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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논란 속 게임법 개정안의 방향은?

8월 23일 업데이트됨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논란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확률형 아이템의 대표적인 예가 ‘랜덤박스’로, 유저는 ‘랜덤박스’를 구입하면 미리 정해진 확률에 따라 얻어지는 아이템의 종류나 효과 성능이 다르게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회사들은 랜덤박스의 정보, 특히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에, 유저들은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써야 원하는 자신이 아이템을 취득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웠고 게임회사들이 지나치게 낮은 확률을 설정하거나 유리하게 확률을 조작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자율규제가 실시됐지만, 이번 사태가 발발한 것을 보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사행성’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알지 못하기에,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결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행성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사행성 방지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확률 공개가 논의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서 사행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로또나 복권과 같이 지극히 희박한 확률에도 사람들은 행운을 꿈꾸며 구입하기 때문이다.

결국 확률 공개의 목적은 소비자의 예측가능성 또는 알 권리 보장으로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획득 확률이 동일게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확률 상승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확률 상승 정도를 허위로 표시하는 경우라면,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만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보아 제재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확률 공개를 의무화한다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의 제재조치도 함께 규정돼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벌칙 등의 제재조항이 없다면 기존의 자율규제 방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확률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록취소, 영업장 폐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확률을 미기재하거나 허위 기재하였음을 이유로 곧바로 영업정지나 등록취소와 같은 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반면, 벌금의 경우 위헌적 소지는 적을 수 있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워낙 크다보니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결국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구체적인 제재기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하위법령에서 정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아이템 규제 확실히 해야

이번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기존에 게임중독 방지, 사행성 논란에 따른 규제 논의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동안 유저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사건은 게임진행의 공정성 자체에 시비가 발생하게 되면서 유저들이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과금 유저들까지 상당수 돌아서자, 비즈니스 모델(BM)이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거나 일부만을 공개해왔던 게임회사들도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전인데도 유저들의 민심달래기를 위해 서로 앞다투어 확률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우연 속 행운이라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게임산업은 유례없는 활황을 맞이했다. 불붙은 게임산업에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은 15년만에 나온 것으로 법제도와 실제 실무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 법의 공백을 없앨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관심과 집중으로 인해 오히려 개정안 속 다른 규정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게임산업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차분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1. 3. 2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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