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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는 회사의 범죄행위에 책임이 있을까


‘회사의 대표자는 회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와 관련된 법률문제를 의뢰하는 대표자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회사의 책임일 뿐 대표자의 책임과는 무관한 사안임에도 대표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음은 물론, 어떤 대표자는 본인의 책임이 아님에도 그 스스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발 벗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대표자로서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사에 있어 법인인 회사가 대표자와 재산상 독립된 주체라는 점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이므로, 여기서는 회사 대표자의 형사책임의 한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사람과 회사의 범죄를 구별할 수 있는가?

이 논의는 과연 회사의 대표자가 범한 죄와 회사 스스로가 범한 죄를 구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 봐야 한다.

한 개인인 대표자는 분명 죄를 범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관념상의 인격체에 불과한(어쩌면 실체가 없는) 회사가 실체가 필요한 죄를 범할 수 있는지, 대표자의 행위 모두를 회사가 행한 행위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는 ‘법인의 범죄능력’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기도 한데, 과거 우리 대법원은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법인에는 범죄능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1984. 10. 10. 선고 82도2595 전원합의체 판결).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에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법인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행위자이자 자연인인 대표자에게 죄책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회사의 대표자니까 당연히 책임을 진다’는 생각도 마냥 납득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회사의 모든 범죄행위의 책임, 대표자에게 있는 것 아냐

그러나 이는 범죄행위의 주체가 실제 행위자인 자연인이 된다는 취지이지, 법인명의의 행위는 언제나 대표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법인 대표가 사람을 속여 회사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치자. 이때 대표자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는 사람을 속인 주체가 대표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이지, 법인의 대표라는 이류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범죄행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지는 않는 것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케한 양벌규정

그렇다면 회사 자체는 언제나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운 것인가.

앞서 논한 내용들을 보면 법률은 법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회사의 사회적 지위와 책임이 현저히 높아진 현재 법인 자체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 또한 징역형은 어렵다 하더라도 벌금형은 충분히 수형(受刑) 가능하다.

이에 현행 법률들 역시 법인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양벌규정’인데, 이 규정들은 ‘실제 행위자를 벌하는 외 법인도 처벌한다’는 방식으로 법인을 처벌하고 있다.

즉 자연인인 종업원 등은 범죄능력이 있어 죄를 범할 수 있고, 그 경우 법인에게는 형벌(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이다. 법인에게 범죄능력은 없더라도 수형능력은 인정된다는 전제 하의 규정이라 하겠다(헌법재판소 2013. 6. 27. 선고 2012헌바371 결정 등).

위와 같은 구별은 특히 비법률가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간혹 법률가들도 이를 착각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 사건의 예를 들면, 종업원의 위법행위로 인해 회사가 양벌규정에 따른 직접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기소된 사람은 종업원과 대표 개인이었다.

위 사건을 의뢰한 대표는 의뢰 당시 당연히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표자로서 회사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점은 분명 귀감이 되는 면이지만, 그 책임감은 대표자에게 주어진 권한에 걸맞은 부분에 한정되면 충분하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당연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양벌규정에 따른 법인의 직접책임과 대표자의 책임을 분명히 구별해 초과책임을 부담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법인의 형사책임 관련 일반법 마련 필요해

한편 사견으로는 양벌규정으로 법인의 처벌 필요성을 해결하는 현재의 방식은 넓은 관점에서 미봉책이라 보인다. 행위자의 책임과의 관계나 비법인 사단에 대한 처벌의 공백 등 양벌규정이 갖는 한계들은 여전히 문제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개별법에 양벌규정을 두는 것보다는, 법인의 형사책임에 관한 일반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인의 처벌 필요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일반법이 존재한다면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9. 1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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