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과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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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과 채피


그 동안 많은 영화나 만화 등에서 로봇은 다양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실패한 작품이자 괴물로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이나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인형 피노키오도 사람의 형태와는 다소 거리가 멀긴 하지만 개념 정의에 따라 로봇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과 유사한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2001년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A.I.'를 통하여 인공지능 감성로봇 데이빗을 만들었는데,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데이빗은 사람을 엄마로 여기고 인간사회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에는 닐 블롬캠프 감독이 영화 '채피'를 통하여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 채피를 선보였다.

여기서 궁금증이 제기되는데, 과연 로봇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선 로봇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 나오는 'robota'에 있다. 'robota'는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데, 당시 카렐 차페크는 노동능력은 있으나 생각이나 감정이 없는 것을 로봇이라고 불렀다. 카렐 차페크의 로봇 정의에 의하면, 데이빗이나 채피는 로봇이 아닐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한편 퀸ㆍ메리 대학의 스링그 교수는 인간에게 프로그래밍 되어 애초부터 결정된 방법으로 자신의 운동을 조절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계라고 로봇을 정의하였다. 가장 전통적인 개념이며 사전적이고 중립적인 정의이기에 데이빗이나 채피의 경우도 일정 부분은 포섭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나 딥러닝처럼 스스로 학습하여 생성되는 부분에 대하여도 포섭이 가능한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로봇의 정의는 앞날을 생각하면 더 난해해진다. 향후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출현할 것이다. 살인하고 방화하며 속이고 성폭행하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더 감성적이며 공감능력이 뛰어난 로봇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문득 로봇과 인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져, 노동 부분이 아닌 감성ㆍ교감 부분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5. 4. 2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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