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전자화폐(선불전자지급수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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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전자화폐(선불전자지급수단)인가


암호화폐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지급 수단적 성격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어 몰수의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슬쩍 의문이 생긴다. 왜 비트코인은 전자금융거래법의 규제를 받지 않을까? 즉 왜 법적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로 보지 않을까?

이 문제에 대해 실제 소송에서 쟁점이 된 적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1심 판결이지만 명시적으로 비트코인이 전자화폐인지 아니면 다른 전자지급수단인지 다루고 있어 의미가 있다고 판단돼 그 내용을 같이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에서 원고는 "비트코인은 전자화폐 또는 다른 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다툰 적이 있다. 거래소의 법적 지위에 관련된 주장이다.

우선 전자화폐가 무엇이고 다른 전자지급수단 중 선불전자지급수단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자화폐나 선불전자지급수단은 대표적인 전자지급수단이다. 전자지급수단이란 지급수단 중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처리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급수단이란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는 대가로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한다. 예컨대 신용카드, 상품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지급수단에 대하여 '전자자금이체, 직불전자지급수단,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 신용카드, 전자채권 그 밖에 전자적 방법에 따른 지급수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자화폐와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지급수단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나 범용성, 환금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1)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돼야 하고, 2) 발행인 외 제3자에게 지급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3) 지급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업종 중 2개 업종 이상이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좁은 범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전자지급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전자화폐는 1)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돼야 하고, 2) 2개 이상의 광역지자체 및 500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지급수단으로서 사용돼야 하며, 3) 지급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업종 중 5개 업종 이상이어야 한다. 4)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교환되어 발행돼야 하며, 5) 발행자는 언제든지 현금으로 교환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넓은 범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전자지급수단이라 할 수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등록이 있어야 하며, 발행권면 최고한도는 50만원이다. 자본금은 20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며, 전문인력과 전산설비 등이 마련돼야 한다.

전자화폐에 대한 요건은 더 까다롭다. 금융위원회의 허가가 있어야 하며, 발행권면 최고한도는 200만원이다. 자본금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보다는 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1심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가 중개하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일반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하는 데 이용될 수 없고, 그 가치의 변동폭도 커 현금 또는 예금으로 교환이 보장될 수 없으며 주로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정한 전자화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전자금융거래법상 다른 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전체에 대해 전자화폐로도 볼 수 없고,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일단 법원이 보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이 매우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하는 데 상당히 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보지 않은 점, 주로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본 점은 제도권 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트코인이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교환되어 발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자화폐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분명 있다. 하지만,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해선 전자금융거래법상 정의만으로는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많은 외국 입법례가 전자지급수단으로서 인정해 규제를 하는 점에 비추어보더라도, 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에 관해, 결론은 차지하고 다라도 우리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하였다는 것 자체에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9. 3. 11.), IT조선(2019. 3. 26.)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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