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CCTV와 프라이버시 보호

1월 12일 업데이트됨


범죄예방, 시설보호, 교통단속, 증거수집 등 다양한 목적으로 CCTV, 네트워크 카메라(이하 총칭하여 ‘CCTV’이라 함)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인들에 의하여도 전국적으로 분포ㆍ확산되고 있다.

2007년도부터 급증한 CCTV는 2012년 기준으로 약 430만대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나라 인구 10명당 1대꼴로 설치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들은 무서운 속도로 CCTV 문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우연히 들른 주차장에서도 기왕이면 CCTV가 설치된 곳에 주차하여야 안심이 되고, 어두운 거리에 CCTV가 없으면 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곤 한다. 심지어 범죄자들도 CCTV가 없는 장소에서의 범행을 사전에 모의하기도 한다.

CCTV의 보급으로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CCTV를 사용하여 타인의 모습이나 이동경로, 행위 등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도 제약받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CCTV의 프라이버시 침해성 때문에, CCTV에 관한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우 2000년도 초부터 이러한 논란이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예컨대 지하철 객실 내의 CCTV로 인하여 승객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는 주장, 시내버스 안에 CCTV가 있는 것은 기분 나쁘다는 반응, 타인의 차량 블랙박스가 나의 차량번호를 찍는 것이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냐는 주장, 회사가 무슨 권리로 CCTV로 나를 촬영하는 것이냐는 주장, 회사가 CCTV 영상을 이용하여 직원을 징계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의문, 아파트관리실이 무슨 근거로 타인에게 내 얼굴이 찍한 CCTV 화면을 제공하느냐는 불만 등등.

이에 CCTV 확산으로 인하여 우려되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두 가지 제안을 해볼까 한다.

첫째, CCTV 모니터링을 할 때 화면에 나와 있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이른바 blurring(블러링) 조치를 도입하여 모니터링한 사람이 영상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CTV 사용에 대하여 피사체로서 가장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 나의 동선을 쫓아가고 있으며, 나의 모든 행동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것인데, 모니터링 할 때에 얼굴에 대하여 블러링을 하게 되면 나의 신원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사람에 의하여 파악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구청업무 수행시 구청장의 위치를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구청의 CCTV 통합센터 화면을 쭉 훑어보면 구청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블러링을 의무화하게 되면 이러한 동선 파악은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블러링 조치를 취하면, 늦은 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누가 날 유심히 보고 있다는 느낌,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 너른 광장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쫓고 있다는 느낌, 회사 사장이 나의 행방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 등이 일거에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블러링 과정에서 다소의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공장소에서도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조치로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니터링 과정에서만 블러링을 하고, 동시에 (암호화하여) 저장되는 정보에 대하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나아가 긴급상황에서는 블러링 해제 버튼을 눌러 긴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끔 하고, 블러링 해제 버튼 작동 기록은 서버의 로그기록과 같이 온전하게 보존시킴으로써 해제 버튼의 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다.

블러링이 차후 얼굴인식 기술과 융합되면, 오히려 범죄자 추적시에도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컨대 CCTV 모니터링 과정에서 범죄자의 얼굴로 인식된 경우에만 블러링이 제거되어 나타나고,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는 블러링 된 결과로 모니터링 한다면, 얼굴인식이 도입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CCTV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하철의 특정 칸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채로 운행하고, 시내의 일정한 동선에 대하여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거리를 만드는 것 등등.

CCTV의 보급이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CCTV의 빛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잊은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의 선택권을 인정하여, CCTV 대신에 다른 보안 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그 최소한의 배려가 될 수 있다. CCTV가 없는 곳에서는 비상벨이나 경찰순찰을 늘림으로써, CCTV 또는 비상벨과 경찰의 육안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언가에 의하여 보호받고 싶어 하지만, 그러나 그 무언가에 의하여 감시당하고 싶지는 않아 한다. 그런데 CCTV는 인간을 보호하는 듯하면서 동시에 인간을 감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CCTV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할 수밖에 없다.

CCTV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무조건 용인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프라이버시 침해를 줄일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이것이 이 시대가 지향하는 ‘Privacy by Design’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보안뉴스(2013. 4. 2.), 리걸인사이트(2016. 2. 1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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