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 공연에 참가해 자랑스러운 한국춤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이매방의 전통춤에 대한 열정, 고도의 기교와 수준 높은 창작성은 동시대 전통무용가들로부터 인정받아 “이 명인은 교방춤을 무대로 승화시켜서 전통무용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광복 이후 전통무용은 이매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 “춤을 통해 한국을 발견했고, 그래서 국내외에서 가장 한국적인 춤꾼으로 인정받는 인물” “춤만은 현재로선 제가 아는 한 전무후무한 명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등의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20세기 최고의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은 이매방에게 “이매방의 승무에서 강한 전율을 느꼈다. 이매방이 추는 춤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움의 극치이다”라고 찬사를 보낸 사실은 유명하다. 전통춤 안무가라고 하면 승무나 살풀이춤 등 전통계승춤을 잘 소화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매방의 진가는 전통창작춤에도 있었다. 이매방은 생전에 4개의 창작춤, 즉 삼고무(북 3개를 놓고 추는 춤으로, 장단을 몸으로 그리는 듯한 품격 있는 몸짓과 엇박 등을 강조한 창작춤)·오고무(북 5개를 놓고 추는 춤으로, 삼고무의 파생춤)·장검무(중국 최고의 경극배우 메이란팡에게 배운 춤사위를 한국의 전통음악에 맞춰 이매방이 새롭게 창작한 춤)·대감놀이(무당춤의 연희적 요소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창작춤)를 창작했는데 3여년 전에 이 창작춤으로 인해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즉 이매방의 사후인 2018년 이매방의 유족들은 이매방 춤의 원형 보존이라는 이매방의 유지를 받들고 이매방의 이름이나 춤을 이용해서 영리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관리를 위해서 위 4가지 창작춤에 대해 저작권을 등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와 달리 일부 제자들은 유족들이 전통춤을 사유화한다고 반발했고, 급기야 지난해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다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재전담부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됐다. 일부 제자들은 전통춤의 경우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통춤은 과거 조상들의 춤을 복원하거나 계승한 전통계승춤과 삼고무 등과 같이 새롭게 창작한 전통춤인 전통창작춤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전통춤은 장르일 뿐이고 그 안에서의 창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전통문화 분야에서의 저작권 발생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춤이라고 해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지재전담부 역시 동일한 취지로 판단했다. 일부 제자들은 삼고무 등을 과연 이매방이 창작한 것인가 하는 근본과 관련한 의심까지도 했다. 하지만 이매방 스스로 일관되게 1948년 삼고무, 1955년 오고무, 1950년 장검무, 1948년 대감놀이를 각각 창작했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고 동시대의 안무가 및 연구자 등의 긍정적인 증언이나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이매방이 삼고무 등을 창작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이와 함께 이매방의 창작춤은 1940년, 1950년 최초 창작 이후 '북소리' 공연이나 기념공연 등을 통해 계속 진화하면서 이매방의 천재성과 부단한 노력이 계속 추가됐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봐도 유사한 춤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서울중앙지법 지재전담부 역시 동일한 취지로 판단했다. 일부 제자들의 이러한 주장에도 서울중앙지법 지재전담부는 많은 증거와 자료를 기반으로 삼고무 등의 진정한 창작자는 이매방이 맞다면서 현재 기준으로 유족들이 이매방 저작권의 정당한 권리자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판단 내용에 대해 2018년 저작권 분쟁을 일으켰던 제자들 역시 받아들이고 인정해서 결국 3년 동안 끌어온 이매방 창작춤에 대한 저작권 분쟁이 종결되고 이로 인해 이매방과 그 유족들의 명예는 정상적으로 회복됐다. 이와 함께 화해권고 결정의 확정으로 이 사건의 당사자들은 더 이상 삼고무 등의 이매방 창작춤에 대해 이매방의 창작이 아니다 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매방 춤의 정신은 크게 곡선미와 정중동(靜中動)으로 요약된다. 쭉쭉 뻗는 직선을 강조하는 서양춤과 달리 한국 전통춤의 미는 곡선에 있으며, 정(靜)을 강조했다. 이매방은 이러한 정신을 담은 자신의 춤이 그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되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희망했다. 유족들은 이매방 춤의 원형과 정신을 보존하기 위해 저작권이 반드시 필수라고 보고 있고, 확정된 화해권고 결정으로 인해서 앞으로 유족들은 저작권을 통해 이매방의 유지를 받들고 순조롭게 기념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매방 유족들을 대리한 필자로서는 이 사건이 전통문화 분야에서 창작의 활성화 및 창작자의 권리 보호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2. 5. 1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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