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저작물의 성립요건


1. 서설

2006년 개정 전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정의함으로써 범주를 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 컴퓨터프로그램 등 새로운 형태의 저작물을 인정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며 그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위와 같은 저작권법 정의규정에 나타난 저작물의 개념에 기초하여 도출되는 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는 (1) 창작성이 있을 것, (2)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일 것 2가지를 요한다.​

이하에서는 저작물의 요건인 창작성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본 뒤, 각 저작물의 종류에 따라 저작물성을 판단한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2. 저작물의 성립 요건​

가. 창작성​

창작성이란 그 저작물이 기존의 다른 저작물을 베끼지 않았다는 것 또는 저작물의 작성이 개인적인 정신활동의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록 시간적으로 먼저 작성된 A의 작품과 나중에 작성된 B의 작품이 서로 완전히 동일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B가 A의 작품을 보고 베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저작한 것이라면 B의 작품 역시 저작물로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법이나 실용신안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요건 중 하나인 ‘신규성’과 구분되고1), 기존의 작품보다 문학·학술 또는 예술적으로 진보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허의 또 다른 요건인 ‘진보성’과도 구별되는 개념이다.

주석 1) 다만 실무에서는 ‘원고의 저작물 이전에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체제를 갖춘 저작물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창작성 판단의 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서울민사지방법원 1995. 4. 7. 선고 94가합63879 판결). 그러나 이는 창작성 판단의 보충적인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일 뿐, 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서 신규성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도2238 판결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해서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개정 전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나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하여, 창작성을 ‘독자적 작성’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반면에 그 후에 나온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은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 두 판례를 비교하여 보면 대법원 2005. 1. 27. 판결은 단순히 저작자가 독자적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창작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에 덧붙여 최소한의 ‘창조적 개성’이 반영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두 판례는 언뜻 보기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법원 2005. 1. 27.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앞의 판례를 폐기하거나 변경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1995. 11. 14. 판결은 어문저작물을 다룬 판례인바, 어문저작물의 경우 특성상 독자적인 작성이 있으면 당연히 최소한도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대법원 2005. 1. 27. 판결은 기능적 저작물을 다룬 판례인바, 위 판례에서는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독자적 작성과 별도로 최소한도의 창조적 개성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요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법원 2005. 1. 27 판결은 대법원 1995. 11. 14. 판결을 보충하거나 보완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

저작물은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상 또는 감정은 반드시 학문적이거나 철학적, 심리학적인 개념으로 좁게 해석할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생각이나 기분’ 정도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새겨야 한다.​

따라서 주관적 요소인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 그 자체만이 표현된 것은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들어 단순히 사실을 나열한 것(식당의 메뉴판, 역 구내에 게시되어 잇는 열차시간표 및 요금표 등), 데이터를 나열한 것(주가나 경기 스코어, 기온이나 강수량 등), 역사적 사실을 표현한 것 등은 저작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2)​

주석 2) 다만, 요소의 선택 및 배열에 창작성이 인정되어 편집저작물로 보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위에서는 단순히 사실 그 자체를 집적해놓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는 저작물로 보호될 수 없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8노3426 판결은, 영어교육 기업의 홍보자료에 기재된 문구의 저작물성이 문제로 된 사건에서 “(원고의 홍보자료는) 한국에서 영어학습에 대한 수요가 증가되었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변화3)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영어학습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 배경사실이나 사회 환경의 변화를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문구들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고, 동일한 주제를 두고 누구나 비슷하게 연상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주석 3) 문제가 된 문구는 “영상 컨텐츠 또는 영어를 접하는 실상황이 증가, … 최신 인기 해외 드라마(일명 미드)를 온라인/케이블 TV로 더빙없이 소비하는 경향, … 해외 여행 경험, 내한 외국인 수가 늘면서 네이티브와의 대화 상황도 증가함, …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 사용량 급증, … 콘텐츠 소비의 주요 수단이 TV, PC에서 벗어나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중” 등이었다.​

3. 저작물성 판단에 관한 구체적 사례​

가. 저작물의 분류​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은 저작물을 9가지 종류로 분류하여 예시하고 있는바, 이는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열거한 것이 아니라 개괄적으로 예시한 것이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이 예시하고 있는 저작물의 종류에는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연극저작물,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 영상저작물, 도형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 있다.​

나. 어문저작물​

어문저작물이란 언어를 표현매체로 하여 작성된 저작물로, 소설, 시, 논문, 각본 등 문서에 의한 저작물은 물론 암호나 전자, 속기기호, 전신기호 등 일반적인 언어와 치환될 수 있는 기호로 작성된 것을 포함한다.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9460 판결은, 1952년판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중 31곳의 오역을 바로잡고, 200여 곳의 번역을 달리하며, 370곳의 문장과 문체를 바꾸고, 37곳의 음역을 달리하며, 100여 곳의 국어문법과 한글식 표현에 맞게 달리 번역하는 등 개정을 거친 1961년판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 1952년판 성경전서 개역한글판과 구별되는 새로운 창작성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1961년판 성경은 1952년판 성경의 오역을 원문에 맞도록 수정하여 그 의미내용을 바꾸고 표현을 변경한 것으로서, 그 범위 내에서 이차적저작물의 창작성에 필요한 저작자인 피고 대한성서공회의 정신적 노작의 소산인 사상이나 생각의 독창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못 볼 바 아니므로, 1961년판 성경은 1952년판 성경과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별개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음악저작물​

음악저작물은 음을 소재로 하여 박자·선율·화성·음색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으로 종합하여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될 수 있는바,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창작성은 저작물을 구성하는 가락, 리듬, 화성이 선행 음악저작물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구현하고 있으면 인정된다.

서울지방법원 1995. 1. 18.자 94카합9052 결정은, 주 멜로디를 그대로 둔 채 코러스를 부가한 이른바 ‘코러스 편곡’의 경우에도 창작성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신청인이 노래를 녹음할 당시에는 코러스 부분의 악보를 작성하지 않았고 나중에 비로소 코러스 부분의 악보를 작성하였는데, 위 노래에서 코러스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위 노래는 주 멜로디를 그대로 유지한 채 주 멜로디에 위 코러스를 부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위 코러스 부분은 일정한 높낮이의 음을 넣는 수준의 단순한 화음이 아니라 신청인 이외의 다른 사람에 의하여서는 동일한 코러스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위 노래의 내용과 전체적인 분위기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코러스 부분은 주 멜로디를 토대로 단순히 화음을 넣은 수준을 뛰어넘어 신청인의 노력과 음악적 재능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독창성이 있다고 하여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권으로서 보호받을 만한 창작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라. 연극저작물

연극이란 배우가 관객에게 보이기 위하여 극장에서 각본에 의해 연출하는 종합예술이고, 연극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동작에 의하여 표현된 것을 말하는바,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3호는 무용을 연극저작물의 한 종류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8. 선고 2011가합23960 판결은 A가 댄스가수 ‘시크릿’의 노래 ‘샤이보이’의 노래에 맞추어 창작한 이 사건 안무의 경우, 악곡의 전체적인 흐름, 수반되는 가사의 내용 및 가수 구성원들인 소녀들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 및 몸짓을 조합·배열하여 원고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안무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윙댄스의 기본적 스텝이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안무의 창작성을 부정하는 근거로는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마. 미술저작물​

미술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시각적 형상이나 색채 또는 이들의 조합에 의하여 미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로서, 완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스케치나 데셍도 그 자체든 또는 완성된 미술저작물을 위한 준비단계에서의 것이든 창작성 등 성립요건을 갖추면 저작물성을 취득한다.​

서울고등법원 1995. 5. 19. 선고 95나8746 판결은, 비록 동화책을 완성하기까지는 ①데셍, ②셀 트레스4), ③셀 칼라지정, ④셀 채색, ⑤배경 채색 등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거치고 그 가운데 A가 한 작업은 ①~③의 작업이고 나머지 ④, ⑤의 작업은 B에 의하여 수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완성된 이 사건 그림 중 창작성이 있는 작업은 등장인물과 배경의 데셍 및 셀 칼라지정 작업에 있다고 할 것이고, 창작된 인물과 배경그림에 지정된 색깔을 칠하는 작업은 그림의 완성을 위한 기계적인 작업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A가 데생한 후 A가 지정한 색깔로 채색된 이 사건 그림은 전체로서 A의 창작성이 담긴 A의 미술저작물이라고 판시하였다.​

주석 4) 연필 데생을 펜으로 그대로 셀로판지에 옮겨 그리는 작업을 말한다.

또한 위 판례에서는 저작물에 요구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닌 작자 자신의 사상,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정도일 뿐이므로, 비록 A가 이 사건 그림 중 세계명작동화의 그림을 데셍함에 있어서 일본 동화책을 참조하였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그림이 창작성이 결여되어 저작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며, 설사 세계명작동화에 대한 A의 데생이 일본 동화책 그림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단순한 모사가 아닌 이상 그것이 일본 동화책 그림의 원저작에 대한 저작권침해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채권자의 데생 자체는 2차적저작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바. 건축저작물

건축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토지 상의 공작물에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을 말하는바,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는 설계 도서를 건축저작물의 일종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2004. 9. 22.자 2004라312 결정은 아파트 평면설계도의 저작물성이 문제된 사안인바, 판례는 건축저작물은 기본적으로 기능적 저작물로서 이에 기초한 건축물의 편의성, 실용성 및 효율성 등의 기능적 가치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으며, 아파트 설계도와 같은 경우에는 그 기능을 구현하는 표현방법에 있어 다양성이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현실적으로 저작권법 보호가 인정되는 부분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29 판결도 아파트 내부평면 설계도와 관련하여 위 판례와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바, 이 판결에서는 아파트의 경우 해당 건축 관계 법령에 따라 건축조건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부분이 많고 각 세대전용면적은 법령상 인정되는 세제상 혜택이나 그 당시 유행하는 선호 평형이 있어 건축이 가능한 각 세대별 전용면적의 선택에서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아파트의 경우 공간적 제약, 필요한 방 숫자의 제약, 건축 관계 법령의 제약 등으로 평면도, 배치도 등의 작성에 있어서 서로 유사점이 많은 점, 이 사건 평면도 및 배치도는 기본적으로 건설회사에서 작성한 설계도면을 단순화하여 일반인들이 보기 쉽게 만든 것으로서, 발코니 바닥무늬, 식탁과 주방가구 및 숫자 등 일부 표현방식이 독특하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이미 존재하는 아파트 평면도 및 배치도 형식을 다소 변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평면도 및 배치도에 저작물로서의 창작서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사. 사진저작물​

식품 제조회사가 햄 제품 광고용 카탈로그의 제작을 위하여 촬영된 제품사진이 무단 이용됨으로써 발발된 사안에서 햄 제품사진의 창작성이 다투어졌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 판결(서울고등법원 1998. 7. 22. 선고 96나39570 판결)은 피고가 햄 제품 자체를 촬영하는 사진과 햄 제품을 다른 장식물이나 과일, 술병 등과 조화롭게 배치하여 촬영함으로써 제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진(이미지사진)으로 구별한 다음, 제품사진은 비록 광고사진작가가 촬영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피사체인 햄 제품만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광고라는 실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창작성이 부인되고 이미지 사진은 창작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은 이를 그대로 인정한 다음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해서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는바,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구도의 설정·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카메라 각도의 설정·셔터의 속도·셔터찬스의 포착·기타 촬영방법·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되나... 제품사진은 비록 광고사진작가인 원고의 기술에 의하여 촬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을 그 피사체인 햄 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광고라는 실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다만 이 때 그와 같은 목적에 부응하기 위하여 그 분야의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원고의 사진기술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며...” 라고 하여 사안의 경우는 제품을 충실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아. 영상저작물​

영상저작물은 연속적인 영상(음의 수반 여부는 가리지 아니한다)이 수록된 창작물로서 그 영상을 기계 또는 전자장치에 의하여 재생하여 볼 수 있거나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영화와 같이 영상물을 위한 장면 자체를 연출해낸 경우에는 창작성 인정에 의문이 없으나, 기록 영상물, 즉 카메라나 CCTV 등에 의한, 이미 존재하는 동적인 상황을 단지 녹화하기만 하는 경우에는 창작성이 인정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줌업, 슬로우 모션 등과 같은 전문적인 영상기법을 가미하여, 단순한 기록 영상물을 뛰어 넘어 특별한 창작성을 부가하여 영상화하였거나 영상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을 부가하여 편집하였을 경우에는 촬영 또는 편집에 있어서 창작성이 인정된다.

자. 도형저작물

도형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 등을 통하여 표현된 저작물을 말한다. 도형저작물 중에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이 많은데, 이러한 것들은 창작성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할 뿐만 아니라, 저작물로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보호범위가 매우 좁아지게 된다.​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은, 기능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였다.​

그리고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장치나 시스템의 연결 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그 장치 등을 구성하는 장비 등이 달라지는 경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하여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차.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라 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한다.

HTML 소스코드의 경우 단순히 태그만을 사용한 코드와 웹 프로그래밍 요소가 포함된 코드로 구분된다. 태그란 HTML 문서를 정리하기 위한 문법적 도구인바, 단순히 태그만을 이용한 HTML 코드로는 구현할 수 있는 기능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요소를 가미하여야 하는데, 논리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하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이용한 웹 프로그래밍이다.

서울고등법원 2008. 9. 23.자 2008라618 결정은, “HTML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안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것’에 해당되기는 하나, ① JSP{웹 페이지의 내용과 모양을 제어하기 위해 별도의 자바(Java) 언어로 구축된 프로그램을 호출하는 기술} 등과 같은 별도의 웹 프로그래밍 요소가 포함되지 아니한 ② 일반적인 HTML 문서 자체는 웹 문서를 정리하여 나타내기 위한 문법을 기술한 태그(Tag)에 불과하여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문서가 표시하는 내용과 별도의 창작물이라고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라고 하여, 단순히 태그만을 사용한 HTML 코드의 저작물성을 부인하였다.

4. 결어​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판례는 저작물의 성립 요건으로 특허의 신규성, 진보성에 비하여 완화된 요건인 창작성과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요구함으로써 저작물의 성립 범위를 넓게 보고 있는바, 이는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는 질적으로 효과적인 기술의 축적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임에 반하여 저작권은 양적으로 풍부한 저작물의 축적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최소한도의 개성을 가진 작품에 대하여 저작권법으로 보호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을 지향하는 것이다.​

다만, 저작권을 과도하게 보호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유용한 지적재산의 과실을 저작자만이 독점하게 되어 불합리한 상태가 발생하게 되는바, 저작자의 이익과 이용자의 이익을 조화하는 과정에서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을 좁게 인정하는 판시가 나온 것으로 사료된다.

[참고문헌]​

오승종, 「저작권법」, 제5판, 박영사, 2020.

이호흥, 「사진저작물의 창작성에 관한 약간의 고찰」, 홍익법학 <16-3>,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9.

임상혁, 방세희, 「음악저작물 표절소송에 있어서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 판단기준에 관한 판례의 비교연구」, 법학평론 제7권, 서울대학교 법학평론 편집위원회, 2017. 5.

김용대, 「음란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되는지 여부」, 정보법 판례백선(II), 한국정보법학회, 2016. 6.

계승균, 「무용저작물의 창작성에 관한 연구」, 동아법학 제64호,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 8.

* 법무법인 민후 강주현 변호사 작성, 민후 로인사이드(2021. 1. 12.) 기고.

  • Instagram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포스코타워역삼 21층

02-532-3483

​바로가기

© 2020 by NEPL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