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미술(산업디자인)의 법적 보호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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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미술(산업디자인)의 법적 보호방안


응용미술이란?

작년(2012년) 한 해 동안 디자인에 관한 중요판결을 살펴보면, 응용미술 판례가 다수 눈에 띄고 있다. 이에 작년 중요 판례를 포함하여 그간의 응용미술에 관한 판례를 일괄하여 검토하면서 더불어 응용미술의 법적 보호방안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응용미술(applied arts)이란 순수미술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널리 실용품에 응용된 미술을 가리킨다(WIPO 용어사전). 예컨대 공예품, 장신구, 장식, 염색ㆍ도안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대체로 산업디자인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응용미술은 수공업으로 일품 제작되는 것과 산업용으로 대량 생산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증첩적 보호 여부

응용미술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디자인권(디자인보호법)과 저작권(저작권법)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이 디자인권과 저작권의 중첩적 보호가 가능한지 여부이다. 처음에는 두 권리의 중첩적 보호가 부정되었다. 즉 산업용으로 대량생산되는 응용미술품에 대하여 중첩적 보호가 인정된다면 신규성 요건, 등록 요건, 단기의 존속 기간 등 의장법(현 디자인 보호법)의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의 취지가 몰각되므로, 원칙적으로 의장법에 의한 보호로써 충분하고 예외적으로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여야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태도(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도3266 판결, ‘대한방직사건’였다.

* 대한방직사건 : 1993년 6월 미국의 코빙톤社가 미국에서 저작권 등록을 한 직물도안을 무단 복제했다는 혐의로 대한방직을 상대로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 검찰은 대한방직에 대하여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하였으며 서울형사지방법원이 동일한 내용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대한방직이 이에 불복하며 항소하였고 서울형사지방법원항소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대한방직의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의 불복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재판에서도 대한방직이 승소하며 형사재판이 마무리 되었다. 서울민사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및 본안 소송에서도 코빙톤社가 일부 승소하였으나 대한방직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에서 서울 고등법원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코빙톤社의 직물 도안이 미국에서 저작권 등록을 마쳤고 응용미술품의 일종이지만, 직물도안은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창작물로 볼 수 없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생활한복사건’에도 되풀이되어 대법원은 생활한복의 저작물성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79 판결). 즉 대량생산되어 복제가 가능한 디자인의 경우,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의 범위에 속할 정도의 창작물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2000년도 저작권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응용미술저작물’의 정의 규정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입장이 바뀌어 응용미술에 대한 디자인권과 저작권의 중첩적 보호를 인정하게 되었다. 즉 대법원은 히딩크 넥타이 사건(2004. 7. 22. 선고 2003도7572 판결)에서 2000년도 저작권법의 개정으로 응용미술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임을 명백히 하였는데, 태극과 팔괘를 응용한 문양을 프린트한 응용미술저작물인 히딩크 넥타이의 도안이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대한방직 사건에서 대법원이 설명한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할 것’의 요건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

응용미술이 식별기능을 제공하는 상표법상 표장으로 사용되었다면 상표권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도 있으나, 본편에서는 논외로 하고 지금부터는 디자인권과 저작권에 의한 보호방안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디자인권에 의한 보호

응용미술을 디자인권으로 보호받으려면, 디자인의 성립요건(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1호)을 갖춰야 하고, 더불어 등록요건(제5조)을 갖추어야 한다. 디자인의 성립요건이란, ① 물품에 표현되어야 하고(물품성), ② 물품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이어야 하며(형태성), ③ 시각을 통하여(시각성), ④ 미감을 일으켜야 한다(심미성)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디자인의 등록요건이란, ① 공업상 이용 가능해야 하며(공업상 이용가능성), ② 신규의 것이어야 하고(신규성), ③ 창작이 용이하지 않아야 한다(진보성).

이러한 디자인 성립요건과 등록요건은 등록을 요하지 않고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는 저작권의 발생요건에 비하여 까다롭고, 디자인 권리 발생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디자인의 보호기간은 15년에 불과하여 업무상 저작물의 70년에 비하여 매우 짧고, 디자인의 경우 물품성을 요구하므로 물품이 다르면 디자인이 같더라도 별개로 취급될 수 있으며 물품을 전제하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 디자인권의 물품성 요구는 그렇지 않은 저작권에 비하여 디자인권의 보호에 한계사항이 되고 있다.

저작권에 의한 보호

앞서 설명한 대로 2000년 개정된 저작권법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서, 디자인 등을 포함’하는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현재 조문으로 제2조 제15호). 따라서 응용미술에 대하여 저작권이 발생하려면, 저작권 발생 요건으로서 ①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할 것, ② 창작성이 있을 것과, 응용미술 요건으로서 ③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일 것(양산가능성), ④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분리가능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분리가능성(또는 독자성) 요건이다. 분리가능성이란 물리적(physical) 또는 관념적(conceptual)으로 ‘미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를 분리할 수 있으면 저작물성이 인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물리적 분리가능성이란, 기능적 형상을 제거하면 미적 형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닛에 동물조각 장식이 있는 경우, 자동차 보닛을 제거하더라도 장식은 남아 있기 때문에 동물조각의 저작물성은 인정된다. 물리적 분리가능성이 없는 직물디자인 등의 경우에는 관념적 분리가능성을 따진다.

관념적 분리가능성에 대하여는 정립된 의견은 없지만, 순수하게 미적인 요소만으로 디자인이 이루어졌다면 관념적 분리가능성이 있어 저작물성은 인정되나, 미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가 함께 반영되어 디자인이 이루어졌다면 관념적 분리가능성이 없어 저작물성은 부정된다.

응용미술의 저작물성에 관한 최근의 몇 가지 판례를 살펴본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12. 8. 23. 선고 2012노260 판결

법원은 이 사건 도안의 창작 경위와 이용실태 등을 고려할 때 순수 서예작품과 달리, 그 자체로 독립하여 감상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 창작된 것이라기보다, 주로 티셔츠, 두건 등의 상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ㆍ인쇄되어 상품의 가치를 높이거나 고객흡인력을 발휘하도록 하거나 광고에 이용하는 것과 같은 실용적인 목적이 있음에 주안점을 두었고, 이용되는 상품 내지 표현 소재인 문자 자체와 구분되어 어느 정도의 독자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응용미술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분리가능성’을 인정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2. 7. 25. 선고 2011나70802 판결

여우 머리 또는 영문 ‘FOX’를 형상화한 도안을 창작ㆍ공표하여 자전거용 의류 등 제품에 표시하여 생산ㆍ판매하여 온 외국회사(www.foxhead.com)가, 위 도안과 동일ㆍ유사한 표장들에 관하여 국내 상표권자로서 등록을 마친 상표 등을 스포츠 의류 등 제품에 표시하여 생산ㆍ판매하는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를 구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위 도안에 상품 표지로서의 상표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은 물품과의 물리적 또는 관념적 분리가능성을 요건으로 할 뿐 별도의 상품 표지 기능과의 분리가능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으므로 위 도안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물품과의 분리가능성의 의미를 상품 표지 기능까지 확장하지는 않았다.

마치면서

최근 응용미술 또는 산업디자인에 대한 보호는 디자인보호법에서 저작권법으로 옮겨가고, 저작권 분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법원이 예전과 달리 응용미술 또는 산업디자인에 대하여 저작물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판례 중에서는 ‘분리가능성’의 부정 때문에 저작물성이 부정되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디자인도 존재하고 있다(예 : 교과서 디자인). 따라서 디자인에 대한 권리 보호 결정 단계에서 각 권리의 보호요건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자인맵(2013. 9. 24.)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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