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속성과 싸우는 변호사들


플랫폼의 기본 기능은 소비자와 사업자를 중개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소비자 확보를 위해 소비자에게 좋은 조건을 내세운다. 그러나 좋은 조건이란 보통 사업자 희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플랫폼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사업자의 플랫폼 종속성은 심화할 수밖에 없고, 사업자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부득이 플랫폼 안에서 가격 경쟁을 하게 된다.

법률 플랫폼의 사정도 일반적인 플랫폼과 다르지 않다. 최근 수년 사이에 리걸테크 관련 서비스 출시가 늘었다. 특히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등과 같은 법률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이 같은 법률 플랫폼에 참여하는 변호사가 늘었으며, 일반 플랫폼 구조에서와 동일하게 법률 플랫폼 안에서 수임료 경쟁을 하게 됐다. 일본 전체 변호사의 40%를 회원으로 보유한 '벤고시닷컴'의 경우와 유사하다.

플랫폼 서비스 출현은 기술 발달의 당연한 현상이자 시대 흐름으로 순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3만명이 넘는 변호사들의 제51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자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종속성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크게 드러냈고, 변호사 회원은 형사고발·신고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한 후보를 더 선호했다.

1번 후보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법률상담 플랫폼에 적극 대응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네이버 엑스퍼트 등을 대체하겠다”고 밝혔고, 2번 후보는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같은 비변호사 광고를 제재하고, 변협 차원에서 플랫폼 준공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번 후보는 “비변호사에 의한 플랫폼은 변호사법 위반 등 법적 문제는 물론 장기적으로 변호사업계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4번 후보 역시 다르지 않다. “법률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을 극복하겠다” 또는 “법률 플랫폼에 대해 현행법 위반 여부를 확인한 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법률 플랫폼 대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5명의 후보 가운데에서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된다. 5번 후보 역시 기존 사설 플랫폼을 대체한 공공 플랫폼을 제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법률 플랫폼 문제가 협회장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했고, 공히 후보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법률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을 우려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점은 공통적이다. 특히 법률 플랫폼을 사무장으로 보거나 비변호사의 광고 행위로 간주해 변호사 특유의 변호사법 규율 체계와도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변호사의 준법의식에도 호소했다.

지난 1월 27일 변협회장에 당선된 4번 이종협 후보는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를 '법률 플랫폼 문제'라고 단언하고 법률 플랫폼은 사건 수임의 무한 경쟁 상황에 놓인 변호사들의 다급함을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고 법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는 바 법률 플랫폼에 대해 변호사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서 적극적으로 고발·신고 조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세적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은 이후 실제로 변호사 회원에 대해 법률 플랫폼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하고, 나아가 법률 플랫폼 사업에 종사하는 변호사에 대한 겸직허가 의무를 강조하는 등 변협의 법률 플랫폼에 대한 강경 대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변호사들이 플랫폼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기보다는 기존 플랫폼 체제의 각종 문제점이 변호사 업무의 특수성도 고려하지 않고 법률 분야에 무비판적으로 도입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변호사의 플랫폼에 대한 불신은 실질적으로는 기존 플랫폼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다. 예컨대 무한 경쟁에 내몰린 사업자, 자의적인 별점 평가에 속수무책인 사업자, 개별적 가치의 전달은 어렵고 획일적인 서비스를 강요하는 구조 등 기존 법률 플랫폼 체제의 문제점을 아무런 비판적 검토 없이 수용·도입한 결과 변호사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의 호응과 소비자의 편리성을 모두 추구하는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법률 플랫폼, 구속되거나 종속되지 않고 함께 가는 플랫폼의 탄생을 기대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1. 5. 11.) 기고.

HOT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