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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저작물 저작권침해소송
게임저작권소송에 있어 판단기준이 되는 판결은 킹닷컴 사건이다(2017다212095). 이 판결의 논리를 분석하여 게임저작권소송에 있어 판단기준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1. 원고 게임의 저작물성 일단 원고 게임에 창작성이 있는지 또는 저작물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창작성에 대한 우리 판례의 태도는 아래와 같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저작자 자신의 독자적 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참조). 한편 위 창작성에 대한 기준을 게임저작물에 적용해 보아야 하는데,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게임 저작물(이하 ‘게임물’이라 한다)은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미술저작물, 영상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 등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적 성격의 저작물로서, 컴퓨터 게임물이나 모바일 게임물에는 게임 사용자의 조작에 의해 일정한 시나리오와 게임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캐릭터, 아이템, 배경화면과 이를 기술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컴퓨터프로그램 및 이를 통해 구현된 영상, 배경음악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위 판결 내용을 정리하면, 게임저작물은 시나리오, 게임규칙, 캐릭터, 아이템, 배경화면 등의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의미인바, 게임저작물의 창작성을 아래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게임물은 저작자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선택․배열하고 조합함으로써 다른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게임물의 창작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게임물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 각각의 창작성을 고려함은 물론이고,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선택․배열되고 조합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게임물 자체가 다른 게임물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즉 개별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단계, 개별 구성요소의 조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단계를 거친다. 예컨대 시나리오 구성요소에 대하여 독창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캐릭터 구성요소에 대하여 독창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등등. 최종적으로 개별 구성요소의 조합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종합적으로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또는 저작물성이 있는지를 고려한다. 2. 실질적 유사성 원고 게임에 창작성이 인정되면 그 범위에서 실질적 유사성을 따지게 된다. 실질적 유사성을 따지는 법리는 아래와 같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 3599 판결 참조). 즉 실질적 유사성은 원고 저작물과 피고 저작물의 전체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고, 원고 저작물 중에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 골라서 대비한다. 위 1.과 2.중에서 중요한 것은 1.인데, 창작성 인정 여부가 관건이고 난해하다고 볼 수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1. 1. 29.) 기고.
- '확률형 아이템’ 논란 속 게임법 개정안의 방향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논란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확률형 아이템의 대표적인 예가 ‘랜덤박스’로, 유저는 ‘랜덤박스’를 구입하면 미리 정해진 확률에 따라 얻어지는 아이템의 종류나 효과 성능이 다르게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회사들은 랜덤박스의 정보, 특히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에, 유저들은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써야 원하는 자신이 아이템을 취득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웠고 게임회사들이 지나치게 낮은 확률을 설정하거나 유리하게 확률을 조작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자율규제가 실시됐지만, 이번 사태가 발발한 것을 보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사행성’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알지 못하기에,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결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행성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사행성 방지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확률 공개가 논의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서 사행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로또나 복권과 같이 지극히 희박한 확률에도 사람들은 행운을 꿈꾸며 구입하기 때문이다. 결국 확률 공개의 목적은 소비자의 예측가능성 또는 알 권리 보장으로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획득 확률이 동일게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확률 상승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확률 상승 정도를 허위로 표시하는 경우라면,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만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보아 제재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확률 공개를 의무화한다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의 제재조치도 함께 규정돼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벌칙 등의 제재조항이 없다면 기존의 자율규제 방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확률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록취소, 영업장 폐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확률을 미기재하거나 허위 기재하였음을 이유로 곧바로 영업정지나 등록취소와 같은 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반면, 벌금의 경우 위헌적 소지는 적을 수 있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워낙 크다보니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결국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구체적인 제재기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하위법령에서 정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아이템 규제 확실히 해야 이번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기존에 게임중독 방지, 사행성 논란에 따른 규제 논의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동안 유저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사건은 게임진행의 공정성 자체에 시비가 발생하게 되면서 유저들이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과금 유저들까지 상당수 돌아서자, 비즈니스 모델(BM)이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거나 일부만을 공개해왔던 게임회사들도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전인데도 유저들의 민심달래기를 위해 서로 앞다투어 확률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우연 속 행운이라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게임산업은 유례없는 활황을 맞이했다. 불붙은 게임산업에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은 15년만에 나온 것으로 법제도와 실제 실무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 법의 공백을 없앨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관심과 집중으로 인해 오히려 개정안 속 다른 규정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게임산업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차분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1. 3. 28.) 기고.
- 게임에서 NFT 활용은 가능한가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가장 뜨겁게 달궈진 키워드는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이었다. 영국의 사전출판사 콜린스가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로도 NFT가 뽑힌 것으로 보아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NFT는 그 한계, 즉 디지털 자산에 대한 NFT 보유자는 해당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여기서 말하는 민법상 소유권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음)을 취득할 뿐이지 해당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IP)을 독점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활용됐다. 한편 게임계에서도 NFT 활용이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P2E 게임이었다. 놀면서 돈을 번다는 의미의 플레이투언(Play to Earn) 게임이 성공적인 흥행을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매스가 출시한 엑시인피니티 게임은 대표 캐릭터인 액시는 물론 아이템도 NFT 기반으로 운영하면서 유저가 액시 등을 판매하면 AXS 토큰으로 변환, 실제 코인 시장에서 현금화까지 할 수 있다. 이러한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불어서 미르4의 글로벌 버전 등에서도 NFT가 활용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심각한 법적 이슈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에서 핵심적인 것은 바로 NFT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의 가상자산인지 여부와 NFT를 활용한 P2E 게임이 과연 우리나라 게임산업진흥법상 합법인지 여부다. 참고로 소득세법은 특금법상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NFT가 특금법상 가상자산인지 여부인지는 결국 해당 NFT가 과세 대상 쟁점과 맞물려 있음을 말해 준다. 일단 NFT가 특금법상 가상자산인지를 살펴보면 결론부터 말하지만 케이스바이케이스(case by case)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에 대해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하면서 일부 예외를 두고 있다. 한편으로는 NFT 역시 경제적 가치가 있고 전자적으로 거래·이전이 가능해 보여서 가상자산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NFT의 실제 용도는 다양해서 일의적으로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다만 비교적 명확한 것은 예컨대 수집 등 용도로 NFT를 발행·보유한 경우에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며, 그와 달리 또 다른 예로 투자나 지불수단 또는 결제 등 용도로 NFT를 발행·보유한 경우에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크다. 만일 NFT가 특금법상 가상자산으로 분류된다면 특금법상의 신고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하고, 나아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한편 일반적인 NFT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게임물 내의 NFT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예외로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특금법상 가상자산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게임물 내의 NFT가 특금법상 가상자산인지와 별개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NFT가 사용된 P2E 게임, 예컨대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이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게임에 대해 환금성과 사행성 때문에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했다. 게임위 입장은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1항 7조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 가상의 화폐)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와 제28조 제2의2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 및 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 제28조 제3호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NFT가 경품 또는 점수보관증(대법원 2014도3532 판결)으로 보는 입장이다. 사실 게임위가 거론하는 이들 조항은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이후 아케이드 게임계의 성장을 억제한 낡은 규제이다. 이제는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 확장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기술 현상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나 낡은 규제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일단 긍정적으로 접근하면서 그 폐해나 부작용 해소 방안 검토가 신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혁신적 대응이라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2. 1. 4.) 기고.
- 게임 콘텐츠의 표절 판단기준 (3)
앞서 2부에서 영상 콘텐츠의 표절이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4가지 조건 중 두 가지를 알아봤다. 3부에서는 나머지 조건을 알아보기로 한다. (①원게임에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저작권의 보호범위) ②그 부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하며(창작성) ③이 부분에 의거해 비교게임이 만들어져야 하고(의거성), ④원게임과 비교게임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한다(실질적 유사성).) 서울지방법원(2002.2.19. 선고 2002카합1989 결정)은 CCR의 ‘포트리스2 블루’와 소프트닉스의 ‘건바운드’ 사이의 표절사건에서 포트리스2 블루에 사용된 회오리나 애니메이션 효과는 독창성이 인정될 소지가 있으나 바람게이지, 포탄, 무기, 캐릭터는 독창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게임 캐릭터는 게임 저작물과 별도로 ‘창작성 있는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신야구게임 사건’에서 게임물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창작성이 인정되므로 원저작물인 게임물과 별개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캐릭터에 관해 상품화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10.2.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③비교게임이 원게임을 의거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거성’은 저작물의 표현형식을 소재로 이용해 저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용이 유사하더라도 우연의 일치로 유사한 것이거나 또는 공통의 소재로 인해 유사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의거의 정도에 관한 판례에서 “의거관계는 원칙적으로 침해자에게 피침해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즉 피침해저작물을 볼 상당한 기회가 있었음이 인정되면 족한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7.20. 선고 2005가합76758 판결, 신야구게임 사건). 그렇다면 원게임과 비교게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면 의거성이 추정되는 것인가? 비교게임과 원게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의거성이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비교게임이 원게임보다 먼저 창작됐거나 후에 창작됐다고 하더라도 원게임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됐다면 의거성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7.12.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참조). ④원게임과 비교게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표절이 원저작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실질적 유사성이 핵심적이라 할 수 있고, 실무적으로도 저작권 분쟁에서 이 쟁점에 대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질적 유사성은 어떻게 판단할까? 원게임에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을 뽑아낸 다음 이 부분만을 비교게임의 대응 부분과 비교해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서 전자를 보호표현 테스트(the protected expression test)라 하고, 후자를 청중 테스트(the audience test)라 한다. 즉 보호표현 테스트에 관해 대법원은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청중 테스트에서는 평균적 관찰자(ordinary observer)의 입장에서 판단하되 통상적으로 핵심 부분의 모방일수록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기 쉬우며, 비모방 부분의 양이 모방 부분보다 많더라도 이는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앞서 살펴본 봄버맨 사건에서,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플레이 필드, 맵, 블록의 구성과 형태, 캐릭터의 형태, 폭탄 및 화염의 형태 등의 구체적인 표현에 큰 차이가 있고 전체적인 느낌과 미감이 전혀 다르므로, 두 게임은 그 보호받는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아 비엔비가 봄버맨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봄버맨과 비엔비의 두 캐릭터에 관해, 대법원은 신야구와 실황파워풀 프로야구의 두 캐릭터에 관해 각각 실질적 유사성을 부정했다. <끝>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9. 26.),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4. 2.) 기고.
- 게임 콘텐츠의 표절 판단기준 (2)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의 봄버맨 표절 여부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2007.01.17. 선고 2005가합65093 판결) 판례는 ‘직사각형의 플레이필드 안에서 폭탄을 이용해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것을 기본원리로 하는 게임에서 게임의 각종 설정, 전개방식과 규칙 등을 전체로서 배열하고 선택하는 데 저작자의 다양한 표현의 여지가 없으므로 봄버맨 게임의 각종 설정, 전개방식, 규칙 등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내재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해 봄버맨 게임의 외면적 영상표현이 아닌 게임의 아이디어나 규칙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부정했다. 한편 소스 코드에 의해 화면에 표현되는 영상 콘텐츠의 경우에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 영상 콘텐츠의 표절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원게임에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저작권의 보호범위) ②그 부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하며(창작성) ③이 부분에 의거해 비교게임이 만들어져야 하고(의거성), ④원게임과 비교게임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한다(실질적 유사성). 먼저 ①원게임에서 저작권의 보호범위 내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범위 내란, 주로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이나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merger of idea expression theory)’ 기준에 의해 판단됨을 말한다. 앞서 설명한 게임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며 표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는 것이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며, 어떠한 아이디어의 표현방법이 유일하거나 매우 제한돼 있어 아이디어와 표현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다면 표현의 보호는 곧 아이디어의 보호에까지 미치므로, 이 경우 표현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이다.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은 비록 창작적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 저작자의 창작 당시에는 표현방법이 다수 있었으나, 시간이 흐른 이후 그 표현방법이 업계에서 사실상의 표준이 된 경우에는 그 표현에 저작권적 보호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 ards)’, 아이디어를 표현함에 있어 필수적인 표현이나 전형적인 표현은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필수장면의 원칙(Scenes a faire doctrine)’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 제 7항소법원은 Incredible Techno logies, Inc.의 ‘Golden Tee Fore’와 Virtual Technologies, Inc.의 ‘PGA Golf Tour’ 사이의 골프게임 표절사건에서 바람세기 측정, 클럽 선택과 같은 것은 실제 골프게임을 비디오게임으로 묘사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고 메뉴스크린이나 선수포기 선택은 스크린의 가장자리에 아이콘 모양으로 고정할 수밖에 없는 표준적인 부분인 바(필수장면의 원칙), 모두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②창작성이란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단지 다른 저작물을 베끼지 않았다는 정도면 족하다. <3부에서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9. 26.),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4. 2.) 기고.
- 게임 콘텐츠의 표절 판단기준 (1)
표절이란 개념은 기본적으로 도의적 개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개념으로도 사용된다. 도의적 개념의 표절은 기준이 비교적 완화돼 있어 사회적 비난 정도로 끝나지만 기준이 강화돼 있는 법적 개념으로서의 표절은 사실이 인정되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으로서 형사고소나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게임 표절 최근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고 게임 생명주기가 짧아지면서 어느 정도의 게임 콘텐츠 표절은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법적인 표절 상태에 이른다면 회사 운명이 끝날 수도 있기에, 게임개발회사는 표절에 대해 민감하게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법적인 기준에서 표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게임물의 구성요소는 ①소스 코드(프로그램) ②게임의 규칙이나 아이디어 ③소스 코드에 의해 화면에 표현되는 영상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표절이라는 것은 소스 코드의 표절일 수도, 게임 아이디어의 표절일 수도 있으며, 영상 콘텐츠의 표절일 수도 있다. ①소스 코드의 표절은 소스 코드의 부정취득을 통한 표절인 경우가 많아 중대한 범죄에 속한다(소스 코드의 표절 여부 판단에 관해서는 ‘SW법 바로알기⑪ 프로그램을 베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참조하자). 소스 코드를 표절한 경우에는 대부분 저작권 침해 이전에 영업비밀 침해가 먼저 논의되며, 영업비밀 침해는 저작권 침해보다 강하게 처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소스 코드 중에서 오픈소스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는 저작권 침해나 영업비밀 침해가 문제되지 않으나, 오픈소스의 개작물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나 영업비밀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오픈소스 개작물과 영업비밀 침해의 관계에 대해서는 ‘SW법 바로알기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개작물은 영업비밀인가?’를 참조하자). ②게임의 규칙이나 아이디어는 게임기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규칙이나 시나리오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작권은 아이디어를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닌 표현을 보호해주는 것이며, 규칙(rule) 자체는 창작성을 인정받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표현이 표면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내재적 표현(non-literal expression)’의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참고로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등이 게임 저작물의 내재적 표현으로 인정돼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그 자체 또는 그러한 것들의 선택과 배열이 무한히 많은 표현 형태 중 저작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07.01.17. 선고 2005가합65093 판결) 역시 ‘봄버맨 사건’에서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 등은 게임의 개념·방식·해법·창작도구로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해 아이디어 자체의 저작권법상 보호를 부정했다. 더불어 ‘컴퓨터를 통해 조작하고 모니터에 표현돼야 하는 한계, 승패를 가려야 하고 사용자의 흥미와 몰입도, 게임용량, 호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같이 컴퓨터 게임이 갖는 제약에 의해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특정한 게임방식이나 규칙이 게임에 내재돼 있다고 해서 아이디어의 차원을 넘어 작성자의 개성 있는 표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내재적) 표현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부에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9. 26.),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4. 2.) 기고.
- 국가연구개발혁신법, R&D사업 발전 도화선 되려면
정부는 국가경쟁력 향상 및 주력산업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과학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연구개발(R&D)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법령은 2001년 제정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에 불과하다. 이역시 제정된 이후 별다른 개정없이 20년 넘게 적용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제재하기에는 미흡하고 불필요한 행정적 규제가 많다는 점이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지난 1일 시행됐는데, 이로써 부처별로 다르게 적용해오던 연구개발 관리규정을 체계화하고 R&D사업에 관한 공통의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R&D사업을 통합적·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됐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무엇이 바뀌었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사업 추진의 모든 단계에서 연구자의 자율성·창의성을 확대하고, 도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손꼽힌다. 특히 가장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과제와 기관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상향식(bottom-up) 추진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연구주제 선정에 있어서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정 절차에 있어서도 사전검토와 선정평가를 분리하여 선정평가 시에는 연구개발과제의 계획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평가결과의 전문성 및 타당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존의 연차협약과 연차평가를 폐지했다. 이는 불필요한 ‘실적 쪼개기’나 연구자의 행정적 부담을 야기시켜 심층적 연구결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협약기간을 전체 연구개발기간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연구비 이월은 물론 연구자의 자율성 확보, 연구자의 행정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조항도 생겼다. 현재는 R&D사업의 성과를 연구기관의 소유로 하고 있어, 연구자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기관이 연구자로부터 성과에 대한 권리를 승계해 소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시해 연구자의 원천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연구자의 권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강화됐다. 연구자의 부정행위의 유형별 제재 사유와 기준을 구체화해 부정행위에 해당할 경우 연구 참여제한 처분은 최대 10년, 제재부가금은 연구개발비의 최대 5배까지로 그 범위를 강화했다. 제제처분과 관련해서는 제척기간의 신설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제재조치에 대한 제척기간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위반행위 발생 이후 몇 년이 경과한 뒤라도 제재처분이 가능했다. 이는 연구자의 법적 안정성 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고, 제척기간을 신설해 과제의 종료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재조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연구자의 법적 안정성과 행정의 신뢰성을 보장하도록 한 규정이라 볼 수 있겠다. 법령 취지 실현 위한 하위법규·추가논의 필요 국개연구개발혁신법은 R&D사업에 대한 공통 규범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나, 다소 미흡한 점도 발견된다. 해당 법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R&D사업 추진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도록 했는데, 각 부처의 문제 발생시 적극적 규제가 아닌 단순히 개선 권고나 이행 점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해당 법안의 제정목적이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연구개발 관련 내부 규정 및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조사 기능 강화와 같은 추가 조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제재처분 대상에 수행과정과 결과가 불량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연구 과정의 성실성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도전적인 연구개발의 경우 결과의 불량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다각적인 평가방식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법령의 제정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위법규의 마련이 시급하다. 시행령은 지난해 12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 법과 동시에 시행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국가연구개발정보 처리기준 등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적용을 위한 고시는 행정예고 단계에 있다. 법령이 시행됐다 하더라도 실무에서 반드시 필요한 구체적 요건들을 정하여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규제로 관련 사업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향후 부처별 연구개발 규범을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고, 이 법이 현장에서 더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1. 1. 10.) 기고.
- SW개발비를 손해배상 청구하는 경우 그 산정방법
피고는 S회사를 운영하면서 그 홈페이지와 서버의 유지·관리를 맡고 있던 A에게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개발해 달라고 했으나 그 진행이 지연되자, 원고에게, A가 진행하던 LMS 개발업무를 원고가 대신 수행하면 그 대가로 A가 수행하던 S회사 서버·홈페이지 유지·관리업무를 원고에게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해 원고는 노동부 환급과정 운영을 위한 교육기관 인증을 받는 데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LMS를 개발해 피고로 해금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해 줬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게 약정에 따라 S회사 서버 및 홈페이지 등에 관한 유지·관리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요청하자, 피고는 이를 거절하면서 그 사이에 A가 개발 완료한 LMS를 사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경우 피고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 원고는 그 개발비용을 손해로서 청구했다. 문제는 그 개발비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인데, 원심은 2006. 4. 27. 정보통신부 고시 제2006-18호로 개정된 ‘소프트웨어사업 대가의 기준’(이하 ‘이 사건 대가기준’이라 한다)에 의거해 원고의 개발비용을 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LMS 개발비용 산정 부분을 파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이 사건 대가기준은 국가기관 등이 소프트웨어사업의 적정한 원가계산을 할 수 있는 대가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서, 소프트웨어 개발비의 산정을 ▲개발규모에 의한 산정 방법 ▲투입인력의 수와 기간에 의한 산정 방법으로 구분하고, 개발규모는 원칙적으로 기능점수 방식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능점수는, 데이터 기능유형을 내부논리파일·외부연계파일로, 트랜잭션 기능유형을 외부입력·외부출력·외부조회로 각 식별한 후 각기 정해진 복잡도 및 기능점수 가중치를 적용해 데이터 기능점수와 트랜잭션 기능점수를 산정한 다음 이를 합산해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대가기준의 규정 내용에 비춰 보면 기능점수 방식을 통한 개발규모에 의한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은, 그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고유성과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미 시중에 유사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관계로 개발업체가 이를 저렴한 가격에 취득하거나 자신이 전에 개발한 유사한 소프트웨어를 기초로 해 거기에 개발 용도에 필요한 수정을 거치는 방법으로 목적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개발에 투입해야 하는 인력 및 시간의 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개발비를 산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LMS를 개발하는 데 실제로 투입한 인원 및 시간의 수를 비롯해 원고가 기존에 개발된 LMS 프로그램을 기초로 일부 수정을 거치는 방법으로 개발함으로써 개발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을 심리해 원고가 이 사건 LMS를 개발하면서 들인 적정한 비용을 산정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 대가기준상의 기능점수 방식을 통한 개발규모에 의한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 방법의 단순한 적용만으로 LMS 개발비용을 계산한 것은 위법하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는, 손해배상의 내용으로서 소프트웨어 개발비를 산정하는 경우, 이 사건 대가기준은 처음부터 완전히 창작된 소프트웨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서 현실적인 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일반적 기준에 불과하므로, 실제 개발비를 산정할 경우에 이 사건 대가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2. 11. 25.),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2. 25.) 기고.
- 개발자가 꼭 알아야 할 법률지식 10가지 (3)
◆ 오후 3시 : 소프트웨어 개발계약을 하려고 함 소프트웨어 개발계약은 완성된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의뢰인에게 전부 귀속시키는 형태인 저작권 양도형, 완성된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개발자와 의뢰인이 공동소유하는 형태인 저작권 공유형, 완성된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은 개발자가 소유하고, 의뢰인에게는 실시권만을 부여하는 형태인 저작권 실시형이 있다. 대체로 개발자에게 유리한 형태는 저작권 실시형이며, 반대로 의뢰인에게 유리한 형태는 저작권 양도형이다. 저작권 양도형의 경우는 저작권이 의뢰인에게 주어지는 이상 의뢰인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지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저작권 실시형의 경우는 저작권이 개발자에게 남아있으므로 개발자가 저작권 침해의 책임도 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개발자에게 가장 불리한 것은 개발자가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의뢰인에게 양도하면서도 저작권 침해의 책임은 직접 지는 형태이고(저작권 양도형+개발자 책임형), 개발자에게 가장 유리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자신이 가지면서도 저작권 침해의 책임은 의뢰인에게 지게 하는 형태(저작권 실시형+의뢰인 책임형)인바, 이를 참조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겠다. ◆ 오후 4시 :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자 함 미국은 1964년부터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인정해 오다가,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 정부의 pro-patent 정책과 맞물려 저작권법적 보호의 불확실성과 저작권은 표현만을 보호할 뿐 기술보호에는 부적합하다는 업계의 강력한 보호 요구에 의해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도 특허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게 된다(Diehr 판결, 1982).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매체특허(Beaureguard 판결, 1995), 영업발명(BM)특허(Street Bank 판결, 1998)를 인정하게 되면서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보호가 강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부터 컴퓨터프로그램의 기술보호를 위해 컴퓨터 관련 발명에 대한 인정범위를 확대했으며, 특허청은 1998년 8월에 컴퓨터 관련 발명 심사 기준을 개정해, 소프트웨어로 기록된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기록 매체도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제시될 것을 조건으로 해 특허 대상으로 인정했다. 컴퓨터 관련 발명의 발명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 처리가 하드웨어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방법발명(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후3149 판결 참조) ②해당 소프트웨어와 협동해 동작하는 정보처리 장치발명 ③그 동작 방법 및 해당 소프트웨어를 기록한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매체발명에 해당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법칙, 인위적인 결정, 수학의 공식, 사람의 정신 활동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화상 데이터, 문서 작성 장치로 작성된 운동회 프로그램 언어, 컴퓨터 프로그램 리스트, 정보의 단순한 제시는 발명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 오후 5시 : 회사와 월급·퇴직금 분쟁이 발생함 체불임금에 대응,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다.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사업자가 파산·도산한 경우에는 국가에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최종 3년 치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체당금을 신청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면, 체불임금이 있는 경우 일단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 고소를 통해 해결하면 되고(행정적, 형사적), 고용노동청 조사에서 체불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체불퇴직금을 지급해 주지 않으면, 고용노동청에서 체불금품확인원이라는 서류를 발급받아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가서 소액재판을 의뢰하면 된다(민사적). 한편 사업자가 파산ㆍ도산한 경우에는 국가에 위 체당금을 신청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 오후 6시 : 야근한다는 전화를 했더니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함 개발자에게 야근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법은 야근을 악의의 유기로 보지 않으므로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야근은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야근이 법적으로 상황을 불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인식하되, 다만 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명한 대처라 할 수 없다. 집에 있는 배우자에게 너무 많은 약속을 하지 말고 지킬 약속만 하되, 약속은 꼭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예컨대 일주일 중 6일을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주일 중 일요일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한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은 꼭 지켜가는 게 필요하다. 이상 개발자들이 꼭 알아야 할 법률상식 10가지를 살펴보았다. 생각건대, 자기 방어가 돼야만 창조적인 프로그래밍이나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법지식은 자기 방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 중 틈날 때마다, 자기 방어를 위한 기본적인 법지식 습득에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면, 후에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그 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8. 1.),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3. 10.) 기고.
- 개발자가 꼭 알아야 할 법률지식 10가지 (2)
◆ 오후 12시 : 점심식사 중 직장동료가 나를 욕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음 A가 B를 욕하면 A는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 두 죄의 구별의 쉽지 않은데, 구체적 사실의 적시는 명예훼손죄로, 추상적으로 경멸적 표현을 한 경우에는 모욕죄로 구분한다. 예컨대 ‘경쟁사와 내통하고 있다, 남자와 동거하고 있다’ 라고 한 경우는 명예훼손죄가 되고, ‘짭새ㆍ도둑놈ㆍ죽일 놈’ 등이라고 하면 모욕죄가 성립한다. 두 죄는 어떤 경우이든지 여러 사람 앞에서 사실의 적시나 표현이 이루어져야 범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고, 모욕죄는 친고죄인바, 결론적으로 두 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주의할 점은 허위가 아닌 진실을 이야기해도 명예훼손죄가 되는지인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진실을 이야기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명예훼손이 사실에 관한 것이고 공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처벌되지 아니한다. 이를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한다. ◆ 오후 1시 : 불법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회사의 책임에 관해 질문을 받음 원칙적으로 직원이 속한 회사(법인사업자 또는 개인사업자)도 직원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그 근거는 저작권법 제141조(양벌규정)인데, 조문은 아래와 같다. ▲저작권법 제141조(양벌규정) :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죄를 범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해도 각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 양벌규정에 따르면 회사가 항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직원이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에만 회사도 같이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즉 직원이 ‘사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에는 회사는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예컨대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직원이 홀로 공부할 목적으로 건축업무와 무관한 기계캐드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에는 건축설계사무소는 그 직원에 대해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러한 ‘업무관련성’ 외에 회사가 책임을 면하는 경우가 또 하나 있다. 회사가 직원의 저작권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에는 설사 직원이 저작권법 위반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예컨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불법프로그램을 상시 감시했거나 주기적으로 직원 PC를 체크해 불법프로그램을 방지한 경우에는 회사는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가 단순히 직원이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한 정도이거나 말로써 불법프로그램 사용에 대해 교육시킨 것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 오후 2시 : 타인과 저작물 소유권 분쟁이 발생함 우선 회사와 저작물 소유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저작권법 제9조는 저작권의 귀속에 관해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따라서 그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회사에 귀속된다. 그러나 저작권 귀속에 관해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서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에 따라 저작권자가 결정된다. 다음으로 개발의뢰자와 저작물 소유권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계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지만 계약이 없는 경우에는 다음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컴퓨터프로그램의 제작을 단순히 의뢰한 경우(단순도급)인데, 이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정의에 의해 의뢰한 사람(도급인)이 아닌 개발한 사람(수급인)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 반면 컴퓨터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자에게 자세한 주문이나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자기 의도대로 컴퓨터프로그램을 작성케 한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저작물 소유권이 귀속될 여지가 있다. 컴퓨터프로그램 공유자 사이에 저작물 소유권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저작인격권의 경우 저작자 전원의 합의로만 행사할 수 있으며(저작권법 제15조 제1항), 저작재산권 역시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제48조 제1항). 다만 예외가 한 가지 있는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정지·예방청구는 다른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혼자서 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청구도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을 따로 할 수 있다(제129조). 결론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유로 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3)편에서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3. 10.) 기고.
- 개발자가 꼭 알아야 할 법률지식 10가지 (1)
개발자의 하루에는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그 중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도 있지만 개발자이기에 특별히 겪을 수 있는 일도 있다. 개발자의 하루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함으로써, 직장인이자 개발자로서 꼭 알아두어야 할 법률지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기고는 지난해 2월 23일, 자바개발자 JCO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 오전 9시 : 모닝커피를 마시다가 회사 전직을 권유받음 회사 전직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받았다면, 전직금지약정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 보통 회사에 들어갈 때는 전직금지약정서를 쓰고 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전직금지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 판례이다. 특히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함과 동시에 부수적인 이익까지 주어졌다면, 예컨대 유학비를 회사가 지원해 주었다면 전직금지약정이 유효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전직금지약정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영업비밀침해 우려 등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전직이 금지될 수 있다. 반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해고된 경우, 자의로 전직하는 경우라도 영업비밀침해의 소지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전직금지약정이 따로 있었더라도 이는 무효가 돼 전직이 가능해진다. 또한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더라도 전직금지기간이 지나치게 긴 경우에는 적정한 기간이 지나야 전직이 가능해질 수 있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기간인가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기술개발의 속도와 발전이 빠른 업종일수록 금지기간이 짧고, 기술개발의 속도와 발전이 느린 업종일수록 금지기간이 긴 편이다. 전직금지는 영업비밀보호의 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회사가 유학비를 지원한 경우라면 유학기간만큼이 전직금지기간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전직금지가 영업비밀보호의 수단이라는 사실은 반대로 영업비밀보호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전직이 자유롭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판례는 학원 강사처럼 자신의 노하우를 가지고 일하는 것일 뿐 회사로부터 어떤 새로운 노하우를 전수받거나 교육을 받아 일을 하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전직금지약정이 있더라도 전직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 오전 10시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싶을 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란 저작권이 존재하지만 저작권자가 소스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에 누구나 이를 자유롭게 수정, 재배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따라서 저작권이 없는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public domain software)와 구별해야 한다.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의 형태로는 원시적으로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기간 만료나 권리 포기 등으로 그렇게 된 경우도 있다. 2차 개발자는 무료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지만 무서운 함정이 있다는 것을 보통 망각한다. 퍼블릭 도메인 소프트웨어와 구별해야 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라이선스 준수가 필요한데, 이를 간과하곤 하는 것이다. 예컨대 소스코드 공개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 원개발자에게 소스코드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이 그것이다. 대체로 원개발자가 외국 기업이나 단체인 점을 고려하면 2차 개발자인 우리나라 기업이 앞으로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GPL 등의 라이선스 조건이다. 이러한 형태의 소송은 FSF(Free Software Foundation)나 Herald Welte가 설립한 gpl-violations.org 등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 오전 11시 :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침해 경고장을 보내거나 받음 저작권 침해란, 저작권자 등의 허락이나 정당한 권원 없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 또는 저작인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인접물을 이용하거나, 허락이 있더라도 그 이용 허락 범위를 초월해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저작물에 수정·변경을 가했지만 실질적으로 저작권자의 저작물과 동일하면 저작권의 침해가 되고,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새로운 창작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종속적 관계를 상실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완전한 저작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작권 침해는 어떤 식으로 판단하는가? 저작권 침해 판단의 핵심은 두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유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질적 유사성은 문제되는 두 프로그램의 소스코드 등을 대상으로 삼아 그 구문뿐만 아니라 구조·배열방법, 순서, 조직 등을 비교·분석하는 방법으로 판단하고, 물리적 비교에서는 소스코드 구문의 유사성을 산출하게 되며, 논리적 비교에서는 단순한 구문의 비교가 아닌 논리의 구현방식, 자료구조의 유사성, 데이터베이스의 유사성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서로 다른 언어로 구현돼 있어도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있으며, 절차적으로는 저작권위원회의 감정을 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2)편에서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3. 10.) 기고.
- 구글의 선택과 역풍: 개인정보통합의 주요 법적 쟁점 (3)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발생한 실제 소송에서 원고들이 제기한 주요 쟁점을 다루었고, 이를 우리 법에 적용해 보았다. 이번 기고에서는 구글의 개인정보통합 소송에서 원고들이 제기한 주요 쟁점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면서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고자 한다. 최근에 미국에서 있었던 구글의 개인정보통합 소송은 이론적으로 3가지 쟁점을 담고 있다. 첫째가 쿠키(cookie) 정보 이용의 문제이며, 둘째가 개인정보의 프로파일링(profiling)의 문제이고, 셋째가 행태정보를 이용한 광고(Online Behavioral Advertising, OBA) 문제이다. 분석과 이해를 위해 3가지로 나누었지만 쿠키 정보의 이용과 프로파일링은 OBA의 과정에 불과하므로 결국 궁극적으로 OBA의 문제로 보아도 무방하다. 쿠키정보의 이용 쿠키란 웹브라우저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용자의 방문사이트 등을 기록한 파일을 말한다. 원래는 이런 의도로 쿠키가 만들어졌으나 현재 쿠키정보는 광고나 마케팅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광고회사가 마케팅이나 광고를 위하여 이용자 컴퓨터 내에 저장된 쿠키 정보를 빼내어 활용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과거 DoubleClick 사건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거대 온라인 광고회사인 DoubleClick 사는 DoubleClick이라는 광고기법을 통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DoubleClick 광고기법이란 이용자가 A 사의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 A사는 광고배너를 비어 놓은 채 웹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송하고, 동시에 연결된 DoubleClick 회사 서버는 번호가 매겨진 이용자의 쿠키 파일을 받아서 이용자의 행태나 기호 등을 분석한 다음 A사의 웹콘텐츠 중 빈 광고배너를 채워 넣는 OBA 기법을 말한다. 2001년 미국에서 이러한 광고기법에 대한 소송의 결과가 나왔는데, 법원은 쿠키 정보는 기본적으로 보호되는 정보가 아니고, 설사 쿠키 파일에 번호가 매겨져 있더라도 이러한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DoubleClick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기업들은 쿠키 정보 이용에 대한 자유를 얻게 되었고, 2007년 DoubleClick 사는 구글에 의하여 매수되어 현재는 구글이 DoubleClick 광고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쿠키 정보가 비식별 정보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프로파일링을 통하여 식별성을 가질 우려가 농후하므로, 쿠키 정보 이용에 대하여 이용자에 대한 고지나 이용자의 동의가 전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opt-in 방식). 최근에 발표된 ICC UK Cookie Guide 역시 쿠키 정보 이용에 관하여 이용자에 대한 고지 및 이용자의 동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쿠키 정보의 수집에서 이용자가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한번 클릭하기만 하면 바로 opt-out 할 수 있는 Do Not Track 버튼을 웹브라우저 등에 장착할 것을 기업들에게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기업의 쿠키 정보 이용에 대한 제약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최근 트렌드인 셈이다.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링(profiling)이란 넓게 보면 이용자의 행태정보를 모으는 행위를 말하고, 좁게 보면 OBA 목적으로 이용자의 행태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하는데, 통상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프로파일링의 문제는 과거 또 다른 DoubleClick 사건에서 이슈가 됐다. 1999년 DoubleClick 사는 오프라인 광고회사인 Abacus Direct 사를 인수했는데, 그 의도는 DoubleClick 사가 가지고 있던 비식별정보인 온라인 쿠키정보를 Abacus Direct 사가 가지고 있던 오프라인 식별정보에다 조합하여 광고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는 여러 시민단체와 정부기관에 의하여 좌절되었고, 이를 기화로 2000년 미국의 온라인 광고회사들의 이익단체인 NAI(Network Advertising Initiative, 구글, 야후 등이 회원사임)는 자율규약을 만들게 된다. 규약의 내용 중 프로파일링에 대한 부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정보주체의 비식별정보끼리의 프로파일링은 허용되며, 다만 정보주체에게 opt-out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opt-out 방식). 2) 장차 식별정보와 비식별정보를 프로파일링할 경우, 프로파일링 당시까지 명시적 고지를 해야 하고 이용자에게 opt-out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robust opt-out 방식). 3) 과거에 수집된 비식별정보를 식별정보에 프로파일링할 경우, 식별정보를 수집할 때에 이용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opt-in 방식). 개인적으로는, 비식별정보와 식별정보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고, 비식별정보라도 여러 개가 쌓이면 충분히 식별성을 가질 수 있으며, 비식별정보와 식별정보의 조합을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세 가지 경우 모두 opt-in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거에 수집된 비식별정보를 식별정보에 프로파일링하는 경우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며, 위 규약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식별정보와 식별정보의 통합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기준이 필요할 듯하다. 어떤 경우이든지 이미 2부에서 언급한 대로,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개인정보의 보유정도에 있어 차이가 크거나 서비스 목적·특성이 상이하고 서비스 체계상 관련성이 약한 서비스끼리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것은 개인정보 이용의 남용(濫用)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OBA(Online Behavioral Advertising) OBA(Online Behavioral Advertising, 행태정보를 이용한 광고)는 이용자의 프로파일링 정보를 분석하여 그 이용자의 기호에 가장 잘 부합하는 광고를 제공하는 광고형태로서, 프로파일링된 정보의 마케팅 목적의 이용을 말한다. OBA는 수집, 프로파일링, 이용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수집과 프로파일링은 이미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프로파일링된 정보는 어떤 목적에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마케팅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다만 마케팅 목적의 이용이라도 14세 이하의 개인정보 이용ㆍ민감정보의 이용은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이번 구글 소송은 과거에 이미 문제된 쟁점 중 상당수를 다시 다루고 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인 셈이다. 이번 구글의 개인정보통합 강행방침을 보면서 대다수 이용자들은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왜 그러는 것일까? 아마 구글이 개인정보 통합을 하면서 정책반대자를 강제적으로 몰아내는 정책을 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정책찬성자에 대해서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책반대자에 대해서는 예전대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정책을 펼쳤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으리라 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2. 4. 20.) 기고.
- 구글의 선택과 역풍: 개인정보통합의 주요 법적 쟁점 (2)
구글의 개인정보통합정책에 대한 해외 소송사례에서 원고들은 구글의 개인정보통합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위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 구글은 이용자가 계정에서 로그아웃해도 여전히 쿠키 등을 통하여 개인 인터넷 사용내역 등을 추적한 다음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여 저장해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이용자가 로그인하면 위와 같이 로그아웃 상태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기존의 축적된 개인정보파일에 자동으로 부가시키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연방도청방지법(Federal Wiretap Act, 18 U.S.C. §2511) 위반이라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비밀보호) 위반 또는 정보통신망법 제22조(개인정보의 수집 동의)·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 동의) 위반이 될 수 있다. 원고들의 두 번째 주장은 구글이 구글 서버에 수집·저장되어 있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에 권한 없이 접근하고 있으며, 쿠키를 통하여 이용자들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개인정보에 권한 없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행위가 전자통신정보법(Stored Electronic Communications Act, 18 U.S.C. §2701) 위반이라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정보통신망법 제22조(개인정보의 수집 동의)·제24조(개인정보의 이용 제한) 위반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 동의)·제18조(개인정보의 이용 제한) 위반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주장은 구글이 권한 없이 컴퓨터에 접근하여 프로그램, 정보, 코드, 명령어 등을 전송시킴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컴퓨터사기남용금지법(Computer Fraud Abuse Act, 18 U.S.C. §1030) 위반이라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속이는 행위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금지)·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네 번째 주장은 구글이 그들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광고·판매 등의 상업적 목적에 사용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캘리포니아주법(California's Right of Publicity Statute Civil Code §3344) 위반 또는 코먼로(Common Law) 상의 개인정보의 부정 유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아직 명문의 규정이 없는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주장은 구글은 이용자들의 사적 영역에 접근하여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코먼로 상의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헌법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위반이 된다. 원고들의 여섯 번째 주장은 구글의 새로운 개인정보통합지침은 부실표시된 이전 지침이나 연방거래위원회와의 이행합의를 신뢰한 이용자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고, 구글은 이러한 부실표시·기망 등의 방법에 의하여 이용자들의 물건(chattel, 여기서는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침해를 했다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가 코먼로 상의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민법 제750조(일반불법행위)가 적용될 수 있다. 일곱 번째 주장은 구글은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광고수익을 올리거나 제3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이득을 실현시키고 있지만 그 대가를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않는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민법 제741조(부당이득)가 적용될 수 있다. 여덟 번째 주장은 구글의 법령위반, 기망행위, 부실표시 등의 행위가 불공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 보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새로운 이용약관에 대하여 개인정보 이용목적의 포괄적 기재, 명시적 동의에 관한 절차 미비, 정보통신망법상 필수 명시사항인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파기절차·파기방법의 흠결, 개인정보 취급 위탁자 업무내용·위탁자에 대한 정보 등의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시정 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나 이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해석만으로 개인정보 이용의 남용에 해당 구글의 개인정보통합정책 사건의 본질은 원고들의 주장에 잘 나타나 있듯이, 형식적으로는 이러한 개인정보통합에 대하여 구글이 이용자들의 별도 동의를 얻은 이상 이를 위법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별도의 동의조차도 필요 없다는 견해도 있음). 그러나 원고들은 당사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때 정보수집이 금지되는 제도인 옵트아웃(opt-out) 실행이 극히 어려운 구글 서비스의 이용자라는 점, 그리고 최초의 개인정보 수집 당시와 개인정보 통합 당시의 2번의 동의 과정에서 본 구글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만일 최초 동의시 구글이 제대로 고지했더라면 원고들은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원고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인정된다. 수집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통합을 긍정하게 되면, 서비스의 특성에 맞추어 필요한 정보만 수집해야 한다는 개인정보 최소수집의 원칙 규정(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이 형해화 될 수 있고, 수집·이용 과정에서 엄격한 동의 절차를 요하는 규정(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22조)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정보의 ‘통합’에 대한 규제 조문을 신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해석상으로도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개인정보의 보유정도에 있어 차이가 크거나 서비스 목적·특성이 상이하고 서비스 체계상 관련성이 약한 서비스끼리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것은 개인정보 이용의 남용(濫用)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2. 4. 4.) 기고.
- 구글의 선택과 역풍: 개인정보통합의 주요 법적 쟁점 (1)
구글은 2010년 9월 소셜네트워킹 툴인 Google Buzz가 Gmail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하고 공개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850만 달러를 배상했다. 또한, 2011년 10월 같은 이유로 감독청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게 개인정보의 수집목적 외 이용금지 등 광범위한 프라이버시 프로그램 운용의 이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글이 2012년 3월 1일부터 ‘60여개의 서비스 그러나 하나의 이용자’라는 개념 및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 하에 60여개의 서비스에 저장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정책을 파격적으로 시행했고, 이러한 통합정책에 반대하는 사용자에게는 사실상 계정 탈퇴를 강요했다. 구글의 개인정보통합정책에 대하여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실정법(정보통신망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므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는 구글의 ‘개인정보 통합관리’ 방침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멀리 유럽연합은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에게 “구글의 새 규정에 대한 분석이 끝날 때까지 통합정책의 도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냄으로써 통합정책 도입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비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광고 수익이 전체 수익의 97%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구글은 “사용자에게 검색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되어 있다”는 이유로 통합정책을 꿋꿋이 시행하고 있어 결국 그 적법성에 대한 결론은 법원이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EPIC(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은 올해 1월 연방거래위원회에 구글의 개인정보통합정책의 시행을 금지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법원에는 연방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이러한 금지명령 집행을 강제하여 줄 것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EPIC이 연방거래위원회에 대해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해 버렸다. 이러한 가운데 2월에는 미국의 또 다른 시민단체인 CDD(Center of Digital Democracy)가 연방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제소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2011년 10월 구글이 연방거래위원회와 체결한 개인정보보호 이행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월에는 마침내 이용자들의 클래스액션 소송이 잇따르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Robert B. De Mars & Lorena Barrios(북부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David Nisenbaum, Pedro Marti & Allison C. Weiss(남부 뉴욕 지방법원) 등의 소송이 있었다. 지금부터 이 둘의 소송에서 원고 측이 주장한 주요 법적 쟁점을 살펴 보도록 한다. 원고들은 첫째, 구글의 이전 개인정보관리지침에 의하면, 구글은 개인정보를 수집한 당해 서비스 외에 다른 서비스에 그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공·공유하지 않겠다고 정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의 이용자들은 이러한 지침을 신뢰하여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했으나, 올해 바뀐 개인정보관리지침은 이전 지침의 내용에 정면으로 모순된다는 것. 이에 원고들은 구글은 이전 지침 시행 당시의 이용자들에게 부실표시를 했거나 이용자를 기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구글은 2011년 10월 Google Buzz 사건 당시 연방거래위원회와 구글이 특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서비스 또는 제3자와 공유하거나 제공할 때에는 이용자들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이행합의를 체결했지만 새로운 개인정보통합정책은 이행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 구글은 여러 가지 개인정보를 통합관리하게 됨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더불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통합의 주된 목적은 이용자들의 편의 도모가 아니라 여러 개인정보를 통합하게 되면 저비용으로 개별 소비자 기호에 맞는 효율적인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광고·판매 등의 상업적 목적에 사용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구글은 그 주된 목적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두 번째 기고에서는 구글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평가하고, 국내 관련 법률인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해보도록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2. 4. 3.) 기고.
- 잊혀질 권리 : 전 세계는 소송 중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갑자기 생긴 개념이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의 역사는 인터넷의 역사에 비하면 비교적 오랜 기간에 문제되었다. 이번 기고에서는 잊혀질 권리가 비교적 오랜 사법투쟁 역사의 산물이라고 점을 밝히기 위하여 실증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근거로 한 사법투쟁의 역사상 주요 사건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 사법투쟁의 정리는 앞으로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야 하는 잊혀질 권리의 범위, 한계나 행사방법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1. Max Mosley 사건 (독일, 2012년) 최근 잊혀질 권리에 관한 소송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2012년 9월경의 ‘Max Mosley v. Google’ 소송이다. Max Mosley라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Formula 1(F1)의 수장이었던 사람으로서 해외에서는 저명인사에 속한다. 하지만 2008년 5월경, Max Mosley가 다섯 명의 창녀와 함께 나치 복장으로 가학성 음란 파티를 하는 장면을 찍은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이 영국 타블로이드 잡지 ‘News of the World’에 실리면서 그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 ‘News of the World’는 ‘F1 BOSS HAS SICK NAZI ORGY WITH 5 HOOKERS’라는 제목과 함께 Max Mosley에 대하여 히틀러를 동경하는 파시스트의 자손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점령하게 되었고, 수억개의 클릭이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 위에 찍혔다. 당황하고 화가 난 Max Mosley는 ‘News of the World’ 잡지를 상대로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Max Mosley는 공인이고 ‘News of the World’는 언론매체였기에, Max Mosley에게 불리한 법정 공방으로 보였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영국의 High Court는 Max Mosley의 손을 들어주면서, Max Mosley가 나치 숭배를 한 것은 아니며, Max Mosley에 대한 몰카 동영상과 사진들이 일반인의 공적 관심사도 아니라는 이유로, ‘News of the World’에게 60,000파운드의 배상을 명하였다. 하지만 인터넷에 가학성 동영상과 사진들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한, 이 승소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에 불과하였다. Max Mosley는 손해배상 승소에 만족하지 않고, 가학성 동영상과 사진들이 실려 있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상대로 그 삭제를 요청하는 또 다른 소송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Google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다. 누군가 Google 검색이나 Youtube 검색을 통하여 한 장이라도 Max Mosley에 대한 동영상 또는 사진를 찾는 순간, 그 동영상과 사진은 전세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Max Mosley는 최종적으로 ‘Google 검색을 막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Google에게 자신에 관한 동영상과 사진이 불법적인 것이므로 검색 필터링을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Max Mosley에 관한 동영상과 사진을 기꺼히 삭제해 주던 Google은, 그러나 검색 필터링 요구에 대하여는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Google의 반박을 살펴보면, Max Mosley의 요구는 일종의 인터넷에 대한 모니터링 즉 검열이고, 검색되어야 할 다른 정보가 검색 필터링으로 인하여 검색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Max Mosley에 관한 동영상과 사진은 불법적인 것이지만, Max Mosley에 관한 검색 자체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문제가 된 동영상과 사진의 복사본이나 유사본을 자동으로 검색하여 지우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Max Mosley는 불가피하게 Google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시작하게 되고, 독일 함부르크 법원 등 현재 유럽의 각 국가에서는 Max Mosley와 Google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망각이 없는 기계에 대한 한 남자의 또 다른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법적 당위성이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하여 확신을 하고 있는 Max Mosley는 끝까지 가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고, 유럽 언론은 Max Mosley와 Google의 소송이 잊혀질 권리에 관한 ‘landmark case’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F1 자동차를 타고 트랙 위에서 남들을 따돌리며 질주하던 Max Mosley가, 이제 지구상에서 더 빠른 인터넷을 타고 정보 위에서 기계 문명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2. Walter Sedlmayr 사건 (독일, 2007년) 1990년 독일의 유명한 배우인 Walter Sedlmayr(발터 제들마이어)는 볼프강 베를레(Wolfgang Werlé)와 만프레트 라우버(Manfred Lauber)에 의하여 살해되었고, 이후 두 명의 범인은 15년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07년 여름에 출소한 이후 ‘위키피디아’의 Walter Sedlmayr에 관한 항목 중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Walter Sedlmayr의 살인자로 명기되어 있음을 알고, ‘위키피디아’에 경고장을 보내 자신들의 이름을 지워 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위키피디아’는 이를 거부하였다. 결국 두 명의 범인은 소송을 제기하기로 이르렀고, 함부르크 법원의 법정에서 “위키피디아로 인하여 출소 이후의 갱생의 권리가 침해되고, 새로운 삶이 방해되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으로서 이미 공인이므로 위키피디아에서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독일 법원은 2008년 1월경, 이들의 손을 들어 주어 위키피디아 독일어판에서 이들의 이름을 삭제하여 주었다. 하지만 같은 사건에서 미국에서는 이들의 요구가 거절되었으며, 현재까지 위키피디아 영어판은 Walter Sedlmayr에 관한 항목에서 이들을 살인자로 명기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1973년의 ‘형기를 마친 범죄자의 신상은 삭제해 주어야 한다’는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와 관련 성문법이 존재하였기에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지 이것이 결코 잊혀질 권리의 인정은 아니었음을 주의해야 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조항 때문에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3. Chris Purtz 사건 (미국, 2011년) 2006년 10월경, 언론기관인 Daily Californian은 UC Berkeley 출신의 미식축구 선수인 Chris Purtz의 스트립클럽에서의 악행과 이를 이유로 한 풋볼팀에서의 방출 등에 대하여 기사를 작성하여 웹페이지에 올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1년 1월경, Chris Purtz의 아버지인 Harvey Purtz는 Daily Californian의 수석 편집장 Srinivasan에게, Chris Purtz에 관한 Daily Californian의 기사로 인하여 자신의 아들이 심리적 고통을 받았으며, 그로 인하여 2010년 1월에 자살했고, 자신은 더 이상 Daily Californian의 기사를 참을 수 없는바, 자신의 아들의 관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Srinivasan은 회사의 방침에 따라 삭제를 할 수 없다고 거부했고, 결국 이 사건은 Harvey Purtz의 손해배상청구의 형식으로 법정에까지 갔다. 하지만 법원은 Srinivasan의 손을 들어 Harvey Purtz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렇게 법원이 Harvey Purtz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Harvey Purtz의 상대가 언론기관이라는 점이 매우 크게 작용하였다. 4. Alfacs Vacances 사건 (스페인, 2012년) 1978년, Mario Gianni가 운영하는 Alfacs Vacances 캠핑장은 주변 도로를 지나던 유조차의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캠핑장에 있던 2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30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Alfacs 캠핑장에 대한 Google 검색을 하면 화재 뉴스와 함께 불에 타는 캠핑장 사진과 죽은 시체의 사진이 검색되고 있다. 이에 Mario Gianni는 Google Spain을 상대로 이러한 검색 결과로 인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스페인 민사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Google 본사에 대한 소송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하여 각하되었다. 이 소송은 기존의 소송과는 달리, 사람 자체의 행적에 관한 기록 삭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에 관한 기록 삭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격만큼이나 재산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현대인이, 잊혀질 권리는 그들의 소유물에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한 사례이다. 5. 90 individuals 사건 (스페인, 2010년) 2010년경,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Data Protection Agency)은 자국민 90명(90 individuals)에 대한 구글 검색 정보에 대하여 행정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90명이 스페인 개인정보호호원에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구글에서 더 이상 검색되지 않게 해 달라는 공식적인 신청을 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신청인 중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가정 폭력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소가 구글 검색 결과에 나와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사람은 학생 시절 체포되었던 것이 중년이 된 지금에도 검색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검색 결과는 스페인 정부의 공적 간행물의 내용이 전자기록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탓도 있었다. 이에 대하여 구글은 특정인에 대한 검색 결과를 차단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 영향(chilling effect)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하였다. 하지만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공적 간행물의 발행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검색되지 않게 할 조치는 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구글이 유효기간이 지난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에 대한 검색 링크를 계속 제공하는 것은 개인들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잊혀질 권리의 침해이며, 따라서 Google Spain에게 신청인들에 대한 정보 검색 결과로 링크되지 않도록 80여개의 뉴스링크 기사를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6. Italian politician 사건 (이태리, 2012년) 1993년경,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 지방 출신의 한 정치인(이하 ‘남자’)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곧 무죄 방면되었다. 하지만 그의 체포 뉴스는 이탈리아 언론인 ‘Corriere della Sera’의 뉴스 아카이브(news archive) 때문에 검색 결과에 여전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위 남자는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위원회(Data Protection Commissioner)에 위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밀라노 법원에 ‘Corriere della Sera’는 자신에 관한 기록을 제거하여야 하고, 무죄방면이 되었으나 ‘Corriere della Sera’가 아직 업데이트 하지 않은 자신에 관한 뉴스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면서, 만일 위 조치가 어려우면 대체적으로 위 체포 뉴스에 자신의 무죄 방면 뉴스를 링크해 주거나 검색 결과로 나타나지 않도록 요청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청구도 기각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태도를 취하였는바, ‘Corriere della Sera’는 아카이브 되어 있는 예전의 체포 뉴스에 업데이트된 뉴스가 같이 링크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이렇게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공익과 프라이버시ㆍ잊혀질 권리라는 사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며, 한 개인의 identity에 관한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국민이 정확하고 무결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검색엔진은 단순한 매개자일 뿐이므로 위 남자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지금까지 ‘잊혀질 권리’에 관한 주요 사건을 살펴보았다. 잊혀질 권리는 도입이 필요하고 인류에게 긍정적인 기여도 매우 많이 할 것이지만, 반대로 잊혀질 권리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과 잊혀질 권리의 과잉으로 인하여 자칫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에 다른 미덕과의 균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우리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게 되면, 잊혀질 권리는 망각이 없는 디지털 문명시대에서 불편을 참으면서 사는 우리들에게 큰 축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3. 2. 19.), 로앤비(2013. 3. 5.), 리걸인사이트(2016. 2. 17.)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