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단 2회만에 최고의 인기 수목드라마로 우뚝 선 “별에서 온 그대”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유명 만화작가인 강경옥 작가의 “설희”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인데요. 광해군 일지에 나온 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에서 파생된, 400년을 살아온 불로불사의 주인공, 인연의 이야기 등등 몇 가지 구성에서 스토리의 기둥이 유사하다는 것이 주요 주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표절의 법적 기준은 무엇일까요? 법원은 어떤 방법들을 표절여부의 판단에서 사용할까요? 오늘은 바로 이 부분의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흥미진진한 저작권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1단계 :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별하라!
저작물에는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부분과 저작권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아이디어인데요. 아이디어를 모두 저작권으로 보호하게 되면,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는 것은 세상에 있을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오히려 창작활동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고, 오직 표현만이 저작권으로 보호됩니다.
그런데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별이라니... 너무 막연하시죠? 예를 통해 살펴볼까요?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예가 바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셰익스피어 역시 최초의 창조자는 아니지만, 교과서에서 흔히 쓰이는 예시입니다.)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던 두 집안, 그 두 집안의 젊은 두 남녀,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과 불같은 사랑, 집안의 반대로 인한 난관, 두 남녀의 안타까운 죽음.
로미오와 줄리엣 말고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죠? 이런 것이 바로 아이디어입니다. 만약 셰익스피어에게 위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요? 위 아이디어를 아무도 셰익스피어의 허락 없이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단순히 아이디어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작가들은 더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창작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 봅시다. 두 남녀가 발코니에서 감동적인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그 구체적인 대사의 표현이 거의 같은 경우라면? “두 남녀가 무도회에서 만나 처음 사랑을 싹틔운 뒤, 여자의 친오빠가 남자의 친구를 죽이고, 이에 남자는 그 복수로 여자의 친오빠를 죽인 후 추방당했는데, 여자는 다른 이와 결혼하지 않기 위해 죽은 척을 하고, 이를 진짜 죽은 것으로 오해한 남자가 자결하자, 뒤늦게 이를 발견한 여자 역시 자결하였다”는 구체적인 전개과정의 결합이 똑같은 경우라면?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작가 자신만의 창조적인 표현으로 구체화해 낸 것이므로, 그 표현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였다면, 또는 그 구체적인 스토리(전개과정의 결합)를 똑같이 따라하였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법적인 의미의 표절 여부를 따질 때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아이디어의 영역이냐, 표현의 영역이냐를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만약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면 이는 결국 법적인 의미의 표절에 해당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표현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법적인 의미의 표절에 해당하는지 세세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별그대와 설희는 전자에 해당할까요, 후자에 해당할까요? 판단은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분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아직 하나도 감상하지 못한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최주선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12. 2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