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과 사용자의 갱신거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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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과 사용자의 갱신거절권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되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자동 종료한다. 다만 우리 판례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여 근로관계는 자동 종료하지 않고 갱신된다고 본다.​

<갱신기대권의 취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갱신기대권의 소송은 2단계로 판단구조를 가지는데, 첫번째 단계가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이고, 두 번째 단계가 사용자 입장에서 갱신거절을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이다. 따라서 위 2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근로지가 승소하게 되는 것이고, 첫번째 단계에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 부정되거나 또는 두 번째 단계에서 사용자에게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근로자가 패소하게 되는 것이다. ​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1.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2.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따라서 계약갱신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거나 또는 일정한 조건 하에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갱신기대권은 쉽게 인정된다. ​

*사례

① 이 사건 조례는 제9조 제2항에서 이 사건 교향악단 단원의 위촉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9조 제3항에서 “위촉기간이 만료된 단원은 전형위원의 전형을 거쳐 재위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재위촉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위촉을 위한 요건 및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정기 실기평정 결과에 따라 원고들을 매 2년마다 재위촉하여 온 점, ③ 이 사건 이전까지 이 사건 교향악단의 기존 단원 중 재위촉을 거부당한 사람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 제8조는 실기평정 결과에 따라 단원 간의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단원을 직책강등 또는 해촉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로서는 정기 실기평정 결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재위촉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에게 재위촉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

<사용자의 갱신거절권 =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특히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 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합리적 이유'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보다는 약한 개념이다. 따라서 해고 사유처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완화된 기준으로 해석한다. 합리적 이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사례

우선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정기 실기평정 결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재위촉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재위촉을 거부한 데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로, 이 사건 재위촉 거부를 하여야 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에게는 이 사건 교향악단을 구성·운영함에 있어 연주기량 등이 뛰어난 단원을 새로이 선발하여 그 수준을 유지·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위하여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할 수 있는 재량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교향악단은 전형위원의 전형 등과 같이 재위촉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두고 있고, 정기 실기평정을 실시하여 그 평정 결과에 따라 기량이 미달하는 단원을 해촉할 수 있는 절차 등을 갖추고 있어서 그 적절한 운영을 통하여 교향악단의 수준을 유지·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반면에, 기존의 방식 때문에 교향악단의 수준이 하락하였다거나 또는 그러한 방식만 가지고는 그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추단할 만한 사정에 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목적, 단원들의 위촉과정, 단원들 업무의 특성이나 그 전문성 등을 막연히 거시하면서 이 사건 공개전형이 이 사건 교향악단의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로, 피고가 위촉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단원들에 대해 재위촉 전형을 하지 않고 일제히 신규전형을 통해 단원을 선발할 목적으로 사전 동의 또는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공개전형을 실시한 것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조치이다. 그런데 재위촉 절차와 관련한 이 사건 조례의 내용과 그 취지, 그간 재위촉 제도가 운영되어 온 실태, 원고들이 재위촉에 대하여 가지는 갱신 기대의 내용 및 2010. 11. 8. 개최된 예술단운영위원회 의결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조례나 시행규칙 등에 피고가 갱신기대권을 가지는 기존 단원에 대하여 일제 신규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로서는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조례나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근거를 마련하거나 또는 단원들과 사건 협의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침으로써 재위촉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셋째로,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 응시자격을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연주자로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판단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예술단의 설치 목적은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에 있다는 것이고(이 사건 조례 제1조),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주 평균 3시간의 의무근무(연습) 시간이 부과되며, 이 사건 교향악단은 연 2회 정기공연 및 필요시 특별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단원들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대구·경북지역 외의 지역으로 되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있다거나 그 설치 목적인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 취지가 김천시민들 중에서 단원을 선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지원·장려하는 데 있다면 이 사건 조례에 그 근거규정을 두어 그와 같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취지가 그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을 실시하면서 그 응시자격을 주민등록상 특정 지역 거주자로 제한한 것은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아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0. 12. 1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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