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가수의 목소리로 만든 노래, 법적 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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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가수의 목소리로 만든 노래, 법적 한계는?


최근 비틀즈는 이미 사망한 멤버 존 레넌의 목소리를 되살려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AI를 이용해 1980년대에 세상을 떠난 존 레넌의 목소리를 재현한 것이다. 비틀즈는 1966년에 존 레넌이 1970년대 말에 녹음했던 미완성곡을 신곡으로 만들어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적이 있고, 1967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여 ‘리얼 러브’(Real Love)‘라는 신곡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60년대 당시의 기술로는 존 레넌의 목소리를 추출하여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기존 미완성곡에 살아있던 비틀즈 멤버들의 연주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현재, 이제는 세상에 없는 존 레넌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시켜 마치 존 레넌이 살아서 신곡을 부른 것처럼 작업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는 2021년 2월 한 방송에서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로 편지를 부르는 장면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드는 것을 “DEAD(Digital Employment After Death)”라고 하기도 한다.

AI에 음성 데이터를 학습시켜 특정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목소리까지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는 누구나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법적인 한계는 없을까.

‘음성’은 그 자체로 저작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주체가 사망한 경우, 더 이상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주체가 없으므로 음성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의 이슈는 없게 된다.

유명인의 목소리인 경우에는 음성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일반적으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한다(서울서부지법 2010. 4. 21.자 2010카합245 결정). 음성의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Midler v. Ford Motor Co. 사건에서 음성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이 문제된 적이 있는데, 위 사건에서 Ford 사는 1970년대에 유행하였던 노래를 모아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노래를 부른 가수가 반대를 하여 그럴 수 없었고, 결국 비슷한 음색을 가진 가수를 찾아 해당 노래를 녹음하고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였다. 법원은 널리 알려진 유명 가수의 특색있는 목소리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라고 보았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의 주체가 사망한 경우 퍼블리시티권이 유족에게 상속되는지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확실한 판례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즉, 고인이 된 유명 가수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든 경우 유족들이 고인 대신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저작권의 측면에서는 어떨까.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호)로 정의하고 있는바, 표현형식이 아닌 음성 그 자체를 저작물로 볼 수는 없지만,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된 노래는 음악저작물로 보호가 가능하다. 한편, 저작권법은 음악저작물을 가창의 방법으로 표현한자에 대해 실연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저작권법 제2조 제4호), 실연자에 대하여는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라는 저작인격권이 인정된다(저작권법 제68조). 즉,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저작인격권이 인정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사망 후에 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저작권법 제14조 제2항)’는 규정을 두고 있다.

AI로 고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를 재현하려면 필연적으로 노래, 즉 음악저작물의 이용이 일어날 것이다. 위 규정을 적용하면 무제한적으로 고인의 목소리를 이용할 수는 없고, 그러한 재현은 사회통념상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음성의 이용은 가령, 고인의 목소리로 욕설을 하게 하거나 생존하였더라면 절대 부르지 않을 가사 또는 멜로디로 재현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재현을 한 자에 대해 고인의 유족이나 유언집행자는 침해행위의 중지, 명예회복 등을 청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8조). 또한 유족이 아닌 제3자도 명예를 훼손하는 재현을 한 자에 대해 형사고발이 가능하며, 위반이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37조 제3호, 제140조).

위와 같이 세상을 떠난 가수의 목소리 재현이 해당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저작인격권을 침해 볼 수 있다면 유족 등이 문제를 삼거나 제3자가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인격권의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까지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부적절한 고인 목소리 재현에 대해 경제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없으며(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 유족 등도 모두 사망한 경우 누구도 침해정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게 되고, 형사처벌만이 가능한 문제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6. 26.)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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