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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프로그램저작권(서체저작권, 폰트저작권) 분쟁의 모든 것
1. ‘서체저작권’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고 불러야 한다. 폰트저작권이라고도 불리는 서체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은 최근 몇 년 간 끊임없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 분쟁 중에서도 일종의 스테디셀러 격의 분쟁이다. 그리고 반복된 분쟁으로 인해 법적인 쟁점도 많이 정리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정작 정리된 법적 결론들이 현실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서체저작권’이라는 명칭 자체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서체저작권’이라는 명칭은, 마치 서체가 저작물인 것 같은 느낌, 서체 자체에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명칭 자체가, 분명히 ‘서체’와 ‘저작권’의 결합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체 자체의 저작권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서체도안의 창작성 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체도안에 내포되어 있는 창작성을 문자 본래의 실용적인 기능으로부터 분리하여 별도로 감상의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에 근거한 것 (서울지방법원 1998. 2. 24. 선고 97노1316 판결). 대법원이 인정하는 서체와 관련된 저작권은, 서체 프로그램(=서체 파일)의 저작권이다. 서체의 모양이 아니라 서체 프로그램에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서체저작권’이라는 명칭은 정확하지 않으며,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고 바꿔 부르는 것이 맞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는 명칭이 서체 관련 저작권 분쟁에 대한 많은 오해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다. 특히, ‘서체저작권’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서체 자체가 현출된 결과물(예컨대 윤서체를 사용하여 작성한 문서, 그 문서를 인쇄한 인쇄물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즉, 서체의 모양을 복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체프로그램을 불법복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는 언제 성립하는가? 우리가 흔히 ‘서체저작권’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 나면,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는 언제 성립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대법원은, 서체프로그램을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 인정함으로써, 그 저작권 발생을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서체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일반적인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예컨대 서체프로그램을 불법복제한 경우에는 복제권 침해가, 서체프로그램을 불법개작한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서체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복제했는지 불법복제했는지를 저작권자가 스스로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저작권자가 특정 서체가 사용된 결과물(인쇄물이나 문서파일 등)을 증거로 삼아 사용자에게 ‘서체프로그램의 불법복제를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고, 사용자는 ‘그 결과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 서체프로그램을 직접 복제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외주업체다’ 라든지 또는 ‘서체프로그램을 적법하게 복제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등의 반대 주장을 함으로써 분쟁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한글 프로그램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 서체가 자동으로 PPT 프로그램에도 뜨게 된 경우에는 PPT 프로그램에서 그 서체를 사용해도 된다. 번들서체, 즉 특정 프로그램에 이미 내장되어 나오는 서체이다. 예컨대 한글과컴퓨터사에서 판매하는 한글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내장되어 있던 서체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컴퓨터에서는 이 번들서체들을 한글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예컨대 PPT 프로그램이나 캐드 프로그램 등에도 자동으로 뜨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사용자는 각각의 번들서체들이 어느 프로그램에 최초로 내장되어 있었던 것인지 일일이 외우고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 번들서체들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유로이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적법할까? 이러한 사용의 적법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복제의 면책조항 적용 등 복잡한 법리들이 동원될 수도 있고, 필자는 여러 법리의 종합적 적용의 결과 위와 같은 사용은 적법하다는 입장이지만, 다행히 이렇게 복잡한 내용을 나열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는 법원의 판례가 존재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5. 1. 선고 2012가합535149 판결> 원고는 이 사건 동영상에 피고 한양정보통신의 서체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아래한글' 또는 'MS워드' 프로그램에 번들(bundle)로 포함되어 제공되는 서체파일들로서 위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원고가 사용하는 문자발생기에 위 서체파일들이 자동으로 문자발생기의 운영체제인 Windows 폴더의 하위폴더인 Fonts 폴더에 저장되고, 위 저장된 서체파일들은 위 프로그램들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에도 해당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사용이 가능하였던 것이므로, 이러한 방식에 의한 사용은 저작권 침해행위의 유형인 복제, 전송, 배포 등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중략) '아래한글' 프로그램에는 위 피고의 위 6종의 서체들 중 '피오피'체를 제외한 나머지 서체('동녘', '울릉도', '수평선', '엽서', '목판')들이 번들로 제공되는 사실, 위 프로그램을 문자발생기에 설치하면 번들로 제공된 서체들이 자동으로 문자발생기의 운영체제인 Windows 폴더의 하위폴더인 Fonts 폴더에 저장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위 프로그램을 문자발생기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위 피고의 '동녘', '울릉도', '수평선', '엽서', '목판'체가 자동으로 문자발생기의 운영체제에 저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은 위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서체파일에 관한 라이센스를 부여한 저작권자들이 적어도 이를 묵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원고의 문자발생기에 저장된 서체들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해당 서체들을 무단으로 복제·사용하여 위 피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이러한 행위를 저작권법상 금지되는 복제행위라고 본다면, 위 프로그램을 컴퓨터 등에 설치·사용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저작권법상 금지되는 복제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된다). 위 판례의 결론은, 번들로 제공된 서체파일이 자동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인식되어 이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프로그램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 서체가 자동으로 다른 프로그램에도 뜨게 된 경우에도 그 서체를 사용할 수 있다. 4. 서체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만든 결과물에는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 서체프로그램 저작권 분쟁에는 여러 버전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서체의 저작권과 서체프로그램의 저작권 혼동에서 기인하는 <결과물 사용제한> 버전이다. 이미 앞서 여러 번 설명했듯이, 서체 자체에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이 저작물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서체가 사용된, 즉 서체가 그려져 있는 결과물(인쇄물이나 문서파일 등)에 대해서는 서체프로그램의 저작권자가 그 어떤 주장도 제기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동안 서체프로그램 저작권 분쟁에서 주된 내용을 차지했던 게 바로 위와 같은 결과물의 사용에 트집을 잡는 <결과물 사용제한> 버전의 분쟁이었다. 위 버전의 주장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논리는 이것이었다. ‘'서체를 사용하려면 라이선스(이용허락)가 있어야 하는데,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는 상태에서 인쇄물 형태로, 또는 PDF 형태로, 전자책 형태로 서체를 사용했으므로, 이는 이용 허락을 받지 않은 저작물 이용으로서, 불법이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장에 넘어가 고통을 받았다. ‘서체저작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니, 서체 자체에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오해하였고, 서체 자체에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보니, 각종 형태의 결과물들에 서체가 사용된 게 맞아서, 내가 서체의 저작권을 침해한 게 맞나보다 라고 2차적인 오해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글과컴퓨터 사에서 긴급 공지를 돌려, 위와 같은 주장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이었다. 당시 위와 같은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자의 주장에 혼란을 겪던 이용자들은, 한글과컴퓨터 사에 문의하였고, 한글과컴퓨터 사는, “당사 제품(한컴오피스, 한컴오피스 한글 등)에 포함되어 있는 **서체는 당사자 사용권 및 최종 제품에 탑재가 된 형태의 서체를 포함하여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 정품소프트웨어를 통해 산출된 결과물(PDF, JPG, HWP등)을 홈페이지에서 e-Book, 다운로드, 게시 등의 형태로 서비스한다는 사유로 귀 기관(단체)에 별도의 폰트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는 **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라는 공지를 돌렸다. 물론 위 공지에 법리적인 근거가 자세히 포함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이용자들이 쉽게 현혹되지 않는 결과를 불러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결과물 사용제한> 버전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인 이유는 명확하다. 서체에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에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체를 사용하여 만든 결과물은 서체프로그램 자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오로지 서체의 모양만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 결과물을 복제하고 게시하고 전송한다고 하여, 서체프로그램 자체가 복제되고 게시되고 전송되는 것이 아니다. 서체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그 어떤 저작권 침해도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결국, 서체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만든 결과물에는 서체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의 힘이 미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체와 서체프로그램을 혼동하여 저작권침해가 아닌 것을 저작권침해라고 오해하고 고민하였다.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이 이를 알면서도 일부러 감추고 거짓 주장을 한 저작권괴물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혼동을 하여 실수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던 이 혼란상을 볼 때, 역시 결론은, ‘서체저작권’이라는 말을 ‘서체프로그램 저작권’ 또는 ‘서체파일 저작권’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잘못된 사고와 잘못된 언어의 관계는 닭과 달걀의 관계나 마찬가지이니까. * 법무법인 민후 최주선 변호사 작성, 민후 로인사이드(2017. 1. 6.) 기고.
- 행정기본법의 인공지능에 의한 행정처분
행정기본법안에는 인공지능 또는 알고리즘에 의한 행정처분 규정이 도입되었는데, 제20조가 그것이다. 제20조(자동적 처분) 행정청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포함한다)으로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o 제정취지 행정청이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으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여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행정의 디지털화를 촉진함. o 내용 행정청의 재량이 없는 처분의 경우 행정청으로 하여금 개별 법령에 근거하여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으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처분 과정에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이 필요한 처분은 자동적 처분 대상에서 제외함. - 처분의 특성이 충분히 검토된 후 자동적 처분이 도입되도록 하기 위해 개별 법령에 근거를 두고 도입되도록 하고, 행정청(인간)의 재량적 판단(의사결정)이 필요한 처분은 자동적 처분을 허용하지 않음. - 시스템이 행한 처분은 행정청이 직접 행한 처분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임. - ‘처분 과정의 일부 자동화’는 이 조의 적용대상이 아님 o 외국 입법례 (독일 연방행정절차법) 제35조의a 행정행위의 완전히 자동화된 발급(Vollständig automatisierter Erlass eines Verwaltungsaktes) 법규정에 의해 허용되고, 재량이나 판단여지가 존재하지 아니하면, 행정행위는 자동장치에 의해 완전히 발해질 수 있다. <사견> 행정집행의 원칙과 기준이 되는 ‘행정기본법’이 제정되어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러 조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인공지능에 의한 행정처분 조문인 제20조가 그것이다. 독일 연방행정절차법 제35조a의 ‘행정행위의 완전히 자동화된 발급’ 조문에 영향을 받은 행정기본법안 제20조에 의하면, 행정청의 재량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청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포함한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완전히 자동화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의사 개입이 없다는 의미로서, 공무원의 개입 없이 조세처분이 내려지고 교통범칙금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향후 이 조문으로 인하여 공무원의 실수나 편견,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고, 행정적 효율성이나 중립성, 자원이나 행정비용의 절약, 절차 신속의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제20조 조문 하나만으로는 이 제도를 끌어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해결해야 할 쟁점이 너무 많아 관련 입법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인바, 예컨대 개인정보보호나 알고리즘의 신뢰성, 책임과 불복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먼저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에 의한 행정처분은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화된 의사결정(automated decision-making, 이하 ADM)을 포함하고, 당연히 개인정보의 처리를 전제로 한다. EU의 경우 ADM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를 GDPR에 마련하고 있는데, 예컨대 정보주체는 ADM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에 반대하거나 ADM에 따르지 않을 권리, ADM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권리, ADM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가진다. 하지만 행정기본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현행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이러한 정보주체의 권리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DM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를 준비 중이나, 행정기본법안 제20조 도입에 따른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행정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하여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알고리즘 설명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알고리즘의 신뢰성이나 위험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ADM은 알고리즘에 의한 의사결정을 의미하므로, 알고리즘의 신뢰성이나 위험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즉 행정처분의 기초가 되는 알고리즘에 입법적 취지나 내용이 정확하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제도 등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능정보화기본법이나 전자정부법 등에는 이러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의 편향성 또는 부적절한 알고리즘에 의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하여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인공지능에 의한 행정처분, 특히 알고리즘에 대하여 불복하여 다툴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도 고민을 해야 한다. 예컨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국가배상법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고,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을 전제로 알고리즘에 대하여 다투는 것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을 전제로 하지 않은 행정절차법 규정도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예컨대 처분을 하는 문서에 의무적으로 담당자의 성명 등을 기재하게 한 제24조 등), 독일 연방행정절차법에서 언급된 당사자의 개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 등도 같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공적 영역에서 ADM을 도입한 행정기본법안 제20조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바, 관련 제도와 입법의 정비를 통하여 신뢰할 만한 ADM 환경조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1. 3. 2.), 전자신문(2021. 3. 2.) 기고.
- 이사해임소송 초다수결의제
이사 해임에 관한 상법규정은 아래와 같다. 즉 주주총회로 이사 해임을 할 때는 발행주식 총수의 1/3과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제385조(해임) ①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한 때에는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총회의 결의가 있은 날부터 1월내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③제186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제434조(정관변경의 특별결의) 제433조제1항의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 한편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을 강화 또는 가중한 방식, 즉 초다수결의제는 유효일까? 초다수결의제는 이사의 해임요건을 강화하여 경영권 안정화를 기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나, 문제는 상법 조항에 반한다는 문제가 있어 그 유효성에 대하여 다투어진다. ※ 초다수결의제 :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안건의 주주총회 통과 요건을 강화한 제도다. 국내 600여개 상장기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초다수의결제 등 경영권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다수의결제 외에 경영권 보호장치로는 신주인수권 3자 배정, 황금낙하산 등이 있다.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교체를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news.einfomax.co.kr) 관련한 하급심 판례는 아래와 같은바, 아래 하급심 판례는 무효로 보았다. 즉 상법 규정을 벗어나 있기에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6. 2. 자 2008카합1167 정관 내용 : 경영의 안정성, 계속성, 효율성을 위하여 이사의 임기 전 해임을 결의하는 경우나 동일한 사업연 도에 해임할 수 있는 이사 수의 한도의 변경을 결의하는 경우 출석한 주주의결권의 100분의 75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법원 : 상법상 주주총회의 보통결의는 정관에 의해 그 요건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반면 특별결의는 정관에 의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의해 경영을 전담하는 이사가 부적정한 경영을 할 때에는 주주가 신속히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를 해임할 필요가 있다. 상법이 정한 것에 비해 특별결의의 요건을 더 엄격하게 정하면 소수파 주주에 의한 다수파 주주의 억압 내지 사실상 일부주주에게 거부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이 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더 엄격한 이사해임요건 및 해임가능한 이사의 수를 규정하는 회사 의 정관은 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위 하급심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법 규정을 벗어난 초다수결의제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다. 예컨대 발행주식 총수의 2/3로 올리거나,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4로 올린 경우 이러한 정관 조항은 효력이 없고 상법이 적용되어 발행주식 총수의 1/3,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2/3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시 내용이다.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로는 위임의 특성상 해지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 상법 규정상 정관에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유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 초다수결의제는 일부 주주에게 거부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이다.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이사해임에 관한 초다수결의제는 향후 야기될 수 있는 적대적 M&A에 대한 효율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기에 유효하는 주장이 있다. 초다수결의제로 공고히 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외부 자본에 의하여 경영권이 침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0. 12. 14.) 기고.
-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에 관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지분인수 방식의 투자는 창업가의 채무부담이 없어 신사업을 개척하는 벤처기업에 중요한 자금조달의 원천이 되지만,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는 등 불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창업주의 경영권이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지분희석에 대한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일정한 요건을 갖춘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내용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하 ‘벤처기업법’)이 2023. 11. 17.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하에서는 벤처기업법 개정으로 국내에 도입되는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요건 벤처기업법 제16조의11은 주식회사인 벤처기업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1)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을 투자받고, 가장 나중에 받은 투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이어야 하며, 2) 그 투자로 인하여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하는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제1항 제1호, 제2호). 여기서 ‘창업주’란 ①벤처기업 설립 당시 정관에 기재된 발기인일 것, ②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당시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일 것, ③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그리고 ④벤처기업설립 당시부터 가장 나중의 투자를 받기 전까지 계속하여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소유한 자일 것이라는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을 말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제5항). 만일 ①부터 ③까지의 요건을 갖춘 사람이 둘 이상인 때 그 주식의 합산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인 경우, 공동 창업주 모두에게 복수의결권 발행이 가능하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제6항).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절차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가중된 주주총회 특별결의(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이상의 수)로써 정관을 개정하여야 하는데, 개정 정관에는 1) 일정한 경우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는 뜻, 2) 복수의결권주식을 받을 자의 자격요건, 3)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절차, 4) 발행할 복수의결권주식의 총수, 5) 1주당 의결권의 수, 6)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 7) 일정한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제2항). 또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때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수로써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며, 정관으로 정한 바에 따라 1주에 2개 이상 10개 이하의 범위에서 의결권이 부여된다. 한편, 창업주는 지분가치에 상응하는 주금납입의무를 부담하는데, 만일 주주총회에서 ‘총주주의 동의’로 결의한 경우에는 ‘창업주가 소유하는 보통주식’으로 주금을 납입할 수 있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제8항). 위와 같은 절차에 따라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회사는 정관의 변경사항 등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내역 등을 본점과 지점에 비치 및 공시하여야 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4 제1항, 제2항). 보통주식 전환 사유 및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 복수의결권 주식은 존속기간이 만료된 경우,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하거나 양도한 경우, 창업주가 이사의 직을 상실한 경우, 벤처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경우 등과 같은 사유가 발행한 때 보통주식으로 전환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2 제1항). 또한, 위 제도는 창업주가 어느 때나 복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경우 즉,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변경, 이사의 보수에 관한 사항,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의 감면에 관한 사항, 이익배당에 관한 사항 등에 있어서는 보통주식과 마찬가지로 1주당 1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3).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창업주’를 발기인인 창업주만으로 제한한 점,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보통주식으로 주금을 납입할 수 있는 점 등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는 상법 제369조에서 정한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처음으로 인정한 제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바, 회사는 사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도입 가부, 발행요건 등을 파악하고, 법적인 문제 없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이주은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6. 23.) 기고.
- 위믹스 가처분 결정의 법적 분석 및 시사점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지원종료(이하 '상장폐지') 관련 분쟁은 과거 몇 차례 있었지만 위메이드 측이 제기한 가처분 사건(2022카합21695 등)처럼 언론이 집중된 적이 없었다. 지난주 위메이드 측의 패소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위메이드 측이 항고를 한 상태이고, 이런 류의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위믹스 가처분 결정을 분석하고 그 결정으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사실관계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지난 10월 17일 위메이드 측이 담보 대출을 위해 제3자에게 제공한 위믹스 수량이 '유통량'에서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거래소 측은 담보대출을 위해 제공된 위믹스 유통량 계산에 대한 소명을 18회에 걸쳐 요청했다. 동시에 닥사는 24일 거래지원분과 자문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 측은 지난달 24일 세 가지 사유를 들어 위믹스 거래 종료를 결정했다. 거래소 측이 문제삼은 거래 종료 사유는 세 가지다. ①위믹스의 유통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이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인 점 ②투자자들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점 ③소명기간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발견되고, 중요 정보에 관한 정정 또는 수정이 발생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점.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①이라 할 수 있다. 가처분 재판부는 거래소의 상장폐지가 위법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상장폐지에 대한 거래소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거나 부정한 동기·목적에 의해 이뤄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이다. 이 법리의 벽이 유지되는 한 구조적으로 가상자산의 발행회사가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가처분 재판부는 가상자산의 유통량에 대한 법리를 설시했다. 재판부는 “가상자산의 경우 주식의 내재가치에 대응되는 개념을 상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이에 수요·공급 원칙에 크게 의존해서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통량'은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발행인 측은 아무런 추가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도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 시장에 형성된 가격으로 가산자산을 유통시킴으로써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이로 말미암아 투자자로서는 유통량 증가에 따른 가상자산의 시세 하락 등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된다”라고도 판시했다.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판시는 이전 판결에서도 발견된다. 서울고등법원 2022년 5월 26일 선고 2021노463 판결은 발행회사(피해자) 몰래 가상자산을 매도·유통시킨 개발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인정한 적이 있다. 이 법원은 피해자 몰래 가산자산을 매도·유통시킴으로서 개발자는 이익을 보고 반대로 피해자는 손해가 났다고 본 것이다. 즉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유통량이 예측 없이 증가하면 그로 말미암아 유통시킨 사람은 이 때문에 이익을 보지만 그 외 사람들은 불측의 손해를 보게 돼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처분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위믹스의 유통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이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인지 여부다. 이 점에 대하여 가처분 재판부는 위메이드 측이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대출 목적으로 제공한 3580만개 물량을 유통된 것이라고 보았고, 위믹스파이 서비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예치한 400만개 위믹스 가운데 이미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159만918개 역시 유통된 것이라고 보았다. 즉 가처분 재판부는 3739만918개(=159만918개+3580만개)의 위믹스가 계획 유통량을 넘어 유통된 것이라고 보았고, 당시 위믹스 시가로 산정하면 약 934억원에 이르는 수량이기 때문에 중대한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유통량은 '발행량에서 채권자에게 귀속돼 잠겨 있는 물량을 제외한 물량'으로 정의해야 하고, 3580만개의 담보대출 물량은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이 없어 유통량에 산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처분 재판부는 3739만918개의 위믹스는 다른 지갑으로 옮겨졌거나 실제 유통에 사용됐기 때문에 위메이드 측의 유통량 정의에 의해서도 유통량에 산입되며, 담보로 제공된 물량의 경우 담보로 제공된 위믹스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대출채권자는 담보대출 물량을 제3자에게 처분해서 환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담보대출 물량은 시장에서 유통·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가처분 재판부는 나아가 ②투자자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점 ③소명 기간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발견되고 중요 정보에 정정 또는 수정이 발생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도 거래소 측의 주장이 사실일 개연성이 상당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가처분 재판부는 상장폐지가 위법하기 위한 요건으로 '상장폐지에 대한 거래소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거나 부정한 동기·목적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함을 언급했고, 유통량은 투자자 보호 및 부당한 이익 방지 등을 위해 거래소 등에 의해 엄정하게 관리·점검돼야 하고 나아가 담보대출 목적으로 제공된 물량은 유통량에 산입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가상자산에 관한 법리 가운데 확립된 것은 극히 일부이며, 많은 법리는 하나하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립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 재판부의 판시 내용은 사정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지만 실제 뒤바뀌기 전까지는 존중돼야 할 것이며, 비즈니스를 할 때도 우선 따라야 할 기준으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 전자신문(2022. 12. 20.) 기고.
- 데이터보호 입법의 동향
오랜 산통 끝에 데이터 또는 데이터자산 입법이 속속 제정되고 있다. 예컨대 2021년 10월 19일 제정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산업법')은 2022년 4월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고, 2021년 11월 11일 데이터보호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께 시행될 예정으로 보인다. 과거 공공데이터에 관한 입법은 예컨대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이 있었다. 민간데이터의 경우는 저작권법의 데이터베이스(DB) 제작자의 권리나 부정경쟁방지법 성과물로 보호를 받았다. 이를테면 경쟁업체가 무단으로 피해업체의 데이터를 크롤링하거나 대량으로 복제해 가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이 경우 피해업체는 DB 제작자의 권리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성과물 주장을 해서 권리를 보호받았다. 리그베다위키 대 엔하위키미러, 잡코리아 대 사람인, 야놀자 대 여기어때 등이 이러한 사례인데 공히 피해업체가 승소했다. 데이터산업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피해업체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더 다양해졌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데이터산업법은 '데이터 자산'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데이터 자산은 데이터 생산자가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생성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데이터다. 누구든지 데이터 자산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취득·사용·공개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 자산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회피·제거 또는 변경하는 행위 등 데이터 자산을 부정하게 사용해서 데이터 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사항은 다시 부정경쟁방지법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부정경쟁방지법의 내용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일본 부정경쟁방지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호데이터'를 '데이터 중 업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로 정의하고 있는데 데이터 가운데에서 업, 특정인, 상당량, 비밀로 관리되지 않을 것 등으로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호데이터의 부정 사용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유사하게 권한이 없는 자의 취득·사용·공개 행위, 권한 초과의 제공·사용·공개 행위, 악의 사용자의 취득·사용·공개 행위,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행위의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결국 입법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은 데이터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보호데이터로 보호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과거 특허권·저작권 등과 같이 독점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영업비밀과 같이 '보유자'의 점유 상태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 입법은 후자를 택했다. 예컨대 퇴직자가 회사의 정보를 소지하고 유출한 경우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기존처럼 보호받을 수 있지만 여기에 더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데이터 역시 보호데이터에 해당한다면 이제는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형사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민사적인 조치만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데이터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민사·형사적 조치를 할 수 있고,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데이터라도 보호 가치가 있는 데이터라면 민사 또는 업무상배임죄 조치를 할 수 있다. 영업비밀·보호가치가 있는 데이터가 아니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데이터에 해당하면 민사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데이터는 플랫폼 데이터임에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플랫폼 데이터에 대해 과연 법 적용이 가능한지 의문이 있다. 그리고 보호데이터 범위를 해석에 따라 무제한으로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퇴사자가 아무 생각 없이 자료를 소지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빈번한 현실에서 기업이 퇴사자나 근로자를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한층 더 키웠다는 걱정이 앞선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1. 11. 30.) 기고.
- KT 해킹 개인정보유출 사고의 정리
1. 이 사건의 원인은? 통신업체의 과도한 마케팅이 해커들에게 유인요소가 되었고, 통신업체가 관리하는 개인정보 DB에 접근하는 대리점에 대하여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못한 점이 상황적 원인을 제공하였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은? 기업이 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에 대하여 안정성 확보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방통위나 경찰 조사로 인하여 자세한 사실이 밝혀져야 판단이 가능한 점이긴 하지만, 1) 범인들이 7개월가량 해킹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점 2) 소량으로 정보를 빼내어 탐지가 어려웠던 점은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1) 5개월 동안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탐지하지 못한 점, 2) 내부직원이 연루되었다고 의혹을 받는 점, 3) 해킹피해사실이 회사에 전달되었는데도 회사가 이를 무시하였다는 의혹점은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3. 개인정보 유출로 인하여 생길 피해는? 대포폰, 피싱, 스팸 등이 예상되고, 특히 불법 TM에 사용되어 이동통신전화에 관한 각종 사기도 발생가능합니다. 4. 만약 법 위반 사실이 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요? 만약 법 위반 사실이 있다면 행정적ㆍ형사적 제재에 처해지지만, 그보다 기업 입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고객들의 민사소송이나 집단소송입니다. 5. 이전 다른 기업들의 고객정보 유출 사례와 비교했을 때와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가장 큰 차이점을 들면, 단타로 대량의 정보를 빼내었던 기존의 유출 사례에 비하여 이번에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장기간 소량으로 빼내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며, 기업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보관ㆍ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6. KT의 경제적 손실은 얼마로 예상하시는지요? 집단소송에 의하여 만일 고객들이 승소한다면 20만원 ~ 100만원 사이가 전례에 비추어 예상됩니다. 이보다는 이동통신업자인 KT 입장에서 사실 손해배상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은 이미지 실추에 따른 고객 이동으로 예상됩니다. 7. 이 사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반복되는 해킹사고 때마다 기업은 해킹이 불가피하다 또는 자신들은 안전성 확보조치를 다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법 이전에 기업을 믿고 개인정보를 맡긴 고객들이, 그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하여 생길 상실감,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는 기업들이 전혀 배려하지도 않았고, 그에 대한 보상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입니다.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는 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2. 8. 1.) 기고.
- 암호화폐로 월급을 지급해도 될까?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이달(6월) 말 자체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폐, 법정화폐로 표시한 코인의 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고 안정된 암호화폐)인 글로벌 코인(GlobalCoin)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미국 경제 전문 방송채널 CNBC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페이스북 직원들은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받을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구인구직 사이트 휴먼스넷이 1,1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프리랜서의 30%가 암호화폐를 급여로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를 국내에 적용 및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국내에서도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 중 일부를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특히, IT 스타트업 기업에서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진다. 근로기준법, ‘법정통화’로만 급여 지급토록 규정 그렇다면, 대한민국 법률상 국내 기업도 근로자에게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 만약 근로자가 회사 측에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하여 줄 것을 사전에 신청하거나, 회사의 암호화폐 지급 방침에 동의한 경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로자에게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현행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설령 근로자가 위와 같이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하는데 동의한다 하여도, 근로자의 동의만으로 암호화폐를 통한 임급지급이 적법한 것으로 되지는 않는다. 법령 및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통화(通貨) ‘로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이른바 ’통화지급의 원칙‘이라 하기도 하고 약칭 ’통화불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규정에서 ‘통화(通貨)’란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쉽게 풀어쓰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암호화폐를 ‘통화(通貨)’의 일종으로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한 명시적인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내려진 바 없다. 다만 최근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에서 법원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본 바 있다.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고, 따라서 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위 판결에서 암호화폐 내지는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였다고 해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곤란하다. ‘상품권’ 따위에 재산적 가치가 있다 하여,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수의 행정 해석은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근로자에게 불리한 현물 급여의 금지 내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통화지급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암호화폐를 통한 임금 지급은 상품권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가 이에 동의한다 하여도 통화지급 원칙을 위반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상 벌칙조항의 적용을 받아 3년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IT 스타트업, 법률전문가 도움 받아야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급여 체계를 구축할 때,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 IT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임금 일부를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현상도 근로기준법상 통화지급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마냥 적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관계법령상으로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급여 체계를 설계할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 법무법인 민후 허준범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19. 6. 15.) 기고.
- 컴퓨터 프로그램 위탁개발의 경우 저작권의 귀속
(1) 회사 직원 A가 회사 업무 차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때에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2) B 회사가 회사 직원이 아닌 C 개발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을 때 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저작권자란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저작물을 실제로 창작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힌트나 동인을 준 사람은 저작권자가 아니고, 완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검증한 사람 역시 저작권자가 아니다. 저작권자의 개념은 간단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작권자를 구분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지 않고 의뢰받아 개발한 경우가 그렇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 의뢰는 회사 내에서 그 회사 직원에게 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회사 외의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의뢰한 경우도 있다. 이를 차례로 살펴보자. 회사가 기획해 회사 내의 직원에게 개발을 의뢰한 경우 이를 ‘업무상 저작물’이라고 하는데, 우리 저작권법 제 9조는 저작권의 귀속에 관해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법인)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따라서 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회사에 속하게 돼 있다. 다만 회사가 기획한 다음 그 회사 내의 직원에게 개발을 의뢰해 업무상 저작물이 창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 귀속에 관해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서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에 따라 저작권자가 결정되므로, 종국적으로 회사가 아닌 직원에게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편 회사가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의 제작을 의뢰한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첫째, 컴퓨터 프로그램의 제작을 단순히 의뢰한 경우(단순도급)인데, 이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정의에 의해 의뢰한 사람(도급인)이 아닌 개발한 사람(수급인)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 창작의 과정이 주도적으로 개발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제작을 의뢰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계약으로써 종국적으로 저작권의 귀속이 의뢰한 사람에게 속함을 정해 둬야 할 것이다. 둘째,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자에게 자세한 주문이나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자기 의도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케 한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그 지시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한 두 가지 판례를 소개한다. 먼저 일본의 판례다. X가 화가 Y에게 지도 제작을 의뢰했는데, X는 지도의 도안·색채·도형뿐만 아니라 지도에 들어갈 주요 도로, 건물, 시설 등까지 상세히 지시한 경우 동경지방법원은 화가 Y가 화가로서의 예술적인 감각이나 기술을 구사해 스스로의 창의와 수단에 따라 제작한 것이므로 화가 Y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우리나라 대법원은 ‘주문자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을 하고 자금을 투자하면서 개발업자의 인력만을 빌어 개발을 위탁하고 개발업자는 당해 프로그램을 오로지 주문자만을 위해서 개발·납품한 경우’에 개발자가 아닌 의뢰자를 저작권자로 보았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60590 판결). 두 가지 예를 정리하면, 지시의 정도가 구체적이거나 개발자의 재량이 적어질수록 의뢰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를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저작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이 의외로 많은 바, 복잡한 다툼을 피하고 간단하게 법률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 계약 시 반드시 저작권의 귀속을 정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100만 원을 투자해 만든 제대로 된 계약서는 100억 원의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2. 12. 18.),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지털데일리(2014. 2. 28.) 기고.
- 전산장애에 대한 서비스운영자의 손해배상 책임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에 따른 서비스 장애는 시민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고, 재산적 손해까지도 발생시켰다. 이러한 피해는 민간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발생, 전산장애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었다. 정보기술(IT)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으로 주의해도 전산장애는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전산장애에 대해 서비스운영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서비스운영자가 항상 면책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용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전산장애로 말미암아 법적 책임을 지는 합리적인 선(線)은 어디일까. 최근 판결을 통해 그 선을 찾아보고자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평소 10만건 안팎이던 시간당 주문량이 20만건 이상으로 지속되자 데이터베이스(DB)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하고 이로 말미암아 주문 접수, 거래 체결 등을 실시간 처리하지 못해 거래가 지연됐다. 거래상의 오류 발생률이 50% 이상 되자 거래소는 서비스 전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서버 점검과 함께 메모리 리셋, 유입 트래픽 제어 등 조치를 통해 1시간 30분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소 회원들은 거래 중단 시점과 재개 시점 사이에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는데 전산장애로 거래를 할 수 없어 그 시세 차익 상당의 손해가 났다고 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거래소 서비스 약관에 의거해 거래소는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상화폐 거래 중개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해서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DB 서버의 과부하로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거래소는 전산장애가 발생한 이유는 짧은 시간에 예측할 수 없는 정도의 많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이어서 전산장애에 대해 귀책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이 '전산장애 방지를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조치'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은 SK컴즈 또는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해킹 방지 의무에 대해 적용한 기준과 유사하다. 결국 서비스운영자가 '전산장애 방지를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 책임이 결정된다. 서울고법은 이 기준에 입각해 과부하에 취약한 MySQL을 상용화하면서 과부하 분산 조치를 하지 않은 점, 거래소 회원이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수수료 매출이 약 80배 증가했는데 시스템 과부하 해결 조치를 하지 않은 점, 위험관리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그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거래소 이용 고객은 거래소에 대해 주식시장에 준하는 시스템 안전성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거래소의 귀책 사유를 인정했다. 다만 손해액은 재산상 손해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부정하고, 전산장애 당시 보유 가상자산이 급락하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원하는 가격에 매도 주문을 할 수 없었다는 초조감과 상실감을 인정해 위자료를 인정했다. 그동안 전산장애에 대해 사회적으로 너그러웠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면책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판결은 전산장애에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조치 의무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3. 3. 21.) 기고.
- 외국 저작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우 대응방법
많은 기업들이 업무 과정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필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정당하게 구매하여 사용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스타트업이나 개인의 경우 불법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또는 복제하여 사용하다가 소프트웨어 저작권사로부터 저작권 침해 행위로 형사 고소를 당하거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저작권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수집한 IP를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빌미로 개인 또는 기업을 협박하여 합의를 유도함으로써 편리하게 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IP주소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크랙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유저가 해당 서버 기록에 IP주소가 남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IP주소와 MAC주소를 조작·변경하거나 우회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는 사람까지도 IP 주소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무분별한 청구로 인한 Copyright Troll, 소위 저작권 괴물의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가운데, 외국 소프트웨어 저작권사 또는 외국인이 국내 법인 또는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 승소하더라도 외국 법인의 자산이 국내에 없는 경우 현실적으로 변호사 비용 등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민사소송법상 제도와 실제 이와 관련하여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송비용담보제공신청제도의 활용 민사소송법 제117조는 제1항은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주소·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않은 외국 법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우, 민사송법 제117조에 의한 소송비용담보제공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소송비용담보제공 신청은 본안에 관해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한 후에는 신청하지 못하는 본안전 항변사항이기 때문에(민사소송법 제118조), 소송비용담보제공신청은 소송 초기, 즉 제1회 기일에 본안에 관해 진술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비용담보제공을 신청하여 법원의 담보제공결정이 있으면, 소를 제기한 외국법인은 피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로 현금을 공탁해야 한다. 그러면 외국 법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당사자는 소송에서 승소한 후 외국 법인이 소송비용담보로 제공한 금전에 집행하여 소송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담보를 미리 확보해두지 않으면, 승소하더라도 소송비용회수를 위한 소송비용확정신청서를 외국 법인에 송달해야 하는데, 국외송달은 절차상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송비용을 돌려받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무상으로는 소송비용담보제공명령이 있으면 담보 제공에 부담을 느낀 외국 법인이 스스로 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송비용 회수 목적이 아니더라도 외국 법인으로부터 소제기를 당한 경우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꼭 억울한 당사자가 아닌, 실제 불법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또는 복제한 사실이 있더라도 외국 법인이 청구한 금액 전액이 인용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소송비용의 일부라도 보전받기 위해 소송비용담보제공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적법한 소송대리권 존부의 확인 외국 법인이 국내 법인 또는 내국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부분 국내 변호사에게 소송대리를 맡겨 진행하는데, 적법한 소송대리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 제기시 소송대리인이 제출한 위임장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임장에 막도장이 날인되어 있거나, 공증인 등의 인증을 받지 않거나, 위임장에 서명한 사람이 해당 외국법인을 위하여 위임장에 서명할 권한을 가지고 사람이 맞는지 불분명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소송요건으로서 원칙적으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다. 따라서 위임장 기재상 적법한 소송대리권이 있는지 불명확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대리권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원고 측에 외국 법인의 법인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위임장 작성자가 외국 법인을 위해 위임장에 서명할 권한을 확인하기 위한 정관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리기도 하는데, 재판부가 이를 간과한 경우 구석명신청 등을 통해 소송대리인이 적법하게 외국 법인으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수여 받았는지에 대한 입증을 촉구하여 볼 수 있다. 만약 적법한 소송대리권에 대한 입증이 안되면 소 자체가 부적법하여 각하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외국저작권사가 소프트웨어 불법 다운로드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재판부가 위임장에 서명한 사람이 외국 법인의 대표기관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임장 작성자가 외국 법인을 위해 위임장에 서명할 권한을 확인하기 위한 정관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린 사례가 있다. 그런데 외국 법인의 소송대리인 측이 결국 이를 증명하지 못하자, 재판부는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 등을 두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고, 소송위임장을 작성한 사람이 원고를 대표하여 위임장에 서명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외국법인에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을 명하였고, 결국 소송대리인은 소를 취하하여 사건은 종결되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무분별한 청구로 인한 저작권 괴물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외국 법인으로부터 소 제기를 당하는 경우 이상에서 설명한 소송비용담보제공 등의 절차를 미리 알아둔다면, 이를 활용하여 예상보다 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을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정원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3. 21.) 기고.
- 프리랜서 계약체결 시 회사가 유의해야 할 사항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이후 올해 햇수로 4년째 접어들면서 우리의 일상도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업무형태에도 영향을 끼쳐, 슈퍼 프리랜서, N잡러, 긱 워커(Gig Worker) 등 근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는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경제 불황 시기에 정규직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영상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등 개별 프로젝트나 특정 업무만 위임하려는 상황을 이전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실무를 담당하다 보면, 기업들이 상대방과 프리랜서 계약인지 근로계약인지 확실히 정하지 않은 채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제목만 ‘프리랜서 계약’으로 하고 그 내용은 근로계약서와 다를 바 없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 회사는 상대방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으나, 회사의 의도와 달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의무를 부담하게 될 상황까지 마주할 수 있다. 만일 근로계약으로 보게 될 경우,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퇴직금, 법정수당(주휴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과 4대보험을 지급하여야 함은 물론, 계약해지가 부당해고라 주장하는 상대방과 다투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인바, 아래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도록 프리랜서와 근로자의 차이점 및 프리랜서 계약 시 유의할 점에 대하여 살펴보자. 프리랜서와 근로자의 차이 프리랜서에 대하여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채 근무시간, 장소, 방법 등에 대해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실무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서, 도급계약서, 업무위탁계약서 등으로 계약을 체결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등과 업무를 하게 될 경우 이러한 방식을 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만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 사업자등록을 하였다면 회사는 세금계산서를 받고 보수를 지급하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일 경우 일반적으로 3.3%의 세금을 정산 후에 지급한다. 반면,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근로기준법은 임금, 소정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에 대하여 반드시 서면으로 내용을 명시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17조).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프리랜서를 근로자와 어떻게 구분하고 있을까.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하여 보수를 지급한다면, 법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인정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 또는 프리랜서 계약이라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를 고려하여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②취업규칙·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③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④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⑤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⑥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⑦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⑧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⑨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⑩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다만,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사회보장제도 및 보수체계에 관하여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부차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프리랜서 계약서 작성 시 유의사항 회사는 프리랜서와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기에, ‘양 당사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을 계약서에 기재함이 좋을 것이다. 또한, 계약의 특성상 회사는 프리랜서가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세부적인 부분까지 판단해주거나 주기적으로 진행상황을 보고하도록 지시할 수는 없으므로, 계약서에 프리랜서가 수행하여야 할 업무의 범위, 프로젝트의 내용, 목적물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 목적물을 전달받은 후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횟수와 기간 등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계약대금을 계약금과 잔금으로 분할 지급할 것인지, 회사가 목적물을 인도받으면 일시에 전액을 지급할 것인지와 같은 보수 지급방식, 지급금액, 지급시기는 물론, 추가 작업에 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기재해놓을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ⅰ) 회사가 프리랜서에게 계약금액을 전부 지급하였을 때 완성된 작업물의 지식재산권이 회사에 귀속되도록 할지 ⅱ) 작업물의 저작권 및 모든 권리가 프리랜서에게 있는 것으로 하되, 회사는 계약의 목적 범위에서 별도의 비용 지급 없이 비배타적, 항구적으로 작업물을 사용할지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할 것이다. 프리랜서 계약서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해석에 다툼의 여지 없이 명확하게 작성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인바, 사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이주은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3. 14.) 기고.
- 부정경쟁방지법 상품모방(카피상품)
부정경쟁방지란 무임승차를 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온 개념이다. 예컨대 타인의 상품을 그대로 베껴서 판매한거나 타인의 상호를 그대로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경우 등은 타인의 노력을 그대로 가져와 자기의 성과로 삼는 행위로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여러 가지 태양의 부정경쟁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행위가 바로 '상품모방'이다. 상품모방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자.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ㆍ모양ㆍ색채ㆍ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을 말하며, 시제품 또는 상품소개서상의 형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ㆍ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ㆍ수출하는 행위. 다만,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제외한다. (1) 상품의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ㆍ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ㆍ수출하는 행위 (2)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동종의 상품이 없는 경우에는 그 상품과 기능 및 효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말한다)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ㆍ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ㆍ수출하는 행위 1) 자목을 주장하는 자는 스스로 상품을 개발한 자이다. 스스로 개발한 자라는 것이 제작까지 해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목의 입법취지는 개발자가 상품개발에 투자한 시간, 비용, 노력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상품형태 개발자에 대한 시장에 대한 선행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자목의 입법취지라 할 수 있다. 2) 자목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상품의 형태'이다. 형태란 형상, 모양, 색채, 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을 의미하며, 시제품이라도 또는 상품소개서상의 형태라도 보호받을수 있다. 상품의 형태는 유사하여야 한다. 유사하다는 것은 모방을 하였다는 것인데, 상품의 형태가 객관적으로 타인의 상품 형태와 같거나 실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상품의 형태에 타인의 상품 형태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른 부분이 미세한 변개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품의 전체적 형태에 주는 변화가 적고 상품 전체에서 보아 미세한 차이에 그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해당 상품은 타인의 상품과 실질적으로 같은 형태로 평가받을 수 있다. 3) 자목에서 금지되는 행위는 모방상품의 양도, 대여, 전시, 수입, 수출 행위이다. 모방 그 자체는 금지되는 행위에 열거되지 않고 있지만 모방은 전제행위로서 금지된다고 볼 수 있다. 4) 자목에서 중요한 것은 면책규정 2가지이다. (1) 3년의 보호기간 (2) 통상적 형태의 경우는 상품모방을 했더라도 법적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5) 3년의 보호기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품 형태는 자목에 의하여 보호되고 또는 가목에 의하여도 보호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3년 동안 열심히 해서 가목의 요건을 만족하게 되면 기간에 상관없이 보호될 수 있지만, 3년 동안 노력했지만 가목의 요건에 해당하지 못한다면 3년 밖에 보호받지 못한다. 3년의 기산일은 상품의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이다. 판례에서 특별히 언급된 것은 없지만 상품의 모방이 3년 안에 이루어졌다면 이는 3년이 지나도 양도, 대여 등을 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6)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의 모방은 면책된다.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란 몰개성적 형태나 경쟁상 불가피한 형태를 의미한다. 몰개성적 형태란 동종의 상품이라면 흔가게 가지는 개성이 없는 형태를 의미하고, 경쟁상 불가피한 형태란 동종의 상품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형태로서, 상품의 기능, 효용을 달성하거나 상품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하여 채용이 불가피한 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통상적 형태에 대하여는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7) 자목의 구제수단은 민사도 있지만 형사고소도 가능하다. 형사고소는 최근에 도입된 조문으로서, 사례가 몇 건 없기는 하지만 구제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9. 3. 21.) 기고.
- 빅데이터 등 데이터 보호를 위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근간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양질의 데이터가 원활하게 이용되거나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2021. 9. 28.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2022. 4. 20.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 기본법은 데이터에 대한 정의 조항과 함께 데이터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각 부처의 책무 등 데이터 보호의 일반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데이터 부정사용행위 및 구제수단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위임하고 있다. 데이터기본법의 위임에 따라 '데이터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신설하여 보호하는 내용의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안이 2021. 11. 11.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안 중 데이터 부정사용행위에 관한 신설 조항은 다음과 같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부정경쟁행위 중 하나의 행위유형으로 추가되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 “부정경쟁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카. 데이터(「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데이터 중 업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를 말한다. 이하 같다)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로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1) 접근권한이 없는 자가 절취·기망·부정접속,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공개하는 행위 2) 데이터 보유자와의 계약관계 등에 따라 데이터에 접근권한이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데이터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데이터를 사용·공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3) 1) 또는 2)가 개입된 사실을 알고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공개하는 행위 4)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의 보호를 위해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회피·제거 또는 변경(이하 “무력화”라 한다)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장치 또는 그 장치의 부품을 제공·수입·수출·제조·양도·대여 또는 전송하거나 이를 양도·대여하기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 다만, 기술적 보호조치의 연구·개발을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장치 또는 그 부품을 제조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①접근권한 없는 자가 부정한 수단으로 데이터를 취득·사용·공개하는 행위, ②접근권한 있는 자가 부정한 목적으로 데이터를 사용·공개·제공하는 행위, ③위 ①, ②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면서 그 데이터를 취득·사용·공개하는 행위, ④데이터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하는 기술·서비스·장치 또는 그 부품을 제공·수입·수출·제조·양도·대여 또는 전송, 양도·대여하기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데이터 부정사용행위에 대하여는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5조에 따라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동법 제8조에 따라 시정권고 등 행정적 조치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특별히 데이터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동법 제18조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사적 구제조치까지 마련하고 있다. 다만, 모든 데이터가 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아니고, ▲특정대상과의 거래를 위한 것일 것, ▲전자적으로 관리될 것, ▲상당량 축적되어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 ▲공개를 전제로 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한정된다. 보호대상 데이터를 한정한 이유에 대하여 특허청은 모든 데이터를 보호할 경우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으며, 데이터 산업 발전과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이용·유통이 활성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은 모두 빅데이터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데이터의 가치가 인정되고 보호되어야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고,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원활하게 거래되어야 데이터 기반 산업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데이터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고 더 나아가 4차 산업의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보호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이번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계기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이용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국내 데이터 산업 발전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법무법인 민후 서혜린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1. 11. 29.) 기고.
- 유명인의 초상권·성명권 보호를 위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2021년 12월 7일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신설된 제2조 제1호 타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였고, 2022. 6. 8.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 특허청은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한 국내 최초의 명문규정 신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신설조항이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으로 인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적어도 유명인의 초상권이나 성명권의 침해행위에 대한 재산적 손해의 손해배상 청구가 쉬워지고, 손해액의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아직까지 없고, 하급심에서는 「일반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초상 등의 경제적 측면에 관한 권리라는 점에서, 인격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전통적 의미의 초상권과 구별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9. 27. 선고 2004가단235324 판결)」 고 하여 이를 인정한 판례도 있으나,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법률, 조약 등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의 근거 없이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권과 유사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서울고법 2002. 4. 15. 선고. 2000나42061 판결)」 고 하여 이를 부정한 판례의 내용처럼 성문법주의 및 물권법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독자적인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초상권이나 성명권을 침해당한 경우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격권'의 침해를 근거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정신적인 손해에 대해서만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고, 인정되는 금액도 크지 않아 제대로 된 손해의 배상은 거의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최근 BTS 등 한류스타들의 활약이나,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우리나라 문화 컨텐츠들의 해외에서의 대성공과 함께 한류 스타들의 초상·성명을 사용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관련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되어 유명인의 초상권·성명권 등에 대한 침해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하여 보호하고자 신설조항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 “부정경쟁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보호받기 위한 주체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이어야 하고, ②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의 사용행위이어야 하며, ③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여야 한다. 위와 같은 유명인의 성명, 초상, 음성 등에 대한 부정사용행위에 대하여는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따른 금지청구, 제5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제8조에 따른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권고 등 행정적 구제조치 또한 존재한다. 또한 성명권,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액의 계산에 있어서 그 재산적 손해의 정도에 대한 계산이 어려운 경우에도, 동법 제14조의2 손해액의 추정 규정을 통하여 침해자의 이익액이나 성명이나 초상권의 사용을 허락할 경우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주장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다만, 동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 따라서 신설조항인 타목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에서는 제외되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은 주의하여야 한다. BTS의 무허가 화보집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일반적·보충적 조항인 제2조 제1호 카목을 적용하여 그 판매를 금지하였던 대법원의 결정이 화제가 되었는데, 앞으로 신설조항이 시행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신설조항인 타목이 직접 적용되어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의 무단 사용 행위에 대한 보호가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설조항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일반·보충 조항인 카목의 경우보다는 구체화되었다고 할 것이지만, 유명인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 것인지,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로 성명, 초상, 음성, 서명 외에 어떠한 것들이 인정될 것인지 등은 여전히 모호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신설조항을 적용한 사건에서의 구체적인 법원의 판단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안태규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1. 29.)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