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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상법상 모회사와 자회사 규제

7월 21일 업데이트됨


상법상 회사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사단법인을 말한다. 회사의 분류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상법상 회사를 “지배•종속관계”로 분류할 때,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모자회사 개념이란 결국 회사 대 회사의 관계에서 지배하는 자와 종속된 자의 관계에서 도출된 개념이다.

강학상 모자회사의 결정기준에는 완전자회사설, 과반수주주설, 실질지배주식소유설, 지배종속관계설 등이 있지만 지배종속관계설의 견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대의 대규모 주식회사는 단독기업이 아니라 복잡한 복합기업이나 기업 집단으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고, 이 복합기업은 각 회사가 법률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상의 목적을 위하여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종속관계의 필요성이 존재하게 되며, 주식비율 등에 따라 지배회사를 모회사라 하고 종속회사를 자회사로 보게 된다(조준래, “모자회사의 법률관계”, 경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1, 4-6면, 안동섭, 모자회사의 법률관계, 사법행정 제289호, 한국사법행정학회, 제86면). 결국 모회사와 자회사 개념은 지배종속관계가 화체되어 있는 주식의 보유비율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정의에 관해서는 상법 제342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회사를 모회사라고 하며(상법 제342조의2 제1항), 여기에서 모회사가 발행주식의 총수 100분의 50을 소유하는 객체. 즉, “다른 회사”가 바로 자회사이다. 당초 2001년 상법 개정 전까지는 모자회사관계 성립의 기준으로 발행주식총수의 40%를 초과하여 소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외국 입법례를 반영, 50% 초과 소유를 모자회사 관계의 기준으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이하에서는 모회사, 자회사에 관한 상법상 개념정의를 토대로, 상법이 모자회사 관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규율하고 있는지를 규제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나아가, 상법 문언에서 직접적인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 쟁점, 이를테면 모자회사간 법인격 부인 법리의 적용 가능여부, 모회사 이사의 자회사 지배주식 인수에 따른 법률관계 등에 관한 법원의 해석례를 검토하도록 한다.

모자회사 관련 상법 상의 규율 상세

가.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보유 금지

제342조의2(자회사에 의한 모회사주식의 취득)

①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회사(이하 “母會社”라 한다)의 주식은 다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다른 회사(이하 “子會社”라 한다)가 이를 취득할 수 없다.

1. 주식의 포괄적 교환, 주식의 포괄적 이전, 회사의 합병 또는 다른 회사의 영업전부의 양수로 인한 때

2. 회사의 권리를 실행함에 있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

②제1항 각호의 경우 자회사는 그 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모회사의 주식을 처분하여야 한다.

③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는 이 법의 적용에 있어 그 모회사의 자회사로 본다.

현행 상법은 모자회사간 주식소유를 규제하고 있다.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취득은 상법 제342조의2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자본충실의 원칙이라는 상법상 대원칙이 구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모회사가 출자한 자회사가 다시 모회사의 주식을 사들인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모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자기주식 취득과 마찬가지로 자본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상법은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취지는 자본충실 원칙의 구현이라 이해할 수 있다.

상법 제342조의2 제3항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공동으로 손회사의 발생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경우에도 손회사는 모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여 간접지배를 금지한다. 나아가 동 조항에서 자회사가 손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경우에도 손회사는 모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고 자회사의 주식도 취득할 수 없다. 즉, 모회사 주식 취득 제한에 관한 상법 제342조의2는 자회사의 자회사. 즉, 손자회사와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상법은 원칙적으로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취득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 주식의 포괄적 이전, 회사의 합병 또는 다른 회사의 영업전부의 양수로 인한 경우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외 조항에 대하여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제360조의3(주식교환계약서의 작성과 주주총회의 승인 및 주식교환대가가 모회사 주식인 경우의 특칙)

⑥제342조의2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3항제4호에 따라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에게 제공하는 재산이 완전모회사가 되는 회사의 모회사 주식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완전모회사가 되는 회사는 그 지급을 위하여 그 모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⑦완전모회사가 되는 회사는 제6항에 따라 취득한 그 회사의 모회사 주식을 주식교환 후에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경우 주식교환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그 주식을 처분하여야 한다.

상법 제342조의2 제2항에서는 제1항 각 호 예외사유에 의하여 자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취득한 경우라 할지라도 6개월 이내에 이를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식의 포괄적 교환, 이전, 합병에 관한 개별 상법규정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위에서 예시로 든 상법 제360조의3 제6항 및 제7항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따라, 완전자회사로 되는 회사의 주주에게 제공하는 재산이 모회사 주식을 포함하는 경우, 완전모회사가 되는 회사(자회사)는 그 지급을 위하여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모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주식의 포괄적 이전, 합병의 경우에도 유사한 취지의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상법 제523조의2 제1,2항).

나. 상호주의 의결권 제한

제369조(의결권)

①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②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③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모회사(A) 또는 자회사가 보유하는 타방 회사(B) 주식의 합계가 10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 그 타방 회사(B)가 가지고 있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여기에서 타방 회사(B)는 모회사(A)와 사이에서 모자회사 관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 회사의 A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취지는 무엇인가? 이는 앞서 1. 에서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취득을 제한한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즉,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보유 금지 취지와 마찬가지로, ① 자본 공동화의 방지 및 ② 상호주를 통해 출자 없는 자가 의결권 행사를 함으로써 주주총회결의와 회사의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상호주 의결권 제한의 입법취지가 있다.

한편, 판례는 타방 회사의 모회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의 기준이 되는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 보유 판단 기준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가 기준이 되어야 하며, 명의개서 여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한다(대법원 2009. 1. 30.선고, 2006다31269 판결).

보론으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관한 상법 조항이 M&A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본다. B회사 입장에서는 A회사(및 A회사의 자회사)가 돌연 자기가 발행한 주식의 1/10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B회사가 보유한 A회사 의결권이 사라지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에 상법은 B 회사가 의결권 행사 제한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A회사(및 A회사의 자회사)가 B 회사 주식의 1/10을 초과하여 취득하면, A회사로 하여금 이를 B 회사에 통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상법 제342조의3). 이는 B회사가 A회사의 경영개입에 대항하는 방어조치를 취할 기회를 보장하여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B 회사 입장에서는 A 회사 주식의 1/10 이상을 역으로 매수함으로써, A회사가 보유하는 B회사의 의결권을 상실시킴으로써,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상호간 1/10 이상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양자 모두 상대방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법 규정을 활용한 전략이다. 이러한 적대적 M&A에서의 방어 전략을 “팩맨(Pac Man)”이라는 용어로 칭하기도 한다.

다, 주주의 권리행사 관련 이익 제공 금지

상법 제467조의2(이익공여의 금지)

①회사는 누구에게든지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공 여할 수 없다

이익공여 금지에 관한 상법 제467조의2는 모자회사 관계만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조항은 아니다. 이를 모자회사 관계에 풀어서 적용하면, 자회사의 대주주 또는 모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에 의한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모회사에 대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김은기, 해외자회사의 채무에 대한 모회사의 책임, 외법논집 제2권,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1995, 289면).

라. 모회사 감사의 영업보고 요구, 재산상태 조사 권한

제412조의5(자회사의 조사권)

①모회사의 감사는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자회사에 대하여 영업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②모회사의 감사는 제1항의 경우에 자회사가 지체없이 보고를 하지 아니할 때 또는 그 보고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자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③자회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고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조사를 거부하지 못한다.

상법 제412조의5는 모회사의 감사로 하여금 그 직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자회사에 대하여 영업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고(제1항), 자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제2항), 자회사는 정당한 이 유가 없으면 보고 및 조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항).

모회사의 대표이사는 매 영업년도 말 회계장부에 기초하여 재무제표 및 그 부속명세서를 작성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감사를 받은 다음 정기주주총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구하여야 한다(상법 제447조 등). 그런데, 모자회사 간 지배종속관계로 인하여, 자회사가 모회사의 가공차입금이나, 가공채무의 계상에 협력하거나 또는 모회사 매출 증대를 위하여 불공정한 판매에 협력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상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회사 감사로 하여금 자회사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모회사의 현황을 자회사와 영업과 연결지어 파악하지 않으면 모회사의 적정한 감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므 로 모회사 감사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모회사 감사에게 모회사 이외에 자회사에 대한 조사까지 허용한 것이 위 상법 제412조의5 입법 취지이다.

마. 기타 : 모, 자회사 간 사외이사 및 감사 겸직금지

제3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③사외이사(社外理事)는 해당 회사의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이사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사외이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직을 상실한다.

5. 회사의 모회사 또는 자회사의 이사•감사•집행임원 및 피용자

제411조(겸임금지)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의 사용인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

상법 제382조에 따라, 모회사 또는 자회사의 이사, 감사, 집행임원 및 피용자 등은 사외이사 겸직이 불가능하다. 이는 법에서 정한 결격사유로서, 사후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직을 즉시 상실하게 된다. 또한 감사는 자회사 이사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 반대로, 모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의 감사를 겸직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 소결

이상 모자회사 관계에 대한 상법상의 규율체계 전반을 살펴보았다. 상법은 기본적으로 모자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다는 대전제 하에, 자회사를 활용한 모회사 자본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규율체계를 두고 있다. 모회사 주식 취득(보유)금지, 모회사 감사의 자회사 감독권, 겸직금지 조항 등은 이러한 틀에서 이해될 수 있다.

모자회사 관계에 있어서의 해석상 쟁점은 주로 책임 소재에 관한 문제로부터 파생된다. 예컨대, 자회사의 행위에 대하여 모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문제이다. 결국 모자회사간 법인격에 관한 해석 문제이다. 이는 상법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석론으로 구체화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항을 바꾸어 상법상 모자회사의 법인격 문제로부터 파생된 분쟁에 대한 법원의 해석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모자회사 관련 대법원 판결 분석

가. 모자회사간 법인격 부인에 관한 대법원 판례 :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등

①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자회사가 발주한 공사 및 자재공급 계약의 상대방(원고)이, 모회사(피고)를 상대로 자회사가 지체한 잔여 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원고의 주장 요지를 주제와 관련된 범위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자회사는 독자적인 자금능력이나 자금지출권한이 없고, 피고가 자회사에 대하여 주주총회, 이사회, 직무상 명령 권, 예산편성권, 급여지급, 인사권 등을 통하여 완벽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피고의 체이스론 인출 금지 지시에 따라 자회사의 체이스론인출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현재 자회사는 사실상 청산된 법인으로서 무자력 상태이다. 따라서 자회사인 자회사가 피고와 별개의 법인격을 갖춘 독립한 주식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모회사인 피고가 이사건 계약상의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것은,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여 신의칙에 반하므로 용인될 수 없다”

② 대법원 판시사항


대상판결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친자회사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회사의 임•직원이 모 회사의 임•직원 신분을 겸유하고 있었다거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다거나 자회사의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으나 자본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자회사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적어도 자회사가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 체적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객관적 징표가 있어야 하며,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

③ 해설


대상판결은 모자회사 관계에서의 법인격부인론, 그중에서도 법인격남용 법리를 설시한 주요 판결이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자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어, 자회사의 행위에 대하여 모회사에 대한 직접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징표”와,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먼저, “객관적 징표”란 간단히 말해서,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완전한 지배력(Complete domination)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 판례상 완전한 지배 법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을 객관적 징표의 예시로 들었다.

다음으로, 대상판결에서는 “주관적 목적 또는 의도”을 모자회사간 법인격부인(남용)의 요건으로 들었다.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되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법인격부인(남용)에 따른 모회사 책임 추궁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고의 또는 목적의 입증상 난점은 법인격 부인론의 효용성을 반감시킬 수 있으며, 진실로 배후의 지배자에게 남용의 의도가 없는 경우에도 그에게 개인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구체적 정의에 부합하는 경우(예컨대 회사의 자본이 거의 전무할 때)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고의나 목적의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나. 모회사 이사와 자회사간 거래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것을 근거로 자기거래에 따른 책임을 부인한 사례 : 신세계 주주대표소송 사건(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①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주식회사 신세계(모회사)와, 모회사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주식회사 광주 신세계백화점(자회사) 사이에서 실권주의 제3자 배정방식 등이 문제된 사안이다.

자회사는 모회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 유상증자를 결정하였는데, 자회사 100% 주주인 모회사는 경제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로 배정받은 신주의 인수를 전부 포기하였다. 이에 자회사는 이사회를 개최하여, 모회사의 신 주인수포기로 인하여 발생한 실권주 전부를 모회사 최대주주의 장남이자, 모회사 이사인 피고(Y1)에게 배정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대하여, 모회사 소수주주들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신주인수를 포기할 당시 이사로 재직하고 있던 Y1을 비롯 한 이사 5인을 상대로, 신주인수포기로 인하여 모회사에 손해를 입힌 행위가 경업금지의무, 사업기회유용금지의무, 자기거래금지의무 등을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를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① 대표소송의 원고적격, ② 이사의 자기거래금지, ③ 이사의 경업금지, ④ 이사의 사업기회유용금지, ⑤ 실권주의 제3자배정 등 회사법상 주요 쟁점 전반에 걸쳐있다. 여기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쟁점. 즉, 모 회사 이사의 자회사 신주인수와 이사의 자기거래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② 대법원 판시사항

대법원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고, 따라서 모회사 이사와 자회사의 거래로 인하여 자회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였더라도, 이로 인한 모회사에 대한 영향은 간접적일 뿐이라고 보았다.

구 상법(2011. 4. 14. 법률 제10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법’이라 한다) 제398조가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에 대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정한 것은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와 직접 거래를 하거나 이사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와 제3자 간에 거래를 함으로써 이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 또는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 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이사 또는 제3자의 거래상대방이 이사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당해 회사이어야 한다. 한편 자회사가 모회사의 이사와 거래를 한 경우에는 설령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모회사와 자회사는 상법상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고, 그 거래로 인한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것은 자회사에게 돌아갈 뿐 모회사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 지나지 아니하므로, 자회사의 거래를 곧바로 모회사의 거래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모회사의 이사와 자회사의 거래는 모회사와의 관계에서 구 상법 제398조가 규율하는 거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모회사의 이사는 그 거래에 관하여 모회사 이사회의 승 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곧,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는 자회사라 하더라도, 이는 별개이며 자회사와 모회사 이사의 거래를 모회사와 모회사 이사의 거래로 동일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③ 해설

이 사건에서 모회사 소수주주들은 모회사 이사가 “자회사”로부터 신주를 인수한 행위가 자기거래라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 신주를 인수한 행위는 모회사 이사(Y1)이 모회사와 직접 거래한 것과 그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여 이사의 자기거래 중 간접거래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 문제된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법에서 금지하는 자기거래 유형 가운데 간접거래는, 외견상 회사와 제3자 사이의 거래이지 만 실질이 회사와 이사 사이의 거래인 경우를 말하는데, 대상판결의 경우 애초에, 이사와 제3자(자회사)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간접거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즉, 모회사가 거래의 상대방이 아닌 이상 자기거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설령,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와 거래라 할지라도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별개의 법인격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이를 “모회사”와의 거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신주인수가 모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따라서 일견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 소결론

원칙적으로 모자회사는 엄연히 별개의 경제주체이다. 위 2013년도 판결에서 모회사 이사와 자회사의 거래가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의 태도는 이러한 이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원칙에 대한 재확인이다.

반면, 위 2006년도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예외로서의 법인격 부인(남용)에 관하여 설시한 사례이다. 객관적 징표와 주관적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모자회사를 동일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엄격한 법인격의 분리라는 대원칙 하에서, 개별 구체적인 타당성을 기하기 위한 해석론으로 법인격 부인이라는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최주선, 원준성 변호사 작성, 민후 뉴스레터(2021. 5. 24.)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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