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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133개 검색됨

  • 구글의 ‘잊혀질 권리’ 적용사례

    구글의 독립된 자문위원회는 지난 2월 7일 잊혀질 권리의 인용 기준에 대해 언급했다. 자문위원회는 검색링크 삭제 기준에 관해 4가지 기준을 제기했는데, 1)공적 생활에서 정보주체의 역할(Data Subject’s Role in Public Life), 2)정보의 성질(Nature of the Information), 3)링크의 원천소스(Source), 4)시간(Time)이 그것이다. 구글의 ‘잊혀질 권리’ 적용사례 예컨대 1)정치인, CEO, 유명연예인, 종교지도자, 스포츠스타, 예술가 등은 다른 사람에 비하여 삭제가 어렵고, 2)개인의 내적·성적 정보, 개인의 금융정보, 사적 연락처나 식별정보, 민감정보, 미성년자에 관한 정보, 오류 또는 부정확한 정보나 해를 끼치는 정보 등의 정보는 삭제가 용이하다. 아래는 구글이 실제로 위 잊혀질 권리 인용 기준을 적용한 사례이다. (https://www.google.com/transparencyreport/removals/europeprivacy/에서 인용). (벨기에) 최근 5년간 중범죄로 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를 통해 무죄를 입증 받은 한 개인이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다. (헝가리) 한 고위 공무원이 이미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유죄 판결을 다룬 최근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다. (폴란드) 한 유명 기업인은 자신이 특정 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한 법적 소송을 다룬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다. (프랑스) 아동 음란물 소지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 신부가 판결 내용과 교회의 파직 결정을 다룬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업무상 사기 혐의가 있는 부부가 사건이 언급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라트비아) 시위 도중 칼에 찔린 한 정치 운동가는 사건 관련 기사로 연결되는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구글은 피해자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그 페이지를 삭제했다. (독일) 10년 전에 경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 교사가 판결 내용을 다룬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다. (스웨덴) 한 여성이 자신의 주소를 보여주는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이 여성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다. (이탈리아) 한 여성이 수십 년 전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남편의 살해 사건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이 여성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해당 페이지를 삭제했다. (독일) 구글은 한 강간 피해자로부터 이 범죄 사건을 다룬 신문기사 링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해당 페이지를 삭제했다. (이탈리아) 구글은 한 개인으로부터 자신이 업무상 저지른 금융 범죄로 인해 체포된 사건을 다룬 최근 기사 링크 20개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영국) 한 언론 전문가가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당황스러운 콘텐츠에 대해 보도하는 기사 링크 4건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구글은 수십 년 전에 발생했던 범죄의 피해자로부터 그 범죄 사건을 다룬 3개의 링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해당 페이지를 삭제했다. (영국) 한 개인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근무지에서 저지른 성범죄로 인한 해임 사실을 언급한 기사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영국) 한 의사가 자신의 의료사고를 다룬 50여 개의 신문기사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나 관련 시술은 언급되지 않은 3개의 페이지가 이 의사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삭제됐다. 사고를 다룬 나머지 링크는 검색결과에 남아 있다. (네델란드) 구글은 자신이 복지 서비스를 악용한다는 혐의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보도하는 기사와 블로그 글로 연결되는 50개의 링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한 개인이 자신이 게시한 이미지를 가져가서 다시 게시한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여성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가 삭제됐다. (이탈리아) 한 개인이 자신이 저지른 사기 행위에 대해 보고하는 주 정부기관 공식 문서의 사본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영국) 한 남성이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이 포함된 지역 치안 판사의 결정을 전하는 뉴스 요약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유죄 판결은 영국 범죄자 복권법에 의거하여 이미 형 집행이 완료된 상태였다. 구글은 이 남성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해당 페이지를 삭제했다. (영국) 한 공무원이 자신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 단체의 청원서로 연결되는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영국) 구글은 전직 성직자로부터 자신의 성직자 시절에 제기된 성학대 혐의에 대한 수사 내용을 다룬 2개의 기사 링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벨기에) 구글은 한 개인으로부터 자신이 미성년자로 참가했던 콘테스트를 다룬 기사로 연결되는 링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해당 페이지를 삭제했다. 위 내용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독 1)범죄행위와 관련된 2)언론기사가 많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는바 잊혀질 권리 적용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내용이다. 첫 번째 고려사항 : 범죄세탁 도구로 악용 우려 범죄행위에 연루된 사람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별할 수 있다. 일단 피해자의 경우 링크 삭제는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라면 링크 삭제는 제한될 수 있다. 다만 구글은 가해자라도 미성년자인 경우와 형 집행이 완료된 일반인인 경우는 링크 삭제를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잊혀질 권리가 자칫 범죄세탁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약 10년간 국립대학교 교수를 사칭하며 각종 저서를 출간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명세를 탄 A씨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비를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의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파이낸셜 뉴스, [기자수첩] ‘잊혀질 권리’ 남용 범죄세탁 우려, 2015. 2. 2.). 잊혀질 권리가 자칫 범죄세탁의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범죄행위’에 관한 안정적이고 구체적인 기준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정치인, CEO, 유명연예인, 종교지도자, 스포츠스타, 예술가 등을 공인 또는 준공인으로 분류하고 이들에 대한 삭제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고려사항 : 언론의 자유 침해 우려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잊혀질 권리의 최대 관심사는 일반 게시 글이 아니라 언론기사다. 실제로 잊혀질 권리와 관련해 삭제 요청을 받은 대상이나 소송이 있었던 대상은 거의 99%가 언론기사였다. 그만큼 언론기사를 빼놓고는 잊혀질 권리를 논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질 권리를 적용함에 있어 게시 글과 언론기사는 동질적으로 보아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잊혀질 권리를 적용 시 언론기사 자체가 삭제되지 않고 단지 검색링크만 삭제된다고 하여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적 요소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에 언론기사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언론중재법은 언론기사에 대한 구제책으로서 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청구, 추후보도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6개월 또는 3개월의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고 언론기사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간 제한이 없고 검색링크만을 삭제시키는 잊혀질 권리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는 언론의 특성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언론기사에 대한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청구, 추후보도청구 제도와의 관계 설정도 마땅히 신경 써서 이들 제도가 언론기사에 대한 잊혀질 권리 도입으로 인하여 형해화(形骸化)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5. 6. 15.) 기고.

  • 잊혀질 권리와 정보갱신권

    금년 5월에 있었던 '잊혀질 권리'에 관한 유럽사법재판소의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가이드라인이, 지난 11월 26일 EU의 작업반(Article 29 Working Party)에 의하여 발표되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잊혀질 권리의 행사 방법에 대하여 1) 원 소스의 게시글은 삭제하지 않고, 2) 검색엔진의 검색결과만 삭제하고, 3) 링크 삭제의 효과는 구글(google)의 .com을 비롯한 관련 도메인에 발생하여야 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유럽 검색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유럽사법재판소의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을 받아들여 유럽 안팎에서 들어온 17만 5000건 중 42%를 삭제해 주면서 그 결과를 미국의 www.google.com 사이트에는 반영하지 않고, 오직 www.google.fr(프랑스), www.google.de(독일) 등의 EU 사이트에만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www.google.com 사이트에도 삭제 정보를 노출하지 말라고 정식으로 요구한 것이기에 갈등적 요소가 많다. 잊혀질 권리의 도입에 대하여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한국에 이를 도입할 때는 삭제가 아닌 다른 방식이 도입되었으면 하는 의견이다. 잊혀질 권리의 대상은 불법정보가 아니라 원시적으로는 적법한 정보였다가 사후적으로 부적절해진 정보인바, 단순히 삭제하지 않더라도 정보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을 취하는 게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인터넷 공간의 보존,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 침해의 방지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기 때문이다. 삭제의 잊혀질 권리 대신에 업데이트 정보를 제공하는 '갱신청구권'으로 변형하는 것이 잊혀질 권리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후적으로 부적절해진 게시글이 있으면 삭제하지 말고, 업데이트 정보나 링크를 제공하여 현 시점에서의 부적절성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정보갱신권이 잊혀질 권리의 부작용을 없애는 길이라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4. 12. 8.) 기고.

  • 레딩의 ‘잊혀질 권리’와 오바마의 ‘DO NOT TRACK’

    10억명 정도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Facebook)의 창업자 주커버그(Zuckerberg)는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결을 언급했고, 최근 구글(Google)사는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2012년 3월 1일부터 유투브(Youtube), 지메일(Gmail) 등 60개 서비스에서 분산 관리했던 개인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EU와 미국의 각 행정부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 25일, EU 집행부 EC(European Commission)의 레딩 부위원장은 95년의 개인정보보호지침(Directive 95/46/EC, Directive는 Regulation과 달리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자국법의 교체가 가능함)을 개정한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규(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를 제안하였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12년 2월 23일에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발표된 상무성 소속 인터넷정책 TF의 그린페이퍼(Green Paper)에 기초하여, 세계 디지털 경제의 성장과 변화를 꾀하면서도 동시에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개선시킬 수 있는 전면적 청사진으로서 ‘온라인 프라이버시의 프레임워크(Consumer Data Privacy in a Networked World: A Framework for Protecting Privacy and Promoting Innovation in the Global Digital Economy)’을 발표하였다. 레딩 부위원장은 고도의 기술발전, 글로벌화 환경, SNS이나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환경 변화로 인하여 유아기 시대의 인터넷 환경에서 발표된 개인정보보호지침(Directive 95/46/EC)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기업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및 개인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 약화로 인하여 기업에 대한 개인의 신뢰가 하락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된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위하여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딩 부위원장의 제안은 개인정보 주체의 통제권 강화, EU 전지역에 있어 높은 수준의 정보보호정책 실현, 적절한 법집행, 글로벌 기준의 설정 등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신설 △EU 지역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회사에 대한 EU 법령 적용 △개인정보 처리에 있어 주체의 명시적 동의 요구 △EU 전 국가에 하나의 법령 적용 △개인정보 유출시 24시간 내 보고의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변경시 개인정보 이동권의 보장 △기업의 책임 및 법집행의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잊혀질 권리’이다. 사진, 구매정보, 거래정보, 개인의 성향 등 개인정보의 이전이 용이한 온라인 환경에서 개인의 자기정보 소유권 강화 및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온라인 기업·SNS 등 개인의 동의하에 제공된 개인정보 등에 대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검색당하지 않을 권리, 정보의 소멸시효 또는 인터넷 지우개라고 불리는 이 권리는 레딩 부위원장의 개인정보보호 개혁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편 대서양 건너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의 새로운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프레임워크을 발표하면서 그 발표배경을 “미국 소비자들은 그들의 개인정보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명확한 룰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실정이고, 더불어 인터넷이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의 개인정보관리에 대한 신뢰는 디지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적이라 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위 프레임워크는 네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는데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프라이버시 권리장전의 제정 △인터넷업체 그룹, 소비자 그룹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프라이버시 권리장전에 부합하는 실효적인 법규의 제정 △미국 FTC(Federal Trade Commission)의 법집행 강화 △정보장벽을 낮추기 위한 세계 여러 나라와의 프라이버시 기준의 상호운용성 고려가 그것이며, 이 중의 핵심은 ‘온라인 프라이버시 권리장전’이다. 오바마의 포괄적이고 글로벌한 2012년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프라이버시 권리장전(오바마의 세 번째 Fair Information Practice Priciples, FIPP란 개인정보의 수집과 통제 등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권리에 대한 기본정책방향 또는 원칙을 의미하며, 구속력이 없으므로 나중에 이를 기초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개별적인 법조항이 구체화됨)은 수집 및 이용 과정에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통제(Individual Control), 프라이버시 및 보안 정책의 공개(Transparency), 개인정보 제공 목적에 부합하는 수집·이용·공개(Respect for Context), 개인정보의 적절한 관리(Security), 개인정보의 접근가능 및 정확성 확보(Access and Accuracy), 수집 목적 외 사용금지(Focused Collection), 수집기관의 FIPP 준수 의무(Accountability)의 7가지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핵심은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투명성 제고이며, 오마바 행정부는 입법부를 상대로 위 ‘온라인 프라이버시 권리장전’를 근거로 한 실효적인 법제의 입법을 촉구하였다. 오바마의 발표에 발맞추어 미국의 온라인 광고업계는 이번 FIPP에 따라 웹브라우저상에 ‘DO NOT TRACK(추적 금지, 현재 웹브라우저 Firefox에는 장착되어 있음)’라는 버튼을 만들어 이를 클릭하면 극히 간단하게 이용자가 기업의 개인정보수집을 차단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로 온라인광고업계 단체인 디지털광고연합(DAA)은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AOL 등 회원사들과 함께 향후 9개월 내에 ‘DO NOT TRACK’ 버튼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레딩 부위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개혁은 엄격한 개인정보보호정책에 근거한 개인의 그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공통점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방향에 근거하여 레딩 부위원장은 ‘잊혀질 권리’의 입법을 예고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DO NOT TRACK'이라는 개인정보 추적장치의 도입을 실현시켰다. 위 레딩과 오바마의 개혁 및 엄격한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엄격한 기준이 인터넷 기술 발전과 유럽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영국의 에드바이지 문화부 차관은 쉬운 데이터 복사 및 빠른 데이터 확산의 상황에서 어떻게 ‘잊혀질 권리’를 실현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미국의 소비자측인 CDD, Center of Digital Democracy는 인터넷기업과의 협상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아내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 오바마의 권리장전이 미국보다 엄격한 프라이버시 기준을 가지고 있는 EU에의 기업진출을 돕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EU와 미국의 인터넷 환경 및 개인정보정책의 변화는 선진국의 도상에 있는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는바, 결론으로서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프라이버시의 역사는 짧지만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보호의 문제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철학적 기반이 없이는 속 시원한 해결방법이 나올 수 없는 분야이다. 단순히 개인정보를 잘 보호하자는 논의는 무의미할 것인바, 인간행위 및 사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철학적인 접근을 수반함과 동시에 근원적이고 체계적인 이론과 실무를 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표현의 자유 및 정보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이다. EU에서는 개인정보통제권이나 표현의 자유나 모두 인권헌장에 기초한 권리이나 미국에서는 개인정보통제권이 판례상 인정되는 권리인 반면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충돌에 대한 해결방법에 있어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통제권 모두 헌법상 근거를 찾을 수 있지만, EU 인권헌장과 달리 명시적으로 개인정보통제권에 대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헌법적 상황을 고려해서 법체계적인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권리범위의 합리적 설정이나 엄정한 정책운영을 하지 않게 되면 어떤 법적 상황이든지 단편적이고 사려 깊지 않은 개인정보보호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 큰 제약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특히 개인정보보호수단으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잊혀질 권리’는 자칫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자유의 제약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기득권의 유지수단이나 선전수단으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업의 자유와의 균형 문제이다. 개인정보보호의 측면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게 되면 도리어 이용자의 편이, 기업의 성장, 기술의 혁신이 멀어지게 된다. 기술의 발전이나 이용자의 요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에 대한 주도권은 개인정보의 취급자가 아니라 제공자 즉 주체에 있어야 한다는 점과 개인정보관리자에 대한 신뢰야 말로 디지털경제 발전에 있어 근본이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절대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넷째, 국제적 기준의 문제이다. 개인정보보호는 국제적 흐름이기는 하나, 이미 언급한 대로 그 보호 정도는 법적 상황,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상이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지나치게 엄격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은 해외자본의 유입에 저해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느슨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은 오히려 기업의 해외 진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라이버시 라운드’라는 말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세계적인 흐름을 읽으면서 개인정보보호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국제적 흐름을 법령에 잘 반영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글로벌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끔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인터넷통신기술의 발전이나 표현수단의 다양화로 우리가 과거보다 개인정보 노출이 심한 세상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프라이버시의 보호라는 당위는 더욱 더 큰 빛을 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프라이버시 권리의 근간은 인격권이며 인격은 인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합리적인 프라이버시 정책이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정보의 자유나 소비자의 정부나 기업에 대한 신뢰를 고양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2. 3. 12.) 기고.

  • 잊혀질 권리 : 인성과 물성의 충돌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쫓기는 전과자였던 장발장은 이름을 마들렌으로 바꾸고 이후 시장까지 역임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디지털 시대ㆍ인터넷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재. 과거를 지운 장발장은 가능한 것인가?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인류는 기억에 의존하면서, 또는 종이기록에 의존하면서 망각과 싸우고 과거의 사건을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다. 많은 기억을 가진 것, 많은 종이기록을 가진 것은 책임과 개선이라는 긍정적 현상을 가져오면서 인류의 역사 발전에 기여했다. 디지털 혁명을 통하여 손쉽게 기록을 만들고 유포할 수 있는 시대, 인터넷이라는 도구와 공간을 통하여 모든 인류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접촉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인류는 이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너무나 많은 기록 때문에 행복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민하고 있다. 인류는 더 이상 망각과 싸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만 인류의 역사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망각 역시 인류의 역사에 크게 기여해 왔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기억에 대하여는 망각하려고 노력하였고, 때론 망각으로 인하여 과거의 기억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해왔다. 자연스러운 망각의 과정에서의 기억하려는 노력, 이것이 인류의 인성인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문명을 통하여 이루어진 인터넷은 망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디지털 기호로 이루어진 인터넷 공간의 물성은 인성과 조화되지 못한 채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을 부여하고 있다. 누구나 생성할 수 있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진보된 검색 엔진을 통하여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 망각되지 않은 정보는 인류에게 크나큰 미덕이지만, 이러한 미덕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새로운 출발을 막고 있으며, 이러한 미덕으로 인하여 누군가는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상의 정체성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지만 인터넷이 발목을 잡고 있고, 과거와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일탈자로 이해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이다. 잊혀질 권리는 2009년 프랑스와 이태리의 입법으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이러한 이해는 많은 오해와 근거 없는 비판을 낳아 왔다. 예컨대 잊혀질 권리에 대하여 포퓰리즘의 산물, 권리의 인플레이션, 단순한 이해관계의 문제, 법체계를 무시한 정치적 구호라는 등의 비판과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입법이 나오기 이전부터 유럽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의 구글, SNS 등에 대한 데이터 삭제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는 재판으로까지 이어졌다. 알려진 재판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재판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지속적인 사법투쟁의 역사로 인하여 형성된 것이 바로 ‘잊혀질 권리’인 것이다. 즉 ‘잊혀질 권리’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번뜩 만들어진 입법산물이 아니라, 인터넷 정보 시대에서 그 잊혀지지 않는 정보 때문에 고통 받는 소수의 인류가 생존을 위하여 투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있는 권리인 것이다. 이들은 겉으로 봐선 거대 포털, SNS 등과 투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억만 되고 망각이 되지 않는 디지털 문명ㆍ인터넷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인류의 자화상일 수 있다. 잊혀질 권리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따지고 보면 이 권리의 탄생 과정은 다른 자유권의 탄생 과정과 유사하다. 다만 시간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였을 뿐이다. 2012년 1월 유럽연합은 ‘잊혀질 권리’를 새로운 regulation에 포함시켰는데, 조만간 유럽 각 국가에서도 법적 권리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는 권리로 인정받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잊혀질 권리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떻게 개념 지을 수 있는가? ‘잊혀질 권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은 ‘원하지 않는 데이터의 삭제’라고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답변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된 답변도 아니다. ‘잊혀질 권리’의 개념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기에 다양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권리라는 것이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동시에 사회적 기여도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보면, ‘부적절한 데이터의 삭제’라고 이해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유럽연합은 부적절한 데이터의 대표적인 예로써, △ 수집목적을 다한 데이터 △ 정보주체가 동의를 철회한 데이터 △ 보유기간이 만료된 데이터를 들고 있다. 즉 그 본성상 상실되지 않는 인터넷 데이터의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그 유효기간이 도래하면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상실시키자는 취지이다. 나아가 △ 정보주체의 정체성과 무관한 데이터, △ 정보주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이터도 포함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데이터라는 것은 정보주체가 스스로 노출한 데이터(digital footprints)와 타인이 생성한 정보주체의 데이터(data shadows)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잊혀질 권리는 스스로의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데이터까지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참고로, 전자를 ‘right to be forgotten’이라고 하고, 후자를 ‘right to forget’이라고 구분한다. 따라서 잊혀질 권리 대신에 ‘망각의 권리(right to oblivion)’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한편 잊혀질 권리는 정보의 유효기간을 설정함으로써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개인적 의미의 권리로 출발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개인의 부정적인 기록을 삭제함으로써 ‘새로운 출발(clean state)’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개인을 낙인지울 수 있는 부정적인 기록, 예컨대 파산 기록, 전과기록, 청소년 보호처분 기록 등을 삭제함으로써 한 개인의 새로운 출발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잊혀질 권리의 또 다른 존재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잊혀질 권리는 프라이버시와 다른 것인가? 프라이버시는 격리될 권리로, 사적인 기록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권리로 보는 반면, 잊혀질 권리는 이미 공적인 공간에 있는 기록을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시키지 않을 권리 또는 노출된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으로 보는바, 두 권리는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잊혀질 권리의 탄생과정, 개념, 근거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망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망각의 본능을 가진 인류에게 망각되지 않는 디지털 인터넷 문명은 조화롭게 극복해 가야 할 ‘필요악’일 수 있다. 그리고 ‘잊혀질 권리’라는 것은 한 개인의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이해하기 보다는 ‘인성과 물성 사이의 조화’라는 필연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잊혀질 권리의 인정여부와 어느 범위까지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어야 할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알 권리’, ‘기록 및 빅데이터의 편의와 장점’ 등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고 충분히 고려해야만 성숙한 잊혀질 권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3. 1. 29.), 블로그(2013. 2. 1.) 기고.

  • 잊혀질 권리 : 몇 가지 오해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매일 잊혀질 권리에 관한 글이 기사로 올라오고, TV 프로그램도 잊혀질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디지털 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현상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려다니지 않고, 인터넷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평가하고 싶다. 이렇게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인간’에 맞추어 가는 과정이 쌓이면, 종국에는 인터넷 세상을 그 어떤 공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더 긍정적이며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몇 가지 오해는 풀고 잊혀질 권리를 논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 몇 가지 오해에 대하여 논해보고자 한다. 잊혀질 권리의 핵심은 명예훼손적 게시글이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글은 한결같이 ‘명예훼손적 글’을 잊혀질 권리의 대표적인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의 핵심은 불법정보인 명예훼손적 게시글의 삭제가 아니고 적법한 정보의 삭제이다. 적법한 정보라면, 예컨대 A가 스스로 올린 게시글이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지자 서둘러 A가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의 A가 올린 게시글, B라는 사람이 이혼한 이후 다시 재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혼 정보가 인터넷에 유포되어 있는 경우 B의 이혼에 관한 정보, 옛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C의 옛 연인이 자꾸 C의 연관검색어로 부각되는 경우에 있어 그 연관검색어, D가 뇌물죄로 기소되었다가 나중에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퍼져 있는 D의 뇌물죄 기소 게시글 등이 있다. 유럽에서 잊혀질 권리가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도 그러하고 일본도 그러하지만, 명예훼손적 글에 대하여는 불법행위로 규정하여 피해자의 삭제요청이 가능하게끔 애초부터 법제화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민법 불법행위 규정에 의하여 피해자는 가해자 및 포털에게 삭제요청을 할 수 있고(제751조, 제760조), 대법원 판례 역시 가해자 및 포털의 삭제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9.4.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즉 명예훼손적 글의 삭제는 굳이 잊혀질 권리가 새로이 제정되지 않아도 가능한 것이며, 포털은 명예훼손 범죄자의 방조범으로서 마찬가지로 삭제의무가 있는 것이기에, 굳이 명예훼손적 글의 삭제를 잊혀질 권리의 핵심 과제로 삼지 않아야 한다. 잊혀질 권리를 명예훼손적 불법정보에 대하여 집중ㆍ부각하여 논의하는 것은 자칫 주제의 핵심을 벗어나게 하고,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킬 여지가 있다. 잊혀질 권리의 핵심 논의는 명예훼손적 게시글이 아닌 적법한 정보에 대하여 존재하여야 하고, 이 정보의 삭제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가 이끌어져야 한다. 덧붙여, 잊혀질 권리의 대상이 ‘명예훼손적 게시글 및 적법정보’인지, 아니면 ‘명예훼손적 게시글을 제외한 적법정보’에 한정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후자로의 범위 설정이 전체적인 법체계에도 더 잘 부합되며, 유럽의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제17조 제1항의 해석에도 부합하고, 더불어 각 정보 취급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잊혀질 권리는 글게시자에 대한 권리이다? 잊혀질 권리의 행사 대상은 원하지 않은 정보를 올린 게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시자에 대한 권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잊혀질 권리는 게시자에 대한 권리가 아니고 포털, 검색엔진, SNS 등과 같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한 권리이다. 포털, 검색엔진, SNS 등을 상대로, 처리를 원하지 않은 정보가 있거나 그 수집ㆍ처리 목적을 다한 정보, 그리고 합법적인 보유 근거를 상실한 정보가 있는 경우, 정보주체가 그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잊혀질 권리이다. 따라서 잊혀질 권리가 게시글 ‘전체’의 삭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A가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홈페이지에 ‘개인적인 목적으로’ B에 대한 정보가 담긴 게시글을 쓴 경우, 이 게시글의 정보처리를 원하지 않은 B는 포털, 검색엔진, SNS 등에 대하여 링크 삭제, 복사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직접 A에 대하여 삭제요청을 할 수는 없다. A에 대하여 삭제요청을 할 수 있으려면, A가 올린 글이 명예훼손적 게시글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여야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B는 A에 대하여는 삭제 요청을 할 수 없고, 잊혀질 권리 행사로서 단지 포털 등에 대하여만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즉 잊혀질 권리의 본질은 정보주체가 원하지 않은 정보 등이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포털, 검색엔진, SNS 등의 고유한 기능에 의하여 확산되는 것을 막는 권리이다. 이노근 의원 법안으로 잊혀질 권리가 실현될 것이다? 금년 2월경 이노근 의원은 아래와 같은 잊혀질 권리 법안을 제안한바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7항 이용자가 자신의 저작물로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한 정보에 대하여 해당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확인 절차를 거쳐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 즉시 신청인에게 알려야 한다. <저작권법> 제103조의4(저작물의 삭제요청) ①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자신의 저작물을 게시한 자는 언제든지 해당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된 저작물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저작물의 삭제 요청을 받으면 지체없이 해당 저작물을 삭제하고 즉시 신청인에게 알려야 한다. 위 법안은 국민들에게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인터넷 세상에서의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각인시켰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잊혀질 권리’로서 몇 가지 개선하여야 할 사항도 보이고 있다. 첫째, 위 법안 중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7항의 주체는 ‘이용자’이고, 저작권법 제103조의4의 주체 역시 ‘게시한 자’라고 되어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상의 이용자는 반드시 개인에 한정하지 않고 있으며(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4호), 저작권법상의 저작권자 역시 개인에 한정하지 않는다(저작권법 제2조 제2호). 그런데, 잊혀질 권리를 포함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살아 있는 개인(자연인)’의 권리이지 ‘법인’의 권리는 아니다. 유럽의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는 살아 있는 자연인에 한하여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망법ㆍ개인정보보호법 역시 모두 살아 있는 자연인에 대한 권리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법인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위 법안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까지도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상장기업이나 국가,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바, 이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다. 둘째, 위 법안은 ‘저작물’로 한정하여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저작물’이란 창작성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게시글에 대하여는 저작물 인정이 쉽지 않고, 따라서 위 법안에 의하여서는 잊혀질 권리로 삭제할 수 있는 대상이 거의 없다. 더불어 단순 게시글이 많은 인터넷 현황을 고려하건대, 위 법안의 ‘저작물’이라는 규정은, 삭제를 요구하는 이용자와 저작물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포털 사이에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셋째, 위 법안은 예외 사유가 없기 때문에 ‘알 권리’를 심히 침해할 소지가 크다. 유럽의 잊혀질 권리 법안은 몇 가지 사유와 몇 가지 예외 구조로 되어 있기에 운용에 따라서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위 법안은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주체의 의지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 보인다. 예컨대 위 법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선거에 임박한 정치인이 몇 가지 선거공약을 인터넷상에 올렸다가 선거가 끝나면 바로 포털에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고, 국가가 국정자료를 올렸다가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 바로 포털에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 넷째, 위 법안은 “현행법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를 이용한 저작물의 복제ㆍ전송에 따라 자신의 권리가 침해될 경우 이에 대한 중단의 요구권한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권리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상에 게시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삭제권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여 제안되었다고 한다. 저작권 침해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자신의 저작물을 삭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권리 주장에 대하여 바로 삭제를 시키지 않고 임시적으로 게시중단을 시키는 이유는, 침해 여부에 관하여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려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저작권 분쟁에 있어 포털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자가 명확하게 밝혀진 경우를 가정한다면, 어느 정도 위 법안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저작물이 복제, 인용, 전송 등이 되는 중에 저작물을 복제받은 자, 인용한 자, 전송받은 자 등은 저작권자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저작권자에게 대가를 주었을 경우도 있었을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는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있기에, 저작물을 복제받은 자, 인용한 자, 전송받은 자 등은 영문도 모르고 포털에 의하여 저작물의 이용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제103조 제2항 참조). 이 밖에 다섯째, 같은 내용을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의 양 법에 규정한 점은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강화하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문제이지 저작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법리 및 법체계상의 혼란이 생길 수 있으며, 여섯째, 잊혀질 권리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반드시 게시글을 삭제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 ‘비공개’의 설정으로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게 하는 방법도 있는바, 정보주체에게 삭제와 아이디 비공개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기록으로서의 인터넷 기능을 상실시키지 않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몇 가지 오해점을 짚어 보았다.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잊혀질 권리에 관한 논의는 불가피하게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인류에게, 올바른 인터넷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3. 3. 19.), 블로그(2013. 5. 8.) 기고.

  • ‘잊혀질 권리’에서 ‘정보갱신권’으로

    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의 마리오 곤잘레스 변호사 판결 이후 국내외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변화하는 IT 현상에서 개인의 자기정보에 대한 결정권을 강화했다는 차원에서 이 판결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권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럽사법재판소의 고민보다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겠고 더 많은 법적·기술적 검토와 여론 수렴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IT 환경은 유럽과 다르며,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환경 역시 유럽과 상이하다.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에서 볼 수 있는 유럽과 구글의 관계는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예컨대 유럽의 개인정보 당국은 견제의 대상으로 구글을 대했지만,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당국은 우리나라 포털인 네이버나 다음 등을 오직 견제의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유럽 사법재판소나 GDPR의 잊혀질 권리를 우리나라에 도입함에 있어 그 이념과 아이디어는 반영하되 그대로 카피해서는 아니 되고 우리 실정에 맞추어 적응시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본 기고에서는 한국형 잊혀질 권리로서 ‘정보갱신권’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이탈리아 정치인 판결과 업데이트 의무 관련하여 2012년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탈리아의 정치인인 원고는 1993년 부패혐의로 체포되었다가 무혐의로 석방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체포뉴스는 언론매체인 ‘Corriere della Sera’에 실려 있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정작 무혐의 석방 기사는 찾을 수 없어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 이에 원고는 체포기사의 업데이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체포기사의 삭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하급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의 공익과 ‘프라이버시’의 사익을 형량하여 체포기사의 삭제 대신에 체포기사에 대한 후속 업데이트 기사가 같이 열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검색엔진에 대해서는 단순한 매개자에 불과하다고 하여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잊혀질 권리에 관한 판례는 단지 삭제 여부만을 판단하여 당부를 결정하였지만, 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삭제가 아닌 업데이트 의무를 부과하면서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조화시키고 있다. 잊혀질 권리라고 하면 오직 정보를 삭제할 권리로 이해되고 있고 또 사실 그것이 정확한 이해이지만, 극단적인 정보의 삭제(erasure)가 아닌 완화된 형태의 정보 업데이트(update)를 기본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 현 시점에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하게 하는 권리로 보는 것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잊혀질 권리는 과거에 정확했고 적법했던 정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적절해졌을 때, 삭제의 방법으로 디지털 시대의 망각을 실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 시점에서의 정확성을 도모해 보자는 것인데, 단순한 삭제 대신 업데이트를 원칙으로 삼게 되면 망각의 지점은 거치지 못하더라도 그 궁극적 목적인 현 시점에서의 정확성 도모는 놓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잊혀질 권리의 가장 큰 비판점인 표현의 자유 침해나 알권리 침해의 문제점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삭제를 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의 변천과정을 밝혀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 침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기록으로서 인터넷의 기능을 그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인터넷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잊혀질 권리’라는 용어 대신에 ‘정보갱신권’이란 용어로 나아가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용어는 그 자체로서 법적 권리 용어로 부적합해 보인다. 무엇이든지 다 삭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성을 띠고 있으며, 그 본질이 이익형량이라는 객관적인 권리의 성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보갱신권’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갱신’은 ‘업데이트(update)’의 의미이다. 잊혀질 권리를 단순 삭제가 아닌 업데이트가 원칙인 권리로 이해함으로써 잊혀질 권리의 가장 큰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용어 자체도 잊혀질 권리 대신에 ‘정보갱신권’을 쓰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 때 업데이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링크 삽입이 있겠고, 내용 삽입 방법 등도 고려할 수 있다. 광의의 의미로는 삭제도 업데이트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명예훼손법·언론법 등과의 경계 명확해져 유럽의 잊혀질 권리를 그대로 받아들임에 있어 가장 큰 비판점은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 침해의 가능성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판받는 점이 바로 기존의 명예훼손정보 삭제청구나 정정보도청구 등의 권리와의 관계 정립이다. 어떤 경우에 잊혀질 권리를 사용하고,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 삭제청구를 사용하며, 어떤 경우에 정정보도청구를 해야 하는지 그 경계가 불명확하여 기존 법체계 안에 짜 맞추어 넣기가 쉽지 않은 것이 유럽의 잊혀질 권리이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를 정보갱신권으로 이해하면, 이러한 경계는 명확하게 정립된다. 사실과 다른 기사는 정정보도청구로서 해결하고, 사실에 부합하지만 상황이 바뀐 기사는 정보갱신권으로 해결하면 된다. 위법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게시글은 명예훼손 삭제청구로서 해결하고, 적법한 게시글은 정보갱신권으로 해결하면 된다. 즉 잊혀질 권리를 유럽의 잊혀질 권리가 아닌 정보갱신권으로 이해하게 되면, 기존의 우리 법체계에 안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법질서를 침범하지 않고 기본적인 법질서의 변형을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순조롭게 우리 법질서에 포섭시킬 수 있다. 보충적으로는 삭제의 방법도 인정해야 한국형 잊혀질 권리인 ‘정보갱신권’은 오직 업데이트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삭제함이 타당한 경우에는 정보주체가 삭제의 방법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권리이다. 예컨대 청소년이 무심코 올린 글이나 청소년에 관한 글, 공익과는 전혀 무관하고 매우 사적인 내용의 글 등은 업데이트보다는 삭제의 방법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즉 정보갱신권은 원칙적으로 업데이트 의무를 부과하되, 위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청소년 보호 차원이나 사적 영역 보호 등의 이유에서 삭제 의무를 인정하는 권리이다. 이처럼 잊혀질 권리의 도입은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즉 도입의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그 입법이나 권리범위, 실행방법 등은 신중해야 한다. 신중의 이유는 잊혀질 권리의 단점인 표현의 자유·알권리 침해 우려, 기록의 인터넷 기능 소멸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형 잊혀질 권리인 ‘정보갱신권’을 고려해 봄이 어떨까.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보안뉴스(2014. 9. 26.) 기고.

  • 일본 야후(Yahoo),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발표

    2015년 3월 30일, 야후 재팬(Yahoo Japan, 이하 '야후')은 개인정보 및 검색결과 전문가 회의에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및 프라이버시'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야후는 그간 총 3번에 걸친 회의[1차 회의(2014. 11), 2차 회의(2014. 12), 3차 회의(2015. 2)]를 통해 기존 판례들에 근거하여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 논의해왔다. ① 게재 당시 적법이었던 웹 페이지의 정보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불법 정보가 될 수 있는지 ⇒ 기존 판례 분석 결과, 정보의 내용에 따라 일정 시간 경과 후 불법 정보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다수. * 논픽션 '역전' 사건 : 논픽션 작품 '역전'에 실명으로 기록된 인물 A가 "알리고 싶지 않은 전과를 작가가 작품에 써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건. 당시 대법원은 1심과 2심이 인정한 A씨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② 일정 기간 경과 후 해당 웹 페이지의 게재 정보가 불법으로 판명나면 '잊혀질 권리'의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는지 ⇒ 잊혀질 권리의 개념은 기존 프라이버시 침해의 틀에서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해당 의견에 따르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불법으로 변질된 정보에 대해서는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신고자가 웹페이지 내 정보의 삭제 청구 가능. ③ 인터넷 속 정보를 기존 프라이버시 침해와 다른 관점에서 삭제할 수 있는지 ⇒ 일정 기간이 지나도 불법이 되지 않는 정보에 대해 숨기기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으며. 앞으로 논의와 검토 필요 야후 재팬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1. 특정 정보가 담긴 검색 결과 삭제 요청 야후는 삭제 요청을 받은 검색결과에 대해 신고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등록자의 표현의 자유의 균형을 고려하여 ▲신고자의 특성(공직자 여부, 성년 또는 미성년 여부 등) ▲정보의 성격 ▲해당 정보의 사회적 의의 · 관심 정도 ▲해당 정보의 게재 시간 경과 등에 따라 공익성이 높은 정보와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정보로 분류하여 삭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검색 결과 삭제 조치 전 후 화면 비교] 또한 검색 결과 정보가 명백한 권리 침해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검색어 제한 및 삭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명백한 권리 침해로 인정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의 성명 및 주소나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는 경우 ㉡ 일반인의 성명 및 인적사항(가족사항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는 경우 ㉢ 병력 등 일반인이 감추고 싶은 전력이 기재돼 있는 경우 ※ 위 3가지 경우는 개인(당사자)이 지정할 수 있으며, 모두 비공개 정보에 한해서만 해당된다. ㉣ 과거 경미 수준의 범죄 경력이 기재돼 있는 경우 2. 특정 정보가 담긴 사이트의 '링크' 자체를 삭제 요청 야후는 이전부터 해당 요청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판례 등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삭제 여부를 판단하여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링크' 자체에 대한 삭제 요청 시 아래의 근거에 따라 해당 링크를 삭제키로 하였다. - 삭제를 명한 법원의 판결 또는 결정을 제출했을 경우 - 포르노 등 사적인 성적 동영상이 게재되어 있는 경우 - 특정 개인에게 생명의 위험을 야기하는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 단, 링크는 삭제하되 검색어 제한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국내서도 '잊혀질 권리' 논의…'정보갱신권'으로 풀자는 견해도 있어 야후 재팬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발표는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EC)가 '잊혀질 권리'에 대해 인정한 뒤, 일본에서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그 기준안을 마련한 사례다.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이를 둔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2006년, 한겨레 신문사는 '최종심에서 무죄/무혐의 판결이 났을 경우, 기사로 불필요하게 노출된 개인정보와 잘못된 내용을 당사자의 요청과 증빙자료가 있으면 해당 기사를 수정 · 삭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2013년 1월에는 조선일보가 정치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에 한해 인터넷 기사의 수정과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이노근 국회의원은 자신이 올린 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상정해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지난해 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주관한 '인터넷 공간의 잘못된 기사와 새로운 피해구제 방안'과 관련한 심포지엄에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잊혀질 권리의 가장 큰 비판점인 표현의 자유 침해나 알 권리 침해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보의 '삭제'가 아닌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정보갱신권'의 도입을 주장했다. 김경환 변호사는 "한국에 '잊혀질 권리' 제도를 도입할 때, 삭제가 아닌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며 "잊혀질 권리의 대상은 불법정보가 아니라 원시적으로는 적법한 정보였다가 사후적으로 부적절해진 정보이기 때문에 단순한 삭제를 택하기보다는 정보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5. 4. 22.), 블로그(2015. 4. 27.) 기고.

  • 인터넷 기사와 잊혀질 권리 (3)

    2014년 5월경에 있었던 유럽사법재판소의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다시 유발했다. 이 판결은 최초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로 소개되고 있는바, 검색엔진인 구글에 대해 잊혀질 권리의 실행을 명령한 판결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권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럽사법재판소의 고민보다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겠고 더 많은 법적·기술적 검토와 여론 수렴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IT 환경은 유럽과 다르며,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환경 역시 유럽과 상이하다. 마리오 곤잘레스 판결에서 볼 수 있는 유럽과 구글의 관계는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예컨대 유럽의 개인정보 당국은 견제의 대상으로 구글을 대했지만,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당국은 우리나라 포털인 네이버나 다음 등을 오직 견제의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유럽 사법재판소나 GDPR의 잊혀질 권리를 우리나라에 도입함에 있어 그 이념과 아이디어는 반영하되 그대로 카피해서는 아니 되고 우리 실정에 맞추어 적응시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형 잊혀질 권리로서 ‘정보갱신권’에 대해 제안한 바 있다. 잊혀질 권리라고 하면 오직 정보를 삭제할 권리로 이해되고 있고 또 사실 그것이 정확한 이해이지만, 극단적인 정보의 삭제(erasure)가 아닌 완화된 형태의 정보 업데이트(update)를 기본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 현 시점에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하게 하는 권리로 보는 것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잊혀질 권리는 과거에 정확했고 적법했던 정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적절해졌을 때, 삭제의 방법으로 디지털 시대의 망각을 실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 시점에서의 정확성을 도모해 보자는 것인데, 단순한 삭제 대신 업데이트를 원칙으로 삼게 되면 망각의 지점은 거치지 못하더라도 그 궁극적 목적인 현 시점에서의 정확성 도모는 놓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잊혀질 권리의 가장 큰 비판점인 표현의 자유 침해나 알권리 침해의 문제점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삭제를 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의 변천과정을 밝혀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 침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기록으로서 인터넷의 기능을 그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인터넷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언론의 경우에는 더더욱 부적절하거나 부적절하게 된 기사 등에 대해 극단적인 삭제를 하는 대신에 완화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검색엔진의 중립성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의 잊혀질 권리는 원 소스에 대해는 삭제나 수정을 요청하지 못하고 단지 검색엔진의 검색결과 삭제만을 요구하고 있는데, 원 소스의 내용은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둔 채 이렇게 검색엔진의 검색결과를 삭제하는 것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온전한 실현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더 큰 문제는 검색엔진의 검색결과를 인위적으로 왜곡시켜 검색엔진의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검색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나아가 앞으로 권력자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악용이나 남용에 대한 합법적인 길을 열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결론적으로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그 복제글, 링크(④)에 대해는 잊혀질 권리의 변형인 ‘갱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갱신이라는 것은 업데이트 내용이나 링크를 원 기사에 삽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갱신청구 인용 여부를 판단할 때는, 기사에 대한 공중·언론기관의 이익과 피해자의 이익을 이익형량해 결정해야 한다. 갱신시 삽입되는 업데이트 내용이나 링크는 관할 기관에서 정해주어야 하는데, 이 역시 언론기사에 관한 것이기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 부적절한 기사나 그 복제글, 링크(②)에 대한 새로운 구제수단 최근 대법원은 부적절한 기사에 대한 삭제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다. 즉 대법원은 “명예는 생명, 신체와 함께 매우 중대한 보호법익이고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물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가지는 권리라고 할 것이므로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인 명예를 위법하게 침해당한 자는 손해배상(민법 제751조) 또는 명예회복을 위한 처분(민법 제764조)을 구할 수 있는 이외에 인격권으로서 명예권에 기초해 가해자에 대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도 있다. 한편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기사삭제청구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기사로 인해 현재 원고의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형량하면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고, 피고가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형사상 명예훼손죄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사유는 될지언정 기사삭제를 구하는 방해배제청구권을 저지하는 사유로는 될 수 없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고 판시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부적절한 기사는 인격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해 삭제를 할 수 있으며, ‘상당성’의 법리에 의해 삭제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언론중재 제도에도 도입해 피해자가 부적절한 기사에 대해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 또는 ② 부적절한 기사나 정보(= 그 복제글, 링크)를 허위정보로 보아 불법정보와 같이 취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언론중재 제도에서는 사후에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정보에 준해 다루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여기에 대해는 가정하건대 3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첫째, 판례의 태도에 따라 삭제청구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인격권을 중시하는 견해로서, 관련 정보가 삭제되지 않는 한 언론기관의 주관적인 사정에 상관없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고, 인터넷 공간에서 존재하는 허위 정보는 결과론적으로 불법정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갱신청구를 인정하는 견해이다.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견해로서, 언론기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그 당시에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실제 진실이 수십년 후에 밝혀진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 기자가 사실로 믿어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 충분히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셋째, 원칙적으로 삭제청구를 인정하고 다만 공인 또는 공적사안에 대한 기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갱신청구만 인정하는 견해이다.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를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서, 부적절한 기사는 결국 허위정보이므로 인터넷 공간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하지만, 만일 공인 또는 공적사안에 대한 기사라면 의혹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고 그것도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인에 대한 기사의 경우에는 삭제를 하지 말고 갱신청구를 인정해 히스토리를 남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견해를 지지한다.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은 대체로 사후에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공인 또는 공적사안에 대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 결어 지금까지 쌓인 잊혀질 권리에 대한 판결은 거의 대부분이 언론기사에 관한 것이다. 그만큼 잊혀질 권리에 있어 고려의 핵심은 언론기사가 돼야 한다. 나아가 인터넷 공간에 있는 기사나 정보가 그 당시 적법했고 적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질 권리를 통해 삭제를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갱신권’은 잊혀질 권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많은 비판점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글은 2014년 12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책심포지엄 '인터넷 공간의 잘못된 기사와 새로운 피해구제 방안'에서 발제한 내용을 요약 및 보완한 것이다> <끝>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4. 12. 9.) 기고.

  • 인터넷 기사와 잊혀질 권리 (2)

    앞서 1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해유형 5가지 형태의 인터넷 기사를 내용면에서 분류하면, 가) 허위 명예훼손 기사, 나) 허위이지만 작성자가 사실로 믿은 명예훼손 기사, 다) 사실 명예훼손 기사, 라) 시간·상황의 변화로 부적절하게 된 기사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다) 사실 명예훼손 기사는 적법한 기사이므로 구제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나머지 가), 나), 라)에 대해는 구제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가) 허위 명예훼손 기사는 위법한 명예훼손 기사이므로 구제의 필요성이 있으며, 나) 허위이지만 작성자가 사실로 믿은 명예훼손 기사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부적절한 기사로 파악될 수 있고, 라) 시간이나 상황의 변화로 부적절하게 된 기사 역시 사후적 관점으로는 부적절한 기사로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인터넷 기사들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복제되거나 링크되는데, 이러한 복제글 또는 링크, 그 검색결과 등은 ‘언론’의 법적지위를 가지는 인터넷 기사 원본과 달리 ‘정보’의 법적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그 적용법리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하지만 복제글, 링크 등과 같이 정보의 지위를 가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인터넷 기사 원본 즉 언론이 투영된 것이므로 언론의 성격을 완전히 지우고 바라보기는 어려운바, 구체적인 구제수단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범위를 좁혀 인터넷 기사 내지 그 파생글이 언론의 지위 내지 성격을 가진 경우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우 중 구제수단의 검토가 필요한 경우는 가), 나), 라)의 경우에 해당하는 ①위법한 명예훼손 기사 ②부적절한 기사 ④부적절하게 된 기사의 경우이다. 여기서는 ①위법한 명예훼손 기사 ④부적절하게 된 기사 ②부적절한 기사의 순서로 검토해 보도록 한다. ◆ 위법한 명예훼손 기사나 그 복제글, 링크(①)에 대한 새로운 구제수단 : 삭제청구 ①위법한 명예훼손 기사나 정보(= 그 복제글, 링크)는 인터넷 공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불법정보이다. 비록 언론기관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기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작성된 허위의 기사라면, “허위라는 것을 알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진위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에 대해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해 이는 언론의 자유로서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태도이다(헌재 1999. 6. 24. 97헌마265 결정). 나아가 위법한 명예훼손 기사나 정보는 심대한 인격권 침해 문제를 유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법한 명예훼손 기사나 정보에 대한 구제수단은 부족하다. 제척기간 안에 행할 수 있는 정정보도청구를 고려할 수 있으나 짧은 제척기간은 피해자 보호에 충분치 않고 인터넷 기사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생각건대 위법한 명예훼손 글은 기사의 형태이든지 아니면 복제글·링크의 정보 형태이든지 상관없이 인터넷 공간에 존재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피해자는 위법한 명예훼손 글이나 부적절한 허위의 글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그 글의 삭제를 청구할 수 있다. 삭제의 범위는 일부 또는 전부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 존재하는 위법한 명예훼손 글은 그 형태가 기사이든지 아니면 복제글·링크의 정보 형태이든지 상관없이 글의 실질적 내용은 기사이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보다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이를 관할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해자는 위법한 명예훼손 글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언론중재위원회에 그 글의 삭제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그 복제글, 링크(④)에 대한 새로운 구제수단 처음에는 적법했으나 사후적인 상황 등의 변화로 인해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정보(= 그 복제글, 링크)는 적법정보이므로 불법정보인 위법한 명예훼손 기사나 정보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이러한 형태의 기사나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부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은 피해자의 고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만일 이러한 형태의 기사나 정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마땅히 구제수단을 고려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언론에서도 ‘잊혀질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적절하게 된 기사나 정보에 대한 새로운 구제수단이 필요한지는 언론에서의 ‘잊혀질 권리’와 관련이 있고, 이는 개인정보 영역에서의 ‘잊혀질 권리’의 인정 필요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잊혀질 권리의 명시적인 기원은 2012년 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제17조이다. EU는 2012년 개인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해 무제한 확산되고 전파되는 현상에 대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자 잊혀질 권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EU 각 회원국에서 이를 명문화하지 않아서 실정법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잊혀질 권리의 개념은 ‘해당 정보가 처리 목적에 비추어 더 이상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 정보주체가 처리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는 경우 또는 동의한 보유기간이 만료한 경우로서 해당 정보의 처리 근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처리를 거부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로 해금 정보주체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해당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전파를 방지하도록 요구할 권리(GDPR, 제17조 제1항)’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글은 한결같이 ‘명예훼손적 글’을 잊혀질 권리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의 핵심은 불법정보인 명예훼손적 게시글의 삭제가 아니고 ‘적법한 정보’의 삭제이다. 잊혀질 권리의 대상이 되는 적법한 정보는, 예컨대 A가 스스로 올린 게시글이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지자 놀란 A가 서둘러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 이혼한 B가 재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B의 이혼 정보가 인터넷에 유포됐 있는 경우, 다른 사람과 결혼한 C의 옛 연인이 연관검색어로 부각되는 경우, 살인죄로 기소된 D가 나중에 무죄선고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인자로 표현된 게시글 등과 같은 것들이다. 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은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개인적 관점인데, 의도하지 않은 정보 확산에 대해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생성, 유통, 저장 등의 과정에서 정보의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수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적 의미의 권리라 설명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관점인데, 한 개인의 부정적인 기록을 삭제함으로써 새로운 출발(clean state)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개인에게 낙인을 찍는 부정적인 기록, 파산 기록, 전과 기록, 청소년 보호처분 기록 등을 공개적인 공간에서나마 삭제함으로써 한 개인의 새로운 출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4. 12. 9.) 기고.

  • 인터넷 기사와 잊혀질 권리 (1)

    언론매체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환경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언론소비의 형태는 신문·잡지 등과 같은 ‘구독식’의 ‘아날로그 형태’에서 인터넷신문·포털뉴스 등과 같은 ‘전송식’의 ‘디지털 형태’로 바뀌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말부터 시작된 모바일의 보급은 더더욱 이런 현상을 가속시키고 있다. 언론매체의 환경이 변화하다 보니, 인터넷신문이나 포털뉴스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신문이나 포털뉴스로 인한 피해구제 신청은 신문·방송보다 4~6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도 1월부터 2014년도 7월까지 인터넷언론이나 포털에 대한 언론중재위 피해구제신청은 전체의 64.4%(4231건 중 2726건), 1일 평균 4.72건에 달해, 일간신문의 603건(일 평균 1.05건), 방송의 456건(일 평균 0.79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인터넷 기사 및 인터넷 기사에 의한 피해의 급증은 디지털 정보 및 인터넷 공간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디지털 정보와 인터넷 공간은 개인과 기업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국가의 경제성장과 기업의 효율성 증대, 국민의 생활향상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어두운 면을 제공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 명예훼손 정보의 파급력 및 영향력 극대화이다. 디지털 정보의 형태를 가진 정보가 인터넷을 만나는 순간, 일단 인터넷의 무지막지한 전파성으로 인해, 한번 올라간 디지털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게시자의 제어가 불가능하게 된다. 덕분에 디지털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명예훼손 정보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증가한다. 나아가 검색엔진의 발달로 인해, 인터넷 공간에 올라간 디지털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검색해 접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디지털 정보에의 접근성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모두 뛰어넘었지만,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명예훼손 정보 역시 손쉽게 모두에게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 명예훼손 정보에 ‘기사’, ‘언론’이라는 정체성까지 더해지면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 된다. 단순한 디지털 정보와 달리 기사의 형태를 띤 디지털 정보는 신뢰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정보, 인터넷 공간, 기사라는 세 가지 막대한 영향력의 요소를 모두 가진 결합체인 인터넷 기사는, 그 정보의 내용이 잘못된 정보이거나 허위 정보, 명예훼손 정보일 경우 당사자인 개인의 삶에 매우 큰 타격을 주게 되며, 때문에 그에 대한 피해구제 방법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게 됐다. ◆ 인터넷 기사에 대한 기존 구제수단 및 그 한계 인터넷 기사 역시 언론기관에 의해 생성됐다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청구(제14조), 추후보도청구(제17조)에 의한 구제가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는 전통적인 신문·방송 등을 고려해 만든 구제수단이라는 점에서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인터넷 기사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예컨대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는 대체로 인식일로부터 3개월 또는 게재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제척기간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짧은 제척기간은 인터넷 기사에 대해는 적절하지 않다. 즉 잘못된 인터넷 기사나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는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는데도, 여전히 오프라인·방송 기사에 대한 구제수단의 기준을 기사를 지속적으로 저장하면서 검색엔진을 통해 언제든지 손쉽게 표출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냐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은 기사의 유효 기간과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신문·방송 등의 유효 기간을 고려해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의 제척기간을 단기간으로 설정했지만, 인터넷 기사의 유효 기간은 영구적으로 정할 수 있고 인터넷 공간에의 게재 이후 거의 영원히 접근할 수 있기에, 단기 제척기간은 인터넷 기사의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전통적인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의 구제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형태의 피해 유형, 즉 인터넷 기사로 인한 피해 유형 중 기존의 구제수단으로 해결될 수 없는 피해 유형을 형식적으로 분류해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 1)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가 인용된 원 기사의 복제글 또는 링크 2)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 기간이 도과한 피해유발 인터넷 기사 3)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 기간이 도과한 피해유발 인터넷 기사에 대한 복제글·링크 4) 피해유발 1인 미디어 기사 및 그에 대한 복제글·링크 5) 위 4가지 유형에 대한 검색결과 여기서 말하는 ‘피해유발 기사’란, 가) 고의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법원의 기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는 기사, 나) 허위이지만 작성자가 사실이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기사, 다) 사실을 적시한 기사, 라) 처음에는 적법했으나 시간·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적절하게 된 기사 중, 가), 나), 라)를 가리킨다. 위와 같은 1)부터 5)까지의 5가지 형태는 전통적인 정정보도청구·추후보도청구의 구제수단으로는 피해구제를 할 수 없다. 따라서 5가지 형태에 대해 새로운 구제수단이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계속>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4. 12. 9.) 기고.

  • 구글의 휴면계정 관리자와 디지털 유산 상속

    1969년 아르파넷(ARPANET)으로 시작된 인터넷은, 19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의 등장으로 폭발적 성장을 하였고,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은 정보산업의 핵심적 창(window)으로서 기여하고 있다. 그 사이 정보 생산의 주체는 포털과 같은 서비스 기업이 아닌 이용자로 바뀌었고, 정보의 형태도 단순한 글이 아닌 사진, 동영상, 음원, 아이템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그 가치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오프라인 정보의 대체형태로서 존재해 오던 온라인상의 정보는 어느새 고유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오프라인상의 정보로 대체할 수 없는 온라인 정보도 1/3이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디지털 정보의 대부분이 포털업체의 공간을 활용해서 저장ㆍ재생산되는 관계로, 정보생산의 주체이지만 포털의 이용자에 불과한 소비자로서는 그 정보를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는지, 특히 자신이 포털 공간에 축적한 디지털 정보를 사망시 자신의 후손에게 상속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간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포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엘스워즈 해병의 유족과 같은 일부 선구자는 법원에 사망자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기도 하였지만, 이 승소판결이 디지털 유산 내지 디지털 유품의 상속에 대한 획기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다. 인터넷, 로그인, 계정, 비밀번호, 아이디, 디지털유산 그러던 중 2013년 4월 11일, 세계 최대 포털회사인 구글(Google)이 디지털 유산 상속과 관련하여 디지털 세계의 질서를 재편할 역사적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서비스의 명칭은 ‘휴면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흔한 명칭을 가진 이 서비스 안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 상속을 포괄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는 지메일, 유투브, 구글 드라이브, 구글 플러스, 피카사 등 구글이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에 적용된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용자는 일정 기간 동안 구글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구글을 통하여 형성된 자신의 데이터, 예컨대 사진, 이메일, 문서 등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도록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다. 이용자는 먼저 자신이 얼마의 기간 동안 구글 계정에 접속하지 않아야 휴면 계정이 되는지 그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할 믿을만한 가족 또는 친구를 10명까지 미리 지정할 수 있다. 2) 만약 이용자가 실제로 설정기간이 거의 다 되도록 구글 계정에 접속하지 않으면, 일단 구글은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이용자가 알림 서비스를 받고도 설정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구글 계정에 접속하지 않으면, 구글은 미리 지정된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3) 이후 구글은 지정된 사람들에게 이용자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용자는 구글의 데이터 공유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자신의 (휴면) 계정이 삭제되도록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다. 결국, 위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물려준 후 자신의 디지털 계정은 삭제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삭제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이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는 양극단의 비극을 모두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망자의 잊혀질 권리의 실현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구글의 서비스 방식은 미국의 디지털 유품 위탁관리회사인 데스스위치(Deathswitch)사가 사용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기존의 레거시로커(Legacy Locker), 어셋록(AssetLock), 시큐어세이프(SecureSafe) 등의 디지털 유품 위탁관리회사는 서비스 이용자로 하여금 미리 한 두 사람을 지정해 두게 하고, 지정된 사람들이 사망사실을 입증케 하였기에 절차적으로 상당히 번거로웠다. 이에 비하여 데스스위치는 자신들의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로 하여금 일정기간마다 미리 약정된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하고, 그 기간이 지나도록 비밀번호가 입력되지 않으면 사망으로 간주하여 다음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비용과 절차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는데, 구글의 방식은 유효기간 설정이라는 점에서 데스스위치의 방식과 가깝다. 다만 데스스위치사 스스로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이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보유하는 포털은 아니었기에, 데스스위치사의 서비스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점에서 구글의 위와 같은 서비스 제공은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물론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구글에 지속적으로 접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술의 측면도 있고, 여러 사람에게 사망자의 데이터가 전달될 경우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을 상속인과 상속인 아닌 사람들이 공유하게 됨으로써 디지털 재산의 상속관계 내지 재산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으며,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에 관하여 기존에 다른 이해관계 내지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권리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포털 전체에 흩어져 있는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을 별도로 보존하고 전달하여 주는 것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용자가 생전뿐 아니라 사후에도 정보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끔 조치하였다는 점에서,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는, 앞으로 디지털 재산의 상속제도 정비에 있어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이번 친이용자적 조치는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디지털 유산 상속에 관하여 장래 미국 내의 여러 포털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주고, 우리나라의 입법이나 포털의 운영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치는 궁극적으로 구글의 지속적인 성장과 독점화 현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조치는 정보 확보 조치로서 기존의 어느 조치보다도 이용자의 반감 없이 수용될 것이며, 세대를 이어서 이용자와 업데이트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용자의 사후까지도 친절하게 책임지려는 선행으로 미화될 수 있기에, 구글이 지향하는 ‘규제 없는 인터넷’의 실현에서도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3. 4. 15.), 리걸인사이트(2016. 2. 17.) 기고.

  • 대중음악계 표절 의혹을 통해 살펴본 음악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성립요건

    최근 유명 작곡가의 표절 의혹으로 대중음악계가 시끄럽다. 이러한 표절 의혹은 다른 작곡가 및 가수들에게까지 번져 유튜브에서는 비슷하게 들리는 노래들을 서로 비교하는 영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사실 대중음악계에서의 표절 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어왔고, 90년대 즈음 각종 가요의 표절 의혹이 매체에서 방영되면서, 가요의 표절 판단 기준에 대하여 ‘4마디 혹은 8마디가 동일하면 표절이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인데, 개념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법률적으로는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음악저작물의 경우 정말 4마디 혹은 8마디가 동일하면 저작권침해가 성립하는 것일까?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였을 것(창작적 표현을 침해하였을 것), ② 타인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 ③ 타인의 저작물과 침해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2. 10. 18. 선고 2011나103375 판결) 이는 비단 음악저작물에 한정하여 요구되는 요건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에도 해당한다. ① 우선, 타인의 저작물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가정하에, 그 저작물을 이용하였더라도, 창작성있는 표현을 이용하였을 것이 요구된다. 즉, 타인의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한 경우에도 그 이용한 부분이 그 저작물 중 창작성이 인정되는 표현 부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예를 들어 당해 저작물도 다른 저작물을 모방하였다는 사유 등으로) 그 이용은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 ② 다음으로,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의거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의거성이란 쉽게 말해 타인의 저작물을 보거나 듣고, 이를 베꼈다는 의미이다. 대법원은 의거관계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고(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참조),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예를 들어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자가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정황이 있었거나, 음악 등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이를 몰랐다고 볼 수 없다면 접근가능성이 인정될 것이고, 양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 또한 인정된다면, 의거성이 충족이 되며, 현저한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는 접근가능성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의거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유사성은 후술할 실질적 유사성과는 다른 것으로, 의거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유사성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어(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참조), 예를 들면 문학 작품에서 오타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부분이 같은 경우 등을 통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 ③ 마지막으로 타인의 저작물과 침해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하는데,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하며(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참조), 음악저작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선율),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되는데, 음악저작물의 경우 인간의 청각을 통하여 감정에 직접 호소하는 표현물로서, 12개의 음을 이용하여 이론적으로는 무수히 많은 배합을 구성할 수 있으나 사람의 가청범위나 가성범위 내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감정과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음의 배합에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음악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2. 10. 18. 선고 2011나103375 판결).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은, 특히 음악저작물의 경우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 결국 개개의 사안마다 별개로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음의 배합 자체가 유사할 경우에도 음악의 장르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배합 등이 있어 다르게 변형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부정될 가능성도 크지는 않겠지만 있어 보인다. 돌아와서, 음악저작물의 경우 4마디 혹은 8마디가 동일하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그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4마디 혹은 8마디가 동일하더라도, 그 부분이 창작성있는 표현이 아닐 수도 있고, 우연히 같은 악상이 떠올라서 동일한 음악을 창작했을 수도 있으며, 아주 작은 가능성으로 음의 배합의 한계 때문에 다른 음악적 구성이 나올 수 없었을 수도 있다. 만약 정말 우연으로 비슷한 음악을 만든 것뿐인데 표절 작곡가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면 억울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작곡이라는 창작활동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창작에 임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보고 들었던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 법무법인 민후 안태규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9. 6.) 기고.

  • 세상을 떠난 가수의 목소리로 만든 노래, 법적 한계는?

    최근 비틀즈는 이미 사망한 멤버 존 레넌의 목소리를 되살려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AI를 이용해 1980년대에 세상을 떠난 존 레넌의 목소리를 재현한 것이다. 비틀즈는 1966년에 존 레넌이 1970년대 말에 녹음했던 미완성곡을 신곡으로 만들어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적이 있고, 1967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여 ‘리얼 러브’(Real Love)‘라는 신곡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60년대 당시의 기술로는 존 레넌의 목소리를 추출하여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기존 미완성곡에 살아있던 비틀즈 멤버들의 연주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현재, 이제는 세상에 없는 존 레넌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시켜 마치 존 레넌이 살아서 신곡을 부른 것처럼 작업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는 2021년 2월 한 방송에서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로 편지를 부르는 장면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드는 것을 “DEAD(Digital Employment After Death)”라고 하기도 한다. AI에 음성 데이터를 학습시켜 특정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목소리까지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는 누구나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법적인 한계는 없을까. ‘음성’은 그 자체로 저작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주체가 사망한 경우, 더 이상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주체가 없으므로 음성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의 이슈는 없게 된다. 유명인의 목소리인 경우에는 음성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일반적으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한다(서울서부지법 2010. 4. 21.자 2010카합245 결정). 음성의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Midler v. Ford Motor Co. 사건에서 음성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이 문제된 적이 있는데, 위 사건에서 Ford 사는 1970년대에 유행하였던 노래를 모아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노래를 부른 가수가 반대를 하여 그럴 수 없었고, 결국 비슷한 음색을 가진 가수를 찾아 해당 노래를 녹음하고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였다. 법원은 널리 알려진 유명 가수의 특색있는 목소리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라고 보았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의 주체가 사망한 경우 퍼블리시티권이 유족에게 상속되는지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확실한 판례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즉, 고인이 된 유명 가수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든 경우 유족들이 고인 대신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저작권의 측면에서는 어떨까.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호)로 정의하고 있는바, 표현형식이 아닌 음성 그 자체를 저작물로 볼 수는 없지만,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된 노래는 음악저작물로 보호가 가능하다. 한편, 저작권법은 음악저작물을 가창의 방법으로 표현한자에 대해 실연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저작권법 제2조 제4호), 실연자에 대하여는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라는 저작인격권이 인정된다(저작권법 제68조). 즉,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저작인격권이 인정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사망 후에 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저작권법 제14조 제2항)’는 규정을 두고 있다. AI로 고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를 재현하려면 필연적으로 노래, 즉 음악저작물의 이용이 일어날 것이다. 위 규정을 적용하면 무제한적으로 고인의 목소리를 이용할 수는 없고, 그러한 재현은 사회통념상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음성의 이용은 가령, 고인의 목소리로 욕설을 하게 하거나 생존하였더라면 절대 부르지 않을 가사 또는 멜로디로 재현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재현을 한 자에 대해 고인의 유족이나 유언집행자는 침해행위의 중지, 명예회복 등을 청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8조). 또한 유족이 아닌 제3자도 명예를 훼손하는 재현을 한 자에 대해 형사고발이 가능하며, 위반이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37조 제3호, 제140조). 위와 같이 세상을 떠난 가수의 목소리 재현이 해당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저작인격권을 침해 볼 수 있다면 유족 등이 문제를 삼거나 제3자가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인격권의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까지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부적절한 고인 목소리 재현에 대해 경제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없으며(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 유족 등도 모두 사망한 경우 누구도 침해정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게 되고, 형사처벌만이 가능한 문제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6. 26.) 기고.

  • 마이크로소프트(MS) 채팅로봇 테이(Tay)의 비윤리성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채팅로봇 테이(Tay)가 트위터에서 망언과 욕설을 쏟아내면서 사람들의 비난이 잇달으자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이의 서비스를 15시간만에 중단했다. 예컨대 유대인 학살은 조작되었다, 대량학살을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유일한 희망이다라는 발언뿐만 아니라 여성비하 등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것은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가 망언과 욕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주입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 문제는 인공지능의 윤리성에 대한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스스로 인공지능이라 인식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단계가 강한 인공지능이고 거기에 이르지 못한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이라 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2045년경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때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 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는 약한 인공지능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테이의 사태는 약한 인공지능의 윤리성에 대한 문제가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주어진 데이터만을 근거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윤리적이지 못한 학습을 하는 경우 테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약한 인공지능의 윤리성 문제는 설계자의 윤리성 문제와 직결하는 것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의 설계자인 하바시스 역시 인공지능의 윤리성 문제를 논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지능의 윤리성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6. 3. 26.) 기고.

  • 새로운 컴플라이언스의 대두 ‘기술적 보호조치’

    적절한 기술적 보호조치란? 정보통신망상에서 적절한 기술적 보호조치라고 하면, 대부분은 고가의 보안장비의 구매나 설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단순히 보안장비를 구매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안장비의 구축도 중요하지만, 그 보안장비를 파악하고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보안장비의 구매·구축이나 보안장비의 운용에 앞서 합리적인 보안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보안정책, 필요한 보안장비, 보안장비의 운용에 관해 기준이 될 수도 있는 규범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정보통신망법 제28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6항에 근거한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기준(이하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이다. 따라서 적절한 기술적 보호조치란 이 보호조치기준을 잘 준수하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위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보안 과정에서의 단순한 권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 기준은 강행규정이므로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과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형사 처분이나 행정처분 부과가 가능하고, 위 기준을 위반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개인정보주체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위 기준을 반드시 숙지하고 현장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DB 서버에 대한 인적 접근통제 개인정보가 보관된 DB 서버 보안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조치는 DB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즉, 개인정보취급자를 최소한의 인원으로 한정시키는 것이다. DB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거나 그 숫자가 너무 많으면 DB 자료의 유출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혹시라도 유출사고가 났을 경우 그 경로를 재빨리 파악하여 유출 정보의 회수를 도모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DB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확정해야 한다. 또한, 인사이동으로 인하여 개인정보취급자가 교체될 경우에는 지체 없이 기존의 접근권한을 말소하여야 한다. DB 서버에 대한 물적 접근통제 개인정보 접근권한이 특정 사람에게만 주어졌다고 하여 실제로 그 권한 제한이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순진한 발상이다.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은 인사적으로 권한의 제한이 이루어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개인정보 DB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IP 자체를 제한하도록 요구한다. 즉, 정해진 IP 주소에서만 DB 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개인정보취급자의 컴퓨터는 개인정보 DB와 같이 특별하게 다루어야 한다. 일단, 개인정보취급자의 컴퓨터는 외부 인터넷망과 철저히 분리시켜야 한다. 워낙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2013년 2월 1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에서는 아예 개인정보취급자의 컴퓨터와 외부 인터넷망 사이에 망분리까지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정보 DB에서 개인정보를 다운로드하거나 파기하는 등의 권한을 가진 사람은 외부 인터넷망이 차단된 업무망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망분리는 해당 기업의 환경에 따라 물리적 분리와 논리적 분리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국가정보원 IT보안인증사무국 웹사이트(service1.nis.go.kr)에 인증 받은 망분리 솔루션 제품들이 소개되어 있어 이를 참조하면 유용하다. 다만 일정규모 이하의 기업에서는 망분리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개인정보취급자의 컴퓨터와 개인정보 DB는 개인정보가 인터넷 홈페이지, P2P, 공유설정 등을 통해 유출되지 않도록 수시로 체크하고 설정을 엄격히 변경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참고로 개인정보 DB가 인터넷 홈페이지의 취약점으로 인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무료로 제공하는 ‘웹 취약점 원격점검서비스(toolbox.krcert.or.kr)’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정보 DB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특정되고, 그 컴퓨터가 특정되었으며 컴퓨터와 DB 자체에 적절한 조치도 취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개인정보취급자가 실제로 개인정보를 다룸에 있어서 어떤 보안조치들을 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보안조치 일단, 개인정보취급자가 DB에 접근하는 단계에서부터 여러 개의 관문이 존재한다. 첫째, 개인정보취급자는 DB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비밀번호부터 남달라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은 비밀번호의 기준을 매우 까다롭고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원리는 바로 ‘기억하기는 쉽지만, 추측하기는 어려운 비밀번호를 설정하라!’이다. 만약 비밀번호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지 불안하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암호이용활성화 홈페이지(seed.kisa.or.kr)에서 비밀번호 안전성 검증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사용하면 된다. 둘째, 만약 개인정보취급자가 일하는 장소와 DB 서버가 설치된 장소가 서로 떨어져 있어, 사설 VPN 망 등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개인정보취급자는 DB에 접속할 때 단지 자신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에 더해 공인인증서나 OTP번호(일회용 비밀번호), 보안토큰, 휴대폰인증, 바이오정보 입력 등 추가인증수단을 사용하여야 한다. 만약 추가인증수단이 없다면 망분리 조치가 되지 않은 중소규모 기업들의 경우 키로깅 등을 통하여 해커가 개인정보취급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낼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설 VPN 망과 같은 전송구간의 보호조치는 기본이다(인증정보나 DB의 개인정보가 이 망을 통하여 오갈 경우에는 보안서버 구축 등을 통해 암호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보안서버 구축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역시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모든 관문을 통과하여 DB서버에 접속한 후에도, 개인정보취급자는 마음대로 개인정보를 헤집고 다닐 수가 없다. 첫째, 개인정보를 조회, 출력(파일생성 등을 포함한다)할 때에도, 필요한 정보 외의 정보는 마스킹 처리를 하여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에서는 친절하게도 마스킹 위치까지 정해주는데, 다만 이는 강행규정은 아니고 권고사항이다. 둘째, 개인정보 DB에서 개인정보를 파일로 생성하거나 인쇄 또는 화면표시를 할 때에는 용도가 반드시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정보취급자마다 볼 수 있는 개인정보의 수준을 달리 설정할 수도 있는바, 그 권한범위에 따라 출력 가능한 항목도 함께 달라지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대리점에 업무를 위탁한 경우, 그 대리점은 위탁된 업무와 연관이 없는 개인정보는 아예 출력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누가 언제 어떤 개인정보를 출력하였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책임관계 및 출처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처럼 개인정보 DB는 접속권한부터가 엄격하게 설정될 뿐만 아니라, 접속 권한이 있는 자라 하더라도 DB에 접속하고 작업하는 과정 전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DB 접속 내용은 모두 기록으로 남겨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확인ㆍ감독을 해야 한다. 사후에까지 철저한 감시 하에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게 하라는 것이 법의 취지인 것이다. 기타의 조치 그 외에도 DB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조치기준에서 권고하는 방식에 따라 암호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개인정보를 개인용 컴퓨터에 내려 받아 저장할 때에도 또다시 문서암호화 시스템이나 자료유출방지 시스템을 활용해 보호해야 하며, 백신 소프트웨어는 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갱신, 점검되어야 한다. 보통 대규모 해킹사고가 터지고 나면, 법제도가 미비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곤 한다. 그러나 이는 몇 년 전의 상황이고, 위와 같이 최근에는 충분한 법이나 지침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반영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업무의 효율 때문에 보안을 엄격히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개인정보는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정보주체의 재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법에서 요구하는 조치만큼은 철저히 취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기업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개인정보를 맡김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과 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Security World 2013년 3월호(194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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