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특허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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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 특허의 위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 특허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0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Diamond v. Chakrabarty 사건에서,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모든 것(anything under the sun that is made by man)은 특허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기틀을 마련한 다음, 그 이듬해인 1981년 Diamond v. Diehr 판결에서, 합성고무의 가공과정에서 아레니우스 공식을 결합한, 알고리즘이 포함된 컴퓨터 소프트웨어 발명에 대하여 특허성을 인정하였는데, 이것이 소프트웨어 특허의 시초이다.

위 Diehr 판결 이전에 소프트웨어 발명은 저작권법이나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았으나, 저작권은 소스코드의 표현만을 보호하고 있어 소스코드에 포함된 기술적 사상에 대한 모방에 대하여 속수무책이었고, 영업비밀은 인정요건의 엄격성, 공개된 경우의 영업비밀성 불인정, 제3취득자에 대한 권리 주장의 제한성 때문에 이 역시 소프트웨어 발명에 대한 효율적인 보호방안으로는 미흡하였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보호 측면에서 특허인정의 정책적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었으나,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는 계산방법이나 추상적인 알고리즘에 불과하지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은 아니며, 빠른 기술변화와 짧은 생명주기를 가진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보호하기는 부적절하고, 선행기술을 조사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공개로 인하여 모방이나 복제가 매우 쉽고, 소프트웨어 발명은 기존의 것의 약간의 수정ㆍ축적 및 시행착오적 발견이 다수이기 때문에 진보성을 인정하기도 곤란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보호를 위하여 소프트웨어 특허는 영업발명(BM) 특허와 함께 자리를 잡아갔다.

이렇게 소프트웨어 특허 제도를 운용한지 30년이 넘어 가고 있는데,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들로부터 소프트웨어 특허가 과연 혁신에 기여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 산업적ㆍ경제적 유용성에 대하여 부정적인 여론이 늘고 있다. 역풍을 맞고 있는 소프트웨어 특허. 역풍의 현황은 어떠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해 본다.

뉴질랜드 특허법 : 소프트웨어 특허의 폐지

2013년 8월 28일, 뉴질랜드 의회는 5년간의 긴 논쟁 끝에 소프트웨어 특허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특허법안(Patent Bill)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뉴질랜드에서는 더 이상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특허가 나올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기존의 등록된 소프트웨어 특허나 출원된 특허에 대하여는 이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이나 시대변화에 발맞추기 위하여 영국 특허법을 모방한 뉴질랜드 특허법(Patent Act 1953)의 개정작업이 2000년도부터 시작되었고, 이 때 소프트웨어 특허나 영업발명 특허의 폐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드디어 2008년 쥬디스 티자드(Judith Tizard)에 의하여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개정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이후 5년 동안 3번의 심사(reading) 및 약간의 개정 끝에 드디어 의회를 통과하였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기본적으로 특허제도와 부합하지 않으며, 기존의 소프트웨어 특허를 참조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특허를 발명할 수 없기에 소프트웨어 특허 제도는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고, 소프트웨어 특허의 모호성과 광범위성은 특허괴물에 의하여 남용되어 왔으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발달해 온 오픈소스 모델과 상치된다는 이유에서 이러한 법안이 제안되었고, 의회를 통과하여 드디어 파격적인 법률이 완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다수의 소프트웨어 특허로써 이미 견고한 성(城)을 구축한 소프트웨어 대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보호를 명목으로 이 법안에 반대하였지만, 이들을 추적하는 다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기존의 소프트웨어 특허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더 이상 혁신과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찬성하였다. 소프트웨어 산업계에서 내분이 발생하였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후발 주자들이 승리한 것이다.

미국 백악관 보고서 : 소프트웨어 특허의 개선

미국은 특허괴물(Patent Troll, Non-Practicing Entity, Patent Assertion Entities)에 의한 특허제도의 기능상실에 대하여 일련의 입법 및 행정명령 등을 통하여 매우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 의회는 ① Saving High Tech Innovators from Egregious Legal Abuse Act(SHIELD), ② Patent Quality Improvement Act, ③ End Anonymous Patents Act, ④ Patent Abuse Reduction Act, ⑤ Patent Litigation and Innovation Act, ⑥ Stopping Offensive Use of Patents Act(STOP) 등의 각종 특허괴물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으며, 행정부 역시 ‘Fact Sheet: White House Task Force on High-Tech Patent Issues’라는 제목으로써 특허괴물 규제와 관련된 7개의 의회권고와 5개의 행정명령을 발하였다. 이러한 행정부의 의회권고와 행정명령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특허 주장과 미국의 혁신(Patent Assertion and US Innovation)’이라는 보고서이다.

백악관이 주축이 되어 2013년 6월경 발표한 위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괴물 현상에 대하여 분석하면서 소프트웨어 특허의 문제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특허괴물에 의하여 피고가 된 기업 중 무려 82%가 소프트웨어 특허 때문에 소송을 당하였으며, 이러한 수치는 화학 특허보다 5배나 많은 수치인바, 소프트웨어 특허는 특허괴물이 선호하는 특허 형태이며 특허분쟁의 급증 및 특허괴물의 창궐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특히 소프트웨어 특허에서 많이 사용되는 권리범위가 광범위하고 모호한 기능적 청구항은 특허괴물의 소프트웨어 특허 악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특허의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특허괴물 현상을 잠재우기 위하여 소프트웨어 특허의 명확성을 높이고 기능적 청구항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제안하였다.

백악관은 특허괴물 현상을 통해 소프트웨어 특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뉴질랜드와 달리 소프트웨어 특허제도의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빌스키 판례 및 CLS 은행 판례 : 소프트웨어 특허의 부정

2010년 6월경 미국 연방대법원은 Bilski v. Kappos 사건에서, 에너지 관련 중개인이 날씨 변화에 따른 소비량 감소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가격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빌스키의 영업발명에 관하여 그 특허성을 부정함으로써, 영업발명에 관한 특허를 최초로 인정한 1998년 State Street 사건 이후 증가 추세에 있는 영업발명 출원 경향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이러한 경향은 Mayo v. Prometheus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한편 2013년 5월경 7개의 의견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다투면서 135페이지의 판결문을 작성한 CLS Bank v. Alice Corp. 사건에서 미국 연방항소법원 판사들 중 다수는 (비록 정족수 미달로 법적 선례가 되지는 못하였지만), 앨리스사의 등록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CLS 은행의 주장을 심사하면서, 앨리스사 명의로 등록된 ① 컴퓨터로 처리되는 방법 발명 및 ② 이 방법 발명에 관한 명령어를 담은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매체 발명이 추상적인 아이디어(abstract idea)에 불과하다면서 특허무효성을 인정하였다.

전문가들은 CLS Bank v. Alice Corp. 사건으로 인하여 앞으로 수많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였다.

독일 의회의 제안서 등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 2013년 4월 독일 의회는 행정부에게 소프트웨어 특허 등록을 제한해 달라는 내용의 제안서(Secure Competition and Innovation in the software development)를 보내기도 하였다. 이 제안서에서 독일 의회는 소프트웨어 특허가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기술 혁신에 저해가 되며, 소프트웨어 보호는 저작권법적 보호가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오픈소스 운동을 하는 FSF(FreeSoftware Foundation) 단체 등은 지속적, 전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특허 폐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마치면서

소프트웨어 특허제도가 커다란 반대 물결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특허를 획득하기 위하여 거액의 투자를 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특허제도의 원래 목적인 혁신(innovation)을 방해하고 특허괴물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금전획득 목적의 부당한 특허분쟁을 증가시킨다면, 어느 정도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단순한 추측이나 외국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섣불리 움직일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발명특허(2013년 11-12월호), 블로그(2014. 6. 2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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